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빅 쇼트>는 마크 트웨인의 이 명언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뭔가를 확실히 안다고 착각’했던 사람들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이 언제까지고 견고하리라 믿었던 사람들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다. 2007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핵심 원인이었다. 영화는 이러한 위기를 예견한 4명의 금융인이 월스트리트를 상대로 거액의 자금을 챙긴 사연을 전한다. 사회성이라곤 없는 캐피털 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는 세계 금융시장의 붕괴를 가장 먼저 예측한 인물로, 골드만삭스를 찾아가 “미국 부동산 시장 폭락에 돈을 걸겠다”고 말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산다 도이치뱅크의 트레이더이자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은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안전자산이라 홍보한 CDO(부채담보부증권)의 부실을 파악하고 내부 정보를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흘린다 냉소와 불신으로 가득 찬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과 그의 팀은 자레드에게서 제공받은 정보로 대형 은행과 반대되는 투자를 감행한다 한편 은퇴 뒤 은둔생활 중인 전직 트레이더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는 눈밝고 대담한 젊은 펀드매니저 찰리(존 마가로)와 제이미(핀 위트록)를 돕는다 영화의 제목 ‘빅 쇼트’는 가격이 하락하는 쪽에 베팅하는 것을 의미하는 주식용어다.
<앵커맨>(2004) 시리즈 등을 연출하고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메인 작가였던 애덤 매케이 감독은 어려운 내용을 ‘재밌게’ 전달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우선 유명인들의 카메오 출연.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 유명 셰프 앤서니 부르댕,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경제용어 설명과 해설을 돕는다. 빠른 템포의 감각적 편집은 영화의 무거움을 덜어주며, “월가는 어려운 말을 써서 우월감을 드러내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똥”과 같은 대사는 신랄함을 더한다. 무엇보다 크리스천 베일, 스티브 카렐의 폭발적인 연기 에 무지한 사람들도 진득하게 엉덩이 붙이고 영화를 즐기게 만든다 <머니볼> <라이어스 포커>를 쓴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 논픽션(국내엔 <빅숏>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이 원작이다 글 이주현 2016-01-20
<빅 쇼트>를 본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 3편
빅쇼트
‘서브프라임모기지’, ‘CDO’, ‘신용부도스와프’… 머리 아프다. <빅 쇼트>를 봤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경제 공부를 해야 할까? 물론 그게 정답이다 지금 당장 서점으로 가서 관련 서적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다음 3편의 영화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다룬 <빅 쇼트>를 보기로 마음먹은 당신은 아마 이미 이 영화들을 봤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혹시나 보지 못했다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영화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과 정부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말아먹었는지 더 알고 싶다면 말이다.
인사이드 잡
1. 인사이드 잡 (2010)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래리 서머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하버드대학과 컬럼비아대학 총장 등. 누구냐고? 당시 <인사이드 잡>의 인터뷰를 거절한 사람들과 기업이다 대충 봐도 미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이다. <인사이드 잡>은 실제 경제 관료, 기업가, 정치인, 저널리스트, 학자들이 출연하는 다큐멘터리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과 세계 최대 보험사 AIG의 몰락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고. 사실 <인사이드 잡>은 <빅 쇼트>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빅 쇼트> 심화과정이라고 해야 할까 맷 데이먼의 친절한 내레이션이 있지만 아무래도 잘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분노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늘 열심히 일하지만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테니까. 2011년 아카데미 영화제 장편다큐멘터리 수상작이다.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2.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 (2011)<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이하 <마진 콜>)에는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경제 용어 대신 영화가 전하는 건 분위기다. 그 분위기는 엄청 살벌하다. 영화는 2008년 금융 위기 사태가 벌어지는 월스트리트의 (리먼 브러더스가 연상되는) 한 금융사의 24시간을 다룬다. 주인공은 샘 로저스(케빈 스페이시)다. 회사의 부회장 정도 될까. 영화는 대량 정리해고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회사는 망할 위기에 놓였다. 보너스를 제하고도 연봉이 960억원쯤 되는 회장 존 털드(제레미 아이언스)는 임원들을 소집한다. 그들은 자신의 돈을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지 논의한다. 정리해고 된 직원들? 알 바 아니다. 이들은 결국 이렇게 결정한다. 자신들이 만든 (정확한 용어는 모르지만) ‘쓰레기 증권’을 다른 회사에 팔아버리기로 한 거다. 한마디로 폭탄 돌리기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절대 손해보지 않는 사람들. <마진 콜>을 연출한 J.C.챈더 감독은 일련의 과정을 특유의 분위기로 전한다. 설명하기 힘든 그 어떤 분위기, 돈을 쫓는 괴물을 보는 서늘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못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도 볼거리다. 2012년 아카데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다.
월 스트리트
3. 월 스트리트 (1987) 올리버 스톤 감독의 전성기 작품이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악덕 금융가 고든 게코를 연기한다. 2008년 금융 위기와 별 상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빅 쇼트>의 초반부에 나오지 않던가 2008년의 몰락은 그 기원이 있다. 1980년대부터 월가의 탐욕은 그 끝을 정하지 않고 커져갔다. 마침 신자유주의를 내세운 레이건 정부가 들어섰다.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월 스트리트>다 그러니까 2008년 금융위기는 대략 20년 전부터 고급 양복을 입고 포르쉐, 페라리 타던 월가의 나쁜 놈들이 이미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탐욕의 기원이 궁금하지 않은가. 글 씨네21 데일리팀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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