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1981년 그리고 2011년

[br lee]

두 개의 만추

어쨌든 잔혹했던 겨울도 지나가는 모양이다.

어제는 우연히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봤다.

한국에 온 후 영화관에서 개봉영화를 본 건 처음이다.

요즘 한국문화계에 자주 회자되는 영화다.

계절에 안 맞게도 <만추 Late Autum>.

배경은 미국인데 베를린에서도 꽤 주목을 끄는 모양이다.

 

그런데 현빈과 탕웨이라는 걸출한 배우에 대한 인물 상찬이

반복될 뿐 무슨 내용의 영화인지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다.

영화를 보니 그 연유를 어느 정도 알것 같았다.

절제와 압축이 심해 나 같은 사람의 해석이 좀 필요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ㅋㅋ.

그전에 이 영화가 리메이크한 김수용 감독의 <만추>를 한 번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81년에 나온 영화인데 한국영화사의 한 장을 점유하고

있는 수작이다. 김수용의 극사실주의와 김혜자의 내면연기가

소름이 끼칠 지경. 영화가 동대구 역에서 영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출발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걸 보고 현빈의 <만추>를 보면 변별력이 좀 생기지 않을까 싶다.

晩 秋 (81)

http://cafe.daum.net/sergent40/8w56/9?docid=1MO9D%7C8w56%7C9%7C20101224112017&q=%B1%E8%C7%FD%C0%DA&srchid=CCB1MO9D%7C8w56%7C9%7C20101224112017

김태용 감독의 「만추」는 원작으로부터 두세 단계 떨어진 리메이크 영화다. 원작은 1966년에 이만희라는 감독이 만들어 당시 한국 사회에 일대 충격을 주었다고 하는 데 그 필름이 남아 있지 않다. 그걸 본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해 1981년에 김수용 감독이 리메이크했는데, 이건 다시 볼 수 있다. 위에 주소를 걸어놓았듯이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다.

감독의 사실주의적 시각이나 김혜자의 로맨스 연기가 매우 인상적인 영화다. 물론 30년 전의 영화를 현재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아예 새로 하나 만드는 것이 더 속편할 지도 모른다. 과연 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지난 2011년, 또 하나의 「만추」가 만들어졌다. 물론 이 외에도 이만희의 「만추」는 다른 제목으로 여러 차례 리메이크 되었다고 하는 데, 난 본 적이 없다. 도대체 60년대의 영화 한 편을 아직도 못 벗어나게 하는 매력은 뭘까? 아무래도 「만추」가 보여주는 문학적 구조의 매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추」의 스토리는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여기 지지리도 복 없는 한 여인이 있다. 가난한 홀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결혼을 했지만 남편은 인격 파탄자로 함께 산다는 게 고통이다. 어느 날 그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실수로 남편을 그만 죽이고 만다. 남은 것은 감옥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 어차피 인생에 뭘 기대하지 않기로 한 이상, 감옥이라고 더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러한 여인의 감옥순응이 그녀에게 모범수의 타이틀을 준다. 7년 쯤 지났을 때 3일의 외출을 허락받는다. 절망의 회색빛 감옥을 나서는 여인의 눈빛은 그보다 더한 회색이다. 꿈도 희망도, 아니 절망조차 중화되어 버린 표정, 신비감마저 풍긴다. 김혜자의 내공 연기에 손발이 오글거린다.

<만추>는 여기서 시작한다. 늦가을, 그리고 7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여죄수. 그러나 바라보고 싶은 것 하나 없는 잿빛 세상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동대구에서 기차를 탄다. 강릉 바닷가에 있는 어머니의 묘지로 간다. 세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끈이다. 허름한 열차의 창가에 자리를 잡고 창밖을 내다본다. 가까이서 멀리서 스쳐지나가는 만추의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그건 늦가을의 허망보다 더 깊은 고독.

그런데 그녀의 앞에 신문지를 얼굴에 덮고 세상모르고 자는 중년의 한 사나이가 있다. 흔들리는 차체에 떨어지려는 신문지를 삔으로 묶어준다. 환승하는 역에서 우동을 사먹으려 하는데 우동을 사겠다며 말을 걸어오는 한 사나이가 있다.

기차에서 신문지를 덮고 자던 남자다. 그 웃음이 어린왕자처럼 해맑다. 아, 세상에 자신에게 저리도 격의 없는 웃음을 던지는 인간이 있다니. 저토록 선량한 얼굴로. 그러나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 역시 미래가 감옥인 사람이다. 여기서 3일간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그 내역은 영화를 직접 보아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주의해야하는 점은, 이 로맨스는 범속한 센티멘털리즘이나 플라토니즘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 존재를 내던진, 내던질 수밖에 없는 실존적 구도다. 심지어 남편에게도 못 느꼈던, 평생 돌무덤처럼 닫혀 있던 육신의 문이 열반의 연꽃처럼 피어난다. 숲속 낙엽 침대 위에서다. 사랑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은 종내 인간의 편이 아니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 정도의 서사성을 갖춘 스토리라면 어느 감독이 침을 흘리지 않겠나.

하지만 현빈과 탕웨이가 과연 저 서사의 함의를 제 것으로 소화낼 수 있을 것인가?

30일 재생기간 만료

가사 뮤비

 

[김경미]

일단 영화보고 마마국시에서 회동하입시더~~~

[br lee]

이른 봄에 마마국시라? 원빈-탕웨이-시에틀 그리고 늦가을, 국시랑 잘 어울릴랑가?

[김경미]

우리가 언제 거기서 국시 묵었나요?

[백병현]

어렵습니따~~ 같은 독문과 출신인데도 가방끈?? 의 차이겠지요^^ 항상 공부하는 삶이 필요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br lee]

Herr 백, 미안하네. 자네 가방끈의 문제가 아니고 내 지병인 현학적 언사 때문이겠지. 그간 우리가 학교를 떠난 세월의 격차도 많고, 무엇보다 요즘 시대와 격조해진 나의 현실도 그렇고. 뭐, 새삼 공부할 것까지는 없고 언제 막걸리 한 잔 하면 내가 내공을 좀 불어넣어보도록하지. 술잔이 오가면 내가 좀 통속해지거든. 두어 갑자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걸세. 역으로 나도 한 수 배우고. Herr 백은 이 시대의 생생한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