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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함수곤
한밤의 사진편지 제1737호 (12/9/2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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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홍콩! (6)
글, 사진, 편집 : 박정임 (한사모 운영위원)
홍콩의 마지막 날 아침을 먹은 후 어젯밤 늦게까지 부시럭거리며 싸놓은 캐리어를 끌고숙소를 나섭니다.
비록 허름하고 비좁긴 했지만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긴장하지 않고, 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기에 좋았던 한인 민박집이었습니다.
비행기 이륙시간이 오후 3시 30분이니까 오전 시간은 온전히 여기서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구룡공원을 가보고 싶었지만 캐리어때문에 포기하고 센트럴로 가기 위해 육교가 아닌 길, 네이던 로드쪽으로 가다가 만난 헤리티지 1881입니다.
헤리티지 1881은 호텔, 레스토랑, 까페, 명품 샵등이 모여있는 복합건물인데 건물 자체도 아기자기하고 예쁠뿐더러 계절에 따라 호텔 앞에 설치하는 조형물들이 너무 아름답고 분위기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스타페리 선착장과 오션 터미널이 만나는 곳에 이르니 어젯밤 화려한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던 크리스마스 장식이 비록 화려한 조명은 꺼졌어도 여전히 동화 속 어느 마을을 옮겨다 놓은듯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홍콩은 빅 세일을 겨냥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휘황찬란한 불꽃 아래 온 도시가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 것입니다.
그동안 내내 2층만 타고 다녔던 스타페리를 오늘은 1층으로 탔습니다. 1층과 2층의 입구가 다르고 1층이 2층보다 값이 싸네요.
창밖으로 보이는 오션터미널에 크루즈가 정박해 있습니다. 언제 크루즈를 타볼까하며 백일몽에 잠겼던 크루즈를 올 봄, 미국 동부 여행할 때 마이애미에서 바하마 가는 크루즈를 타보았으니 꿈을 이뤘다고 할까요.
빅토리아 하버를 건너 센트럴 스타페리 선착장에 도착하여 풋브리지와 연결된 IFC 빌딩으로 들어갔습니다.
빌딩 지하에 있는 홍콩역 도심 공항터미널에서 짐을 부치기 위해서입니다.
짐을 부치고 밖으로 나오니 날아갈듯 몸이 홀가분했습니다. 공항까지 AEL(공항고속기차)로 가면 24분만에 가니까 여기서 한시간 전에만 출발하면 됩니다.
점심도 해결할 겸 이 근처에 있다는, 완탕면이 맛있기로 소문난 침사키 누들을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가이드 북에 나와있는데로 찾아갔지만 그곳에 침사키 누들집은 없었습니다.
젊은이를 붙잡고 침사키 누들집을 찾는다고 했더니 여기서 동쪽으로 세블럭을 더 가야 있다고 가르쳐줍니다.
침사키 누들이 있다는 방향으로 걸으면서 갈등합니다. 오늘은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냥 아무집에나 들어가서 점심이나 떼울까하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정말 아무집에나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무집은 식당 안에 손님이 가득 차서 비어있는 자리가 거의 없는 집이었습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젊은 처자가 식사를 하고 있는 2인석의 맞은 편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처자가 먹고있는 음식이 완탕면이 아닌가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합니다.
완탕면은 새우나 어묵, 고기등으로 만든 것과 쌀국수와 밀국수로 만든 종류가 있다는 정도의 상식으로 새우 완탕에 쌀국수를 시켰습니다. 홍콩식으로 밀크 티도 한 잔 시켰습니다.
먹어보니 멀리 침사키 누들까지 가지 않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은 좀 허접해 보이지만 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탱탱한 완탕이 입속에서 톡 터지면서 새우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혀끝에 착 감겨오는 맛!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맛이었습니다.
아, 이래서 헐리우드의 성룡이 어느 인터뷰에서 지금 가장 하고싶은 일이 뭐냐는질문에 홍콩에 가서 완탕면을 먹는 거라고 했구나...
음미하면서 먹는 내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짖던 맞은 편의 처자가 말을 걸어옵니다. 홍콩에 쇼핑하러 왔느냐고.. 관광하러 왔다고 했더니 의외라는 듯한 표정입니다.
완탕면을 맛있게 먹고 밀크 티를 마시면서 시선이 입구쪽으로 향했는데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입구에서부터 바깥으로 길게 줄을 지어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얼른 자리를 내어주고 밖으로 나와 건물 사진을 찍습니다. 침사키 누들을 찾지 못해 들어간 집. 침사키 누들을 찾지 못한 것이 전혀 아쉽지 않은 만족스런 맛집이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센트럴을 걸으며 인파에 묻혀봅니다. 비좁은 길을 가득 메우고 바쁘게 걷고 있는 인파,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느릿느릿 달리는 트램,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있는 빌딩들.
홍콩의 거리 풍경을 가슴 속에 가득 담으며 뚜벅뚜벅 홍콩 거리를 걷습니다.
센트럴의 빌딩가를 걷다가 눈에 띈 풍경입니다. 건물 여기저기 삼삼 오오 무리지어 앉아있는 처녀들. 빌딩의 야외 테라스도 모두 그녀들이 점령했습니다.
심지어는 육교의 계단까지 모두 그녀들이 점령해서 행인들은 양쪽의 에스컬레이터만 이용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동남아에서 온 가정부 수가 10만명이 넘는다는 홍콩은 주말이면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비좁은 아파트에 이들이 있을 공간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들고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랍니다.
다시 풋브리지를 지나 IFC 빌딩으로 들어갑니다. 쇼핑몰은 이미 크리스마스 손님 맞이가 끝난 곳도 있었고 한창 준비중인 곳도 있었습니다.
어슬렁거리다가 발견한 종합 문구점 파피루스, 그곳에서 만난 귀여운 돼지 두마리를 데리고 빌딩 지하에 있는 홍콩역으로 가서 AEL(공항고속기차)에 올랐습니다.
공항까지 3정거장, 고속으로 24분 달려갑니다. 공항 로비에서 옥토퍼스 카드 남은 금액을 환전하는 것으로 홍콩에서의 일정은 모두 끝났습니다.
인천행 타이 항공 33K 좌석에 앉아 한숨을 돌립니다. 가이드의 뒤만 숨가쁘게 따라다니는 여행이 아닌 나만의 자유로운 여행이하고싶어서 떠나온 여행.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한 여행이었습니다.
떠나기 전엔 정말 느긋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막상 되돌아보니 하루에 12시간이 넘게 여기저기 홍콩을 누비고 다니며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자 욕심을 부린 여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에 또 홍콩에 올 기회가 있다면 그땐 정말 후회없는 멋진 여행을 할 수있으리라는 자신감 하나를 얻고 떠납니다.
아! 페닌슐라 호텔 더 로비의 에프터 눈 티...
Brah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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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함수곤
첫댓글 아! 페닌슬라 호텔 디 로비에 에프터 눈 티!!
혀끝에 착 감겨오는 "완탕면" !!
볼거리 먹거리를 만끽하며 홍콩의 거리 풍경을 가슴속에 안고 뚜벅뚜벅 홍콩 여행을 마치신 박위원님 대단하십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형님! 에프터 눈 티는 지금도 아쉬움입니다. ^^
뚜벅뚜벅 나도 그렇게 하고 싶소. 여러모로 참고가 되겠습니다. 가게되면 다시 읽어 볼거에요 . 부러워하는 김균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