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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02
씬 1 고모의 가게 전경, 밤.
고 모 : (E) 넌 꼭 장바구닐 들고 다니드라?
씬 2 가게 안.
미옥, 진열장에서 맥주를 꺼내 시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고모, 카운터에 앉아 그런 미옥을 보며,
고 모 : 안 귀찮어?
미 옥 : (맥주 담으며) 비니루 때문에 환경이 엉망이래.
고 모 : 아, 환경? 그렇지, 우리가 환경을 생각해야지, 근데 웬 맥주를 그렇게 사?
미 옥 : 간만에 미수랑 재수랑 한잔하게.
고 모 : (서운한) 니들은 니 아버지 집 나가고 더 재밌게들 산다?
미 옥 : (대수롭지 않게) 그럼 아버지 집 나갔다고 다 큰 것들이 맨날 울까?
고 모 : (서운한)
미 옥 : (카운터로 오며) 얼마야?
고 모 : (맘에 안드는, 물건 보며) 2만 5천원.
그때, 영민 무심히 들어오며 ‘누나, 나왔어요?’ 하다가 미옥 보고, 움찔하는,
고 모 : 뭘 그렇게 놀래?
미 옥 : (영민 보는) ?
영 민 : 저 그게.. 누나 저 올라갈게요. (하다가, 닫힌 문에 부딪히고)
미 옥 : (황당하게 보는)
고 모 : (달려가 영민 보며) 영민씨 왜 그래? 안다쳤어?
영 민 : (민망한, 정신 없이 얘기하는) 안다쳤어요. 괜찮아요. 정말 안다쳤어요, 걱정마세요, 미옥씨.
고모, 미옥 : ?
영 민 : (순간 아차 싶어, 미옥 보는) ?!
미 옥 : (돈 놓고, 바구니 들고, 영민 보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 갸웃하고 가는)
영 민 : (가는 미옥 보는데, 속상한)
고 모 : (그런 영민 보며) 영민씨, 설마 우리 미옥이한테 뻑 갔니?
영 민 : (고개 저으며,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라, 얼버무리는) 뻑 간 정도는 아닌데..
씬 3 거실.
민이, 자고 엄마, 미옥, 재수 화투치는,
미옥과 재수, 맥주 마시고, 엄마는 과일만 먹으며,
재 수 : (패가져다 제 앞에 놓으며) 뭐해? 한 장씩 줘, 한 장씩.
미 옥 : (떨떠름한, 패 한 장 주며) 넌 왜 그렇게 잘돼?
엄 마 : (속상한, 재수 보며) 너 속여?
재 수 : (기분 좋은) 속이긴 누가 속여?
엄만 화투만 치면 사람을 못믿드라, 아주 이상한 버릇이에요. 고쳐!
엄 마 : 너만 잘되잖어.
미 옥 : 그만 말들하고, 아우, 빨리 빨리 쳐. 나 삼천원 잃었어.
엄 마 : 휴.. (하고, 한숨쉬고, 치면)
재 수 : (좋아서, 앉은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앗싸, 또 뻑이다, 또 뻑! (춤추듯) 울라, 울라, 울라!
미 옥 : 정신 사나워! (하고, 치지만, 패 안맞는) 죽이게 안맞네.
재 수 : 그렇다면 내가. (하고, 패 치고, 뒤집는 패를 마치 꾼처럼 쪼고, 활짝 웃으며)
떴다, 떴어, 한 장씩, 한장씩! (하고, 기분 좋아, 패 챙기는데)
미옥, 엄마 : (서로 황당하게, 보다가)
미 옥 : (순간, 담요를 확 뒤집는)
재 수 : (놀라) 뭐야!
미 옥 : (웃으며, 돈 챙기며) 뭐가 뭐야? 너 돈 딸만큼 땄잖어.
엄 마 : (웃으며) 잘했다.
재 수 : (미옥에게, 애원하듯) 돈 줘.
미 옥 : (혀 내밀면)
재 수 : 씨. (하고, 돈 챙기는 엄마에게 달려들어) 돈 내놔, 돈!
엄마, 웃으며, ‘너 돈 많이 땄잖어’ 하고
재수, 끝까지 돈을 뺏으려 달려들고, 그렇게 두사람 실랑이하고,
미옥, 웃으며 맥주 마시며,
미 옥 : 야, 엄마 힘들어, 에지간히 해. (하고, 욕실에 대고) 미수야, 맥주 마시자!
씬 4 욕실.
미수, 칫솔에 치약 바르다가 ‘어!’ 하고 대답하고 양치하려다 문득 인철 생각하는.
1, 인써트 - 1부 회상.
인 철 : 나처럼 집안 대대로 부자인 사람은 생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는 얘기예요?
미 수 : 네.
인 철 : (말꼬리 자르며, 얼굴 굳은) 컴플렉스 건드리지 말아요.
미 수 : ?
인 철 : 난 어려서부터 어머니, 아버지한테 그런 소릴 수도 없이 들었어요. 천하에 쓸데없는 놈,
부모가 밥 먹여주니까 세상 무서운 게 뭔지 모르는 놈. 니가 한 게 뭐 있냐?
부모 덕으로 이만큼 온 거지, 이놈아. 그래요, 난 세상 무서운 게 뭔지 하나도 모르는 놈이에요.
됐어요, 이제? (하고, 낚시대만 보는)
미 수 : ?
인 철 : (자조적인) 다들 자기들만 세상을 알지... 웃기고들 있어, 진짜.
인철의 서글픈 표정 오래 보여주는.
2. 인써트 - 회상(1부에 없는 내용)
석양 지는 해변, 인철, 신발 들고 맨발로 앞서 걸어가고, 뒤따라 미수 신발 들고 걸어가는.
3, 인써트 - 1부 회상.
수영장에서 인철이 키쓰하던 장면,
그리고는 수영해서 멀어져 가던 장면.
4, 인써트 - 수영장 밖(1부에 없는 씬입니다, 촬영요함!).
미수, 수영장에서 나와 속상한 얼굴로 비치에 있는 짐 챙겨 가려는데,
인철, 휙하는 휘파람 소리 들려, 미수 소리 난 쪽 보면,
인철, 수영장 난간에 걸터앉아 ‘미안해, 장난 좀 쳤어. 화난 거 아니지?’ 하는,
미수, 굳은 ‘반말하지마.’ 하고 가는.
인철, 가는 미수보고 서글프게 싱긋이 웃다가 다른 데로 시선 돌리는데 서글픈.
씬 5 미옥의 방안.
한쪽에 이불 깔려져 있는.
미수, 화장대에 앉아 인철 생각에 답답한.
사 장 : (E, 기분 좋은) 장인철하고의 관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엮어.
그 사람 돈만 있는 게 아니라, 아이템 선별 능력도 뛰어나. 꽉 잡어.
엄마, 마저 이불 깔고 있는, 기분이 좋은 듯하다.
엄 마 : 미수야, 내려와, 누워.
미 수 : (화장대에서 내려와 이불 무릎에 덮고 앉는)
엄 마 : (미수의 얼굴 손으로 만져주며, 좋은) 좋다.
미 수 : (담담하게) 뭐가?
엄 마 : 니가 엄마 집에서 자니까.
미 수 : (작게 웃으며 편안한 얼굴로, 엄마 보며) 내가 집에서 자는 게 그렇게 좋아?
엄 마 : 어. (하고, 머리카락 넘겨주면)
미옥, 씻은 얼굴로 들어오며,
미 옥 : 아주, 아주 이뻐 죽네, 죽어.
엄 마 : (미옥 보며, 웃음 띤) 샘 나?
미 옥 : (화장대에 앉아, 화장품 바르며) 샘 나긴, 뭐가 샘 나. 어이없어 그런다.
구질스런 집 싫다고 지 혼자 삐까뻔쩍한 집 얻어서 나가 사는 기집애가 뭐가 이쁘다고.
미 수 : (듣기 싫은, 괜히 고개 숙이고, 머리 쓸어 올리면)
엄 마 : (미옥 보며, 여전히 웃으면서) 샘나구나.
