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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 07
S#1. 자막 - 제7회 사랑은, 그 사람에게 귀 기울이는 것...
S#2. 비 내리는 보나뻬띠 전경(밤)
S#3. 홀(6회 엔딩)
진헌이 마구 웃고 있다.
삼순 : 웃지 말아요!
진헌 : (한번 터진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삼순 : 웃지 말라구!
진헌 : (웃음 참아가며 자기 입가 가리키며) 크림 묻었어요.
삼순 : (? 하더니 반대쪽 입가를 닦는다)
진헌 :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닦아준다)
삼순, 놀라서 몸을 뺀다.
진헌, 아차 싶어 얼른 손을 놓는다.
진헌 : ...
삼순 : ...
(E) : 빗소리...
삼순 : (어색한 분위기를 못 참겠어서 기계적으로 말한다) 서유석 아저씨 말예요.
진헌 : (역시 어색한 분위기에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네.
삼순 : 학교 다닐 때 핸드볼 선수였대요.
진헌 : 네에.
삼순 : 청소년 국가대표두 하구.
진헌 : 네에.
삼순 : 참 특이하죠.
진헌 : 네.
삼순 : ...
진헌 : ... 그만 가죠.
삼순 : 네.
진헌, 일어난다.
삼순도 일어난다. 피아노 의자를 돌아 나오다가 잘못 걸려서 휘청한다.
진헌이 재빨리 허리를 잡는다.
삼순 : !...
진헌 : !...
삼순, 빠져나오려는데 진헌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진헌이 지그시 바라본다.
삼순, 가슴이 또 쿵쾅거린다.
진헌이 다가온다.
삼순의 눈동자가 마구 굴러다닌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진헌의 입술이 가까워진다.
삼순, 침이 꼴깍 넘어간다.
진헌 : (나즈막하게 속삭인다) 오늘은 왜 눈 안 감아요.
삼순 : !...
그게 신호이기라도 한 양 삼순이 와락 입을 맞춰버린다.
진헌의 놀란 눈동자!
삼순, 진헌의 목에 팔을 두른다.
진헌, 눈을 감고 키스한다.
S#4. 테라스
빗물 흐르는 유리창 너머로 키스하는 두 사람의 모습...
S#5. 홀
순간의 감정에 이끌리는 두 사람... 빗소리...
어느 순간 삼순이 진헌을 확 밀쳐낸다.
삼순 : (스스로도 놀라 멍하게 진헌을 바라본다)
진헌 : (마찬가지 심정)
삼순 : (놀라웁고 어리둥절하고 믿어지지 않는)
진헌 : (마찬가지)
결국 삼순이 뛰쳐나간다. 빈손이다.
진헌은 멍한 채로...
S#6. 현관 앞
뛰쳐나오는 삼순. 장대비를 맞으며 뛰어간다.
유리창 너머로 피아노 앞에 홀로 서 있는 진헌의 모습...
S#7. 홀
진헌, 서서히 정신이 든다. 낭패감... 화풀이하듯 건반을 쾅! 친다.
F.O
S#8. 보나뻬띠 (낮. F.I)
현관에 <정기휴일 : 매월 세 번째 월요일>이라는 팻말.
(E)흥겨운 음악 ~
S#9. 홀
대청소의 날! 신나는 음악이 빵빵하게 흐른다.
홀직원들이 각자 자기가 맡은 청소를 분주히 하고 있다.
바닥에 물청소를 하고, 테이블과 의자의 다리를 닦고, 소품의 먼지도 닦고,
키 큰 웨이터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실링팬을 닦고,
어떤 웨이터는 소독기를 등에 매고 구석구석 소독약을 뿌린다.
오지배인은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지시를 하고 영자는 잔소리를 해댄다.
S#10. 주방
요리사들이 바닥에 물청소를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현무가 주방용 칼을 모두 모아놓고 칼을 갈고 있다.
매우 진지하게 지금 마악 간 칼을 주욱 훑는다. 칼에서 쨍~ 하고 빛이라도 날 것 같다.
만족스러운 현무의 표정...이 갑자기 매서워지더니 칼을 확 내려친다.
그 소리에 모두 쳐다본다.
두 동강 난 바퀴벌레!
모두들 설거지맨을 쳐다본다. 현무는 노려본다.
설거지맨, 겁먹고 움추러 든다.
현무 : (눈을 번득이며) 너 내 주방에서 바퀴벌레가 나타나면 어떡한다 그랬냐.
S#11. 베이커리실
바닥에 물청소하는 인혜와 삼순.
삼순은 솔로 바닥을 북북 문지르다가 잠시 일손을 놓고 생각에 잠긴다.
(플래쉬백) 키스하던 장면.
삼순, 머리를 흔들며 '미쳤어, 미쳤어' 중얼거린다.
인혜 : ? 뭐가요?
삼순 : 어? 어 아냐. (열심히 솔질을 한다)
인혜 : 근데요 언니.
삼순 : 어.
인혜 : 저... 사장님이랑 키스.. 해봤어요?
삼순 : (놀라서) 너 봤어?
인혜 : ? 뭘요?
삼순 : 어? 어.. 아냐 아냐.
인혜 : (실쭉 웃으며) 해봤구나?
삼순 : 청소나 해.
인혜 : 키스할 때 기분이 어때요?
삼순 : 아직 키스도 안 해봤어?
인혜 : 야.
삼순 : 남자들이 바쁜가부다.
인혜 : 참말로 어떤 기분이어라, 이?
삼순 : 그건... 그때그때 달라.
인혜 : 오매, 그려라?
삼순 : 그렇게 궁금해?
인혜 : 야.
삼순 : 입술 대.
인혜 : 야?
삼순 : (인혜의 두 귀를 잡아당기며) 이리 대! 내가 해줄께!
S#12. 사장실
진헌도 청소를 하느라 책장의 내용물들을 모두 꺼내고 먼지를 닦고 하다가 인기척에 돌아본다.
영자가 농염하게 대걸레를 들고 서있다.
영자 : 사무실 청소는 제 담당이라서요.
진헌 : 놔두고 가세요. 제가 할게요.
영자 :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불쑥 들어와 대걸레질하기 시작한다)
진헌 : (멀뚱히 보다가 제 할 일을 한다)
영자 : (블라우스 깃을 살짝 연다) 아~ 더워. 백년만의 무더위라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그렇죠 사장님.
진헌 : (무심하게 힐끔 보고는) 네.
영자, 블라우스 단추를 한두 개 풀고 대걸레질하며 접근한다.
대걸레가 자꾸 진헌의 자리를 먹어 들어가면서 진헌은 구석으로 몰린다.
완전히 구석으로 몰리자 터프하게 대걸레를 던지는 영자. 두 손으로 벽을 짚으며 진헌을 가둔다.
진헌 : 왜, 왜 이래요.
영자 : (쉑쉬~하게 쳐다본다)
진헌 : 장캡틴...
영자 : (터프하면서도 쉑쉬~하게 블라우스를 좍 찢는다)
진헌 : !!!
영자 : 어때요, 삼순이보다 낫죠? 기다릴 거예요 앙~
영자, 그러리라 마음먹고 대걸레질을 하며 진헌에게 접근한다.
진헌, 책장 맨 위 칸에 있는 오래 되고 두툼한 파일박스와 책들을 꺼낸다.
바로 옆까지 접근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영자.
이때다 대걸레를 던지는 순간, 진헌이 마악 꺼내는 파일박스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떨어진다.
영자의 시각으로 보이는 바퀴벌레가 수직낙하 한다.
바퀴벌레의 시각으로 보이는 영자, 카메라를 올려다보며 이게 뭐지?... 악!
낙하하는 바퀴벌레! 영자의 가슴 속으로 쏙 들어간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미친 년 널뛰듯이 뛰쳐나가는 영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 갸웃하더니 무심히 자기 일하는 진헌.
