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누리 / 마음닦는 마을
“나”란 무엇일까요?
푸른누리는 누구 것입니까?
여기 사는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쥔 이예요.
거룩한 분, 마음더럼 모두 없앤 분, 스스로 오롯이 깨달은 분을 우러러
그분이 걸어가신 길 따라 걸으며, 거룩한 가르침 따라 살아요.
앞서 길 떠난 사람 뒤따르며.
작은 목숨붙이라도 보살펴 함께 살아요.
주지 않은 건 갖지 않고요, 길에 떨어져 있어도 거들떠 안 봐요.
남·녀는 서로 아무 맘 두지 않아요. 마땅히 몸 섞지 않고, 그저 같이 맘 닦는 길벗으로.
참말하며 살아요. 거짓되고 거칠고 헐뜯고 쓸데없는 말 하지 않아라.
술, 담배, 커피, 고기 못 끊은 이는 올 엄두 내지 말구요.
열일곱 해 앞 푸른누리 처음 꾸린 이들이 그러했듯이
이제도 땅, 물 더럽히지 않아라.
절로 나는 나물 즐겨 먹고 남새도 여럿 길러요.
저절로 나오는 똥, 오줌 거름 써서,
그러나 이젠 옛날과 달라라.
무얼 하든 알아차리며 살아요.
마음 맑히러 앉을 땐 두말할 바 없고, 몸으로 무얼 하건 하는 줄 알아차려요.
먹을 땐 먹는 줄, 이 닦을 땐 이 닦는 줄, 쌀 씻을 땐 쌀 씻는 줄 알고
설거지할 땐 설거지하는 줄 알아요.
냇물 따라 난 숲속 길 걸을 땐 걷는 줄 알고,
걷는 줄 알면서 들려오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리는 줄 알아라.
상추, 쑥갓, 오이 씨 뿌리는 줄 알며 뿌리고
달래, 냉이, 꽃다지 캐는 줄 알며 캐지요.
마음이 바쁜지 느긋한지 바라봐요.
바쁜 마음은 참말로 오래된 버릇이지라
언제나 이 일하며 저 일 미리 생각하지요
마음이 지금 하는 이 일을 알아차리게 하네요
마음이 고요하고 고른지 더 자주 살펴 보지라.
그저 마음이 고요하고 고른지 스스로 물어보지요
무얼 겪든 무얼 느끼든 고요하고 고른 마음으로 알아차립니다.
푸른 누리 살아요
어느 때라도 몸 느낌 알아차려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발끝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일어나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 지켜봐요.
이렇게 살고 싶은 이 누구라도 함께 살아요.
이것 갖추고 저것 마련하지 않아도 돼요.
마련, 마련, 마련하다 한뉘 다 보내 버리지라
이제 드디어 다른 데 마음 가지 않아
그저 알아차리며 살고 싶고,
오래 이어 앉고 싶어,
마음 깨끗이 닦으며 한 마음 한 마음 착하게 살고픈 이들
그냥 와서 함께 모둠 살이 일궈요.
껍데기는 다 버리고.
머리 껍데기, 옷 껍데기, 이름 껍데기 알음 껍데기.....
껍데기란 껍데기는 홀랑 벗어 버리고
오직 마음 맑히며 살아요.
쥔으로 살아요. 쥔은 느긋한 마음으로
무엇이든 스스로 알아서 하지요.
마음더럼 다 없애는 그날까지...
첫댓글 ^ㅇ^
참으로 유토피아가 따로없네요.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십넘은 철부지가
역마살 떨구고, 오롯히 깃들 수 있을지?
길은 어디에도 없었고
길은 어디에나 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