미 옥 : (화장만 하며) 가서 주무세요.
엄 마 : 어. (미수 머리 만져주며) 잘 자. (하고, 미옥 머리 만져주며) 너두.
미 옥 : (어색하게 웃으며) 가서 자요. 어색하게 왜 이래?
엄 마 : (미옥 안으며) 뭐가 어색해. 엄만데.
미 옥 : 하지마.
엄 마 : 할거야. (하고, 미옥의 볼에 입맞추고)
미 옥 : (좋으면서도, 볼 손등으로 닦으며) 왜 이럴까?
엄 마 : (웃으며) 간다. (하고, 나가는)
미 옥 : (가는 엄마 보고, 웃으며) 진짜 왜 저래.
(하고, 미수 보며) 야, 김미수 너 정말 엄마 재혼시키자는 말 진지하게 생각해봐.
미 수 : (제 생각에만 빠져 가만있는)
미 옥 : 야, 김미수!
미 수 : 말도 안되는 일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잘 거야. (하고, 눕는)
미 옥 : (이불 걷어 버리는)
미 수 : (미옥 속상하게 보다가, 다시 이불 덮는)
미 옥 : (다시 이불 걷는)
미 수 : (버럭) 나 좀 내버려둬!
미 옥 : (황당한, 주변 둘러보고, 미수 보며) 너 누구한테 큰소리야?
미 수 : (맘 가라앉히며) 나 힘들어. 회사 일만해도 머리 복잡해 미치겠다구.
그러니까, 언니, 그만해라, 그만, 어? (하고, 다시 눕는)
미 옥 : (조금 미안한) 회사에 뭔 일 있어?
미 수 : 불이나 꺼!
미 옥 : (맘에 안드는, 억지로 일어나 미수를 발로 찰까 말까 하는)
미 수 : 나 화낸다.
미 옥 : 회사 다니는 게 무슨 유세라고 뻑하면, 회사 회사. 에우,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참아야지..
(하고, 불끄는)
씬 6 엄마의 임대아파트 앞, 아침.
엄마, 양동이에 물을 받아 미수의 차를 열심히 닦고 있는,
그때, 미수 나오며,
미 수 : 세차장 가면 될 걸, 뭐 한다고 추운데 그래.
엄 마 : (웃으며) 다 했어.
미 수 : (차에 타 시동 걸고, 차 창문 내리고) 언니한테 생활비 통장으로 넜다 그래.
엄 마 : 어. 근데 또 언제 와?
미 수 : (보고, 작게 웃는)
엄 마 : (미수 보고, 웃음 띤) 묻지마?
미 수 : (웃음 띤 채) 갈게요. (하고, 가는)
엄 마 : (양동이 들고, 웃으며 가는 미수에게 손 흔드는)
씬 7 차안.
미수, 그런 엄마 보며 작게 웃음 짓고 가다가, 다시 인철 생각에 답답해 지는.
씬 8 수영장 안.
인철, 수영장 바닥에 앉아 눈감고 있는, 외로운 모습이다.
씬 9 수영장, 호텔 일각.
인철, 수영장에서 나와 타올 들고 호텔 쪽으로 가면, 전통물건을 파는 원주민들 보이고,
인철, 그냥 지나치려다가 한쪽에 말없이 앉아있는 어린 원주민 여자애 보고 다가가
물건을 들고 영어로 얼마냐고 물으면, 원주민 아이, 수줍게 5달러라고 말하고,
인철, 사겠다고 달라고 하고, 여자애 기뻐하며 물건을 포장하는,
인철, 그 여자애를 서글픈 웃음 짓고 보는.
그때, 직원 와서 인철에게 말 거는,
직 원 : (영어로) 공항에 가실 택시가 왔습니다.
인 철 : (고개 끄덕이고, 여자애 보는)
씬 10 미옥의 방안.
미옥, 전화하고 있고,
재수, 런닝 바람으로 앉아 미옥을 황당한 얼굴로 보고 있는,
미 옥 : 연세는 어떻게 되시는데? 육십? 너무 많다. (사이) 그래두.. 오십대랑 육십댄 다르지..
일은요? 부동산 중개업.. 재산은? (고개 끄덕이며) 괜찮네. 알았어요. 날짜가 언제라구?
울엄마야 집에 있는 사람인데 뭐, 아무 때나 괜찮지. 그래요, 그 날로 해요.
알아요, 거기. 네, 네, 고마워요, 아줌마. (하고, 전화 끊는)
재 수 : (맘에 안들게 미옥 보며) 아주 지 멋대로구만.
미 옥 : 넌 가만있어. 어린 게 뭘 안다고. (하며, 일어서려 하면)
재 수 : (일어나 미옥 손목 잡으며) 취소해.
미 옥 : ?
재 수 : 엄마는 나만 있으면 된대. 근데 무슨 선을 봐. 그리고 아버지랑 이혼도 안했잖아?
미 옥 : (재수의 팔 뿌리치며) 엄마랑 아버지랑 이참에 이혼시킬 거야, 내가.
재 수 : 누나!
미 옥 : (속상해, 진지하게 말하는)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하루 진종일 엄마 보고 있음 속이 터져.
알어? 미수는 집나가 살고, 너는 밖으로 도니까 모르는 거야. 나는.. (눈가 붉어지는)
엄마 불쌍해서.. (맘 다잡는) 너두 머리가 있음 생각을 해봐, 열여덟에 시집와서
뻑하면 바람 피고 집 나가는 아버지 땜에 이날 이때껏 지지리 고생만 하다, 저 모양 저꼴 되고..
니 엄마 인생, 어이없지 않니?
재 수 : 내가 있고, 누나들이 있는데,
미 옥 : (말꼬리 자르며) 엄마두 남자 필요해. 아버지 같은 사람말고, 좋은 남자.
너두 나두, 미수두 엄마 등골 그만 파먹자, 어? (하고, 나가고)
재 수 : (짜증스레) 어떻게 저렇게 혼자 잘났냐? (머리 긁는) 아우, 아우, 아우!
씬 11 거실.
엄마, 베란다 쪽 유리를 신문지로 닦다가, 미옥 보는,
민이, 한쪽에서 그림 그리는,
미 옥 : (머뭇대며, 조심스레 묻는) 괜찮은 아저씨래. 나가서 만나나봐.
엄 마 : ?
미 옥 : 엄마 제발 큰 딸내미 소원이야. 안갈 생각하지마. 끌고라도 갈거니까.
엄 마 : ?
미 옥 : 대답해, 갈 거예요, 말 거예요?
엄 마 : (아무 일 없다는 듯) 갈게. (하고, 유리창 닦는)
미 옥 : (안 믿기는) 정..말?
엄 마 : (유리창만 닦으며) 어.
미 옥 : (떠보듯) 두말하기 없기다?
엄 마 : 안 그래. (하고, 일만 하는)
미 옥 : (혹시나 말을 번복할까 싶어서) 그럼 나간다 그런다. (하고, 민이에게) 엄마 업어, 가게 가자.
(하고, 엄마 눈치보며, 나가려는)
그때, 재수 방에서 나오며,
재 수 : (미옥 보며) 끝까지 성질대로 하지? 끝까지!
미 옥 : (일만 하는 엄마 눈치보며, 재수에게 조용히) 가만있어. (하고, 나가는)
재 수 : (엄마 보며) 선 볼 거야?
엄 마 : (창만 닦으며) 어.
재 수 : (속상해, 버럭) 엄-마-!
엄 마 : (고개 돌려, 문 쪽 보고, 재수 보며, 멍한) 왜 그래?
재 수 : 엄마가 나말고 남자 만나는 거 나, 싫어!
엄 마 : (편안하게 웃으며) 한번만 딱 만날게, 니 누나 소원이래. 화내지 말어,
엄마 딱 한번만 만날게, 어? (하고, 유리창 닦는)
재 수 : (싫은) 정말 누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번만 보는 거야?
엄 마 : (유리창 닦으며, 편안한) 어.
재 수 : 엄만 나말고 남자 안좋아하는 거다?
엄 마 : 어.
