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지하철 중앙로로 가는 발걸음이 좋다. 차를 버리고 공상이 가능한 지하철 오늘은 사람들이 예쁘다. 6시에 퇴근하는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 마주치는 구국립농산물검사소와 구중구청 복원공원을 자세히 보지 않고 지나치면 어떤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문화연대 활동의 공백이기도 하다.
봄이 되면 창문 앞 목련이 흐드러질 문화연대 사무실 계단을 오를 때면 현판체를 쓴 사람, 너무 큰 사무실을 혼자 지켰을 사람들을 떠올려야 하나 나는 우선 만나게 될 사람들 때문에 설렌다. 정기총회를 기준으로 1년만이다. 입구가 어두워 스위치를 켜보나 잘 되지 않는다. 계단에서 있었던 일에 대하여 나중에 조간사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철문이 잠겨 있는 사연과 관계가 있을까.
사무실 문을 열면 항상 그 곳에 있는 것 같은 두 사람이 분주하고 김밥이 너무 반갑다. 사실 좀 일찍 오면 사람들과 같이 밥 먹을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오는 길 식당을 눈여겨보는데 여기서 김밥을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도 즐겁다. 사람들이 한 명씩 들어온다. 사람들 만나는 방식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처음 단체를 한창 만들 때 마치 주인장처럼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활동이 조금 뜸하여 모르는 회원들이 늘어가면서 그럴 수 없는 자신을 보았다. 그런데 어제는 무슨 마음인지 다시 그 전 방식으로 돌아가 있었다. 조금 진중했던 차이만 빼고. 물론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예 인사를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서울 출장에서 내려온 사람의 피로, 용운동에서 김밥 사왔다, 요즘 운동 2시간씩 하는데 영 몸이 안 좋아, 서울과 대전 순환근무를 하는 사람의 대부업 관계 얘기가 기억난다.
정기총회가 시작된다. 사회자의 약간 긴장한 모습이 예쁘고, 대표님들의 자신감 있는 멘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1년간 활동영상물을 본다. 장중이 조용한 것은 무슨 뜻일까. 감회가 아니었을까. 말이 갖지 못한 힘을 보여준다. 영상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그 동안 작은 감흥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 보지 못하였다. 그만큼 교감의 폭이 적었던 것은 아닐까. 사람의 프로그래밍된 뇌는 자기와 코드가 맞는 사람과 공명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뇌라는 몸이 우리가 의식이라 부르는 것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나를 보는 것이 기쁘다. 영상물 소모임을 제안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다. 작년 연말 송년회의 후폭풍도 있었다. 사람들이 웃어준 것에 안도하였다. 나도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총회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조직의 실정을 읽는다. 집행부의 압도적인 고민과 참여자간의 괴리를 느낀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실한 설명이 필요한데, 그러한 감정이 우리 모두에게 없는 것은 아닐까. 관성보다 무서운 적이 있을까. 총회자료를 다시 읽어야겠는데, 간밤에 분실되었다. 분실처도 알 수 없다. 이런 내가 조직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준비된 일정 외 유일하게 자료집에 회원 주소록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감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옮긴다. 많은 회원의 뒷풀이 참여를 위하여 자리를 이동하지 않던 관행이 바뀐 것은 아름다운 공간이 많은 대흥동 시대의 혜택이지 모르겠다. 복합문화공간. 공간이 사람과 분위기를 바꾸게 하는 것이다. 문화공간 연대 사무실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경제와의 힘든 싸움이다. 아이디어라는 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 지인의 조언을 듣고 싶다. 알전구가 있는 2층 소담한 그 집은 처음 본 사람들을 친밀하게 만든다.
누군가 스치듯 회원들 모임을 언급한 것 같았는데 마침 발언기회가 왔다. 180명 10개조 18명 회원모임을 일단 시작해 보자는 생각이 왔다. 연대 사무실 인근 10개의 맛집을 골라 음식과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조원간 문화적 관심을 교류해 보자는 것이다. 그 결과가 싸이트에 오른다면 전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과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회원들의 소통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분위기 탓인지 몇 개의 테이블에 나누어 앉은 사람들의 이동이 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사람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 우리 모두에 대한 출발점이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아쉬운 1차 작별이 있고, 다 나누지 못한 사람들은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카페로 다시 옮겨 몇 사람이 더 집중된다. 더 이상 긴장할 수 없는 나는 김 빠진 맥주가 된다. 기분만 업되는 이 오래된 습관을 고치기 힘들다. 사람의 얼굴을 자주 본 것 외 다른 대화가 기억나지 않고, 내가 한 말도 기억나지 않는다. 사무국장의 지친 얼굴을 본 것만은 뚜렷하다.
시간이 한참 흐르면 여전히 몇사람은 남고 우리의 오래된 습관도 변하지 않고 남아 있다. 그 좁은 밀폐된 공간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로서 할 수 없는 무엇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후유증을 남기는 그 공간이 아닌 대안공간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문화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을 바꾸는 작은 노력이다. 남녀노소를 뛰어넘는 노력이다. 복합문화공간을 바꾸는 노력이다. 나 자신을 바꾸는 노력이다. 다음을 준비한다. 시간은 우리를 초조하게 한다.
첫댓글 서먹하게 갔다가 잘 간 것 같다는 자평을 하고 잤습니다. 대흥동의 작은카페들 하나하나 접하고싶네요. 그러려면 자주 나가야겠지요?
오늘 개인적으론 오랜만에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투병중인 아버님과 간호로 지친 어머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유성온천에 갔습니다. 나이 40이 넘어서 처음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점심도 먹고 갑천의 큰고니도 보았습니다. 어제의 피곤이 가시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대전문화연대는 2009년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운영위원회의 활발한 논의와 실천이 기대됩니다. 올해가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동환이형! 우리 문화연대에서 한번 즐겁게 놀아 보자구요.
사무실에 항상 누군가가 온다는건 즐겁고 반갑습니다. 대전수달(최수경 회원님)님 뵈서 너무 반가웠는데, 이야기 한 마디 못 나눈 것이 몹내 아쉬워요. 자주 뵐 수 있는 기회를 자꾸 만들어야겠어요...이렇게 다들 좋아하시는 줄 알았으니...^^
매일 피곤함이 밀려왔는데 오랜만에 새벽까지 같이 했는데도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가벼움을 느끼게 해주는 동인이 뭘까... 장변...책에 빠져 있다더만...글에 힘이 느껴주는구료... 글 잘읽고 갑니다. 대흥동서 종종 봅시다.
오랜만에 "스케치하듯 총회풍경의 의미를 잡아낸 속도감있는 글" 반갑습니다. 참가자의 변화가 새로운 리더쉽의 형성으로 이어지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주 만납시다, 처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