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매직리그 1위의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지난 주말부터 드림리그 3강 두산, 현대, 삼성과 ‘지옥의 9연전’을 치르고 있는 LG는 11일 현재 5승 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두산에 2승 1패를 거뒀고 현대와의 3연전을 싹쓸이했다. 이광은 감독의 ‘자율 야구’ 가 서서히 꽃을 피우는 느낌이다. 그 핵심에는 항상 4년차 내야수 안재만(26)이 있었다.
안재만이 LG 신바람 야구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 주전 1루수 서용빈이 왼쪽 발가락 부상을 당하면서 출전 기회를 잡은 뒤 연일 영양가 만점짜리 ‘한방’씩을 터뜨리며 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일 두산전에서 결승 3점 홈런을 쏘아 올렸을 때만 해도 운이 좋았거니 했다. 그러나 연속 출장으로 경험이 쌓여 가면서 진가가 더욱 빛나고 있다.
지난 11일 현대와의 잠실 경기. 안재만은 4_3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7회말 공격 무사 1루에서 상대 투수 조웅천으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기는 쐐기 투런 홈런을 날려 팀 승리를 굳건히 지켰다.
LG는 2_1로 앞서던 5회에도 안재만의 내야 안타로 한 점을 달아났다. 안재만은 10일 현대전에서도 6회 대타로 출장, 적시타를 때려내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11일 현재 17타수 7안타(.412) 2홈런, 7타점의 성적.
드러난 성적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날 홈런을 만들어낸 안재만의 힘이었다. 조웅천의 몸쪽 직구에 놀란 안재만은 완전한 스윙을 하지 못하고 방망이 결대로 갖다 맞혔는데 이 타구가 쭉쭉 뻗어가나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자신의 말대로 타고난 손목 힘이 바탕이 된 홈런이었다. 겨우내 김상훈 타격 코치의 지도로 큰 스윙에서 짧고 정확한 스윙으로 자세를 바꾼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사실 안재만이 해결사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재만은 데뷔 첫 해인 1997년 8월 16∼17일 전주 쌍방울전에서 특급 마무리 조규제로부터 이틀 연속 9회초 대타 홈런을 쳐내 팀의 오른손 거포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해 8월 자신의 타구에 맞아 부상을 당하며 지난 해까지 잊혀진 선수가 됐다. 올해 다시 찾아온 기회를 꽉 붙잡는 것은 이제 안재만 자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