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민당(自民黨)은 1955년 보수 정당인 자유당(自由黨)과 민주당(民主黨)이 합당을 해서 생겨난 정당입니다. 1993년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 비(非)자민당 연립정권에 권력을 내준 적이 있습니다. 1993년 8월 집권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내각은 자민당을 제외한 8개 군소 정당이 수립한 정권입니다.
그러나 호소카와 내각은 제1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집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민당 체제를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당시 연립정권을 이끌었던 신생당(新生黨)조차 의석수는 55석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자민당은 중의원 511석 중 223석을 차지한 최대 정당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연립정권은 결국 이듬해 6월 사회당 등 일부 정당의 이탈로 붕괴하고 맙니다.
자민당은 1994년 6월 연립정권에서 탈퇴한 사회당을 끌어들여 연립 내각을 출범시킵니다. 이 연립 내각의 총리를 당시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가 맡습니다. 그러나 자민당은 여당 연합 내에서 다수당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무라야마 내각을 자민당 체제의 붕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라야마 총리가 이끈 사회당은 취약한 리더십에, 자민당과의 연정(聯政)으로 지지 기반이 약화되면서 1996년 선거에 상당수 의석을 잃습니다. 결국 무라야마 총리가 물러나자 자민당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가 그 자리를 물려받습니다. 일본에서 야당이 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되면서 정권을 교체한 것은 1947년 이후 62년 만에 처음입니다. 1947년 가타야마 데쓰(片山哲)가 이끈 사회당은 총 466석 중 143석을 획득해, 여당이었던 자유당(131석)을 12석 차이로 누르고 집권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회당도 과반수 의석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가타야마는 사회당과 민주·국민협동당의 연립 내각을 구성했지만 1년 만에 내분으로 무너지고,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가 이끈 자유당이 재집권합니다.
조선일보 200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