재 수 : 증말이다?
엄 마 : 어.
재 수 : 에이씨, 그래도 짜증나고 싫다, 진짜! 누나 미워! (하고, 욕실로 가는)
엄 마 : (가는 재수보고, 웃으며, 유리창 열심히 닦는)
씬 12 동사무소.
아버지, 재건모(아버지의 팔짱끼고) 서서 기분 좋게 직원이 일하는 모습 보고 있다.
아버지 : 이제 그럼 김재건이가 법적으로 아무 하자 없이 내 아들 되는 거죠?
직 원 : (일하며) 네.
재건모 : 너무 좋다.
아버지 : (재건모 보며) 그렇게 좋냐?
재건모 : (고개 끄덕이고, 웃고) ..
아버지 : (웃음 띤)
씬 13 고모의 거실.
아버지, 고모, 고모부 앉아서 얘기하고 있고,
고 모 : (열 받아 얘기하고 있는) 미옥인 미옥이래두 언니두 정말 이상해.
고모부 : 뭐가 이상해!
아버지 : (말없이 듣고만 있는)
고 모 : 사태가 그렇잖어, 미옥이가 아무리 선 봐라 선 봐라 그런다 그래도,
언니가 싫다고 안간다 그러면,
고모부 : (말꼬리 자르며, 고모 어이없게 보며) 아니, 처남댁이 싫다 그럴게 뭐 있냐?
고모, 아버지 : (고모부 보면)
고모부 : (아버지 보며) 왜 서운해요?
아버지 : (맘에 안들게 보는)
고 모 : (아버지 눈치 보며) 여보..
고모부 : (고모 보며) 너 내가 우리 우식이 걸고 말하는데, 나 딴 여자랑 바람피고 돈 안벌어다 주면,
너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당장 보따리 싸서 이 집 나가. 알았어?
고 모 : (속상한) 여보!
고모부 : (일어나 아버지 보며) 형님, 우리 양심 껏 좀 삽시다, 예?! 양심 껏 좀 살아요!
아우, 열나네, 정말! (하고, 나가는)
고 모 : 저이가... (하다가, 아버지 보며) 그러게 오빤 왜 바람을 피고 난리부르스야? 오빠 나이가 적냐?
오빠 지금은 몰라도 더 늙으면 후회한다? 오빠 부탁이다, 그 집 정리하고 언니네로 와, 어?
아버지 : (안보고, 답답한) 재건이 자식도 내 자식이야, 걘 어떡하고?
고 모 : 그러게, 애는 왜 나!
아버지 : 니 언니 어딧냐?
고 모 : (애원조) 오빠, 그럼 재건이만 덱고 들어와라. 그 재건엄마랑은 헤어지고, 어?
아버지 : 차라리 날더러 죽으라 그래. 잔소리 그만하고 미옥이에미 어딧어?
고 모 : (어이없어, 화나는, 버럭) 놀이터에 어머니랑 나갔다, 됐냐!
아버지 : (가고)
고 모 : 정신차려! 그 여자는 뭐 맨날 젊냐, 그 여자두 늙으면 언니처럼 쭈그렁 바가지 돼, 알기나 알어?!
씬 14 놀이터.
아버지, 걸어와 멈춰 서서 한쪽 보면,
엄마, 할머니랑 그네 타며 즐거운.
엄 마 : (그네 타며) 할머니 그렇게 있음 안돼, 발을 굴러, 그래야 앞으로 가지.
할머니: (수줍게 웃으며) 언니, 난 이런 거 잘 못타.
엄 마 : (편안하게) 할머니 난 언니 아니고, 사돈.
할머니 : 사돈 아니야, 언니야.
엄 마 : 할머니 머리는 하얗고, 내 머린 까만데, 내가 어떻게 언니야. 언니 아니지.
할머니 : 그래두 언니야.
엄 마 : 그래, 할머니가 그렇게 부르고 싶음 그렇게 해. 내가 이제 할머니 언니다, 언니.
(하고, 웃고, 그네 타고)
할머니 : 언니, 이뻐. 나한테 감자두 주고.. 누룽지도 주고..
엄 마 : (편안하게, 그네 타며) 그랬구나, 할머니 언니가 할머니 이뻐해갖고
감자두 주고 누룽지도 줬구나..
아버지, 그런 엄마 착찹하게 보다가 그냥 돌아가려는데,
미옥, 오는 모습 보인다.
미옥, 오다가 뭔가 이상해 앞 보면,
아버지 서 있는,
미 옥 : (싫은, 맘에 안들게 보는)
아버지 : 너 괜한 짓 하지 마라.
미 옥 : 뭘요?
아버지 : 니 엄마가 임마, 무슨 선을 봐, 선을 보긴!
미 옥 : (어이없어, 웃고 마는, 숨 고르고, 아버지 보며) 저 가도 되죠? (하고, 가려는데)
아버지 : (미옥 보며) 남자 마음을 그렇게 모르니까, 이혼을 하지, 자식아.
미 옥 : (멈춰 서서, 서운하게 보면)
아버지 : 니가 임마 잘했으면 니 남편이 왜 밖으로 돌아, 그리고 니 엄마가 이뻤어 봐라 내가 미쳤다고
딴 여잘 좋아해?! 니엄마 옛날 사람이야, 임마. 우리 할머니도 그렇고, 우리 어머니도 그렇고
옛날 사람들은 다 그렇게 참고 살았어?! 이 건방진 자식아!
미 옥 : 그래서 할머니 어떻게 돌아가셨어요? 울화병이 심해 암 걸려 돌아가셨죠?
나두 엄마두 그렇게 말년 맞으라구요? 그건 못하죠.
아버지 : (답답하게, 미옥 보면)
미 옥 : 어쩜 그렇게 제 전남편이랑 똑같으세요. 징그럽게 닮으셨어요.
아버지 : (속상하게 보는)
미 옥 : 그 인간 연락처 드릴까요? 만나서 계하세요. 조강지처 버린 사람들 친목계, 뭐 그런 거.
(하고, 가며) 엄마, 밥 먹자!
아버지 : (답답한) 에우, 에우.. (하고, 가는)
미 옥 : (가다가, 다시 뒤돌아 아버지 보는, 속상한)
씬 15 마트 바깥.
진우, 재수, 영민을 왜 저런가 싶게 보고,
영민, 벽에 기대서서 말 꺼내기 어려워 괜히 땅바닥을 발로 차며 머뭇대는,
진 우 : (왜 그런가 보는) 말씀을 해보세요? 왜 그래요? 형?
영 민 : (고개 숙이고 땅을 발로 차며, 굉장히 말하기 힘들어하는)
재 수 : 똥 마려요?
영 민 : (고개 숙인 채, 고개 젖는)
재 수 : (영민 보며, 탐색하듯 천천히 말하는) 그럼 혹시...
영 민 : ... (눈만 빼꼼히 들어, 재수 보는)
재 수 : 혹시 말이에요.. 혹시..
영 민 : ...
재 수 : 엊그제 사간 생선이 상했어요?
영 민 : (고개 젖는)
재 수 : (짜증스런) 그럼 뭐예요? 생선두 안 상했는데, 장사하는 사람 불러내서 왜 말을 안해요?
진 우 : 나는 어째 좀 감이 있네.
영민, 재수 : (진우 보면)
진 우 : (영민 보고, 웃음 띤) 아저씨 누나 좋아하죠?
재 수 : ?
영 민 : (재수 보며, 작심한 듯) 재수씨.
재 수 : (영민 보면)
영 민 : 나 누나 좋아해. 미옥씨가 별거하고 집으로 온 다음부터 맘이 있었는데, 이혼했단 말 들으니까
맘이 확 가드라구. 남자로서 부탁할게, 혼자선 안될 거 같아서 그래. 도와줘.
재 수 : 누나요, 어떤 누나?
진 우 : (재밌다는 듯) 어떤 누나겠냐? 미옥이 누나지.
재 수 : (황당한) 설마, 취향이 별나도 그렇게 별날라구.
영 민 : 미옥씨가 어때서....
재 수 : (황당한, 영민 보고) 오마이 갓..
