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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먹거리로 이름이 크게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대전에서 만난 분들의 말이다. 먹거리로 말하면 전주비빔밥, 평양냉면, 남원추어탕, 동래파전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 대전이라는 지명에는 따라 붙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대전의 역사가 경부선이 대전을 통과하면서부터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전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대전을 대표할 만한 음식이 무엇일까 선뜻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만큼, 담당 행정관서는 대전을 대표할 먹거리를 개발하고 알려야겠다는 의욕과 노력이 돋보였다. 극성(?)스럽게 느껴질 만큼 시청 담당부서 직원들의 학구적인 자세와 열성이 인상적이고 놀라웠다.
이러한 배경에서이겠지. 대전시는 대전에서 전래되고 타 지역 음식보다 독특하고 좋은 맛을 내는 음식 여섯 가지 ‘대전육미’를 선정해 놓았다. 설렁탕, 삼계탕, 돌솥밥, 구즉 도토리묵, 숯골 냉면, 대청호 민물고기매운탕이 바로 그것들이다.
길은 로마로 통하고 한국의 대도(大道)는 대전으로 통하듯, 한국의 모든 맛 또한 대전으로 통하는 날도 멀지 않겠다.
검은콩 수제비·보쌈 - 아! 이 여인 우희경!
종사자의 안내를 받아 식당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벽면에 걸린 한 폭의 그림이 눈을 크게 자극시켰다. 누가 그린 그림일까. 50호 정도 크기의 그림 앞으로 다가가 그림 하단의 이름을 확인했다. 영문으로 ‘우희경’으로 그려져 있다. 아! 화가 여인이 운영하는 아담한 식당! 감동이다. 주인이라며 식탁 맞은편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정중하게 인사하는 여인이 너무나 젊고 아름다웠다. 역시 감동이었다.
식탁 위로 차려져 나오는 음식들이 보통의 정성이 아니다. 한 가지 한 가지 음식마다 예술작품을 빚는 정성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차려낼 수 없겠다. 주중의 저녁시간에 조금은 외진(?) 곳으로 알고 찾아간 식당, 부부간이나 연인 사이로 보이는 손님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 집을 추천해 준 대전 진달래산악회 이춘화 회장의 설명에 과장이 없었음을 금방 깨닫게한다. 대전 산꾼들, 특히 여성들은 갑하산과 우산봉 등산 때는 이곳에다가 차를 세워두고 산행을 마치고는 원점회귀 형태의 산행을 즐긴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우희경 검은콩 수제비(042-823-6338) 그대 있음에’ 라며 웃던 이춘화 회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인 우희경씨는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는데 가정형편상 졸업하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쉽다고 한다. 하지만 공부하는데야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앞으로의 그림공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간판에는 이곳이 본점임을 밝혀 놓았는데, 서울의 두 곳을 위시, 전국 각지에 여덟 곳이 성업 중이고 멀지 않아 중국 상해점도 문을 열게 된다고 한다.
검은콩 수제비·검은콩 만두 각 5,000원, 검은콩 녹전 7,000원, 흑두부 보쌈 25,000원.
동남가든 - 갑하산 하산길 단합대회 장소
‘동남가든(042-825-2000)’이 바로 그런 집이다. 60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크게 비싸지 않는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유성에서 32번 국도로 계룡산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대전시와 공주시의 경계점 삽재를 넘게 된다. 삽재에서 박정자 삼거리 가기 전 1km 지점에 봉래교가 나오는데, 다리를 건너기 전 오른쪽으로 사봉 마을표지석을 보게 된다. 이 표시를 따라 들어가면 동남가든이 나온다. 주차공간이 넉넉해 자가용 차량을 가지고 가도 좋지만, 이 업소의 승합차를 예약, 유성까지 교통편의를 제공받는 것이 현명하다.
온천휴양도시 유성! 많은 사람들이 유성 하면 온천을 떠올리게 될 만큼 유성 온천은 유명하다. 60여 종의 각종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성 온천수는 화강암의 단층 균열층을 따라 분출되는 56℃ 고온인 수온이 다른 지역 온천수와는 달리 차별화가 되고 있다. 온천수에 몸을 담고 산행에서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산행 후의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수통골가든 - 도덕산 자락 수통골 산행기점
이들 음식점 중에서 버스종점 건너편의 ‘수통골가든(042-822-0300)’은 아름다운 조경으로 단연 눈에 띄는데 손님도 가장 많은 집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 장은순씨(49)의 오리요리 솜씨가 널리 알려져 있다는데, 15가지의 한약재가 들어간다는 유황한방오리(35,000원)가 대단한 인기다.
생오리로스구이(30,000원)나 두부두루치기(10,000원)로 하산길 술 한 잔 마신 산꾼들의 입소문으로 가족단위나 친구들끼리 찾는 손님들이 많아 주말이면 식탁이 비기를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예약하는 것이 좋겠고, 손님들에게는 15인승 승합차로 교통편의도 제공해 주고 있다. 12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수통골에 있는 10여 곳 음식들은 어느 집이나 오리고기 전문점인데, 수통골가든 안쪽에 위치한 ‘해든터(042-825-2592)’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 황토가마참숯 통갈비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는 해든터의 통갈비는 12,000원이고, 양념삼겹살과 갈비탕은 7,000원이다. 돌솥밥정식(6,000원)도 차려내는 이 집에서는 15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고, 승용차 50대를 주차시킬 수 있다.희락지실 - 학봉리 국도변 삼계탕·돌솥밥 전문점
동월계곡 입구에는 여느 유원지처럼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다. 이들 업소 중 학봉교 남쪽 1번 국도변 ‘희락지실(042-825-3774)’이 단연 눈에 띄는 업소로, 손님들도 가장 많은 집으로 알려져 있다. 삼계탕과 돌솥밥(각 7,000원) 두 가지만 전문으로 차려낸다.
