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파주 운정 3지구>를 가다
1. 하나의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황폐한 산과 정돈되지 않은 풀과 나무가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이 나타난다. 공간에는 길이 만들어지고 건물이 들어서면서 전형화되었지만 세련된 분위기의 도시가 나타나는 것이다. 수도권에 건설되고 있는 수많은 신도시의 탄생이다. 내가 살고 있는 파주의 교하 지구 주변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다. 운정 3지구의 변화다.
2. 운정 3지구에서 공사가 빠르게 진행된 곳은 사람들이 입주하고 편의시설과 학교가 만들어졌다. 운정 3지구의 핵심인 ‘KTX' 역 완공은 2024년에 예정되어 있어 한참 건설 중이지만 많은 곳에서 개발이 완료되고 있다. 그 변화된 현장을 천천히 걸었다. 과거 이곳에는 개발과 보상을 요구하는 프래카드가 널려있었고, 교하에서 운정까지의 길은 막혀있었다. 어수선하고 거칠은 땅과 잡초만이 곳곳에 가득하였다. 오랫동안 지속된 어수선함이 끝나고 변화된 쾌적한 분위기는 분명 긍정적이다. 이곳은 자연녹지가 제대로 조성된 곳도 아니었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되어야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개발은 정체되었고 그 사이에 몇몇 사람은 목숨을 끊기도 하였다. 항상 변화 속에는 누군가의 소리없는 죽음이 동반한다. 욕심때문이었을까, 절망때문이었을까, 건설 이후에 되짚어보는 과거의 절규는 허무하고 무의미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3. 대규모로 만들어진 아파트 군단은 희망보다는 또 다른 불안의 상징이다. 2023년 급격하게 진행되는 공급과잉과 주택가격 하락은 과거 파주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반복하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운정 3지구 개발이 가져온 또 다른 안타까움은 나에게 ‘교하’라는 이름을 빼앗았다는 사실이다. ‘교하’라는 두 개의 강이 만나서 하나를 이룬다는 이름은 파주로 이전할 때부터 매력적인 느낌이어서 선택한 곳이다. 그때에도 ‘운정’은 있었지만, 교하라는 명칭이 ‘출판도시’의 끌림과 함께 파주로 이끌었다. 하지만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행정 구역 개편의 필요성이 생겼고, 새로운 아파트 지역은 운정 6동으로, 교하에 속했던 문발동 지역은 운정 5동으로 행정개편이 된 것이다. 문발동 지역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고 하지만, ‘교하’라는 이름의 상실은 분명 내가 원하는 공간적 정체성에 부정적 인상을 준다.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교하’를 포기하지는 않으려 한다. 여행을 다닐 때, 어디에서 왔느냐에 질문에 한동안 계속 ‘서울’을 고집했는데, 이제는 ‘교하’라고 말하고 싶다. ‘교하’는 내가 어디에서 거주하든, 삶의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항상 상실한 것이 나의 정체성을 이룬다는 사실이 조금은 우습지만, 시간의 경과와 공간의 익숙함에서 파주 ‘교하’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첫댓글 - 무상!!! "되짚어보는 과거의 절규는 허무하고 무의미하다"
- 일상!!! " ‘교하’는 내가 어디에서 거주하든, 삶의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항상 상실한 것이 나의 정체성을 이룬다는 사실이 조금은 우습지만, 시간의 경과와 공간의 익숙함에서 파주 ‘교하’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