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바지 수선 하며 온몸을 덜덜 떨며 바지 fitting도 여러번 했던때가 생각나는 느긋한 일요일 아침시간입니다.
-미국와서 발 동동 정신없이 살다가 이런 심적여유 느낀 지 몇달 되지 않았어요-
한국에서 수선으로 1원도 못 벌어본 사람이 간도 크게 job을 잡아놓고(양심이 있어 1주에 하루만 하는 걸로) 그 전날 잠을 못잤더랬습니다. 걱정이 되어서...
blind stitch도, commercial serger도 처음 써보는거라..그렇찮아도 기계치가 ...
처음에 15분 걸렸어요. 바지 하나 hem하는데.
그리고 자르고 남은 자투리는 꼭 keep하구요.(그 당시는 혹시 짧으면 붙여야 하는 용도로 keep했었는데 경험하다 보니 꼭 필요하더라구요.
complaint가 들어올때 자투리 저장해뒀던 게 증거가 되어 효자노릇 한 적이 몇번 있은 후론 한달정도 는 버리지 않고 담아둡니다.)
제가 못하는 걸 잘 아는 주인양반이-한국인이었어요. 초보자일때는 한국분이 좋아요. 그나마 경험없는 자를 받아주니깐요-
다른 건 하지말고 햄만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그곳은 분주한 샤핑몰안이라 그날 사서 바로 고쳐주길 원하는 고객들이 꽤 되더군요. 통상 3일-7일의 turn around(맡기고 나서 찾아갈때까지의 기간) time이 소요되는 데 이곳은 one day service (바지 기장만) 가 되니 정말 짭잘하게 비지니스가 잘되는 곳이었어요.
이곳 owner가 매일 이곳으로 샤핑을 다니다가-이 샤핑센터가 nordstrom(미국을 대표하는 백화점중 하나) 안 팔리면 - 놀스룸 랙으로(price를 mark down시켜서 놀스룸 물건만 파는 아울렛)-거기서 안 팔리면 last chance로..( 수많은 손을 거치며 결국 간택되지 못하고 남게 된 꼬질꼬질한 물건들이지만 유명상품을 90%정도까지도 싸게 살 수 잇는 곳이어서 늘 북적대는 곳) 가게내부도 아니구요 홀 중간에 빈자리가 있길래 management회사에 연락해서 저 자리 나한테 달라고 했대요. 간이상점같은 장소에 본인이 set up을 한거죠. 3평정도 될려나요?
랜트비라야 몇백불정도 될거고(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유틸리티도 없고, 돈은 원도 한도 없이 벌어봤다더라구요.
한국에서 미대 대학원을 나왔다니 손재주는 있을거고 어머니가 이쪽계통이라 옆눈으로 봐온 게 많았겠죠?.
그리고도 한국나가 복장학원에서 패턴 배우고 수선을 제대로 배워왔대요.
제가 이분께 참 많은 걸 배웠어요.
젊은 양반이 모든 걸 버리고 의연하게 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자세라든가(제가 강의를 한 사람인데 늘 학생들에게 행동우선! 몸으로 부딪치고,내 머리에 내가 직접 집어넣고.. 저 또한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리고 바닥부터 몸으로 부딪치는 사람이라 자부했지만 실상은 완전 그렇진 못했었나 봐요),
무에서 유를 창조해가는 과정이나, 사업 mind나 등등...(계속 친하고 싶었고 함께 좀 크게 동업해 보자 했는데 딸램 동부 대학 가는 바람에 사업체 팔고 이사가 버렸어요)
여기서 '속도'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빨리 고객의 손에 쥐어 주는 것도 주요merit 중 하나가 되겠구나라고.
이렇게 바지햄만 죽어라고 하다보니 정확히 1년, 일주에 한번 을 계산해보면 800여장 한 것 같아요.
첨엔 한시간후에 찾으러 온다하면 가슴이 벌렁벌렁했는데 몇개월 지나니까..그래 아무때나 오세요 가 되는 정도.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할때가 됐다 하고 자리 알아보고 들어간 곳이 지난글에 말씀드린 1주 사흘 나가는 드랍 스토어 얼터레이션자리.
초보자는 원하는 모든 조건을 다 가지진 못하고 compromise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전 한가지는 고수했어요.
무조건 옷수선작업만을 할 수 있는 곳.