S#13. 홀
아아악 소리 지르며 홀을 가로질러 화장실로 뛰어가는 영자.
주방 사람들이 내다본다. 벌 받은 설거지맨은 똑순이 머리를 하고 있다.
뛰어가던 영자, 바닥의 물기 때문에 악! 비명 지르며 자빠진다.
홀사람들이 놀라 몰려든다.
대자로 엎드린 채 끙 고개 드는 영자.
코피가 흐르고, 가슴 속에서 바퀴벌레가 기어나와 뽀로로 도망간다. 으~~~ 고개를 박는 영자.
S#14. 홀
삼순,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온다. 사장실 쪽에서 진헌도 쓰레기 봉지를 들고 온다.
두 사람, 서로를 보고 멈칫 선다.
진헌 : ...
삼순 : ...
삼순이 모른 척 외면하며 나간다. 진헌도 나간다.
S#15. 쓰레기장
삼순, 쓰레기 봉지를 던지고 간다.
몇 발짝 늦게 온 진헌도 쓰레기 봉지를 던지고 삼순을 본다. 이런 상황, 참 귀찮다.
음악소리가 커진다.
S#16. 홀
댄스배틀이 벌어졌다. 남자직원 하나가 춤을 추고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
다른 남자직원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둘이 번갈아가면서 댄스배틀을 벌인다.
들어오던 삼순이 무리에 끼여 같이 환호한다.
뒤늦게 들어온 진헌도 춤구경을 한다.
삼순, 박수를 치다가 문득 진헌과 눈이 마주친다.
삼순 : !...
진헌 : !...
삼순, 모른 척 계속 박수를 친다.
진헌도 모른 척 사장실로 들어간다.
삼순, 불편해 죽겠다. 후- 한숨을 내쉬더니 될대로 되라지, 다시 환호한다.
S#17. 사장실
진헌, 의자에 앉으며 골똘히 생각중이다. 이윽고 핸드폰을 집어들고 문자를 누른다.
S#18. 홀
춤추던 두 직원이 만사마 춤으로 마무리를 한다. 폭소가 터진다.
옆 사람을 치며 마구 웃던 삼순, 몸을 부르르 (문자 왔다는 진동) 떨더니
앞치마에서 핸드폰을 꺼내 문자 확인하다가 놀란다.
(문자 인써트) 사장실로 오세요. 회신번호 XXX-XXX-XXXX. 삼식이.
S#19. 사장실 앞
다가와 멈추는 삼순. 긴장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문 열고 들어간다.
S#20. 사장실
삼순이 들어와 문을 닫고 진헌과 마주한다.
진헌 : (의자에 거만하게 앉아 대뜸) 케잌에 혹시 뭐 넣었어요?
삼순 : ? 네?
진헌 : 그 날 먹은 케잌에 혹시 이상한 거 안넣었냐구요.
삼순 : ? 이상한 거라뇨?
진헌 : 이성을 잃게 한다든가, 뭐 그런 거요.
삼순 : (내뺄 생각이군, 얄밉다) 전 먹는 거 같고 장난 안칩니다. 내 케잌을 모독하지 마세요.
진헌 : (대답을 듣는둥 마는둥, 책상 밑에서 삼순의 가방을 꺼내 책상에 올려놓는다)
며칠이나 지났는데 왜 가방 찾으러 안 왔어요?
삼순 : 그러는 사장님은 왜 안돌려줬어요?
진헌 : 찾으러 올 줄 알았어요.
삼순 : 전 돌려줄 줄 알았죠.
진헌 : (잠시 생각하다가 사무적으로) 그날 일, 사과하겠습니다. 실수였어요. 미안해요.
삼순 : (흥, 실수?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사과는 제가 해야죠.
진헌 : ?...
삼순 : 어찌됐든 내가 먼저... (차마 이 말은 하기 싫지만) 했으니까요.
진헌 : 누구 잘못이든 다행이네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삼순 : 네, 정말 다행이네요.
진헌 :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삼순 : 그럼요. 다시는 없어야죠.
진헌 : 그럼 나가보세요.
삼순 : 네. (돌아서는데)
진헌 : (모니터 보며 무심히) 혹시 내가 좋아진 거 아녜요?
삼순 : ???!!! (돌아본다)
진헌 : (키보드 두드린다)
삼순 : 뭐라 그랬어요 방금?
진헌 : (계속 작업하며) 내가 좋아진거 아니냐구요.
삼순 : !... 그 병 아직도 안나았어요?
진헌 : 다시 한번 말하는데 우리 계약서의 여섯 번째 조항,
삼순 : (말 자른다) 연애하는 척은 하되 연애는 하지 않는다!
진헌 : (무심한 척 덧붙인다) 절대로.
삼순 : (심사가 뒤틀릴대로 뒤틀렸다) 근데 나도 궁금한 게 있거든요?
다음 날 아침에 오니까 술마신 흔적이 없던데 사장님이 치웠어요?
진헌 : 네.
삼순 : 무슨 정신으로요?
진헌 : (이제야 쳐다보며) 네?
삼순 : 이성을 잃었다면서 무슨 정신으로 치웠냐구요. 내 가방은 어떻게 챙기구.
진헌 : ... 아무리 이성을 잃어도 1프로쯤은 남겨두죠.
삼순 : 아아 그렇구나아. 하긴, 약 먹은 것도 아니고 뚱뚱한 노처녀한테 정신없이 달려들려면
그 정돈 나가야지. 백프로 나갔으면 큰일날 뻔 했네.
진헌 : (빈정 상한다)
삼순 : 어쨌든 다시 한번 사과드릴께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진헌 : 아녜요. 빌미를 제공한 건 저니까 제 실숩니다.
삼순 : 아녜요, 과음한 제 잘못이죠.
진헌 : 아녜요, 술버릇 나쁜 거 뻔히 알면서 과음을 방치한 제 잘못이죠.
삼순 : (뭐?)... 아녜요, 비오는 날 늑대 한 마리를 옆에 앉힌 제 잘못이에요.
진헌 : !...
삼순 : (흥!)...
진헌 : 비오는 날 늑대 한 마리를 유인한 건 그럼 여웁니까?
삼순 : (예상치 못한 반격에)!...
진헌 : (거만하게 본다)
삼순 : (질 수 없다) 여우는 아무 늑대나 유인하지 않아요.
진헌 : 늑대도 마찬가지예요.
삼순 : 피아노 가르쳐준다고 옆에 앉는 건 늑대짓 아닌가요?
진헌 : 여자 혼자 술을 홀짝거리는 것도 여우짓이죠.
삼순 : 다 퇴근한 줄 알았다구요!
진헌 : 앞으론 혼자 술 마시지 말아요. 나 좀 꼬셔주세요, 그렇게 보이니까.
삼순 : 그건 남자들 생각이죠! 여자도 혼자 술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구요!
진헌 : 그럼 집에 가서 마셔요.
삼순 : 야!!! 내가 이 나이에 남의 눈치 봐가면서 술 마셔야겠니?!
진헌 : 나도 반말 할까?
삼순 : (헉!)
진헌 : 내일 정장하고 오세요. 제주도 가야되니까.
삼순 : ???
진헌 : 집안행사가 있는데 연애하는 척은 해야죠.
삼순 : (허! 세상에!)...
S#21. 인사동 거리(낮)
상점가를 구경하며 슬슬 걸어오는 희진과 헨리.
희진 : 제주도?
헨리 : 엄마 고향이 제주도잖아.
희진 : 아...
헨리 : 일곱살 때 입양됐는 아무 기억이 없으시대. 내가 대신 보고 가서 얘기라도 해드릴려구.
희진 : 그럼 가야지. 언제 갈까?
헨리 : 너 좋을대로. (멈추어 진열장에 정신 팔린다)
약간 개량된 화사한 한복이 걸려있다. 색동저고리다.
