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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시작했던가...신안자은대회....
때는 바야흐로 제주대회로 클럽의 모든 열기가 벌겋게 달궈져 있을 때 나는 그 시뻘건 열기속에 함께하지 못했다.
큰 꿈으로 올라갔던 김포에서의 회사일이 맘대로 되지 않아 심란했고, 그 여파로 생활비만 빠듯하게 집에 보내주는 정도의 형편에 제주대회는 무책임한 아빠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생각했었으나 막상 안간다고 생각하니, 또 올해는 킹코스 쉰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었고 그 공허함은 생활조차 무기력하게 만들었을 무렵 병호 형님으로부터 신안자은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솔깃해졌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제주도 못간 병호형님, 철표형님, 김상문고문님, 박희영형님, 그리고 저..이렇게 불쌍한 반란의 시작은 바로 병호형님의 카센터....하하하
그 불쌍한 반란을 긍휼이 여긴 형님들이 계셨으니..
‘쟤들만 어찌 보내긋노..내가 선수 겸 자봉으로라도 가봐야지..’ 함성우
‘재밌겠는데? 나도 가까’...김동훈
‘목철의 자존심은 내가 지킨다. 이번에 곡갱의 진가를 보여주마.’...문찬웅
‘아싸~ 마누라가 생일선물로 한게임 더 나가도 된단다~’...조준현
이상 9명으로 구성된 신안별똥팀...
자 이제 팀은 구성됐고 연습만 하면 되는데...이놈의 날씨는 연습할 수 있는 그런 날씨가 아니었다. 더워도 너무 더웠고, 또 혼자서하는 장거리 라이딩과 장거리 런은 집에서 출발할 때의 의지를 순식간에 증발시키기 딱 좋은 온도였다.
스스로 보급하고자 한군데 물을 숨겨놓고 자전거를 뱅뱅돌려고 했지만 한바퀴돌고 마셔보니 헐~ 온도가 커피 타 마셔도 되겠더라. T.,T
입금도 안했으니 하지마? 하는 생각도 숱하게 했었다.
그래도 내가 먼저 가자고 했는데 내가 안가는건...아니다 싶다.
훈련도 하는 둥 마는 둥..스트레칭만 집에서 열심히 하면서 보내다가 대회날은 와버리고 상차를 위해 명지로 가고 있었다.
신안으로 고고씽~
차타고 배타고 이래저래 좋은 구경해가며 재밌는 이야기 보따리로 신안까지는 정말 좋았다.
배웅 나온 숙소직원의 안내로 숙소에 도착하니 승마장이다.
‘진정한 말근육이 이런거구나~’
저녁은 간단하게 사먹으려고 했으나 쉐프 조준현과 그의 조수 김동훈 형님의 멋진 요리로 그냥 해먹었다. 그러고 보니 대회가서 사먹은건 돌아올 때 아침겸 점심 뿐이었네..^^
준현이는 정말 못하는게 뭘까...하고 생각한다.
대회 전날 분위기가 이상하다. 제주대회 전날에는 긴장감에 모든 행동하나하나가 경기에 맞춰있는데 이번 대회는 저녁에 먹을 소주며, 맥주며, 막걸리며 모두 챙긴다. 덩달아 같이 먹는데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다. 형님들이 올림픽코스로 착각하는 건 아닌가....^^
대회당일 정말 오랜만에 입어보는 슈트..올해 들어 세 번째 입는 슈트...송도에서 한번, 춘천대회에서 한번..그리고 신안에서 한번....수영에 자신이 없는데도 부담스럽지 않다.
드디어 수영 출발 7:30
나는 몸싸움을 심하게 싫어하는 평화주의형 양반 수영인지라 징소리와 함께 우루루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응원나온 사람처럼 박수를 쳐주고 있다. 어느정도 빠졌을 때 쯤 물에 걸어들어가며 몸을 슬슬 움직여본다. 사람들과 부딛칠까 외곽으로 떨어져서 간다. 수영이 잘된다. 이상하다. 이정도 컨디션이면 사고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드디어 한바퀴를 다 돌고 땅이 보이고 손이 닿는다. 보통 장거리 수영하면 약간의 멀미끼가 있던데 이번 대회는 그런 것도 전혀 없다. 이게 진정 최고의 컨디션인가....생각하며 일어서서 뒤를 보니 ....‘이런~ 몇 명 엄따!!!!!!’ 진짜 열명도 안되는 거다.....