공주땅에서 대전육미 두 가지만을 차려내는 업소인 점이 특이하게 느껴지는데, 주인 서정옥(80) 할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희락지실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하나의 덤이겠다. 20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승용차 30대를 주차시킬 수 있다.
문화동 '주말 등산시장'의 신촌설렁탕
이른 아침, 집에서 아침밥을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 일금 5,000원이면 대전의 대표 맛 설렁탕으로 즐거운 아침상을 차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대원들이 여기서 모여 아침 식사를 하면서 팀웍을 다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귀로의 버스도 이곳으로 회귀한다. 그래서 모듬수육이나 도가니수육(각 18,000원)을 안주 삼고 소주잔을 돌리면서 하루의 산행을 반추, 해단식을 하는 곳이 바로 신촌설렁탕이다.
설렁탕은 우리 국민들이 일년 사계 어느 때나 즐겨 찾는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대전에서는 1960년대 대전역전 한밭식당이 설렁탕을 전문으로 취급하면서 서울 무교동에다 본점을 낼 정도로 명성을 크게 얻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대전시내 곳곳에 설렁탕집이 들어섰고, 설렁탕은 대전의 맛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골과 양지, 도가니와 소머리가 들어간 육수를 고아서 기름기를 제거한 후 뚝배기에 담아서 내놓는 설렁탕에 파와 마늘 등 양념을 섞고 잘 익은 깍두기 김치국물을 넣어 먹는 것이 설렁탕을 맛있게 먹는 요령이다.
신촌설렁탕이란 옥호는 1960년대 서울 신촌역 근처에서 이병우 할머니가 처음 사용했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 40여 체인점을 열어 놓고 미국 LA까지 진출했는데, 대전의 신촌설렁탕은 이 집과는 관련이 없는 업소다. 대전의 명업소 신촌설렁탕은 문화동 본점과 서구 만년동 두 집밖에 없다.
대전시 인증 대표업소인 문화동 본점은 25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승용차 50대를 주차시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빠르고 안전하고 신속하다는 대전도시철도(지하철) 서대전네거리역이 도보로 5분 안팎의 거리에 있다.
구즉 도토리묵마을의 솔밭묵집
도토리 속에는 아콘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고, 이 성분은 인체 내부의 중금속과 다른 여러 유해물질을 흡수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도토리묵은 소화기능을 촉진시키고 입맛을 돋구어 준다. 위와 장을 강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강장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 10월28일 과학기술처가 도토리에는 항암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 발표한 것은 도토리묵이 당뇨와 암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식품이라는 것을 뒷받힘해 준다.
구즉 도토리묵마을 15개 업소 중 ‘솔밭묵집(042-935-5686)’은 전국적으로도 크게 알려진 집이다. 마을 가장 안쪽에 위치한 솔밭묵집은 이 마을에서 묵 장사를 처음 시작했고, 주변이 소나무들로 둘러싸여 시원한 느낌을 주는데, 창업주 전순자 할머니의 성격도 서글서글하다. 도토리묵·도토리전 각 3,000원. 대전 엑스포 북대전 나들목이 구즉 묵마을 입구다.
수정식당·산장 - 계룡산 제일의 명업소
계룡산은 한국의 16개 산악공원 가운데 월출산 국립공원 다음으로 그 면적이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악공원으로서는 1967년 지리산에 이어 68년 12월31일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것은 계룡산이 그 크기에 비해 매우 밀도 높은 경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바다. 이러한 경관의 계룡산에서 계룡팔경을 선정했는데, 동학사계곡은 신록이 아름답고 갑사계곡은 단풍이 아름다운 것으로 선정됐다. 세상에는 춘(春)동학 추(秋)갑사로 알려져 있다.
공원의 넓이가 작은 만큼 산자락 어디나 서로가 이웃 같다. 얼마 전에는 공주시 반포면과 계룡면을 잇는 691번 지방도에 갑사터널마저 개통되어 150만 인구의 대전에서 갑사까지는 지척의 거리가 됐다. 굽이굽이 돌아야 했던 밤고개길이 직선으로 펴졌고, 겨울에 눈이라도 좀 쌓이면 찻길이 막혔던 일이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겠다.
갑사 입구에 있는 수정식당은 이 일대 20여 식당들 중에서 경향 각지로부터 찾아오는 손님이 가장 많은 업소로 알려져 있다. 20년 전통을 쌓아 온 수정식당의 음식 맛이야 설명이 필요치 않을 만큼 고증됐다. 수정식당에서는 그 동안 다녀간 많은 손님들이 직접 적어둔 글귀나 그림들을 작은 액자에 담아 벽면에 걸어 두었는데, 식당 안은 마치 일년 365일 내내 시화전을 열고 있는 분위기다.
수정식당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전국의 명산 자락 식당 중에서 각급 학교 동창회 모임이 가장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도권과 영호남 어느 곳에서나 접근하는 시간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가 숙박시설 수정산장(041-857-6312)까지 함께 운영하는 터라 숙식이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장점이 있어 1박2일 행사를 끊임없이 치루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 김태순 여사는 전국 명산 자락 명업소 업주들 모임인 산촌미락회 회장으로, 산 자락 외식업소의 실상을 환하게 꿰차고 있다. 그래서 산꾼 손님들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베풀어 준다는 소문으로 젊은 산꾼들은 고향 누님이나 어머니를 찾는 심정으로 김 회장을 만나고 온다고 한다.
글·사진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경북대 산악회 OB·sanchonmir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