S#22. 게스트하우스 전경
S#23. 헨리 룸(동 오후)
비좁은 방을 둘러보는 희진.
희진 : 우리 집에서 자도 되는데... 안 불편해?
헨리 : (널어놓은 빨래들을 걷으며) 사람들 만나고 재밌어.
희진 : 불편하면 언제든지 와. 방 많으니까.
헨리 : 그래서 안가는 거야. (눈 찡긋하며) 방이 하나면 벌써 갔지.
희진 : (으~ 곱게 흘기다가 쇼핑백에서 아까 산 색동저고리 한복을 꺼내 펼쳐본다)
좋아하실지 모르겠다. 이건 주로 애들이 입는 건데.
헨리 : 아까 뭐라 그랬지? ?H...
희진 : (한) 색동저고리.
헨리 : (어설프게 따라한다. 한) 새똥.
희진 : (웃으며. 한) 아니 그게 아니구 색동.
헨리 : (한) 쌕.똥.
희진 : (한) 저.고.리.
헨리 : (한) 저.고.리.
희진 : (한) 색동저고리.
헨리 : (한) 쌕동저고리.
희진 : 잘하네? 금방 배우겠는걸? 근데 아무래도 좀 찜찜해. 다른 걸로 바꿀까봐.
헨리 : 상관 없어.
희진 : 그래두. 어머닌 무슨 색깔 좋아하셔?
헨리 : (훗 웃으며) 어차피 못봐. 장님이거든.
희진 : !...
헨리 : (걷은 빨래들을 개켜서 한쪽에 정리한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랬는지, 태어난 뒤에 그랬는지도 기억 안나신대.
희진 : (그래서 버려졌을까? 안스럽다)... 여기 온다니까 어머닌 뭐라셔?
헨리 : 여자들이랑 눈 맞추지 말래.
희진 : 왜?
헨리 : 여자들 쓰러진다구. (스스로도 멋쩍은) 우리 어머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줄 아시거든.
(반응이 없자 돌아보면)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희진.
희진 : 나 쓰러졌어.
헨리 : (하하 웃으며 희진 옆에 엎드려 애틋한 눈길로 머리카락을 만진다)...
희진 : (보며) 그렇게 보지 마. 눈 부셔.
헨리 : (그래도 애틋하게 본다)...
희진 : ... 신경질 나.
헨리 : 왜.
희진 : 너한테는 가슴이 안두근거려.
헨리 : 이런! (오버액션으로 벌렁 드러눕는다. 삐진 척)
희진 : (일어나앉아 툭 치며) 배 고파, 밥 줘.
헨리 : 나 상처받았어.
희진 : 나 밥 준 다음에 상처 받어. (억지로 일으킨다) 빨리이.
헨리 : (끙 일어나 앉는다) 토스트 밖에 없는데.
희진 : 그거라도 가져와.
헨리, 짐짓 불쌍한 얼굴로 '나 상처 받았는데'툴툴거리며 나간다.
희진, 피식 웃고는 방안을 둘러보다가 영자신문에 눈길이 멈춘다. 어?...
신문을 집어들고 본다.
(인써트) 제주도에 서울호텔을 오픈한다는 전면광고. 오픈기념 할인을 한다는 문구도 있다.
S#24. 공용주방
헨리가 들어온다. 서너 명의 인종 다양한 젊은이들이 맥주파티를 벌이다가 헨리와 인사를 나눈다
(흑인청년은 YO~ 하며 힙합식 인사. 헨리도 힙합식 인사).
헨리, 토스트기에 빵을 넣으며 그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눈다.
너도 끼어라, 친구 왔다, 여자냐, 그렇다, 와우- 자유분방한 분위기들...
S#25. 헨리 룸
희진, 신문광고 든 채 생각이 깊다. 어떤 오기 같은 게 어린다.
인기척이 나자 돌아보며 광고를 내보인다.
희진 : 헨리, 우리 여기서 묵자. (하다가 에? 놀란다)
하회탈을 쓴 헨리가 토스트 쟁반을 들고 서 있다.
희진, 하하하 소리내어 유쾌하게 웃는다.
하회탈도 웃는다.
S#26. 제주도 전경
비행기에서 바라본, 구름 위에 떠 있는 한라산 정상. 또는 제주도 전경.
S#27. 호텔 전경
바닷가 절벽 위의 아름다운 모습.
S#28. 호텔 야외, 오픈행사장(오전)
늦게 도착한 축하객들이 서둘러 자리를 찾아앉는다. 이미 나회장의 기념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단에는 <제주서울호텔 오픈. 2005. 6.22>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화환 등 오픈행사에 어울릴법한 치장들이 되어있다.
연단 귀빈석에는 나사장, 호텔 간부 두어 명, 외국인 총지배인과 총주방장, 기관장 두어 명 등이
앉아있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나회장(65. 남)은 단상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나회장 : (원고 읽는) 우리 서울호텔은 단 한 명의 고객이 백 명의 고객을 창출하는 21세기형 서비스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못마땅한 듯 찌푸리며) 뭐가 이렇게 재미없어?
나사장, 저 양반이 왜 또 저래? 놀란다.
나회장 : (원고 덮으며) 이게 말이 돼? 한번 왔다간 사람도 다시 오기 힘든 판인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나회장 : 그리구 사실 우리 호텔 너무 비싸. 나야 공짜로 재워주기는 하는데 그 돈 다 내고 자라 그러면
절대 안오지. 미쳤다고 잠 자는데 기십만원씩이나 축을 내?
(웃음소리 더 커지지만 아랑곳없이) 내가 그렇게 얘길 했더니 누가 그러더라구.
회장님은 구두쇠라 그렇지만 기십만원씩 축을 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만큼 멋진 호텔로
만들면 될 거 아니냐구. 그래서 가만 생각해봤더니 옳거니 그거 참 좋은 생각이더라구.
말이 자꾸 길어지는데 그래서 결론은 우리 호텔은 좋은 호텔이라는 겁니다.
어때요, 우리 호텔 좋아보여요?
사람들이 웃으며 박수를 친다. 휘파람 소리도 나온다.
연단 밑 축하객 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진헌과 삼순.
진헌도 미소 머금은 채 박수를 치고 삼순은 왠일인지 퉁퉁 부어있다.
진헌 : 만찬 끝나고 잠깐 쉬었다가 오후 비행기로 갈 거예요. 못챙겨주니까 알아서 때워요.
삼순 : (흘긴다)
진헌 : (따가와 돌아본다) ?...
삼순 : 여관장사 좋아하시네. 이게 호텔이지 여관이에요?
진헌 : 뭐가 달라요?
삼순 : 이렇게 큰 여관 봤어요?
진헌 : 잠 자는 건 똑같죠.
삼순 : 여관에서는 잠만 자지만 호텔에서는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비즈니스도 해요.
진헌 : (마치 몰랐다는 듯이 아.. 고개를 주억거린다)
삼순 : 잘난 척 하는 것도 가지가지야 정말.
채리 : (E) 진헌 오빠!
낯익은 그 목소리에 약속이나 한 듯이 일그러지는 두 사람의 표정. 스윽 돌아보면,
채리가 현우의 손을 잡고 총총히 온다.
삼순, 짧은 순간 현우와 눈 마주치지만 모른 척 하고 앞을 본다.
채리 : (진헌의 옆에 앉으며) 오빠 미안, 우리가 너무 늦었지?
진헌 : 니가 여긴 왠일이야.
채리 : 어머?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마루건설이 우리 아저씨네 회사라구.
현우 : 아버님하고 형님 밑에서 배우는 중입니다.
진헌 : (힐긋 봤다가 앞을 본다)
채리 : (어? 왜 우리 아저씨한테 인사 안하지? 기분 나빠져서는 괜히 삼순에게)
삼순이 언니, 아는 척 안해?