이상하리만치 수영이 잘되었는데...이상하리만치 속도는 안났던 모양이다.T.,T
두바퀴 돌고 나오니 내 뒤에는 몇 명 안보인다. 그 중에는 슈트도 안 입고 참가한 동훈 형님도 있다.
싸이클 출발~ 09:25
대회오기 약 한달 전...일산 현장에 있을 때 나는 2주를 연속으로 180km, 100km를 탔었다. 한달의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아직 내 근육들은 장거리 라이딩에 대한 기억을 충분히 가지고 있긴 커녕 개뿔 암껏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
수영에서의 성적을 만회라도 할 듯 미친 듯이 패달링을 한다.
처음엔 가볍게 타야한다. 가벼우면서도 날렵하게....그러다 슬슬 기어비를 올려본다.
아~~판단 착오다. 가벼운 기어에 다리가 적응한 듯 한칸만 올려도 안돌려고 한다.
만회는 무슨 만회....두명이 연달아 추월해간다.
이제 정말 내 뒤에는 몇 명 없다.......정말이다........나중엔 보급도 끊기겠네.....흑흑흑
생각하는 찰나 TT바이크 한데가 정말 멋진 모습으로 나를 추월한다. 이때다 싶어서 바로 드리프팅 시도....한동안 편하게 신세지며 달린다. 한동안 그렇게 달리다가 점점 멀어지면서 놓친다.
좀 가다보니 찬웅형님의 멋진 페달링(잔차와 상체는 전혀 안움직이고 다리만 움직이며 안정된 자세다)이 보인다. 그런 멋진 안정된 자세로 천천히 가고 있었던 거다. 크하하하
찬웅형님의 여유는 대회중에도 이어진다.
날 보자마자 “그라고보면 내가 수영은 빨리 나왔어~~~”
추월하고 달려나간다. 이제 다리에도 힘이 들어간다. 역시 내 다리는 잊엇던 장거리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던거다.
한명 두명 세명 네명 막 추월한다.
컨디션 쥑인다. 이대로만 간다면 또 사고칠거 같다.....는 찰라 ‘퓌쓍~~~~~’하면서 뒷타야 빵꾸.....이런 줵일쓴............
빨리 갈고 가자~~~~손은 눈보다 빠르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를 생각하며 튜브를 갈아본다. 연습도 웬만큼해서 이제 제법 잘 갈아끼운다. ...만 이상하게 튜브가 꼬여서 이쪽 풀면 저쪽 꼬이고....마음이 급하니 손은 발보다 느렸다....
찬웅 형님이 지나간다. 좀 있으니 동훈 형님도 지나간다.
늦은 만큼 스스로 보상하겠다는 각오로 엄청난 속도로 따라 붙는다. 내 귓가에는 벌써 록키에서 발보아가 스러졌다 일어날 때 나오는 노래가 들린다. “빰빠바바 빠라밤빠라밤~빰빠바바 빠라밤빠라밤~” 크하하하 빵꾸 고치는 시간에 지나갔던 사람들을 꼭 되찾겠다는 각오로......역시 나중에 내 다리는 꼭 보상받겠다는 심보로 쥐가 났었다. 그것도 두다리 한꺼번에.... 오르막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기어 내리고 돌려가며 풀었다.
빵구 고칠 때 지나친 찬웅형님이 또 보인다.
역시 형님은 날 기다려 주신거다. ..........라고 생각할란다...^^
스페샬푸드가 보인다. 찬웅형님과 함께 들어갔다.
이런 또!!!! 줴길쓴~~~!!!!!!!
내 스페샬푸드가 엄따...무슨 이런 일이.......찬웅형님껄로 나눠먹었다. 만약 그 자리에 찬웅형님이 없었으면 아마....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아마....나는.......스페샬푸드도 못먹고 바로 레이싱에 합류...아마 훨씬 더 빨리 골인 했겠지....푸하하하하하 형님 제맘 알죠?