그때, 미옥 부르는,
미 옥 : 재수야, 진우야, 니들 뭐해? 장사 안해?
그 소리에, 영민, 재수, 진우 미옥 쪽 보면,
미 옥 : 니들 또 장사할 시간에 뒷골목에 모여서 짤짤이 하지?!
영 민 : (서둘러, 재수에게) 그럼 재수씨 부탁해. (하고, 자리 빠져나가고)
영민, 그 자리 피해서 한쪽 벽면에 몸 숨기고 미옥 쪽을 긴장해 보는.
미 옥 : (가는 영민 보고, 재수, 진우 보며) 저 아저씬 왜 저렇게 허둥지둥 가.
(재수 보며) 저 아저씨 짤짤이 해서 돈 많이 잃었니?
재 수 : (가는 영민 보며, 어이없는 웃음 띠고 고개 절레절레 젖는)
진 우 : (미옥 보며, 웃음 띤) 누난 좋겠다. (하고, 가고)
미 옥 : ? (재수 보며) 진우 뭐래니?
재 수 : (미옥 보며, 재밌다는 듯 웃음 띤 채) 누나 신나겠다. 아직도 그 나이에 남잘 설레게 할 수 있다니,
대단해, 김미옥!
미 옥 : (황당한) 뭐라고 이빨을 까, 너?
재 수 : 영민이 형이 누나가 좋아 미치겠단다. 참 내. (하고, 가는)
미 옥 : ? (뭐가 뭔지 모르겠는, 고개 갸웃하고 마트 쪽으로 가려다가
느낌이상해 고개 돌려 영민 쪽 보면)
영 민 : (미옥 보고, 놀래 몸 숨기는)
미 옥 : (고개 갸웃하고) 설마... (하고, 가는)
영 민 : (가는 미옥 긴장해 보는)
씬 16 미수의 사무실.
미수, 직원들 바쁘게 고객들과 전화하는.
미 수 : (웃음 띤) 물론 장인철 사장님도 나오시죠. 드림은 드림대로 저흰 저희대로, 투자 결정하셨어요.
그럼요. 네, 네, 목요일 서던 호텔 3시, 네 맞아요. 네, 그때 뵐게요.
(하고, 전화 끊고, 다시 명함 찾아 전화하려는데)
사장, 와서 미수의 책상에 걸터앉으며,
사 장 : 장인철씨랑 연락했냐?
미 수 : (명함 찾으며) 아직 발리에 있을 거예요.
사 장 : 목요일 투자자 모임에 장인철 빠지면 시루떡에 콩고물 없는 거다.
미 수 : (사장 보며) 저 이번 건에서 이만 빠질래요, 선배.
사 장 : ?
미 수 : (편안하게 웃음 띤 채) 투자자들 다 잡았으니까, 정현씨가 맡아도 무리 없을 거,
사 장 : (말꼬리 자르며) 아이템도 아이템이지만 너보고 투자자들 모인 거야.
한 번 발 담그면 끝까지! 쓸데없는 소리하고 있어. (하고, 가는)
미 수 : (답답한)
그때, 핸드폰 오는, 미수 받는,
미 수 : 네, 신영창투 김미숩니다.
씬 17 비행기 안.
인철, 비행기안의 전화로 전화하는.
인 철 : 투자자모임 언젭니까?
씬 18 미수의 사무실.
미 수 : (머뭇대가) 목요일 3시, 서던 호텔이요.
인 철 : (E) 알았습니다. (하고, 전화 끊는)
미 수 : (순간 당황한) 여보세요? (하다가, 전화 끊고, 어이없어 웃는) 기가 막히네.
씬 19 비행기 안.
인철, 담담하게 책자를 보고 있는.
씬 20 마트 안, 밤.
미옥, 열심히 정리하고 있는,
진우, 옷 갈아입고 나오는,
진 우 : (웃으며) 누나, 먼저 가서 미안해.
미 옥 : 지랄말고, 가.
진 우 : 이제 남자도 생겼는데 말 좀 곱게 써라.
미 옥 : (어이없게 째려보면)
진 우 : (순간 찔끔해서) 갈게, 누나. (하고, 가는)
미 옥 : (가는 진우 보고, 다시 정리하는데)
그때, 영민 오는.
영 민 : 저기..
미 옥 : (보면)
영 민 : 삼치 있어요?
미 옥 : (무심히) 네. (하고, 삼치 하나 들어, 칼로 탁 치는, 그러다 순간 드는 생각)
재 수 : (편안한, E) 영민이 형이 누나 미치게 좋댄다.
미 옥 : (괜히 어색한, 다시 생선 토막 탁하고 치려다가, 멈칫하고 조심스레 긴장해 생선을 자르는)
계속되는 재수의 이펙트.
재 수 : (E) 영민이 형이 누나 미치게 좋댄다, 누나 미치게 좋댄다, 누나 미치게 좋댄다.
영 민 : (그런 미옥을 보는, 뭔가 말하려는)
미 옥 : (생선을 다 자르고, 뭔가 수줍은 듯 봉투에 생선 담고, 조기 한 마리 더 넣는)
영 민 : 조기는.. 안살 건데.
미 옥 : 떨이라 그냥 드리는 거예요. (하고, 생선 봉지 주는)
영 민 : 아, 네. (하고, 봉지 받다가, 미옥과 손을 잡는)
미 옥 : (긴장해, 영민 보는)
영 민 : (놀라, 얼른 떼며) 저 그럼 가볼게요.
미 옥 : (뭔가 서운한) 그러시죠, 뭐.
영 민 : 안녕히 계세요. (하고, 돌아서는데, 이게 아니지 싶다) 이게 아닌데, (하는)
미 옥 : (영민을 보며, 뭔가 서운해 몸과 고개를 빼다가, 생선상자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는)
영 민 : (놀라, 뒤돌아 미옥에게 뛰어가 미옥 일으키며) 미옥씨, 괜찮아요, 괜찮아요?
미 옥 : (영민 안듣게, 혼잣말) 무지 쪽팔리누만.
영 민 : 다친 데 없어요? 괜찮아요?
미 옥 : (짜증스레) 됐어요, 가요! (하고, 일어나 생선 주워담는)
영 민 : (놀라고, 다시 맘 추스리고, 속상한, 미옥 보다가, 그냥 가는)
미 옥 : (생선 담으며) 애들이 장난치는 거지. 나 같은 년을 누가..
(하다가, 다시 영민 간 쪽 보며) 뒤나 한번 돌아보고 가지..
씬 21 미수의 회사, 밖.
재수, 한쪽에 앉아 껌을 씹으며 랩을 하고 있는데,
미수, 회사에서 나와 그런 재수 보며,
미 수 : (걸어가며) 부랑아처럼 왜 땅바닥에 앉아있어.
재 수 : (환하게) 나왔네. 근데 무슨 일을 오밤중까지 하냐.
미 수 : (재수 스쳐가며) 너 같은 날라리나 일이 없지. 나는 바뻐. (하고, 차로 가는)
재 수 : (싫은) 말을 해두... (하고, 따라가고)
씬 22 미수의 차안.
미수, 안전밸트하는.
재수,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하는.
미 수 : 내려.
재 수 : 압구정까지만 데려다 줘.
미 수 : (걱정스레, 보며) 너 누나가 압구정에서 놀지 말랬지? 삐끼질두 하지말구.
재 수 : 전에두 말했지만 형 죽인 자식, 그 자식 잡을 때까진 나 압구정 안떠나.
수사드라마 봐도 나오잖아, 범인은 반드시 사건현장에,
미 수 : (말꼬리 자르며) 너 오빠일 아직두 안잊었니?
재 수 : (황당한) 그걸 어떻게 잊냐?
미 수 : 칠팔년전 일이야? 범인들까지 다 잡혀서 형 받고, 다 끝난 사건이라구!
재 수 : (버럭) 끝나긴 뭐가 끝나! 가짜들만 실형 받고, 진짜는 외국으로 날렀는데!
미 수 : 재수야.