말이 쉽지 처음은 옷고치는 것만 신경써도 혼이 나갈 지경인데 다른일 병행은 힘들다고 결론.
이곳으로 이민와 배로 온 이삿짐 정리하고 열흘만에 카운터 job을 구할때도 조건이 돈 적게 받을테니 bagging, assembly 이런것 시키지 말아달라 했어요. 그러면 얼터레이션 하는 것 제대로 지켜볼 시간이 없어요. 바쁜 사업장에서는.
옷수선 주변일 돌아가는 걸 배우실려면 아예 첨엔 카운터라든지 다른 포지션으로 들어가서 배우는 걸 권해요.
전 곁눈으로 남이 수선일 하는 것 보며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제일 용기가 되었던 건...영어.
이 나이 되니 한국말도 버벅대요. 매끄러운 영어 가당찮아요.
근데 수선하시는 분 영어는 진짜 꽝!!!었어요.-죄송하네요. 그분께-
그 영어를 미국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알아들을려고 집중해서 듣던지요? 잘못되면 자기옷을 버리게 되니까, 숨소리까지 열심히 듣는 거 같더구만요.
이런 좋은 job이 존재하긴 했구나. 유레카! 했답니다.(영어울렁증 있으신 분들 맘편히 가지시라고 드리는 얘기지만...그렇다고 방심하고 영어를 아주 안하심 안되요. long run으로 봤을땐 수선도 세일즈가 필요하고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려면 영어가 필요하겠죠.)
제가 얼터레이션을 제대로 시작하는 건 처음. 곁눈질로 봐온거랑 바지햄해본 것. 허나 그게 제 경험의 다가 아니죠 물론!
옷을 짓는것과 고치는 것은 분명 다른 것이다라고들 하시고 저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저같은 경우엔 한국서 배운 이것저것이 죄다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어요. 궁극엔.
자수며, 조각보,홈패션, 누비,퀼트, 패턴.양장 어른옷만들기(남자.여자.탑종류별로. 하의 종류별로 여자옷은 오버코트까지, 남자옷은 쟈켓까지,패턴을 직접 그리기도 하고 인터넷 유명 싸이트에서 사기도 하고), 아이옷, 애기옷,드레스,비즈, 한복....
무엇하나 진득하게 뿌리뽑을때까지 하지 왜 이것저것 손을 대냐고 꾸중들 하셨지만 개인취향이나 성격도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제 생각엔.
영어를 배울때도 그렇거든요. 이렇게 하면 실력이 는다 저렇게 하면 는다 말들 많아요. 근데 10년이상을 가르치며 얻은 결론은..
가장 기본이 되는 문법만 완전하게 익히고, 생활 아니 생존에 쓰이는 단어들 외운 후엔 본인에게 맞는 방법대로...
써가며 외우든, 듣고 받아쓰기를 하며 외우든,입으로 소리내어 외우든, 비디오를 보든,...
전 계획이 시스템화된 사업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었기 때문에 잡다하게 많이 접할려고 했었어요.
해보셔서 아시지만 8년을 그렇게 배우면서 수강료, 재료비!!! 미국 중소도시에 웬만한 사업체 하나 차리는 것 이상 들었네요.성격이 좋게 말하면 꼼꼼하고 달리 말하면 쪼잔해서 하루하루 강의 듣고 집에서 만들어 보고 그 시간들을 다 기록했었어요. 무려 30,000시간.ㅠㅠ. 전 이쪽계통엔 완전 문외한이었고, 손재주가 특히 없는 사람이라 여러분과는 많이 다른 상황일거예요. 오랜 시간 걸렸어요. 제 유일한 장점이 '은근과 끈기' 라서 그냥 하고 또하고..반복 또 반복.. 연습 또 연습..
처음 수선하며 내가 왜 그런 헛짓을 했던가?? 수도 없이 후회했어요.
지퍼 하나 못달아 집에 가져와서 5시간을 뜯었다 박았다..
옷이 너덜너덜해져서 고객께 미안하여 커피를 사드리고 싶었던 그 당시엔.
부분을 뜯어 그 부분을 말끔하게 감쪽같이 해내는 수선..다행히 제가 제 주제를 알아서 일하는 장소 선택을 나름 잘했어요.
은퇴한 =관대한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 그러면서 너무 럭셔리한 지역은 안됨=옷 보는 눈이 까다로우면 골치 아픔.
그러다 보니 한시간 운전.