삼순 : (앞만 보며) 안녕.
S#29. 만찬장(호텔 정원)1
정원 연못가(또는 옥외 풀장 근처)에서 만찬이 벌어지고 있다.
각자 접시를 들고 다니며 음식을 먹고 칵테일을 마시고, 웃고 떠들고...
S#30. 귀빈석
만찬장 일각의 귀빈석. 나사장과 윤비서와 나회장이 테이블에 앉아있다.
웨이츄리스가 음식을 서빙하고 가자 나회장의 눈길이 자연스레 쫓아간다.
나회장 : 고 녀석 참 이쁘다. (지나가는 또 다른 웨이츄리스 보며)아이고, 저 녀석도 이쁘네.
젊어서 좋겄다 니들은. (하다가 나사장 보며) 왠일이냐, 오늘은 잔소리 안하고.
나사장 : 지겨워서요. (윤비서 보며) 너도 지겹지?
윤비서 : (살짝 웃는다)
나회장 : 허허 너도 늙나부다. 잔소리할 힘이 없냐 이제?
나사장 : 사는 게 그냥 새삼스럽네요.
나회장 : 새삼스럽긴, 뭐 대단한 게 있다고.
나사장 : 아침잠이 점점 없어져요. 날이 샜나 하고 눈 떠보면 네시도 안되있구...
남들 일어날 때까지 죽은 듯이 누워있으면 뭘 바라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나 싶네요.
나회장 : 늙으면 아침잠이 왜 없어지는 줄 알어? 죽기 전에 철 들라구.
나사장 : 오라버니.
나회장 : 왜.
나사장 : 그때 왜 안말렸어요.
나회장 : 뭘.
나사장 : 내가 경영수업 쌓겠다 그랬을때.
나회장 : 아버님도 못말리는 고집을 내가 어떻게 말려. 왜, 후회 되냐?
나사장 : 그냥 아버지가 찍어준 남자한테 조용히 시집가서 살림이나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나회장 : 진태에빌 선택한 것도 너야.
나사장 : 그러게요, 명 짧은 것도 모르고... 즈이 에빌 닮아 진태도 그런가 싶고...
아버지나 오라버니가 시킨대로 살아서 이렇게 됐으면 남 탓이라도 하련만
내가 내 발등 찍은거죠.
나회장 : (윤비서에게 눈짓한다. 무슨 일 있냐고)
윤비서 : (작게 고개 젓는다)
나사장 : 오라버니.
나회장 : 왜 또.
나사장 : 이 호텔 우리 진헌이 주세요.
나회장 : 오라, 그 말 할려구 장황하게 신세한탄 했구만?
나사장 : 물려줄 사람도 없잖아요. 싫으면 지금이라도 장가를 드시든가.
나회장 : 이 여자도 이쁘고 저 여자도 이쁜 걸 어떡하냐. (윤비서 보며) 작은 현숙이 니가 시집 올래?
나사장 : (버럭) 주책이셔 정말!
S#31. 만찬장2
30 전후의 말쑥한 청년(재벌2세)들이 칵테일 마시며 영어로 대화중이다.
진헌은 옆에서 시큰둥하다.
청년1 : 계약금 20억으로 2000억짜리 회사를 삼킨다는 말이 돼? 도대체 금감원은 뭐하는 거야.
청년2 : 모르는 소리 마. '프리티 우먼'에서 리처드 기어 직업이 뭔줄 알어?
청년3 : 기업사냥꾼.
청년2 : 그렇지. 알짜배기 제조업체를 인수해서 갈기갈기 찢은다음 팔아먹는 거지.
주위에서 비난하면 딱 한마디만 하면 돼. 법적으론 문제 없습니다.
각자 탄식에 가까운 웃음들을 짓고 진헌은 관심이 없다. 이하 우리말로.
청년1 : 근데 진헌이 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진헌 : (그저 웃는다)
청년2 : (비아냥조) 보기 좋은데 뭐. 그러지말고 우리 거기서 한번 모이자. 소문이 자자하던데?
청년1 : 그러지 뭐.
청년3 : 근데 너 취향이 왜 그렇게 변했냐? (저쪽을 눈짓하며) 쟨 너무 아니지 않냐?
진헌 : (돌아보다가 미간 찌푸린다)
열심히 먹고 있는 삼순에게로 현우가 다가와 말을 시키기 시작한다.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진헌의 표정 위로,
청년2 : (E) 쟤가 뭐냐, 누님한테.
청년1 : (E) 돈 좀 들겠다.
청년3 : (E) 너 자포자기했냐?
진헌 : (칵테일 잔을 탁 내려놓고는) 니들이나 잘해. (간다)
세 청년, 피식 냉소를 날린다.
청년1 : 저 자식 왜 저래?
청년3 : 변해도 너무 변했어.
청년2 : 놔둬. 진태자식 그러고나서 막가자는 거겠지. 진태도 변종이었지만.
S#32. 만찬장1
삼순, 한손엔 접시 한손엔 포크를 들고 확 쳐다본다.
삼순 : 뭐?
현우 : 이런 호텔의 후계자하고 사귀니까 공주라도 된 줄 아는데 착각하지 마.
그 자식은 널 데리고 노는 거야. 이 바닥 사람들이 순순히 널 한 식구로 받아줄 거 같애?
삼순 : 받아주든 말든 그게 현우씨하고 무슨 상관인데.
현우 : 걱정돼, 니가 상처받을까봐.
삼순 : 허! 너 지금 상처라 그랬니?
현우 : 이쯤에서 관둬. 더 가면 너만 힘들어.
삼순 : 이보세요 민현우씨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관두자, 내 입만 아프다.
현우 : (삼순의 접시에 조그만 선물꾸러미를 올려놓는다)
삼순 : ???
현우 : 스페인 출장 갔다가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삼순 : (어이없는데)
그때 선물꾸러미를 집어가는 손. 돌아보면 진헌이다.
현우, 잠깐 놀라더니 귀찮게 됐다는 표정이고,
진헌, 순식간에 꾸러미를 푼다. 조그만 보석상자. 열어보면 목걸이.
진헌, 목걸이를 좌악 펼쳐보더니 현우를 노려본다.
현우 : (능청스레) 어때요, 삼순이한테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요?
진헌 : (목걸이를 힘껏 던진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라가 연못에 빠지는 목걸이.
삼순 : (진헌의 돌발행동에 놀라고)
현우 : 이게 무슨 짓이야!
진헌 : (와락 멱살을 틀어쥔다) 한번만 더 건들면 가만 안놔둔다 그랬지!
삼순 : (이건 무슨 소리?)
현우 : (같이 멱살을 잡고 비아냥) 니가 그럴 자격이 있어? 언제까지 데리고 놀건데?
순간, 진헌이 주먹을 날린다.
삼순, 악! 짧은 비명을 지르고.
휘청이던 현우가 진헌에게 달려든다. 순식간에 육탄전을 벌이는 두 남자!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피하고,
삼순이 말리려하지만 둘의 기세가 워낙 사나워 접근도 못하고 우왕좌왕 한다.
S#33. 만찬장2
아까의 세 청년들이 저쪽을 보고 있다. 상황이 좀 보인다.
청년1 : 짜식, 정말 좋아하긴 하나보네.
청년2 : 아암, 자기 암컷한테 다른 수컷이 수작을 걸땐 저게 최고지.
청년3 : 근데 쟤, 채리 약혼자 아냐?
청년1 : 어?... 맞는 거 같은데? 근데 둘이 왜 싸우는 거야.
그때 채리가 총총히 다가오며 '오빠들~' 하고 부른다.
세 청년,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채리 : 진헌오빠 못봤어? 아까까지 여기 있던데?
청년1: (저쪽을 턱짓하며) 저기 봐라.
채리 : (돌아본다)
청년2 : 니가 몇 년 동안 쫓아다니던 남자랑 니 약혼자랑 생쑈를 하고 있다.
