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탐방 후기

[이계삼]

영양 우리손배움터 탐방 후기

일시 : 2011년 3월 12~13일

참가자 : 어른 22명, 아이 13명

김철원, 이선애, 박용규, 이은정(민지), 김은정(지원), 진은미(태준,태훈),안향미(한우), 이계삼, 가은경(홍범), 박상호, 하연주(성진,성경), 이귀영, 민경선, 전진주, 신현정, 안재용, 전경진, 박유숙(한이), 김인석(한솔), 이현주, 김정애(모인,예인), 김진숙(강산)

며칠간 몸이 좋지 않았다. 프레시안에 연재하는 칼럼에 최장집 박상훈의 민주주의론을 비판하는 글을 쓰느라 신경이 좀 예민했고, 잠을 많이 못자서 몸이 힘들었다.

영양은 지난 겨울에 우리손배움터 빈방강좌에 다녀오면서 처음 다녀오게 되었다. 나로서는 그곳의 식구들이 주는 생명력, 그리고 박형규 선생에 대한 존경심과 작은누리 식구들의 활기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마을학교 강좌의 탐방지를 그쪽으로 제안했고, 이렇게 다녀가게 된다.

그래도 버스 안에 꽉 찬 사람들을 보니 힘이 난다. 특히 자립생활센터에서 많이 참가해주어서 특히 고마웠다. 양산에서도 두 사람이나 참가해 주었다.

첫 번째 탐방지는 영양의 산촌생활박물관인데, 권정생 선생의 ‘한티재하늘’에서 보던 농기구들, 생활용품들이 모두 전시되어 있었다. 이제는 박물관에나 와야 구경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사실 말이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가고 싶은 마음이다. 비록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서당 훈장 정도밖에 못하겠지만, 전쟁과 양반의 착취만 없다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한 인생 살다가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이 근대의 비참과 야만은 늘 끔찍하다. 영양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도, 어디를 가도 간판에 광고에 번쩍이는 네온사인에 건물에, 썩은 냇물 같은 살풍경을 보지 않아서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점심 식사를 박물관 옆에서 까먹었는데 꿀맛이 따로 없었다. 역시 이렇게 탐방가는 재미는 사람들끼리 먹는 재미다. 온 집안들에서 갖가지 반찬의 전람회를 하는데, 어찌 그렇게 맛이 좋던지..

영양 우리손배움터에 도착했다. 작은누리 식구들이 트럭을 타고 와서 우리 짐을 날라주었고, 좀 이어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초등학교에 축구를 하러 가서, 어른들은 참 편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박형규 선생의 강의는 주로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해주었다. 나도 뭐 거창한 이념이나 활동상 이런 것보다는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은 아마도 신학생이던 시절, 신장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 만난 취객의 이야기일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와 너무나 흡사한 상황. 집 안에 곤히 잠들어 있는 아기, 취객을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무작정 밀려오는 느낌’의 의미를 지금 되짚어본다.

누구나, 살다보면 중요한 체험들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체험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몇 번씩의 느낌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안지는 못하고 늘 곁가지에서 변죽만 울리며 말로, 입으로 떠들어온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몸으로 사는 사람, 박형규 선생은 이를테면 우리 밀양 식구들 중에 김철원 실장님이나 이경수 아저씨들처럼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 같은 느낌을 주는 분이다. 강의를 들으며 문득 나는 한동안 답장을 하지 않던 펜팔 친구(교도소에 있는)에게 답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어떤 체험을 끝까지 부여잡고 다니는 박형규 선생님, 강원도 철원, 경기도 포천, 충북 괴산, 경북 문경, 그리고 이곳 영양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몸으로 살아온 것이다. 바른 길에 대해서, 길잃은 아이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내지 않았는가.

앞으로 또 많은 일을 하시겠지만, 이것만으로도 하느님은 훌륭하게, 잘 살았다고 인정해주실 것이다.

성현씨, 달래씨, 아름씨, 민호씨, 네 아들 딸은 참 이뻤다. 그 나이 또래들과는 확실히 비교가 되었다. 교육의 힘을 생각했고,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명문대학에 다니는 아이들도 가시같은 근심과 불만과 짜증으로 얼마나들 힘들어하는가. 세상 문제에 대한 뚜렷한 주견과 남을 돌볼 줄 아는 마음씨들, 몸으로 부딪쳐 알아 낸 세상의 모습에 대한 확신, 스무살의 나이는 그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박형규 선생의 이야기는 공동체 운동에대한 성찰로도 읽혔다. 바닥운동으로 기초가 다져지고, 이 공동체들이 물결로 서로 연대하고, 바람으로 공기와 같은 것으로 이 세상의 훈훈한 공기를 만들어가자는 운동.. 나중에 뒤풀이 때 신영복 선생이 가석방되어 처음으로 강의하실 때, 들었다던 이야기, 혁명이란 흘러가는 냇물에 돌을 던져서, 건너편에 앉아있는 누니의 손잔등에 닿는 파문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또한 묵직했다.