재 수 : 긴말마. 그냥 난 그 놈 잡아서, 형 맞은 만큼만 패주고 싶은 거니까.
미 수 : (화나는) 그러다 너 다치면!
재 수 : 에이! (하고, 나가버리는)
미 수 : (답답한, 시동 거는)
재 수 : (운전석 열고, 미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줘.
미 수 : (가만 보다가, 어이없고, 기가 차, 허! 하고 웃는)
재 수 : (웃음 띠고) 사랑해. 내가 젤로 싫은 게 형제들끼리 으르렁대는 거야, (윙크하며) 알지?
미 수 : (따뜻하게) 돈 있어?
재 수 : 사실 그것 땜에 왔어.
미 수 : (가방에서 지갑 꺼내 돈주며) 누나 너 다치는 거 싫다, 알지?
재 수 : (크게) 아, 옙!
미 수 : 정말?
재 수 : 아 _ 예-.
미 수 : (작게 웃고) 가.
재 수 : (경쾌하게) 아참, 큰누나 연애할지도 모른다. 어떤 실없는 형이 누나가 좋대. 꼴 때리지?
미 수 : ?
재 수 : 간다. (하고, 문닫고 가는)
미 수 : (차 몰아가며, 작게 웃음 띤) 언니가 남잘 만나? (고개 저으며, 웃음띤 채) 오, 노우..
씬 23 압구정 환락가.
재수, 지니와 제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고,
여자손님들 그런 재수, 지니 사이에서 왜 저러나 싶은 얼굴들로 서있고,
돌돌이 안절부절하는.
재 수 : (웃으며, 지니에게 약올리듯) 아니, 진짜 싸가지들이시네요.
지니, 제인 : (황당한 듯 재수 보고)
재 수 : 여기 이 손님들이 저희 업소에 가시겠다잖아요. (손님들보며) 아니야, 누나들?
손님들 : 싸우지들 말고 빨리 어떻게 해요. 우리도 바뻐.
재 수 : 아니, 나는 누나들 모시고 갈라그러는데 이 싸가지들이 자꾸 날 잡잖아요?
(지니에게) 그렇죠? 싸가지님 원? (제인보며) 싸가지님 투?
제 인 : (같잖게 보고, 웃으며) 졸라, 열 받게 하네, 얘가.
재 수 : 아, 열 받으셨어요? 그럼 한 대 치시죠?
제 인 : (다짜고짜 재수의 머리통을 때리는)
돌돌이 외, 모두 놀라는.
재 수 : (굳은, 제인보며) 쳤냐?
지 니 : (웃음 띤 채) 니가 치랬잖아. 제인은 사람 말을 잘 들어. (강조하듯) 아주 심히, 잘 듣지.
제 인 : (웃으며) 열 받니? 그러게 왜 개겨?
재 수 : 아, 덥다! (하고, 웃통 벗는)
돌돌이 : 형! (지니, 제인에게) 야, 니들 잘못했다 그래? 이형 빨가벗고 덤비면 무서워.
제 인 : (여전히 웃음 띤) 잘못한 게 있어야 잘못했다 그러지, 돌돌아.
지 니 : 옷 벗으면 지만 손해지 뭐. 감기 들고.
손님들 : 뭐야, 가자. (하고, 가는)
구경꾼들, 뭐야, 뭐야 하며 재밌다는 듯 모여드는.
재 수 : 정말 덥네. 한겨울인데도 미치게 더워! (하고, 옷 벗어서, 팬티차림이 되는데)
그때, 호루라기 소리 들리고,
재수외, 지니, 제인 놀라 소리 난 쪽 보면,
경찰, 세 명 뛰어오는,
경찰1 : 이 자식들 니들 또 삐끼질이지, 거기서 꼼짝마, 자식들아!
돌돌이 : (재수에게) 형 튀어, 내가 막을게, 이번에 형 잡히면 큰일나!
재 수 : 에이씨! (하며, 옷 주워들고, 뛰고)
제 인 : 같이 가, 꺽달아! (하며, 긴장한 지니 팔 잡고) 뭐해, 뛰지?!
지 니 : (허둥대며) 어.
재수, 지니, 제인 뛰어가고.
경찰들, ‘거기 서!’ 하며 뛰어가는.
씬 24 환락가일각.
재수 죽어라, 뛰어가며 사람들을 밀치고,
지니, 제인 죽어라 뛰고,
경찰들, 호각 불며 달려오고,
씬 25 계단.
재수, 죽어라 뛰고, 지니, 제인도 죽어라 뛰는,
경찰들도 죽어라 쫓아오는.
재 수 : (뛰어가며) 졸라 쫓아오네, 짭새들, 다리 후달려 죽겠구만!
제발 그만 쫓아와, 무서워, 이 짭새들아! (하고, 옷 던지고)
씬 26 골목 일각.
쓰레기더미 있고, 트럭 놓여져 있는.
경찰들, 골목으로 뛰어들어가 주변을 살피지만, 아무도 없는,
경찰1 : (헉헉대며, 주변 보며) 어딧지?
경찰2 : 글세.
경찰3 : 야, 가자, 무슨 국가사범도 아닌데, 이렇게 고생을 하냐.
경찰1 : 가자. 에우, 짜증나.
경찰1, 외 모두 가는.
잠시 후, 쓰레기더미 부스럭대고 움직이면,
재수의 목소리만 들리는,
재 수 : 가만있어.
쓰레기더미 조용하고,
경찰1, 순간 골목으로 고개 디미는,
경찰2, 경찰1에게 와서 ‘그냥 가자’ 하고.
경찰1, 가면.
잠시 후, 쓰레기더미 속에서 제인 나오는,
제 인 : (작게) 지니야.
지 니 : (트럭 위에서 몸 일으키며) 갔지?
재 수 : (트럭 밑에서 기어 나오며) 죽는 줄 알았네.
제 인 : (재수에게로 가, 머리 쓰다듬으며 웃으며) 야, 너 머리 좋다.
재 수 : (손 탁 치고) 우린 적이다. (하고, 일어나 가려는데, 다리 아파하며 절룩이는) 아!
제 인 : 다쳤냐?
재 수 : (제 다리 보면, 무릎이 긁혀서 피나는) 갈았나 보네. (하고, 크게 재채기하는) 에취!
지 니 : 우리 집에 가자. 너 그 꼴로 집에 못갈 거 같다.
제 인 : 그래.
재 수 : ?
지 니 : (제인에게) 넘자. (하고, 바로 옆집으로 담 넘어 들어가는)
제 인 : (따라 들어가는)
재 수 : 니들 뭐해?
제 인 : 우리? 담 타?
재 수 : 니들 도둑년이냐?
제 인 : 자기집 터는 도둑도 있냐, 자식아.
재 수 : 니네 집인데, 왜 담을 타?
제 인 : (멍하게) 심심해서. (하고 들어가는)
재 수 : (황당하고, 멍한) ?
씬 26-1 옥탑가는 계단.
지니, 제인, 앞서 계단 오르고, 재수 뒤따라가며,
재 수 : (조용히) 야, 여기 니네 집 진짜 맞어?
제 인 : 드럽게 의심두 많네, 자식.
재 수 : 니들이 기집애야, 의심들게 하잖아.
지 니 : 조용히 좀 해. 주인아저씨 나오면 어쩔라그래.
제 인 : (재수에게) 조용히해.
재 수 : 너나, 조용히 해!
지 니 : (재수 째려보면)
재 수 : (기죽고)
씬 27 다세대 주택 방 한 칸 짜리 집안 (이후, 지니의 집).
작은 철대문 열리고, 지니, 제인, 재수 들어서는.
욕실, 쪽마루, 방 한 칸(방문짝 없는)이 전부다.
재수, 뭔가 주저하는 모습으로 들어와 벽에 걸린 커다란 현판을 보고 갸웃하는.
인써트 - 현판(금남의 집).
재 수 : 금남의 집?
제 인 : 어, 금남의 집.
재 수 : 남자는 출입금지다, 그거냐?
제 인 : 아니, 내 이름이 원래 금남이야. 내 집이란 얘기지. (하고, 욕실로 가며) 나 먼저 씻는다.
