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8일, 남원사회복지관(http://www.nswc.or.kr/)
‘작은 고추가 맵다.’ 라는 옛 말이 있다.
남원사회복지관의 기록을 다시 보는 지금은 새삼 느낀다.
‘작은 복지관은 뜨겁고, 그곳의 일꾼은 발바닥이 넓다.’고 말이다.
한덕연선생님께서 남원 가는 버스 안에서 오미자 차 한잔을 건네주신 덕에
달짝지근한 오미자차 한 모금과 함께 남원으로 들어섰다.
두근두근, ‘복지관은 어디에 있는 걸까?’ 남원사회복지관을 찾아 골목으로 들어서 여기 저기 살폈다.
복지관의 외형적인 크기는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작은 입구를 가진 복지관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고,
순례단원들과 교육실에 바짝 붙어 앉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남원사회복지관을 규모가 제일 작은 복지관이라고 소개하시던 강정아부장님의 말씀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두 눈에 불을 켜기 시작했다. 안경 한 번 올리고 집중 시작!
한 달에 한 번, 마을도서관에 어머니들이 모여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고 하셨다.
어머니들은 사회복지사가 생각할 수 없는 주제를 가지고 오시는데, 생명 이라는 주제엔, 아이들에게 출산비디오를 보여주고 탄생에 대한 책을 읽어주셨다고 하셨다.
엄마들이 직접 기획하여 진행된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대상으로 모여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참여의 자세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게 될 현장에서 혹은 나의 가정에서 실천해 보면 좋겠다.
강정아부장님께서는
“자기지역을 위해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다시 고향에 돌아가서 지역을 위해 일하세요.”
라고 마무리하시고는 문홍근관장님께 말씀을 넘기셨다.
# 사명감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지역사회를 섬기려고 하다 보니 길이 열렸다.”
사람만 섬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일할 지역도 섬기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지역사회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두 발로 많이 걸어다니며 지역을 익히고, 그렇게 지역사회를 만나고 사람들을 섬겨야 겠다. 그러면, 어느 길목에선가 서 있지 않을까?
“밥벌이로 하는 사회복지가 사람 잡는다.
사람은 안 보이고 돈만 보인다. 바우처와 요양보호를 하면서 사회복지에 위기가 왔다.
클라이언트는 내가 돈을 버는 도구로 전락하고 사회복지가 철저하게 왜곡된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사명감을 크게 강조하셨다.
또한, 사회복지를 전공한 딸에게 해주셨다는 말씀에서 문홍근 관장님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더, 제일 밑바닥으로 가라.”
우리 어머니께서는 "자식은 곰백살이 나도 부모한텐 자식이야." 라고 말씀하시는데
문홍근 관장님께서는 자녀에게 밑바닥으로 가라는 말씀을 하셨다니 많이 놀라웠다.
밑바닥? 낮은 곳은 어디이며, 나도 낮은곳에서 일하고 싶은지, 왜 그런지 생각해 본다.
기계와 전기를 이용해서 인위적으로 뿜는 분수가 아니라면 골짜기 물이든 강물이든
물은 자연스럽게 흘러 낮은곳으로 향한다. 날카로운 돌도 자기들끼리 부딪히고 다듬어져 강바닥에 이르러서는 동글동글 매끈해지듯, 나 또한 낮아지고 낮아져 그렇게 다듬어지고 싶다.
그리고 할 수 있고 해야한다면 자연스럽게 일 하고 싶다.
관장님 덕분에 내가 걸어갈 길, 환경, 일터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사회복지사가 사명이 빠지면 비참해진다.
사명감이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어야 한다. 사람이 보이는 사회복지 실천!”
사명감만 있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사명감은 있어야 하겠다.
어떤 사회복지사로 일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내 안에 자존심은 지켜야 겠다.
내가 지키는 자존심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자존심일테니까 말이다.
사명감, 내 심장에 불꽃이 튀었다.
# 사람
어느 월요일 조회시간에 나누었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한 젊은 사회복지사가 금요일 오후에 가난한 젊은 여성의 집을 방문하고 왔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젊은 여성은 겨울에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기름값도 없고 쌀도 없어서
추운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했다. 방문을 하고 그냥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월요일 아침에 전해들은 문홍근 관장님께서는 버럭 화를 내셨다고 했다. “넌 따뜻한 방에서 잠이 오더냐?”
그당시 따끔한 말을 쏟아내신 문홍근관장님의 모습이 다시 보이는 듯 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사람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자.
나의 어머니, 내 동생, 나의 할머니라면 어떻게 만나며 일할 것인지 가슴으로 느끼며 일하자 다짐했다.