사실은 스페샬 푸드에 넣어둔 담배가 없어진게 더 아쉬웠다고나 할까......^^;
다시 자전거를 타면서 계산해본다. 지금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정리해본다. 헉~!!!!!!
어쩌다 이렇게 늦은거지? 뭐가 잘못된거지? 이러다간 분명히 컷오프다.....
남은 네시간 동안은 근육이 터지더라도 무조건 빡세게 달려야 한다.
그 후 내리막에서는 목숨을 걸었고 오르막에서는 한칸의 기어도 아까워하며 댄싱에 댄싱을 했다. 토나올 정도로 탔었다.
날씨는 덥다 못해 뜨겁고 보급마다 물 두통 받아서 한통은 마시고 한통은 몸에 쏟아 부으며 달렸다. 내가 생각해도 쫘~악 하며 물 뿌리는 장면은 사진 한장 정도 남아줬어야 하는 멋진 장면인거 같다.
그렇게 두바퀴를 돌고나니 한바퀴 남았는데 시간이 이상하다.
아하~~ 아까 빵꾸 때운 시간을 생각못했구나...............
암튼 잔차 골인
근데 또 이런~~~~~~~~ 런백에 양말이 엄따~~@.,@~ 오늘 왜 이러니~~~????
밖에 누가 있으려나? 탈의천막 나와서 이리저리 살펴도 아는 얼굴은 없다.
우린 모두가 선수로만 구성된 팀이고 ....중간에 천군만마처럼 합세한 유일한 자봉 성만이도 잔차 주로에 있었다.
그냥 양말없이 나간다.
런 스타트~~ 오후 5시
시간 많이 남았네~ 하면서 천천히 나가본다. 응원하는 동네 꼬마들 구경하며 온갖 폼 다 잡아주며 출발~ ^^
7키로 정도를 6바퀴 돌면 올해 대회도 끝이다. 이정도 시간이면 충분하다. 7키로면 4~50분 정도....50분 잡아도 300분...그러면 5시간이면 골인이다. 오르막도 없다. 보급도 키로마다 하나씩 있다. 설렁설렁 뛰어본다. 또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다. 양말 없어도 발이 뽀송뽀송하다. 케이스위스 좋네~~~하면서 앞으로 계속 양말 안신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반환점까지 가는데.....끝이 안보인다.
저~ 멀리 서철 유니폼이다. 걸어온다. 준현이다. “준현아~ 뛰라~~~” 파이팅을 외친다. 근데 얼굴이 이상하다. 이런 준현이 얼굴은 첨인거 같다.
드디어 반환점... 손목에 고무줄하나 채워준다. 이거 여섯 개 모으면 골인이다. ^^
런 주로에는 챔피언칩 찍는 곳이 없다. 고무줄로 대신 한다. 뭐 괜찮다. 예전에는 다들 이렇게 했을꺼라 생각했다.
한바퀴 돌았다. 시간이 한시간이 딱! 걸린다. 뭔가 이상하다. 7키로가 한시간이라니..............
이런 상태라면 6시간 걸리겠네~ .....맞았다. 아니 더 걸렸다.
세바퀴까지는 절대 걷지 않겠다고 맘 먹었다. 걷는 사람 한둘 따라 잡았다.
이제 네바퀴째다...런 출발점에 서철 형님들이 응원하고 있다. 함성우 형님이 이상한 약을 한 주먹 먹여주신다. 무슨 약인지 여쭤보려는 순간 식도를 넘어가고 있었다....하하
이제 형님들 안보이는데까지 가서는 좀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타이어가 찢어져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병호형님이 같이 뛰어주신다....고마웠지만 마음은 울고 있다. 흑흑
그런데 옆에서 페이스 맞춰서 뛰어주고 또 등도 살짝 밀어주니 또 한바퀴는 가볍게 돌았다. 이제 두바퀴만 돌면 골인....고무줄 두 개만 더 모으면 된다. 히히
해는 이미 져서 완전 어둡다.
챔피언칩 찍는 곳이 없어서 반칙하는 철인들이 한둘 보인다.