재 수 : (가는 제인 황당하게 보며, 궁시렁) 저거는 미친애 같애.
지 니 : 앉아라. (하고, 냉장고 뒤지는)
재 수 : 그래. (하고, 주위를 보는)
인써트 - 방안, 풍경.
어디 한군데 빈 데가 없이 어질러져 있는 실내.
재 수 : 야, 방안이 이렇게 어질러져 있는데 어딜 앉아?
지 니 : (냉장고에서 꺼낸 물 마시며) 그럼 서 있든가.
재 수 : (멍한) ?!
씬 28 엄마의 집 앞.
엄마, 재수 기다리는.
키 큰 남자, 고개 숙이고 오는,
엄 마 : (반갑게) 재수야!
남 자 : (고개 들고) ?
엄 마 : (어색하게 웃으며) 미안해요, 우리 아들인줄 알고...
남 자 : (그냥 가고)
엄 마 : (가는 남자 보고, 길가 쪽으로 고개 빼고) 으, 춥다.
그때, 민이 나오며,
민 이 : 할머니.
엄 마 : 왜 나왔어? 추운데. (하며, 민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만지는)
민 이 : 삼촌 친구 집에서 자고 낼 온대, 전화 왔어.
엄 마 : 그랬어. 그래, 그럼 들어가자. 아이고, 이쁜 내 새끼.
(하며, 민이 안고, 서둘러 들어가며) 가자, 가자, 춥다.
씬 29 지니의 집.
재수, 몸에 꼭 맞는 촌스런 츄리닝에 긴 월남치마를 입고 황당한 표정으로 서 있는,
지니(옷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제인(옷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바닥에 작은 상 놓고
인스턴트 밥에 김치랑 김만 놓고 밥을 먹는. 한쪽에 건조대에 빨래한 세탁물 있는,
재 수 : (서서, 두 사람 보며, 얼이 나간 듯) 정말 옷이 이것밖에 없어?
지 니 : 치마 싫음 (한쪽 건조대쪽 턱으로 가리키며) 젖은 거라도 입어라.
제 인 : (밥만 먹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야, 너 꽃무늬치마가 잘 어울린다,
야. 남자들 그런 옷 소화하기 힘든데. 별난 체형이에요.
재 수 : (열 받는, 애써 참으며) 후.. (하고, 한숨쉬고, 바닥에 앉는)
지 니 : 밥 먹을래?
재 수 : 관둬.
제 인 : (인스턴트 그릇에 있는 밥 싹싹 긁어먹으며, 재수 보며) 자식, 가까이서 보니까 매력있네.
(하고, 윙크하는)
재 수 : (제인 보는, 황당한) ?
제 인 : 뭘 그렇게 째려봐, 임마. 재수 없다 그런 것도 아니고 매력있다는 건데.
(하고, 상을 발로 옆쪽으로 밀어놓는)
재 수 : 니들 혹시, 방을 이 꼬라지로 해놓고 그냥 잘라 그러는 거 아니지? 상도 안치우고?
제 인 : 방을 왜 치우냐, 또 드러워질 건데.
지 니 : 제인이랑 난 방에서 잘 거야. 넌 여기서 대충 아무데서나 구겨져 자라.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제 인 : (재수에게) 잘 자.
재 수 : 밥 쳐먹고 둘 다 이빨도 안닦냐?
제 인 : 왜 닦어, 또 드러워질건데.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재 수 : 아우, 드런 년들! 이빨도 안닦고, 아우, 드러워, 드러워!! 진짜, 드러워, 진짜, 드러워, 드러워,
와, 드럽다, 드러워!! (하고, 방을 치우기 시작한다)
지니, 제인 방에서 재수 보는,
제 인 : 강아지 한 마리 키울까 싶었는데, 차라리 쟬 키울까?
지 니 : (웃고) 자자. (하고, 드러눕는)
재수, 짜증스럽지만 열심히 일하는, 재수의 모습에서 DIS.
시간경과 - 불꺼진 방.
지니, 제인, 방에서 자고 있는,
재수, 마루에 누워, 크게 한숨을 쉬며 뒤척이다 슬그머니 지니, 제인쪽을 보면,
잠자는 지니와 제인 모습 보이는,
제인, 작게 코를 골며 자고,
지니, 편안하게 잔다.
재수, 마른 침을 삼키며 지니를 눈으로 훑는,
지니, 이불이 들춰져 하얀 다리가 보인다.
재수, 긴장해 조금 더 보려고, 슬그머니 일어나 지니를 보면,
제 인 : (눈감은 채, 졸린) 그러지 마라.
재 수 : (화들짝 놀라는) ?!
제 인 : 친구는 친구로 보고, 여자는 또 여자로 보고 그래야지, 아무한테나 그렇게 침흘리면, 되냐,
똥개두 아니고, 자식아.
재 수 : 너 안잤냐?
제 인 : (몸 돌리며) 잘라 그러는데, 니 눈길이 너무 뜨거워서 깼어. 이제 그만 진짜 자라, 어.
재 수 : (깊게 한숨쉬고, 다시 지니 보는)
카메라, 지니의 자는 얼굴, 목선 보여주는.
제 인 : 눈 떼라, 눈.
재 수 : (힘든, 혼잣말) 아, 피 쏠려. (벌떡 일어나) 제인 나 간다. 담에 보자. (하고, 일어나 나가는)
제 인 : (그대로, 졸린, 혼잣말처럼) 불쌍한 남자 놈들.. 여자라면 아무나 보고, 피 쏠리고..
에우, 안됐다. 안됐어.
지 니 : (졸린) 자자.
제 인 : 그래, 자자.
씬 30 거리.
재수, 월남치마에 츄리닝 입고 터덜터덜 가는,
재 수 : 지니 기집애, 괜찮네... 아, 대단해. 좋아요, 좋아... (하고, 가고)
씬 31 엄마의 집, 새벽.
미옥, 졸린 눈으로 쌀을 씻어, 밥통에 앉히며, 엄마의 방 쪽에 대고 말하는,
미 옥 : 엄마, 안 일어나? (사이, 혼잣말) 어제 새벽까지 재수 기다리시드니, 피곤했나.
(하며, 방으로 가서 문열며) 엄마, 엄마!
씬 32 엄마의 방안.
미옥, 놀라 ‘악!’ 하고 문 앞에 주저앉는,
엄마, 벌떡 일어나 놀라 ‘왜 그래, 왜 그래, 아가’ 하고 미옥을 보면,
미 옥 : (놀라, 여자 옷 입고 자는 재수 보며) 누.. 구야.. 저 여자?
엄 마 : 여자? (하고, 재수 보면)
재 수 : (일어나 앉으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미 옥 : (화나는) 너 뭐야?! 그 꼴이?! 누나 간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자식아!
재 수 : (졸린) 그게, 내가 어제 친구네 갔는데..
미 옥 : 친구네? 너 여자 친구집 들락거려?
재 수 : 그게 아니고... 아우, 졸려서 말하기 싫어. 아우, 때려, 차라리. 맞고 자게.
미 옥 : 저거저거 커서 뭐가 될라 그래? 지 앞가림도 못하는 게 꼴에 남자라고 여자만나고 다니고,
재수, 너 정신 있니?
엄 마 : (재수 보고, 작게 웃고) 밥 먹자. (하고, 나가는)
미 옥 : 너 나중에 두고봐. (하고, 나가는)
재 수 : (쓰러져, 자고)
씬 33 고모의 가게 안.
고모, 고모부, 영민 얘기하고 있다.
고모와 영민은 군것질을 하고 있고,
고모부는 두 사람 대화에 상관없이 장부정리에 열심이다.
고 모 : (영민 보며, 떠보듯) 그래서 정말 미옥이한테 고백을 했어?
영 민 : (주저하며 말하는) 미옥씨한테 직접한 건 아니고.. 재수씨한테만, 좀 도와달라고.
고 모 : (웃겨서, 입 벌어지는) 재밌네.
영 민 : 누나도 좀 도와주세요.