고인 호수가 아니라 흘러가는 냇물에 돌을 던지는 아이의 마음.. 그것이 혁명을 꿈꾸는 이의 마음이라고, 선생께 무릎을 꿇었다는 이야기.  공동체는 ‘합의’는 할 수 없겠지만, 다 다르니까, ‘협의’는 해야 한다는 말씀, 펑크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새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도, 오래오래 새겨질 것이다. 공동체에서 경전읽기와 삶나눔의 대화마당, 야생 종마를 길들일 때도 큰 틀로 울타리만 쳐 주고 알아서 길들여지게 놔둔다는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그저, 대화 중간 중간에 보여지는 그의 결기, 일본 말로 ‘곤조’랄까, 그런게 있어야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박선생을 예전부터 알아왔지만, ‘노래하는 망치’라는 멋진 닉네임이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작은누리 식구들이 손수 지은 멋진 나무집을 보니 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핍과 내핍의 의미에 대해서도, 물이 나오지 않아도 기꺼이 즐겁게 감당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공동체의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에는 고재섭 원장의 강의를 들었다. 말씀을 듣다보니, 고원장님이 우리나라 대체의학의 한 중요한 줄기를 잡아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문 알로에에서 근무하시던 때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명석하고 분명하게 자연의학의 논리와 사례를 설명하시는 것이 인상깊었다. 한번 강의가 아니라 몇 번 제대로 듣고 실습을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아쉬웠다.

‘증상이 치료다’라는 명제는 분명히 가슴에 받아안았다. 나도 웬만하면 조그만 통증이나 감기 같은 것에는 약을 쓰지 않고 견디고 싶다. 백미, 백설탕, 밀가루, 우유, 소금, 5백이라고 하는 그 흰것들을 끊어야 한다는 말씀도. 당장 현미를 사서 밥에 넣어먹어야겠다고도 결심했다.

다른 이들은 ‘관장’에 많이 꽂힌 것 같았는데, 나는 ‘단식’에 많이 꽂혔다. 언제고 한번 단식을 실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식구들도 너른마당에서 꼭 한번 함께 해보았으면 좋겠다.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안 될거라는 분명한 확신을 얻었다.

작은누리 식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별자리를 다녀온 것 같은데, 아이들마다 되게 좋았다고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우리손배움터에 지불한 돈이라봐야 겨우 1인당 1만원의 숙박비일 뿐인데, 너무 많은 배려를 해 주신다. 감사의 뜻으로 돈을 조금 모아 전달해드렸다.

밤새 이런저런 이야기와 노래 속에 3시까지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꼬마 녀석들이 2층 다락방에서 떠드는 통에 잠을 깨서 몸이 무거웠다.

바깥에 나가면 우리 너른마당 식구들은 참 일사불란하게 잘 움직인다. 밥하는 조, 설거지조, 차리는 조, 치우는 조, 참 탁탁 잘 움직여서 우리손배움터를 말끔하게 청소를 했다.

둘째날 점심에는 영덕에서 맛난 물회를 먹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속이 좋질 않았다.

며칠간 고된 일정을 소화한 통에 몸살기에 몸이 무거워서 어제 집에 오자마자 10시간 넘게 쿨쿨 잤다. 아직도 속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몸은 그래도 많이 개운해졌다.

지금껏 홍성, 원주, 그리고 영양까지 세 군데 탐방을 다녀왔다. 갈 때마다 그것이 우리에게 작은 도전이 되어 우리의 길을 밝혀준 것 같다. 홍성에서는 생협과 대안적 삶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원주에서는 기금을 모아서 그것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너른마당의 틀을 꿈꿀 수 있었다. 영양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또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좌표가 되어줄 것 같다. 오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다들 참 멋진 말씀들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비슷한 감동과 또한 진지한 자세로 이 이틀간의 일정에 함께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이 일을 추진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애쓰셨습니다. 그리고 박형규 선생님과 작은누리의 식구들, 고재섭 원장님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잘 살면 그것이 영양에서 받은 환대와 우정의 선물에 대한 보답이 되겠지요.

[이선애]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수고하신 덕에 모두들 수월케 준비된 자리에 편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정리까지 이렇게 잘 해 주시니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1박2일동안 알지고 너무나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고마워용^^

[풀잎]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촛불사람들, 그리고 너른마당에 이르기까지 늘 가지는 생각이었는데, 영양에 다녀오면서 다시 또 한번 갖게 되는 생각입니다. 하나하나 경험하면서 배워가겠습니다. 포항에서 사온 홍게(비록 대게는 아니었지만) 우리끼리 먹으려니까 쬐금 죄송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맛있었답니다 ㅋㅋ*^^*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방울토마토]

세상에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다들 수고 많으셨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이번 마을학교를 위해 수고 많이하신 분들 고맙습니다...^^...

[풀빛 동심원(안향미)]

이번 봄에 많은 공동체를 만났습니다. '여민동락'의 강위원님, '밝은세상', '관악사회복지회' 그리고 '우리 손 배움터' 까지... '그래서 이제 난?'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많이 묻습니다.
부지런히 정리 글까지 올려주신 이계삼선생님, 또 고맙습니다.

[김원규]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정리해주시는 덕에 멀리서 마음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애쓰셨고 고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들새엄마]

함께 열심히 공부하고 만들어가는 모습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노력하시는 틈에 끼여 받기만 하지만, 밀양에서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다는게 행복합니다.*^^*

[낮은나무-김영습]

함께 가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잘 정리해서 올려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또한 먼길 다녀오신 님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깊고맑고파란]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고들 합니다...다양한 연령대의 영양의 아이들(?) 모습에서 외유내강과 올바른 관계맺음을 느꼈습니다...마을학교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수고 많으셨어요...사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지만요...^^

[홀더]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약속하고 못 가게 되어 죄송합니다.
모습이 그려지는듯한데 세세한 내용은 담에 한번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이 부럽고.... 수고하셨습니다. ㅎㅎ

[밀양자립생활센터]

우와~ 후기까지~~
1박 2일 행사 준비하시느라 넘 고생많으셨습니다^^ 즐기기만 하다 온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더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