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세번째 사례를 봅시다. 이번에는 괜히 강경책을 폈다가 수에즈 운하를 잃고 전세계적 비난을 받은 영국인들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혹시 체임벌린 수상이란 사람을 아시나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영국의 수상이었던 인물입니다. 당시 유럽은 히틀러의 영토 야욕으로 인해 전쟁의 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체임벌린 수상은 제1차 세계대전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양보를 하는 한이 있어도 전쟁만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히틀러가 요구하는 대로 오스트리아-수테텐 등의 지역을 계속 넘겨주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해서라도 히틀러를 달랠수만 있다면 그걸로 된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체임벌린 수상이 계속 양보를 해도 히틀러는 야욕을 멈추지 않더니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야 맙니다. 책임추궁을 받은 체임벌린은 수상 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죠. 그래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고야 맙니다.
그리고 영국인들은 체임벌린 수상의 사례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체임벌린이 아무리 양보를 해도 히틀러라는 독재자는 전쟁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즉 독재자에게는 아무리 양보를 해도 소용이 없으니까,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기면 유화책 따위는 버리고 무조건 강경하게 나가자. 그럼 문제는 해결된다!"라는 것이었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대영제국은 상당히 쇠약해집니다. 그 기회를 타고 이집트의 지도자 나세르는 1956년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합니다. 그런데 수에즈 운하의 소유권은 영국에게 있었습니다. 그대로 있다가는 수에즈 운하를 잃어버릴 판이었죠. 수에즈 운하는 유럽에서 아시아로 빨리 갈 수 있는 길이었기에 너무도 중요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나세르에게 유화책을 펴서, 그와 협상을 통해서 어느정도 수에즈 운하의 소유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역사적 교훈을 적용시키려는 사람들은 체임벌린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체임벌린은 히틀러라는 독재자에게 계속 양보만 하다가 망했다. 적에게는 무조건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집트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돌입해 버리고 맙니다. 그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영국군은 큰 피해를 입었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모두 영국을 비난했습니다. 그 결과 수에즈 운하는 완전히 영국의 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만약 영국이 나세르에게 무조건 강경하게 나가지 않고 어느 정도 유화책을 펴고 대화로 풀어가려고 했다면 분명히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겁니다. 하지만 체임벌린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무작정 현재에 적용시키려고 했기에 파국을 가져왔던 겁니다.
이런 사례 속에서 알 수 있듯이, 그냥 간단하게 역사적 교훈을 현실에 적용시키려고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현재는 그 사회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그 행동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던 이유는 그 사회적 환경 때문입니다. 현재는 당연히 그 환경이 바뀌었기에, 똑같은 행동을 해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무좀에 잘 듣는 약이라고 해서, 감기에 걸렸을 때 "저번에 몸이 이상할 때 먹어보니까 좋아지더라. 지금도 몸이 이상하니까 이 약을 먹어야지"하고 무좀약을 먹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어설픈 역사적 교훈으로 현실에 적용시키려는 것은 아주 "위험"합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네요
재밌는 내용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내용이 참 좋습니다. 좋은 교훈이 되겠군요. 다른 사이트로 퍼가도 되는지요?
예. 얼마든지 가져가셔도 됩니다.
저도 이거 퍼가고 싶네요. 제 전공분야(?)의 일화와 결부시켜... 네이버 제 블로그에 한번 올려보고 싶은데... 윤허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단순한 '결과론'은 이를 갈며 싫어하는지라)
예. 가져가셔도 됩니다. 어느 분이든 제 글이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