고 모 : (신이 난다, 애써 감추며) 어떻게 도와줄까? 미옥이 만나서 자기 칭찬 막 해줄까?
영 민 : 칭찬 해주시면 저야 좋지만, 지어서는 하진 마세요. 그냥 있는 그대로...
누나가 저 보면서 느낀 거라든가, 뭐 그런 거.
고 모 : (농담하는) 내가 자기 보면서 느낀 거? 별로 없는데.
생선을 참 많이 좋아한다는 거랑, 부지런하다. 그것밖에는.
영 민 : 그게 제가 성격도 괜찮지 않나요?
고 모 : (웃으며) 성격? 좋지! 우리 우식아빠처럼 욱하는 성질도 없고, 한결 같이 푸근하고 따뜻하고...
아우, 진짜 미옥이 기집애 자기랑 잘되면 느지막이 복터진 건데,
걔가 머리가 좋으면 그거 알텐데..
영 민 : (좋은) 정말?
고 모 : 그래.
고모부 : (혼잣말처럼) 둘 다 놀구 있네! (버럭 소리치는) 그만해!
영 민 : (보면) ?
고 모 : 아우, 놀래라!
고모부 : (일어나, 영민 보며) 너 정신 있냐? 없냐?
고 모 : 왜 그래? 다짜고짜!
고모부 : 니네 아부지, 엄마두 없이 혼자 너 하나 교수 만들어보겠다고
여름이면 논농사, 겨울이면 하우스에서 허리 휘는 줄 모르고 고생하시는데,
뭐 이혼녀를 어쩌고 저째, 이 자식 이거, 정신 아주 골목 끝에 짱박아 놓은 자식 아니야, 이거!
영 민 : (착잡한)
고 모 : (고모부 보며) 당신 말 참 이상하게 하네? 아니, 우리 미옥이가 뭐가 어때서?
고모부 : 너두 핏줄이라고 무조건 감싸고 돌지마. 현기증 나게! 동생 같은 영민이가 생각을 잘못하면,
그건 아니다, 그래야지. 같이 맞장구를 치고, 헤헤닥거리고, 왜 눈을 가재미처럼 흘기나?
고 모 : 그만해. 듣자듣자 하니까 사람을 바보로 만드네, 이 사람이.
고모부 : 에으에으, 키두 작은 게 속까지 작아 갖고 지 잘못을 인정을 못하고 대들지, 대들길.
(영민 보며) 너 임마 니네 박씨 집안 장남이야. 장남이면 장남답게 집안을 먼저 생각해, 자식아.
(하고, 나가는)
고 모 : 저 사람이, 여보, 여보! (하고, 일어나 나가는)
영 민 : (착잡하고, 속상한, 눈가 붉어지는, 맛없게 군것질거리 먹는)
씬 34 고급 드레스 샵.
인철모, 옷을 가봉하고 있고,
인철모 : 거기 너무 조인다, 넉넉하게 안돼?
디자이너 : 그렇게 할게요, 편안하게 해드릴게요.
인철모 : 뒤가 너무 타졌나. (하다가, 한쪽을 보면)
인 철 : (서서 그런 모친을 무표정하게 보는)
인철모 : (맘에 안드는) 나 오늘 너 볼 시간 없어, 니 아버지랑 저녁약속했다.
인 철 : (서글프게 웃으며) 어떤 아버지요? 구기동? 엘에이? 청담동? 아버지랑 저녁약속을 하셨어요?
인철모 : (맘에 안드는, 디자이너에게) 나가 있어요.
디자이너 : 네. (하고, 나가면)
인철모 : (굳은, 인철 보며) 너 결혼식 하자마자 신혼 여행은 안가구 왜 발리에 혼자 가 있어?
그리고 내 결혼식엔 왜 안왔니?
인 철 : (어색하게 웃고 있다가) ...갈게요. (하고, 나가려하면)
인철모 : 이유가 뭐냐고 묻잖아?
인 철 : (가만있다가, 돌아서서 인철모 보는) ..
인철모 : 말해봐, 이유가 뭐냐구?
인 철 : 쪽 팔려서요.
인철모 : (속상한) 미친 놈....
인 철 : (맘 아픈) ...미안하다고 말해주면 안되요.
인철모 : ...
인 철 : 한번만이라도 나한테 참 미안하다, 그래주면..
(하고, 주머니에서 작은 선물 상자 꺼내 인철모 손에 쥐어주고 나가는)
인철모 : (맘 아픈, 상자 열어보면, 목걸이다)
씬 35 달리는 인철의 차안.
시끄러운 음악소리 들리고, 인철, 운전해 가는, 외로운 듯하다.
씬 36 달리는 미수의 차안.
미수, 답답하고 화난 간신히 제 감정 참으며 운전해가고 있고,
미옥, 엄마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미옥, 엄마의 옷차림새를 만져주며 말하고 있는,
미 옥 : 엄마, 남자들은 웃는 여자 좋아하는 거 알지? 그러니까 뚱하게 있지만 말고, 자꾸 웃고,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하면서 애교도 피고 그래, 어?
엄 마 : (수줍게 웃으며) 니 말이, 웃겨.
미 옥 : 웃기긴 뭐가 웃겨. 진지하게 들어. 아우, 그나저나 새 옷 하나 살 걸 그랬나? 어째 옷이 추레하다?
엄 마 : 옷이 뭐가 어때서, 괜찮은데.. 미워?
미 옥 : 밉긴? 내 엄마라서가 아니라 엄마나이에 엄마처럼 이쁜 여자가 어딧냐?
근데, 좀 없어 보여서 그러지. 야, 미수야, 니 눈엔 엄마 어떠니?
미 수 : (앞만 보며, 운전해 가며) 말하기 싫어.
미 옥 : 왜 말하기 싫어?
엄 마 : (미수 눈치보며, 미옥 달래는) 말하기 싫은데 이유가 어딧어. 냅둬, 그냥.
미 옥 : 너 일 바쁜데 불러내서 삐졌냐?
미 수 : .....
미 옥 : 야, 기집애야, 선볼 아저씬 삼천 씨씨 차 몰고 선 자리에 나온댄다. 근데 엄만 두발로 걸어나가면
그쪽에서 엄말 얼마나 불쌍히 생각하겠냐? 니가 생각이 있으면 언니가 말하지 않아도
엄마 모시러 와야하는 게 도리 아니야?
엄 마 : (미옥 팔 잡으며, 달래는) 그만해.
미 옥 : (팔 뿌리치며) 너 내가 두고두고 본다. 얼마나 그렇게 너만 알고 이기적으로 살아서 잘되는지,
내가 두고 볼 거야. 차 세워, 기집애야, 다 왔어.
씬 37 까페 밖.
미옥, 엄마, 미수 내리는,
엄 마 : (미수에게) 뭐 하러 내려, 가.
미 수 : (엄마 보며) 엄마 집에 가자.
엄 마 : ?
미 옥 : (미수 보며, 화나는 간신히 참고) 그냥 가. 긴말말고.
미 수 : (미옥 보며) 내가 참을려고 애썼는데, 언니가 뭐야?
미 옥 : ?!
미 수 : 엄마가 지금 선보고 싶어서 여기 왔니? 언니 때문에 온 거잖아. 언니 잔소리 듣기 싫어서!
미 옥 : (주위 둘러보고) 조용히 왔으면 조용히 가. 그리고 너 나랑 한판 붙고 싶은가 본데,
밤에 집으로 와. 원빵으로 붙어줄게. (엄마 손잡고) 가요.
미옥, 엄마 손잡고 까페로 들어가는,
엄마, 미옥 손에 이끌려 까페로 가며, 미수 보고 입모양만 ‘가, 전화할게’ 하고 가고.
미수, 답답하게 가는 두 사람 보는데, 핸드폰 오는.
미 수 : 네. 김미수,
인 철 : (E) 내일 미팅 못나갑니다.
미 수 : 약속 다 잡아놨는데, 그게 말이 되요?
씬 38 거리 인철의 차안.
인 철 : (작게 웃음 띤 채) 낼 나랑 회의 끝나고 데이트약속 해주면, 나갈 수도 있는데.