채리 : 어머머! 미쳤어 미쳤어! 왜 저래들? (달려간다)
세 청년, 실실 웃는다.
S#34. 만찬장1
엉겨붙어 쓰러지는 진헌과 현우. 뒹굴며 치고받고 싸운다.
삼순, 달려들어 현우를 마구 때린다. 진헌이 맞는다는 사실에 광분했다.
삼순 : 놔 이 자식아! 안놔?! 놔! 이 자식이 감히 누굴 때려? 놔!
(둘의 요동에 밀려- 또는 아무렇게나 내지르는 현우의 팔에 맞고-
엉덩방아 찧었다가 발딱 일어나더니 현우의 팔을 냅다 물어버린다)
현우 : 아아악!
마악 달려온 채리가 놀라 '어머머! 야! 안놔?!' 하며 완력으로 삼순을 떼어 놓는다.
채리 : 야! 너 감히 누굴 물어!
삼순 : 개 한 마리 물었다! 어쩔래!
채리 : 뭐어? 이게? (확 달려들어 머리채를 움켜쥔다)
삼순 : 아! 야 안놔?!
채리 : 그러니까 왜 건드려!
삼순 : 너 죽었어! (같이 머리채를 움켜쥔다)
이제 두 여자의 싸움이다. 머리를 움켜쥐고 스커트 차림으로 잔디밭을 뒹굴면서
불분명한 말들을 쏟아붓고 비명을 지르고...
마악 일어나던 진헌과 현우가 황당하게 본다.
결국은 삼순이 채리를 깔고앉아 머리채를 마구 흔들어댄다. 채리의 비명이 낭자하다.
진헌과 현우, 각자 달려들어 자신의 여자들을 뜯어말린다.
진헌은 삼순의 허리를 답삭 안아 간신히 떼어내고,
채리는 뜯긴 머리를 감싸쥔 채 울며불며 현우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다.
삼순 : (한웅큼인 머리카락을 탈탈 털어내며) 내가 농구할 때 얼마나 날렵했는지 까먹었지?
(현우 보며) 내가 끝까지 비밀을 지켜줄려 그랬는데, 니 무덤 니가 판 거야. 알았어?
채리 : (울다 뚝 그치고 뭐? 휙 현우를 본다)
현우 : (삼순이 하는 양에 질투심이 부글부글)
채리 : 무슨 소리야? 비밀이라니?
삼순 : 가요. (진헌을 끌고 가는데)
현우 : 야 애송이!
진헌 : (멈칫, 휙 돌아본다)
현우 : 이건 아직 모르나본데, 삼순이한테 난 첫남자야. 그게 무슨 의민지 알아? 애송이 같은 자식...
진헌 : (붙잡는 삼순의 팔을 뿌리치고 현우에게로 간다)
현우 : (오면 어쩔건데? 턱을 치켜들고)
진헌 : 그럼 이건 모르나본데, 마지막 남자는 나야. (입을 앙다무는 순간)
현우 : 악!!!
진헌의 구두가 현우의 발가락을 짓밟고 있다.
진헌, 태연한 얼굴로 힘껏 짓밟고는 툭 현우의 가슴을 친다.
어어어? 두 팔로 허공을 휘젓다가 연못에 풍덩 빠지는 현우.
진헌, 놀란 삼순의 팔을 나꿔채 끌고 간다. 삼순, 종종종 끌려가며 테이블 위의 핸드백을 채간다.
어푸어푸 허우적대는 현우를 채리가 독사처럼 노려본다.
채리 : (이 악물고) 일어나 빨리 이 바보야. 1미터도 안되는 연못에 빠져죽었다고 신문에 날래?
현우, 갸웃해서 일어난다. 뻘쭘하다.
S#35. 호텔 로비
두어 군데 터진 진헌이 산발을 한 삼순을 거칠게 끌고 들어온다.
누가 봐도 희한한 몰골로 계단을 오른다.
삼순 : (손을 뿌리치며) 아파요, 이거 좀 놔요.
진헌 : (멈춰 휙 돌아보며) 계약서 조항 까먹었어요? 왜 자꾸 양다릴 걸쳐요.
삼순 : 누가 양다릴 걸쳤다 그래요?
진헌 : 자꾸 그 자식을 만나고 있잖아요.
삼순 : 만나다뇨? 이게 일부러 만난 거예요? 여기 데려온 게 누군데?
진헌 : 우연히 마주쳤으면 피하든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될 거 아녜요.
삼순 : 기가 막혀 정말. 그러는 댁은 자기 연애에 허락도 없이 날 이용해 먹으면서
겨우 몇마디 나눴다고 이렇게 면박을 줘요?
진헌 : 자존심도 없어요? 왜 자꾸 상대해요 왜!
삼순 : 상대하든 말든! 니가 무슨 상관인데!
진헌 :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삼순 : !!!
진헌 : 앞으로 저 자식이든 누구든 눈 맞추지 마. 말도 하지 말고 듣지도 마.
내 말만 들어. 나한테만 귀 기울이라구! (끌고 간다)
어리둥절한 채 끌려가는 삼순.
S#36. 호텔 룸(아프리칸 스타일)
삼순을 끌고 들어오는 진헌.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며 서성인다.
삼순, 특이한 인테리어를 눈알만 굴리며 보다가 발 밑 카펫을 보고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켜선다.
얼룩말(표범?) 가죽이다.
삼순 : (중얼중얼) 밀림의 왕국이네...
진헌 : (휙 본다)
삼순 : (괜히 놀라는)
진헌 : ... 잘했어요.
삼순 : ? 뭐가요?
진헌 : 아까 그 자식 물은 거. (욕실로 들어간다)
삼순 : (스윽 돌아본다)... 좋으면 좋다고 콕 집어서 말할 것이지...
삼순, 씨익 웃더니 침대에 대자로 눕는다.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기쁨을 참을 수가 없다. 웃음이 삐져나온다.
삼순 : ... (흉내) 내 말만 들어. 나한테만 귀 기울이라구! (좋아서 몸서리를 치고는)
짜식, 이제 니가 이 삼순이의 참을 수 없는 매력에 눈을 떴다 이거지?
(그러나 곧 벌떡 일어나앉으며) 아니지... 저 자식이 보통 놈이야?
또 약을 먹였네 어쩌네 하면서 발뺌하면.......
S#37. 욕실
세수하는 진헌. 상처가 따끔거린다. 젖은 채 거울을 본다. 내가 왜 그렇게 이성을 잃었을까...
그때 노크소리 나면서,
삼순 : (E) 약 좀 얻어올게요.
진헌 : ...
S#38. 정원 일각
흠뻑 젖은 현우를 몰아붙이는 채리.
채리 : 하필이면 왜 삼순이 언니야? 이건 급이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현우 : 진정해. 도대체 몇 번을 말 해야 알겠니.
채리 : 저렇게 수준 낮은 여자랑 놀아놓고 감히 나를 넘봐? 허, 날 어떻게 보구?
현우 : 삼순이가 일방적으로 따라다닌 거라니까. 아까도 나한테 집쩍거리는 걸
그 자식이 오바한 거라구.
채리 : 첫남자라며!
현우 : 난 술 취해서 기억도 안나. 근데 자긴 처음이라면서 책임 지라는데 어떡하니.
나 그렇게 무책임한 놈 아니다? 책임 질건 지는 놈이야. 그래서 끌려다닌 거구.
채리 : (반은 넘어갔지만 그래도 분이 안풀려) 몰라! 당장 파혼해!
현우 : !...
채리 : (시위용으로 반지를 빼는데)
현우 : 그래 파혼하자.
채리 : (흠칫)???
현우 : 그 자식은 오빠구 난 왜 아저씨야. 그 자식이랑 나! 겨우 (손가락 들어보이며) 세-살 차이야.
