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이야기

[오동나무]

         (다음의 글은  3년전에 제가 해금을 막 배우기 시작하면서 고교동창까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이 생각납니다마는 해금에 매료되었던 당시의 열정이 생각나서

          여기에 다시 옮겨봅니다. 즐감하시고 빙그레 웃어주세요****)  

친구 여러분, 심심한데 해금 이야기나 한번 해볼랍니다 

해금(奚琴)은 작은 울림통에 세로로 대를 세우고, 울림통과 대 사이에

두 개의 줄을 연결하여 그 두줄사이를 말총(말꼬리털)으로 만든 활대로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奚자는 어찌해 또는 계집종해이고 琴자는 거문고금이니

일견 ‘거문고일 수 없는 거문고’ 또는 ‘계집종이 타는 거문고’라고 오해할 법도 하지만

이는 근거없는 억지해석이고,

실은 옛날 몽고지역의 奚라는 부족이 좋아하던 현악기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운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해금을 태국에서는 소두웅(saw daung), 일본에서는 고뀨유(胡弓),

중국에서는 얼후(二胡)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해금은 고려 예종9년

중국의 송나라에서 수입되어 개량된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해금을 ‘아시안 바이올린’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야금의 음색이 서양악기중에서 피아노나 하아프의 그것과 흡사하고,

대금은 플루웃, 아쟁은 첼로, 거문고는 콘드라 베이스라와 흡사하니

해금을 그렇게 부른는 것도 그럴듯한 비유라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많은 바이올린 음악이 해금으로 연주되고 있으며,

어떤 음악은 오히려 해금으로 연주되어 더욱 깊은 감성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 악기중에서 음악의 global화에 가장 앞서고 있는 악기가

해금이라고 평가되면서 첼로와의 협주 또는 기타나 피아노의 반주에 잘 어울리는

독주악기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도,레,미,파...하는 서양식 7음계에 익숙해져 있고,

우리음악은 ‘궁.상.각.치.우’하는 5음계로 되어있다더라 하는 정도로 배웠습니다

도대체 그 당시에는 어떻게 해서 '황.태.중.임.남'하는 우리 음계를 놔두고 중국의

 5음계를 우리 것인 양 가르쳤는 지 모르겠습니다 

또 혹자는 서양악기가 일곱음을 낼 수있는데 비하여 우리 악기는

다섯가지 소리만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무지와 지난날의 그릇된 음악교육이 토악질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양사람과 동양사람의 구강구조가 서로 다르지 않아서 같은 아리아를

함께 부를 수 있듯이, 우리음악을 서양악기로 연주할 수도 있고

서양음악을 우리악기로도 연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동서양의 정서가 서로 달라서 ‘진도아리랑’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면

냉면에 토마토 캐챱을 풀어먹는 것 처럼 메스꺼울 것이고,

‘딜라일라’를 거문고로 연주하면 구십세 노인의 사랑타령이 될 것이니

그 맛이 아니라는 따위의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종이에 표시할 때 서양에서는 다섯줄이 있는 오선지 악보에다가

7음계라는 부호를 사용했고, 우리는 ‘정간보’라는 원고지 비슷한 악보에

5음계라는 부호를 사용한 것입니다. 7진법과 5진법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혹자는 두줄악기인 해금이 어떻게 7음계 또는 5음계의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줄로도 공명하는 길이의 조절에 따라서

수백개의 소리를 낼 수 있으니 줄의 수와 음폭은 무관하다 하겠습니다.

예컨대, 바이올린은 네줄이고 가야금은 열두줄이라고 해서

가야금이 바이올린보다 3배의 소리폭을 가졌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해금의 특성은 오히려 줄이 두개라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줄이 허공에 떠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또는 기타는 줄밑에 있는 ‘대’에 왼쪽 손가락으로 줄을 눌러서

떨리는 줄의 길이를 조절하여 소리를 내기 때문에 특정 포지션을

어느 누가 눌러도 같은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해금은 줄받침대가 없이 줄을 허공에서 누르므로

같은 사람이라도 특정포지션을 얼마나 세게 또는 가냘프게 누르느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소리가 납니다. 예컨대, ‘솔’을 낸 자리에서 좀더 세게 누르면

‘라’도 되고 ‘시’도 소리낼 수 있으니

"無形의 形 "같은 이 원시적인 조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또한, 허공에 뜬 줄은 농현(弄絃 : 현을 희롱함)의 현란함을 가능케 합니다.

첼로나 바이올린도 줄을 누르고 있는 왼쪽 손가락을 좌우 또는 위아래로 빠르게

흔들어서 소리의 떨림을 풍성하게 할 수 있지만,

공중에 뜬 줄을 누르고 흔드는 해금의 깊은 농현에는 비교될 수 없습니다. 

해금의 애잔한 소리빛과 가슴을 찌르는 센티멘탈은

실로 공중에 뜬 두줄의 신묘한 떨림과 예민함에서 비롯된다 하겠습니다

친구 여러분.

해금이야기 재미있으셨습니까? 신년벽두에 웬 국악타령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쁠수록 돌아가듯이 메마른 시절일수록 촉촉한 마음으로 살아봅시다.

아래에 해금소리 한가락 실어올립니다. 지긋이 눈감고 호흡하세요.......

저는 ‘사물을 감흥시키는 고정되지않은 파장’ 바로 이 해금소리에서

생멸(生滅)의 짜릿함을 느낍니다 (2009.1  오동나무)

(이글의 끝에 첼로반주에 맞춰 연주되는 해금창작곡 "적념"을 올렸었는데 나중에 지워졌더군요)

[내사랑해금]

오동나무님!~전 앉아서 복습금 심하게 공부했읍니다~와아~어찌 이리도 상세히 적어놓으셨는지...
모든 해그미분들께도 큰 도움이 될듯....올린 연주 듣고 싶습니다만 아쉬운데요~열쩡~짱!짱!

[가 빙(서 환)]

애잔한 두 줄의 소리는 오묘함 이겠지요...새로운 내용들도 읽게 됩니다.

[밍키]

해금에 대한 설명과 악기특성이 아주 잘 나타나있네요. 열정 또한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