씬 39 까페 밖.
미 수 : 장인철씨... 너 대체 뭐니?
씬 40 차안.
인 철 : 왜, 유부남하곤 안노니, 너는?
씬 41 까페 밖.
미수, 전화기 들고 화나, 이 인간을 어쩔까 싶다.
순간 탁 소리나게 핸드폰 접고, 핸드폰 백에 넣고, 차에 타며 궁시렁대는,
미 수 : 무려도 삼세번이라고, 장인철 한번만 더 나 갖고 놀아, 그땐 가만 안둘테니까,
(하며, 거칠게 운전해 가는)
씬 42 인철의 차안.
인철, 핸드폰 내려놓고 씩 웃는.
씬 43 까페 안.
남자1, 엄마, 미옥 앉아있는,
종업원, 주문 받는.
남 자1 : 커피 둘이요.
종업원 : 네. (하고, 가면)
남 자1 : (미옥 보고, 웃음 띤) 따님도 커피 한잔 드시고 가시지.
미 옥 : (웃음 띤) 곧 일어날 건데요, 뭐.
엄 마 : (고개 숙이고, 담담히 있는)
미 옥 : (엄마 보고, 남자1 보며) 저 사장님 부탁 하나 드릴게요. 저희 어머니가 집에만 계시는
조신한 분이셔서, 시내지리에 어두우세요. 그래서 오늘 데이트하고 헤어지실 때
저희 어머니 집까지 바래다주시면 좋겠는데..
엄 마 : (미옥 보면)
남 자1 : (미옥에게) 당연히 그래야죠.
미 옥 : 그럼 전 사장님만 믿고 갈게요.
남자 1 : 네, 그럼 다음에 뵙죠.
미 옥 : (남자1에게 눈인사하고, 엄마에게) 갈게요, 어머니. (하고, 나가는)
엄 마 : (어색한 웃음 지으며) 어.
남 자1 : (엄마 힐끗 보며, 물 마시는)
미 옥 : (문 쪽에서 엄마를 보는)
엄 마 : (물 마시고, 놓다가 무심히 고개 돌려 문 쪽 보면)
미 옥 : (작게 말하며, 손짓하는) 엄마, 웃어, 웃어?
엄 마 : (무슨 말인가 싶은) 웃어?
남 자1 : (그 소리에 이상해서 엄마 보고, 미옥 쪽 보면)
미 옥 : (엄마에게 말하려다가 움찔하며, 어색하게, 남자1에게 다시 목 인사하고 서둘러 나가는)
씬 44 카페 밖.
미옥, ‘아우, 답답, 아우, 답답’ 하고 가는.
씬 45 카페 안.
종업원, 커피 가져와 두 사람 앞에 놓는.
남자1, 커피 타려다가 엄마(어색하게 웃고있는) 보고,
남 자1 : 커피 드시죠?
그때 엄마의 얼굴위로, 미옥의 이펙트 들리는.
미 옥 : (E) 엄마, 뭐든 막 해달라고 그래? 남자들은 그런 여자 좋아해, 알았지?
남 자1 : 커피 안드세요?
엄 마 : (머뭇대며, 고개 숙인 채) 저.. 좀 타주세요.
남 자1 : (황당한) 네?
엄 마 : 프림 두 숟갈, 설탕 한 숟갈이에요.
남 자1 : 아-예. (하고, 커피 타주는데 뭔가 엄마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엄 마 : (가만있다가)
미 옥 : (E) 엄마, 웃어!
엄 마 : (다시 어색하게 웃는 표정 짓는)
남 자1 : (순간 엄마가 어색하게 혼자 웃는 표정을 짓자,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맘 다잡고)
커피 드세죠, 이여사.
엄 마 : (수줍게 손으로 입 가리고) 저, 영자씨라고 불러주세요.
남 자1 : 네?
엄 마 : (수줍게 커피 마시다가, 입술을 대고) 앗 뜨거! (하다, 커피를 탁자에 흘리는)
남 자1 : (보면)
엄 마 : (다시 어색하게 웃으며, 손으로 탁자 위의 커피를 닦고, 손을 옷에 문지르고,
얌전히 커피 마시는)
남 자1 : (엄마가 싫다, 혼잣말) 사람이 좀 모자른가...
엄 마 : 저기요,
남 자1 : (보면)
엄 마 : 사장님 저는 꽃을 좋아해요, 저, 꽃 좀 사주시겠어요. 비싼 걸로.
남 자1 : (싫은) .....
씬 46 꽃집.
엄마, 수줍게 서있고,
종업원, 꽃을 포장하고 있고,
남자1, 돈이 아까운,
남 자1 : 거 꽃 좀 엔간히 싸쇼. 비싼 걸 왜 그렇게 많이... 좀 빼요, 좀.
종업원 : (기분 상한, 꽃을 덜고)
엄 마 : (두 사람의 행태에 상관없이 고개 숙이고, 작게 웃고 있는)
씬 47 주차장.
남자1, 차 문을 열고 꽃향기를 맡고 서있는, 엄마 보고 말하는,
남 자1 : 저 이여사,
엄 마 : (꽃만 보며) 영자씨라고 불러주세요
남 자1 : (짜증스런) 그래요, 영자씨. 저 제가 오늘은 바빠서 이 여살, 아니 영자씰 댁에 모셔다 드리기가
그러네요. 그러니 여기서 버스 타고 가십시오.
엄 마 : (꽃만 보며, 편안한) 네. 근데, 제 전화번호는 안물어보시네요.
남 자1 : 뭐 나중에 제가 궁금하면, 선 주선한 사람한테 물어보죠.
엄 마 : 네-에.
남 자1 : 그럼 저 갑니다. (하고, 차 타고 가버리는)
엄 마 : (꽃만 보고 있는)
씬 48 버스 안.
엄마, 꽃을 물끄러미 보며 꽃잎들을 만지는, 서글픈 웃음 띤 채.
씬 49 아버지의 집, 마당, 해저물녁.
아버지, 재건엄마 편안한 모습으로 김치를 담고 있는,
재건모 : 당신은 그만 들어가서 장사준비 해요. 나 혼자 할 수 있어.
아버지 : 여보, 나 포장마차 그만할까? 그냥 노가다 뛰는 게 날까도 싶으네.
재건모 : 안돼. 노가다 하다 다리 한번 다쳤잖아. 나 당신 다치는 거 싫어요.
아버지 : ......
재건모 : 왜 밤 장사하는 게 힘들어요?
아버지 : 힘들긴, 너무 못 벌어다 주니까 당신한테 미안해서 그러지.
재건모 : 그런 말하지마. 난 당신만 고생하는 거 같아서 그게 늘 미안한데.
아버지 : (재건모 보고, 웃으며, 재건모의 코를 잡고) 어쩜 맘도 이쁜지.
재건모 : (애교피듯) 아퍼..
아버지 : 뭐가 아퍼?
재건모 : (장난치는) 당신도 꼬집혀봐, 아픈가 안아픈가.
두사람, 서로 꼬집으며 장난치는데.
카메라, 문 쪽으로 가면 엄마 고개 내밀고 두 사람 보며 서글픈 웃음 짓고 있는데, 눈가가 붉다.
씬 50 아버지의 문밖.
문안 쪽에서 ‘파 씻을까, 무 씻을까?’ 하는 소리 들리는데,
엄마, 눈가 붉어져 길가 쪽으로 가려다가 소금 사들고 오는 재건과 부딪히는,
재 건 : ?
엄 마 : (재건 보고, 작게 웃고, 쭈그려 앉아, 재건의 손에 꽃다발 주며) 아줌마 누군지, 알지?
재 건 : (고개 끄덕이는)
엄 마 : 이 꽃 아줌마가 남자한테 첨 받아본 건데, 너 줄게.
재 건 : ?
엄 마 : 간다. (하고, 가는데 눈물이 자꾸 나려하는)
엄 마 : (N) 여보, 오늘 그 남자랑 있는데, 난 당신하고 있는 거 같아서 좋았다. 무지무지하게.
그런 엄마의 모습에서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