만으로는 두 살 차이구. 오빠라고 안부를거면 파혼해!
S#39. 호텔 룸
와이셔츠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진헌. 삼순이 터진 곳에 약을 발라주고 있다.
삼순 : 그나저나 어떡해요 이제. 주인이 손님을 상대로 싸운 꼴이 됐으니.
그러게 좀만 참지 성질자랑은 왜 해요? 어머님이 아시면 얼마나 실망하시겠어요.
진헌 : (말없이 빤히 바라본다)
삼순 : ?... (무안해서 모른 척 약을 바른다)
진헌 : (그저 본다)
삼순 : (힐끔 보고는) 왜요, 내가 또 뭘 잘못했어요?
진헌 : ...
삼순 : 아님 아까 그 일 땜에 내가 오해할까봐요?
진헌 : ...
삼순 : 걱정 마요, 오해 안하니까. 누군가가 조그만 호의를 베풀었다고 그걸 오해하기에는
아는 게 너무 많아요. 그냥 단순한 호의 맞죠?
진헌 : (그저 본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삼순 : 마지막 남자? 그것두 지식검색창에서 가르쳐주던가요?
진헌 : (피식 웃는다)
삼순 : 뭐, 욱하면 그럴 수도 있죠. 거기다 우린 공식적으로 연애하는 사이니까. (밴드를 붙이려 하자)
진헌 : (싫다고 물린다)
삼순 : (관두고) 그런데 이거 하난 꼭 물어봐야겠네요.
아무하고도 눈 맞추지 말고 사장님 말에만 귀 기울이라는 거, 그것도 실순가요?
진헌 : ...
삼순 : 뭐, 실수겠죠. 그런데 사장님 요즘 실수를 많이 하시네요?
진헌 : 실수 아녜요.
삼순 : ???
진헌 : 실수 아니라구요.
삼순 : ?!...
진헌 : 당신이 다른 남자랑 눈 맞추는 거, 싫어.
삼순 : !!!
진헌 : 다른 남자 말에 귀 기울이는 것도 싫구.
삼순 : !!!
진헌 :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그냥... 싫어.
삼순 : !... (볼이 빨개진다. CG)... 저기... 좋아..하면 안되는데... 여섯 번째 조항 까먹었어요?
연애..하지 않는다...
진헌 : 누가 당신이 좋아졌대?
삼순 : (에?)
진헌 : 누가 당신하고 연애한대?
삼순 : (뭐?)
진헌 : 그냥 그렇다는 거야. 오해는 마.
삼순 : !... 누구 놀리니 지금?
진헌 : 왜, 내가 당신을 좋아하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삼순 : (뜨끔) 마,말도 안되는 소릴 하니까 그렇지. 다른 남자랑 눈도 맞추지 말고 듣지도 말라는게
말이 돼? 계약서에 그런 조항은 없었어.
진헌 : 다시 쓰면 돼.
삼순 : 야! 너 왜 또 반말이야!
진헌 : (픽 웃는다)
삼순 : 웃어어? 너 내 앞에서 그렇게 웃지 말라 그랬지. 그게 얼마나 기분 나쁜 줄 알어?
진헌 : (피시시 웃으며) 당신이 자꾸 웃기고 있잖아.
삼순 : 내가 언제!
진헌 : 거울 안보나? 존재 자체가 웃겨.
삼순 : 허! 보자보자하니까 정말... 비행기표 내놔, 나 먼저 올라갈거야. 비행기표 어딨어.
진헌 : 양복 안주머니에.
삼순 : 양복? 양복 어딨어. (두리번거리는데)
진헌, 삼순의 손목을 나꿔채 와락 눕히더니
자기도 침대에 올라 삼순의 배에 머리를 퍽 올려놓으며 눕는다. 순식간이다.
삼순 : 윽!!!
진헌 : 피곤해. 잠깐 베개 좀 해줘.
삼순 : ?!...
진헌 : 잠깐이면 돼.
삼순 : (무슨 꿍꿍이지? 머리 굴려가며) 저기 베개 있단 말야.
진헌 : 이 베개가 좋아
삼순 : 그럼 무릎을 베든가.
진헌 : 이 베개가 좋다구.
삼순 : (우이씨)... 배는 내 치부란 말야!
진헌 : 그러니까. 자연산 3중 베개. 온도조절 가능. (머리로 출렁출렁 해본다)
삼순 : (윽! 얼른 배에 힘준다)
진헌 : 힘주지 마. 딱딱해.
삼순 : 귀신 같은 놈.
진헌 : 힘 빼.
삼순 : 내 배야. 힘을 빼든 말든 내 맘이야.
진헌 : 배만 오천만원에 팔면 안되나?
삼순 : 개이름 또 나온다.
진헌 : (피식 웃고는) 당신만 보면 웃음이 나. 웃으면 안되는데.
삼순 : ?... 왜 웃으면 안되는데?
진헌 : ... 난 웃을 자격이 없거든.
삼순 : ?... 웃는데도 자격이 필요해?
진헌 : ... 아무한테도 안한 얘긴데 해주면 뭐 해줄래.
삼순 : (얼른. 마음의 소리) 원하는 건 뭐든 다!
삼순 :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웃기셔. 누가 듣고싶대? 신비주의야 뭐야. 저리 가.
(툭 머리를 쳐내고 일어나는데)
진헌 : (얼른 눕히고 다시 배를 깔고 눕는다)
삼순 : (오뚜기처럼 일어나며) 배 빌려줬으니까 빨리 해!
진헌 : 형을 죽였어.
삼순 :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칫) ???
진헌 : 내가 죽였어. 형이랑 형수랑... 내 연애랑...
삼순 : ???...
진헌 : (눈을 감는다)
삼순 : ?...
진헌 : (담담한) 그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어. 내가 본 하늘 중에 가장 맑았으니까.
S#40. 아름다운 도로(회상)
파란 하늘... 녹음 우거진 산야... 옆으로 흐르는 강... 운전자의 시선으로 그것들이 지나쳐간다.
화면은 계속 운전자의 시선이다.
(E)미주 들으라고 틀어놓은 동요.
진헌 : (E) 모처럼 소풍을 갔지. 나, 형, 형수, 미주... 희진인 해부학 실습 때문에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
아주 좋았어. 아무 말 없이 눈만 마주쳐도 그냥 즐겁고 편안했으니까...
돌아오는 길에 형이 피곤해 보였어. 호텔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거든...
그래서... 내가 운전을 했어... 정말 날씨가 좋았어.
룸미러로 뭔가 번쩍인다. 보면, 뒤에서 오토바이가 질주해오는데 햇빛이 반사되 자꾸 번쩍인다.
신경 쓰인다. 룸미러를 보던 카메라가 앞을 보는 순간, 강아지 한 마리가 차도로 뛰어든다.
핸들을 급하게 꺾는다. 타이어의 맹렬한 마찰음과 함께 화면(차)이 뱅그르르 돌면서
뒤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한다.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한바퀴 뒤집어지는 화면...
어딘가에 처박힌 차 안. 동요가 계속 흐른다.
박살난 앞유리 저 너머로 문제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쳐다보는게 보인다.
간신히 눈을 뜨는 진헌. 이마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내린다.
가물가물한 눈으로 힘겹게 고개 돌려 옆을 본다.
형 괜찮아? 하고 간절하게 외쳐보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다시 고개를 돌려 뒤를 본다. 형수... 미주야... 눈으로 그들을 불러보지만 누구 하나 대답이 없다.
그때 화면 안으로 형의 손이 툭 떨어진다.
형의 죽음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진헌... 빨갛게 핏발 선 눈이 느리게 깜빡인다. 이건 꿈일거야...
S#41. 호텔 룸
삼순의 배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우는 진헌... 어깨를 들썩이며 아이처럼 소리내어 운다...
