음반사조차 “미래는 없다”고 자조할 정도로 한국 음반산업은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다. 2000년 4천억원 규모까지 팽창했던 한국 음반 시장은 2004년 1천억원대로 감소했다. 음반 판매업소도 1만개에서 5백개로 급감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불법 다운로드가 주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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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업계는 불황이지만 인터넷 사용자의 대부분이 MP3 파일을 통해 음악을 듣다 보니 ‘디지털 음악산업’이라는 새로운 음원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음악 시장은 2000년 4백5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2002년부터 제공되기 시작한 통화 연결음과 벨소리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2004년 이 시장은 2천억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했다.
2005년에는 더욱 다양해진 서비스와 주요 음악 사이트의 유료화로 인해 3천억원대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음악제작자협회의 김관기 업무팀장은 “음악을 담는 도구가 과거 LP 레코드판에서 CD 매체로 빠르게 변화했듯이 지금은 CD에서 MP3로 변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을 합리적으로 키워나간다면 한국 음악산업에도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불법 음악 제공 문제로 오랜 기간 음반 업체와 수많은 법정 공방을 벌여왔던 인터넷 MP3 파일 교환 업체와 무료 음악 감상 사이트들도 음반 업체와의 합의에 성공,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다. 1천6백만명의 실명회원을 가진 벅스 뮤직과 8백만명의 실명회원을 가진 소리바다가 유료화된 것이다. 사실 무료 음악을 제공하던 사이트 업자들도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음원의 불법 사용이 더욱 어려워지자 고심해왔다.
그 결과 소리바다는 유료 다운로드 코너 MP3#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리바다의 양정환 대표는 “유료 MP3를 회원들이 구입해줘야 계속 좋은 음악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벅스뮤직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유료 전환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용자들이 유료 사이트를 피해 무료 사이트만 찾아나서면 결국 또 다른 불법 음악 사이트가 생겨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CD보다 MP3를 선호하자 아예 온라인을 통해 신곡을 발표·판매하는 인기가수들도 늘고 있다. 인순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신곡 판매를 시작했다. 서태지와 세븐도 최근 온라인을 통해 신곡을 발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신곡 발표와 판매를 하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온라인이 정식 유통 경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유료 음악 사이트에서는 인기가수들의 신곡을 유치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음악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투명한 유통구조를 갖추자 이동통신사들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미 LG텔레콤과 SK텔레콤은 각각 ‘뮤직온’과 ‘멜론’이라는 음악 내려받기 사이트를 개설했고 KTF도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를 준비 중이다. 음반 회사와 레코드 가게의 역할을 이동통신사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신원수 SK텔레콤 뮤직사업팀 부장은 “이동통신회사가 음악산업의 유통 채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뛰어들자 기존 온라인 음악 사이트들의 마케팅 경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재 유료 음악 사이트 1위인 뮤직시티의 ‘뮤즈’는 ‘개인화된 음악 서비스’를 새로 제공하고 있다. 음악 신청 피드백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항상 대화하며 고객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대기업의 공세를 이겨나간다는 계획이다. 네오위즈의 ‘쥬크온’도 TV·버스 광고는 물론 길거리에서 ‘LP’판을 무료로 나눠주며 홍보에 힘쓰고 있다. 위즈맥스는 대기업인 삼성과 함께 음악 서비스 ‘옙스튜디오’를 시작,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KT와 진행하는 무선 LAN 기반 음악 서비스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형 음반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레미미디어·예당음향·서울음반 등도 오프라인 음반 시장의 침체에 따라 자체 사이트를 구축, 온라인 음악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음반 제작 인프라에서 앞서 있고 음원 사용시 장점을 살려 나간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음반의 함용일 사장은 “미래의 음반사들은 가수나 작곡가를 발굴해 육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획사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음반사의 미래에 대해 전망했다.
음원사업은 새로 성장하는 분야이다 보니 아직 저작권과 수익 분배 시스템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음악 시장은 음반사와 온라인 사업자의 권리에 대한 양측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온라인 음악 시장이 확대되다 보니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무료 음악 제공 업체들의 유료화 과정에서 곡당 적정 가격, 전체 수익 배분 비율을 놓고 마찰이 생겨왔다.
또한 오프라인 음악 시장의 저작권자와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의 저작권 사용에서도 정확한 통계와 정산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이다 보니 법령 제정 속도가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MP3폰 출시로 인해 음악저작권단체들과 갈등을 빚었던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산업에서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 나가다 보니 협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디스크 판매 3백만장의 대박 꿈은 ‘유료 다운로드 3백만회’로 재현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매니저들이 다시 방송가로 돌아와 넉넉한 마음으로 PD들에게 밥을 사기 시작할 것이다.
뉴스위크 2005년 01월 18일 663호 / 2005.01.20 13:46 입력
글 : 조 용 탁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