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도 되돌릴 수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으며 마침내 늙어간다. 그런데 늙는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 같기도 하다. 그래서 눈길이 갔다. 그 착각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겠다.
우리는 대개 나이가 들면 시력이 나빠지고, 이런저런 질병을 마주하고 생활반경을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고 사회는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노인들을 포함하여 사회 전체가 건강에 엄청난 관심을 쏟는데도 정작 건강한 삶을 누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텔레비전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주 생기는 질병에 대해 의사들이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 해당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사의 처방에 따라 건강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운동요법과 음식 요법을 보여준다.
엘렌 랭어
의사에 대한 믿음은 저절로 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의사의 평균 수명이 다른 직종보다 더 길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들이 일반 사람들보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상당수 의사들이 담배를 피우며 음주를 즐긴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고객인 ‘환자’들에게는 술, 담배를 끊을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그래도 환자들은 의사의 말에 권위를 부여하며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도 눈치를 살핀다. 의사들의 말은 늘 일방적이다.
엘렌 랭어의 『늙는다는 착각』은 이런 통념들을 과감히 떨쳐버릴 것을 요구한다. 의사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고려해야 하며, 각자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한다. 아울러 노화로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을 의식을 집중해 면밀히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책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요양원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이야기를 한다. 노인들에게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하라고 한 것만으로도 더 쾌활해졌고, 민첩해졌다. 사망률도 대조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고 한다.
선택의 힘과 그 힘에서 파생된 개인의 통제력 증가가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노인들은 그저 아무 일도 하지 못하도록 한다. 또 다른 실험으로 일주일 동안 노인들이 20년 전의 생활을 재현하도록 했다. 이른바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이다.
20년 전의 과거가 현재형으로 진행되었는데 불과 일주일의 기간이었음에도 효과는 놀라웠다. 실험참가자들 모두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되었고, 체중이 평균 1,5킬로그램 호전되었고, 악력도 현저히 향상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측정 결과에서 참가자들은 더 젊어졌으며, 관절 유연성과 손가락 길이, 손놀림이 월등히 나아졌다. 지능, 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도 좋아졌다. 실험으로 보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신체가 아니라 신체적인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이 연구는 질병의 진행과 관련해 우리가 반드시 옳다고 여기며 따르는 의학 지식에 의문을 품게 한다. 우리 몸은 각자가 소유하고 경험한 독특한 유전 암호와 환경 요인의 영향에 따라 서로 다르게 상호작용하는 생물학적 과정이 연결된 복잡한 체계다.
이 중 딱 하나의 요인만 의학적 실험에 도입할 경우 그 외의 것은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의학적 조언에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의사의 조언이 아니라 일방적인 설명뿐이다. 환자의 궁금증은 그들의 권위에 의해 종종 간단히 무시된다.
저자는 우리를 위축시키는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건강과 행복에 대해 스스로 설정한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져, 몸소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수호자가 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노화와 관련한 다양한 제안을 한다.
노인들이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음으로써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성격과 노화, 수명에 대한 연구에서 심리학자들은 물론 의사들도 일반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심리학적 요인보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건강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단순히 긍정적인 사고방식만으로도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춤으로서 4년 정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들었다. 운동, 적정 몸무게 유지, 금연 등으로 1~3년의 추가 수명 또한 뛰어넘는 수치였다.
아울러 건강에 의식을 집중하려면 자신의 몸이 전하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관심이 필요한 증상과 무시해도 좋을 증상을 구분하는 태도에 따라 종이 한 장 차이로 의식을 집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건강 염려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운동은 다양한 질병의 위험 감소를 가져다줌으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당뇨병, 암, 관상 동맥 심장 질환, 고혈압, 골관절염, 비만 관련 질병의 위험 감소는 모두 운동과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 우울증 같은 심리적인 문제에 마찬가지다.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쇠약함은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일지 모르지만, 상당수는 노화의 과정이 아닌 노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이 작용한 결과이다. 노화가 변화를 의미하지만 변화가 퇴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늙는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말이다.
노인들은 자기 건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때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노인의 육체적 쇠락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별도의 의학적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은 낮아진다. 부정적 고정 관념은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즉 쇠락에 대한 자기 충족적 예언, 의존적 느낌, 노인을 배려한 보호 시설, 건강관리 전문가 등은 노인들의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노화는 쇠락이 아니라 변화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부정적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는 대신 의식을 집중해야 한다.
의식을 집중해 글을 쓰면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빈도수가 줄어들고 면역 체계 기능 향상, 혈압 강하, 폐 기능 향상, 간 기능 향상, 병원 입원 기간 단축, 기분 및 감정 향상, 정신적인 행복감 증가를 포함해 다방면으로 건강이 향상된다는 보고도 있다.
의식을 집중하며 건강을 지키는 것은 질병이 심각해지기 이전에 예방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 인생의 목표는 더 젊고 혈기왕성했을 때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숨 쉬는 마지막 날까지 의식을 집중한 상태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책은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서술하며 우리가 지향했어야 하는 더 나은 삶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살펴보고, 안전하게 의식을 집중해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방법에 대해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오직 자신만이 접근할 수 있는 개인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존중할 것과 함께 의학적인 정보는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라 안내 지침으로 활용하라고 강력히 제안하고 있다. 그 경우 몸과 마음을 다시 하나로 합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은 오래도록 새겨두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