삼순이 안아준다. 그녀도 눈물이 글썽하다.
두 사람의 모습 길게...
S#42. 제주도 일각(동 오후)
왕복 8차선의 도로가 뻗어있다.
그 도로에 사진 한 장이 겹쳐진다. 도로와 사진을 비교하는 중으로 사진은 몹시 오래되었다.
50년대 후반의 고아원 앞에서(고아원 팻말 보이는) 색동저고리를 입은 일곱 살 계집아이를 찍은 사진.
입양되기 직전인 듯하다.
헨리, 사진을 내리고 물끄러미 도로를 바라본다. 희진도 가만 바라만 본다.
쭉 뻗은 도로 위에 서 있는 두 사람.
헨리 : ...
희진 : ...
헨리 : 우리 엄마 고향은 길이 되버렸네.
희진 : ... 슬퍼?
헨리 : 아니... 누구나 길에서 왔다가 길로 돌아가니까.
희진 : (훗 웃으며) 시적이야.
S#43. 성산 일출봉 오르는 길
숨을 할딱이며 오르는 희진. 앞서가던 헨리가 돌아보더니 손을 내민다.
희진, 헨리의 손을 잡고 간다.
S#44. 일출봉
아름다운 풍경...
희진과 헨리, 주욱 둘러본다. 바람이 세다.
희진 : 어때?
헨리 : 비극적인걸?
희진 : 뭐가?
헨리 :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보다니, 참 바보 같지 않아?
희진 : (씁쓸하게 웃는다)
헨리 : 그런 바보가 또 하나 있지.
희진 : ?...
헨리 :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야. 딴 여자한테 뺏기고 나서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어.
희진 : (피식)...
헨리 : 그러지말고 사실대로 말해.
희진 : 싫어.
헨리 : 안그럼 안풀려. 어떤 남자가 널 용서하고 받아주겠니. 나라도 못해 그건.
희진 : ... 사실대로 말해서 돌아오면, 그건 사랑일까?
헨리 : ...
희진 : 동정심 때문에 돌아오는 건 싫어.
헨리 : 그러다 영영 안돌아오면.
희진 : 음... (씩 웃으며) 그럼 나 받아줄래?
헨리 : (으쓱) 생각해보고.
희진 : 으~ 재미 없게. 그럴 땐 이러는 거야. (우리말) 내가 봉이냐.
헨리 : (우리말) 내가 봉이냐.
희진 : 어? 잘하네?
헨리 : (우리말) 내가 봉이냐. (영) 근데 무슨 뜻?
희진 : (영) 나를 만만하게 보지 말아라.
헨리 : (오우 끄떡이더니 진지한 얼굴로 목청껏 연습한다) 내가 봉이냐- 내가 봉이냐-
희진이 까르르 웃는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어진다. 보헤미안 같은 그 모습이 잠시 정지된다.
진헌 : (E)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그녀가 그랬어. 살아줘서 고맙다고...
S#45. 호텔 룸
삼순은 침대머리에 기대어 있고 진헌은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있다.
한바탕 울고 난 진헌은 무장해제된 상태고 삼순도 몹시 편안해보인다.
진헌 : 그리고 며칠 뒤에 떠났어. 5년 있다 돌아온다고. 꼭... 여행 갔다 며칠 후면 돌아올 사람처럼...
삼순 : ... 어쨌든 기다린거네. 나랑 가짜연애하면서...
진헌 : 아니... 시간이 흘러간 것 뿐이야.
삼순 : 다른 여자 안만났잖아.
진헌 : 귀찮았어.
삼순 : 기다린거야.
진헌 : ...
삼순 : 기다린거야, 미련이든 오기든.
진헌 : ... 한쪽이 그만둔다고 나까지 그만둬버리면, 내 사랑은 뭐가 되지?
삼순 : !... (기다림을 인정한 그 말이 왠지 서운하다)... 다시 시작할 거야?
진헌 : ...
삼순 : 아직 사랑하잖아. 내 눈엔 다 보여.
진헌 : 둘이 많이 닮았어.
삼순 : 둘?
진헌 : 당신하고 희진이.
삼순 : (딴판인데? 갸웃?)...
진헌 : 날 웃게 만들거든. (일어나 창가로 간다)
삼순 : (일어나 앉아 보는)
진헌 : 한라산 가본 적 있어?
삼순 : 아니, 뒷산도 안올라가는데. (창 밖을 본다)
한라산은 보이지 않는다. 한라산이 어딨지? 여기저기 찾아보는 삼순.
진헌 : 난 두 번 가봤어. 한번은 수능 끝나고 형이랑, 한번은 재활치료 끝나고.
삼순 : ...
진헌 : 형이랑 갔을 땐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허리까지 차는 걸 형이 길을 내면서 걸었지.
다른 등산객들도 우리 뒤만 졸졸 쫓아오고... 재활치료 끝났을 땐 충동적으로 갔어.
이 산을 끝까지 오를수만 있다면 살아가면서 다리가 말썽피울 일은 없겠구나...
삼순 : 끝까지 갔어?
진헌 : 음. 구름을 뚫고... 정상에 서니까 발밑에 구름이 깔려서 꼭 구름을 밟고 서있는 것 같았어.
그때 그랬지. 이젠 됐다... 그만하자... 자책도 원망도... 그리고 결심했어.
희진이가 돌아왔을 때 적어도 무기력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고...
삼순 : (자꾸만 가슴이 아파온다)
진헌 : 내려올 땐 라면도 끓여먹었어. 그때 형이 눈을 녹여서 라면을 끓여줬었거든.
근데 옛날 그 맛이 아니더라구. 아마 그렇게 맛있는 라면은 다신 못먹을 거야.
삼순 :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나자 얼른 가린다)
진헌 : (돌아보며 웃는다) 거봐, 날 웃게 만들잖아.
삼순 : 아까 먹다말았단 말야.
진헌 : 나가자.
삼순 : 어딜?
진헌 : 라면 먹으러. (옷 집어들며 무심히) 다음에 시간 있으면 한라산에 한번 같이 가보자.
삼순,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멈칫한다. 다음에? 다음에 언제? 그 말이 무슨 언약 같아서 가슴이 벅차다.
S#46. 보나뻬띠 홀(동 오후)
이영, 영자로부터 삼순이 제주도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란다.
이영 : 네? 제주도요? 제주도엔 왜요?
영자 : 집안행사가 있다고 사장님이 데려가셨어요.
이영 : 집안행사?... 오늘 올라온대요?
영자 : (새침) 당연히 그래야 되지 않겠어요?
S#47. 보나뻬띠 현관
이영이 안에서 나온다. 핸드폰 버튼 누르며 간다.
이영 : 얘가 제주도에 가면 간다고 미리 얘길 할 것이지. 삼식이 이 자식 무슨 꿍꿍이 있는 거 아냐?
(그때 공이 날라와 머리를 맞힌다) 아! (휙 돌아보며) 누구야!
요리사들과 농구하던 현무가 달려온다.
현무 : 아 죄송합니다. 안다치셨(어요? 어? 이 여자!)
이영 : (역시 알아보고) !...
현무 : (끄떡 인사) 안녕하세요. 삼순씨 만나러오셨나봐요.
이영 : (흘기며) 혹시 일부러 맞힌 거 아녜요?
현무 : 아유 일부러 맞히다니요. 맞아야될 건 전데. 그 날 정말 죄송했습니다.
이영 : 아니 다행이네. (휙 돌아서서 간다)
현무 : 안녕히가세요.
이영 : 안녕히 가시든말든. (하다가 악! 고꾸라진다)
현무 : (공 집어들다말고 달려온다) 괜찮아요?
이영 : (아프고 챙피하고, 끙 일어나는데)
현무 : (얼른 부축해준다)
이영 : (확 뿌리치며) 아 됐어요, 괜찮아요.