철인 운동하면서 그런 행동 참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몸이 극도로 지쳐 있을때는 그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무조건 다 돌았다. 한쪽은 고무줄을 받아야 하고..한쪽은 우리 형님들이 있고...빼먹을 곳이 없다. 크하하하하
드디어 골인이다.
역대 가장 터프한 아이언맨 코스~~~
하지만 역대 가장 초라한 피니쉬라인~~~
골인하는데 사진한장 찍어주는 사람 없다. T.,T
수건도 둘러주는게 아니고 접은채로 준다. 풉.
피니쉬 티는 진짜 못생겼다. 이건 마치 80년대 중고등학교 체육복에 글짜 넣은 것처럼 생겼다. 완전 웃기다. 현장가면 직원에게 작업복해라고 주고싶다. T.,T
끝까지 기다려준 형님들께 고맙고
갑자기 나타나 궂은일 다 챙겨준 성만이 고맙고
오며가며 계속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신 함성우 형님께 감사하고
네바퀴째 같이 뛰어준 병호형님께 감사하고...
끼니때마다 맛있는 밥 만들어준 준현이 고맙고..
스페샬푸드 나눠준 찬웅형님께 고맙고
이번 대회 총괄 준비와 모든 살림 그리고 숙소에서의 잡일까지 해주신 동훈이 형님께 고맙습니다.
존재만으로 안정감을 갖게 해주는 서철의 어른 김상문 고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끝까지 고생한 종민이 형님도 고생 많았습니다.
첫댓글 행님 진짜 멋집니다. 이제부터 저의 철인 롤모델은 행님입니다. 근데 동훈이 형이 메인 쉐프고 저는 옆에서 거들기만 했습니다.^^
롤모델은 가당찮다 ㅋㅋㅋㅋ 반사~^^
고생들 많이 했네 승호야 완주 축하한다 그래도 제주도처럼 그기도 섬이네 ...
사람마다 느끼기 나름이겠지만 제가 보기엔 제주보다 아름답진 않습니다. 철인은 역시 제주죠~~~^^
하하하~~~ 자뻑~~~ 승호야~~다 안다... 수고 했습니다.... 힘!!!
레알 아이언맨~~~
몇년째 겨우겨우 컷오프 시간만 간신히 피하면서 들어오는 것도 '레알' 입니까? ㅋㅋㅋㅋㅋ부끄....
역시 승호네 축하 한다. 늦게 가도 끝까지 갈수 있는게 철인이 아닌가 싶네
남아 있는 대회는 될수 있는대로 다 참석 하도록 하자 화이팅!!!!
늦어도 너무 늦는게 문제죠 형님~ ㅜㅜ
추카추카......항상 열정이 넘치는 승호...다시한번 추카합니다
같이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통영에는 꼭 같이 가시죠 형님~^^
어려운 여건에서 하려는 의지가 바로 아이언맨이겠지. 승호가 완주해줘 체면치레했다. 참 수고 많았다.
런 세바퀴에서 형님께서 신고계신걸 직접 벗어주신 뽀송한 양말과 신발이 아니었으면 물집때매 못했을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야~~^^ 축하합니다 ! 철인맞네 *.* 악조건 중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로 완주하신 한승호님 !!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나머지 분들은 한승호님의 완주를 위해 멀리서 자봉 및 써포트를 해주기위해 참가해 주셨다~~ 생각하시는 감사의 마음으로 ^^ 사랑과 축복을 많이 받았네요 ^^
정말 그런거 같습니다. 형님들 없었으면 저는 못했겠죠~~~ ^^
승호의 실감 나는 감동기 늦게 봤다.. 정말 고생했고 수고했다...신안티는 중국에서 만들었는데 사진은 제주도 추자도를 중심으로 해서 왼쪽 먼곳이 삼방산이다... 즉 신안에서 제주도 프린팅한 완주티를 주었다..
푸하하하 왜요? 신안에서 왜 제주도를? ^^ 함감사님의 자봉덕에 잘 다녀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신안도 그렇지만 경부라이딩도 그렇고 너무 혹사당하시는 것 같습니다. T.,T 클럽차원에서 보약이라도 챙겨드려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