# 열정
“주로 사업이 밖에서 이루어집니다. 낮엔 사무실에 사람이 거의 없어요.
사회복지는 건물이 아닙니다.
좋은 건물, 좋은 사무실에서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 건물이 없어서 복지를 못한다? 아니에요.
하드웨어(건물)도 아니고, 소프트웨어(프로그램)도 아닙니다. 뜨거운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남원사회복지관에서 듣고싶었던 말씀이었다. '낮에는 사무실에 사람이 거의 없어요.'
지역복지관에 관심이 많기에 흥미롭게 들었다. 현장에서 일 한다면 지역을 잘 다니고, 사무실 밖에 잘 나가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
“도전하지 않고 실수하지 않는 사회복지사보다 도전하고 실패하는 사회복지사가 낫다.”
“사회복지는 돈으로, 건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열정으로 하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없는 것이다.”
# 위기
“사회복지관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위기에요.
한참 가다보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지?’ 하게 된거죠.”
지역사회복지운동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지역사회복지사업이 아니라고 하셨다. 마을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예전에는 동네안에서 다 해결이 되었다고 한다. 교육, 의료, 식생활, 장례 까지 말이다. 스스로 그리고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마을공동체, 외부지원 없이 서로 돕고 살아가는 마을 만들기를 사업이 아니라 운동의 차원에서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지역사회복지관의 정체성에 잘 모르기에, 깊이 공부해보고 알고싶어졌다. 공부할 거리가 생겼다.
“일생동안 내 생명을 다 바쳐도 괜찮겠다.” 싶을 만큼 내가 사회복지를 잘 했다고, 후회하지 않는 사회복지를 해야겠다고 하셨다. “제대로 하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잘 배워서, 후회하지 않도록 제대로 하고 싶다. 인생을 살며 스스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큼 떳떳하게, 재미나게 살며 일할 것이다.
남원사회복지관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작은 복지관에서 일하시는 강점을 잘 살려서 재미나게 일하고 계신 생동이 느껴졌다.
굳이 복지관에 찾아오지 않아도 살고 있는 곳에서, 이웃들과 재미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감동하며 눈물의 강의를 듣고 사명감, 열정, 사람을 가슴에 새겼다.
앞으로 내가 일 할 곳도 사무실은 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아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작은 복지관 덕분에 지역을 두루, 넓게 다닐 수 있어서 얼마나 좋으실까.
첫댓글 이 글을 읽은 지금, 남원사회복지관 갔던 날의 뜨거운 햇살처럼 내 가슴이 다시 뜨거워졌어요. 정말 고마워요.
"사명 - 50만원 주는 곳이라도 목사는 가는데, 사회복지사는 왜 안 될까?
목사는 아무리 힘들어도 월급 올려달라 하지 않는다"
무슨 차이일까?
관장님께서는"사명, 자존심"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이 들으면 발끈 하겠지만, 강조하시는 바 "사명"이라는 것이 제게 깊이 박혀 숙제가 되었습니다.
보태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이 날 들었던 '사명감'에 대해 순례단 내에서도 생각이 많았어요.
스스로 마음을 정하는 것일까요, 혼자 깊이 생각해보면 되는 것일까요.
사명감..
가난한 젊은 여성 이야기.
추운데 냉방이었고
아기는 배고파 우는데 분유값이 없어 굶고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관에 보고하고 대책을 의논하겠다" 하고 돌아왔습니다.
주말 동안 그 어머니와 아기는?
관장님께서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하셨습니다.
제 노트에는 그 옆에 "호주머니 털어서라도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같이 있어 주라"는 말씀이 적혀 있습니다.
"복지는 건물이 아닙니다. 열정입니다."
"복지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열정입니다."
좋은 소프트웨어에 열정을 담으라 하셨습니다.
남원복지관 직원들은 주로 밖에서 일하는데, 업무의 90% 이상이 그렇다 하셨습니다.
순례 때마다, 배우고 또 배웁니다.
문홍근 관장님 고맙습니다. 강정아 부장님 고맙습니다.
나는 지금 "사명감"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명이라면, 이것이 그 분의 뜻이라 믿는다면,
열정을 다하여 달려갈 텐데...
사명감이 약해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 속 동료 사회복지사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싶고, 저항도 없지 않으니,
자꾸 주저하게 됩니다.
사명감이 약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덧 두달이 지났는데 남원복지관에서 들었던 말씀들이 은정이를 통해 다시 울리네, 하아.
우리가,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싶다. 열정과 사명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