현무 : (민망, 뻘쭘)
이영 : (홈에 박힌 하이힐을 뽑아서 신는다. 무릎이 깨졌다)
현무 : 무릎 아플텐데 약 바르고 가세요.
이영 : (확 흘긴다) 혹시 여기다 홈 파논 거 아녜요?
현무 : 허허 그렇게 억질 부리면 엉덩이에 뿔 나요. 봐요, 뿔 났지.
이영 : 썰렁한 것도 재주네요. (팽 돌아서서 가는데)
현무 : 진짜라니까요! 뿔 났어요! 궁뎅이 다 보여요!
이영 : (삐죽거리며 별 생각없이 엉덩이 만지다가 이상해서 돌아본다)
시접선을 따라 좌악 찢어진 스커트.
이영, 흡 놀라 두 손으로 엉덩이를 가린다.
S#48. 호텔 룸
문 열다말고 삼순을 돌아보는 진헌.
진헌 : (정색하고) 김삼순씨.
삼순 : 어? (하다가 그 표정 보고)...네.
진헌 : 다시 한번 말하는데 당신이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삼순 : !...
진헌 : 무슨 뜻인지 몰라요?
삼순 : (반은 넋나간 채로) 아까 말했잖아요. 오해같은 건 안한다고.
진헌 : 됐어요. (나간다)
삼순 앞에서 문이 닫힌다. 너무 다른 그 모습에 당황스럽기만한 삼순....
그때 핸드폰 울리자 발신자 확인하며 받는다.
삼순 : 어, 언니.
S#49. 보나뻬띠 탈의실
무릎에다 연고 바르며 통화중인 이영.
이영 : 너 아직 제주도야?
삼순 : (F) 어떻게 알았어?
이영 : 삼식이 옆에 있니?
S#50. 호텔 복도
룸에서 나오며 앞을 보는 삼순. 진헌은 저만치 앞에 가고 있다.
삼순 : 괜찮아, 말 해.
이영 : (F) 좀 전에 명숙이 만났거든? 드디어 그 녀석 정체를 알아냈어. XX 호텔이라고 알지 너.
그 호텔 아들이래. 하나뿐인 후계자.
삼순 : 알어.
이영 : (F) 알어? 여관장사한다며.
삼순 : 오늘 알았어.
이영 : (F) 그럼 몇 년전에 교통사고 나서 즈이 형 죽은 것도 알어?
삼순 : 어 아까 들었어.
S#51. 탈의실
이영 : ?... 니들 무슨 일 있었니?
삼순 : (F)... 왜.
이영 : 몇시간만에 만리장성 쌓은 느낌이다?
삼순 : (F) 아니야, 만리장성은 무슨...
이영 : 오늘 올라올 거지?
삼순 : (F) 어.
이영 : 꼭 올라와야 돼? 거기서 밤새면 안돼?
S#52. 호텔 복도
삼순 : 왜?
이영 : (F) 왜는 무슨 왜야. 그 녀석이랑 일 생기면 안되니까 그렇지.
삼순 : 진짜 연애하라며.
이영 : (F) 그거야 정체를 모를 때지. 재벌가의 며느리가 아무나 되는 줄 알어?
삼순 : 호텔 몇 개 갖고 있는게 무슨 재벌이라구...
이영 : (F) 어머어머 얘 간 부은 것 좀 봐. 어쨌든 지금 당장 올라와. 알았어?
삼순 : 알았어.
이영 : (F) 그리고 탈의실에 옷 갖다논 거 혹시 없어?
삼순 : ? 무슨 탈의실? 언니 레스토랑이야?
이영 : (F)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여벌로 옷 갖다논 거 있냐구.
삼순 : 없는데.
이영 : (F) 알았어. 끊어.
삼순, 전화 끊고 시무룩해서 간다.
S#53. 탈의실
이영 : 아무래도 수상해. 무슨 일이 있는게 틀림없어. (노크소리 들리자) 네.
현무 : (E) 들어가도 돼요?
이영 : 안돼요. 기다려요. (벽에 걸린 앞치마로 얼른 엉덩이를 가리고 문으로 가 살짝 열어준다)
현무 : (문 틈으로 손만 디민다. 청바지가 들려있다. E) 이거라도 입으세요.
이영 : 누구 거예요?
현무 : (E) 제거요.
이영 : 딴사람거 없어요? 여직원들 많잖아요.
현무 : (E) 물어봤는데 없다네요.
이영 : (아 짜증난다)
현무 : (E) 팔 아파요.
이영 : (확 나꿔챈다)
현무 : (E) 꼭 돌려주셔야 돼요. 10년째 아껴입는 거거든요.
이영 : (십년씩이나? 어으 궁상! 문을 확 닫는데)
현무 : (E)악!!!
이영 : (놀라 문을 연다)
끼었던 손을 감싼 채 아파서 절절 매는 현무.
이영, 돌아서면서 슬쩍 웃는다. 쌤통이다!
S#54. 호텔 계단(또는 회랑)
진헌과 삼순이 내려온다.
삼순 : (맥이 풀려있다) 나 라면 안먹을래요.
진헌 : 배 고프다면서요.
삼순 : 그래두 안먹을래요. 그냥 공항으로 가요.
진헌 : 난 배고파요. 먹고 가요.
삼순 : 그럼 먹고 오세요. 난 먼저 공항으로 가있을테니까. (걸음 빨리하다가 놀라 멈춘다)
마주오던 희진이 삼순을 보고 멈춘다. 당신이 여길 왜 왔지? 하는 표정이다.
희진 : !...
삼순 : !...
진헌 : (삼순 뒤에서 오다가 희진을 보고) !...
희진 : (진헌을 본다. 이 여잘 여기까지 데려왔어? 하는)...
뒤따라오던 헨리도 멈춘다. 세 사람을 번갈아보며 의아하다.
진헌 : (그제야 헨리를 보고, 이 자식을 여기까지?)...
삼순 : (역시 헨리를 보고 이 남잔 누구야) ?...
희진 : (삼순에게) 어떻게 여기까지 내려오셨네요.
삼순 : (얼른 정신 차리며) 초대 받았거든요.
희진 : (초대? 진헌을 본다)
진헌 : (보란 듯이 삼순의 손목을 잡고 끌고간다)
삼순 : (당당하게 끌려가고)
희진 : (파르르)...
헨리 : (그들을 돌아보고는)... 혹시 미스터 현?
희진 : ... (확 돌아서서 쫓아가려는데)
헨리 : (얼른 붙잡고) 지금은 아니야.
희진 : (손을 뿌리치고 뛰어간다)
헨리 : (이건 아닌데 고개 저으며 보는)
S#55. 회랑 일각
성큼성큼 오는 진헌. 눈치 살피며 뒤따라오는 삼순.
달려온 희진이 앞을 가로막는다.
희진 : 나랑 얘기 좀 해.
진헌 : 할 얘기 없어.
희진 : 잠깐이면 돼.
진헌 : 니 남자친구가 싫어할텐데.
희진 : 그냥 친구야.
진헌 : 상관 안해. (가는데)
희진 : (얼른 진헌의 손목을 잡으며)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진헌 : (휙 본다. 어떻게 그런 뻔뻔한 소리를!)
희진 : 가. (끌고가는데)
삼순 : (다른쪽 손목을 얼른 잡는다) 가지 마요.
진헌 : ?!...
희진 : !... 그거 놔요.
삼순 : 못놔. 니가 놔.
희진 : 놔!
삼순 : 니가 놔! (진헌 보며) 그리고 너!
진헌 : (그 기세에 움찔)
삼순 : 너도 딴 여자랑 눈 맞추지 마. 내 말만 듣고 나한테만 귀 기울여.
진헌 : ???!!!
희진 : ?!...
삼순 : (희진을 확 쏘아본다)
희진 : (지지 않고 쏘아본다)
세 사람에서 스톱.
7회 끝.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