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 | 한무영 지음 | 그물코| 161쪽 | 1만 원
최근 물에 대한 논란이 많다. 우리나라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목적도 부족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슬그머니 바뀌고 있다. 물에 관한 국민들의 생각도 극명히 갈린다. 일부는 물이 부족하니 큰 댐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강에 보를 쌓아 물을 가둬 사용하자고 한다. 또 일부는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편이 좋으니 인위적인 시설물을 만드는 대신 물을 절약하는 교육만 시키자고 한다.
이런 와중에 토목공학자가 빗물에 대해 쓴 책은 많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사실 토목공학자가 물에 대해 얘기한다면 대규모 댐 건설을 주장할 것 같다. 하지만 빗물 재활용의 제안은 생태를 생각하는 환경운동론자의 주장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더 흥미롭다.
책에서 강조하는 바처럼 유엔이 물 부족 국가를 직접 지정하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1200~1300mm에 이르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양이 아니다. 다만 비가 여름철에 집중해 오고 가뭄기에는 강물이 말라 버리는 건천화가 진행되는 게 문제일 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댐을 더 짓자는 것이 지금까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역설적으로 대규모 댐을 건설하는 대신 여름철 쏟아지는 비를 소규모로 여러 곳에 모아둔 뒤 필요할 때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전문용어로 ‘분산형 빗물관리’라는 방식이다.
저자는 빗물이 가장 깨끗한 물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해 왜 빗물을 관리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기보다는 물 관리를 잘 못하는 국가이며 빗물만 잘 관리해도 물 부족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다음으로 저자는 실제로 빗물을 어디에 이용할 수 있는지 그 예를 보여준다. 특히 대도시에서 지하수가 고갈되거나 하천이 마르는 문제, 축사나 대학 캠퍼스에서 빗물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 등 실질적인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빗물의 효율적인 관리 방법에 대한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호흡이 짧은 글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짧은 에세이 같은 글 총 39편이 나열돼 있다.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과 같은 심오한 과학서적을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글을 풀어가는 방식은 일관된다. 전문가나 일반인들이 빗물에 대해 물은 질문들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 어려운 한자용어나 수식 하나 없이 내용이 쉽다. 상당히 전문적일 수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적절한 비유와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특히 현직 교수로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는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썼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