물론 또 한국인 주인. 고객은 100퍼 미국인.
제가 직접 가격을 책정하니 좀 싸게 해 주면서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나 옷은 좀 만져봤으나 미국온지 얼마 안됐고 수선 많이 못해봤다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동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쪽사람들에게 동정표를 얻는 데 성공(다 그런 건 아니에요. 어떤 지역에선 그러다가 진상만 만드는 결과 초래도 되요. 제가 선택한 지역이 그 방법이 먹혔던 곳)
청바지 세벌 가져옵니다. 카니야 자 이번엔 오리지널햄 연습을 해봐라..차근차근..이렇게 용기도 북돋워 주시며..
자 이번엔 바지 옆통 줄이는 거다..물론 하다 잘못되서 버려되 돼...
여기까진 므흣!. 돈받고 하는 일에 이런 감동적인 사연들만 있었겠어요? 눈물 쏙 빼는 사연들도 있죠. BUT 그런 얘긴 Skip할래요.
바느질도 훌륭하지 못하고...핀 잡는것도 어설프고...왼손잡이 입나당..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싼 쟈켓 같은 걸 가져와서 줄이는 작업이 많아지더라구요.
저도 몰랐는데, 제가 고친 옷이 곡이 이쁘게 들어가고 핏이 살더라고..입소문이 동네에 좀.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제가 그 얘길 들은 날 울었습니다. 마음 졸이며 끝이 안보이는 이민생활에서 한줄기 빛을 보는 듯해서요. 이제 한씨름 놨구나 하는 안도감에서요.
경거망동했던 걸 많이 반성했구요.세상에 공짜는 없구나! 무슨 일이든 생산적인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제든 거기에 합당한 return이 돌아오는구나!
여러갈래길로 이어져 있으나 결국엔 하나의 큰길로 통한다고...바느질에 관련된 많은 걸 익혀 놓으면 어디곳에선가는 쓰이게 된답니다.
저 외출해야 할 시간!
다음편엔 옷수선으로 job을 구할것인가 vs 사업체를 차릴 것인가 로 고민하던, 아니 고민하는 제 경험을 올려볼까 해요.
첫댓글 공감되는글이네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소설책 읽듯이 글이 술술 넘어가네요.카니님은 뭘해도 잘하실분이네요.어디에 사셔도 성공하셨겠는데요.ㅎ
소중한 경험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다음글 기다릴께요.^^
긴 글 타박하시지 않고 읽어주셨네요.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고생하셨던 일들이 보이는듯 합니다..
애쓰셨어요..
땡큐. 지금도 고생ㅎ고 있어요. 에효~~
도전하시며 한단계씩 올라가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한단계씩 올라가게 되어 있답니다.
but... 독려로 듣겟습니다.
저는 무슨배짱인지 첨부터 혼자서 시작햇더랫네요,, ㅎㅎ
그것도 좋은 방법이세요.
전 그러기엔 너무 수선 자체를 파고 든 게 아니었고... 일을 너무 열심히 하기는 꺼리는 게으름뱅이랍니당.
외국나오면 누구나 경험하는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캐나다..저는 뱅쿠버밖에 못가봤는데, 살기 좋죠?
너무 리얼한 글에 웃다가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시
고 꼼꼼히 자신을 관리해오신 열정과 수고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노력과 연습없이 될수없다는걸 다시
한번 깨닫고 갑니다.~^^
꼼꼼..ㅎㅎ. 쪼잔해서 그래요.
여튼 고맙습니다. 이쁜 댓글 달아 주셔서...
과감한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소중한 경험담도 너무 감사하고 다음 글이 기다려지네요 생각정리에 큰 도움되었네요~~늘 건강하시기를요~~
이거 원.. 잘해봐야 치부가 드러나는 것밖에 없는데..혹시라도 외국길을 생각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아줌마 수다를 풀게 되었네요.
저는 지금 한국에서 열심히 수선 학원에 다니며 공부중인 36세 아줌마입니다 가슴졸이며 글을 읽었습니다. 오늘 치마단 줄이기 지퍼 달기를 연습했는데요 2시간동안 하다가 결국 집으로 가져왔네요 치마단은 완성선이 안맞고 지퍼는 잠기상태로 지퍼알이 빠졌다죠...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가 좋은날이 오겠죠 그쵸? 미국에 6개월후에 들어갑니다 힘얻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그러시군요.미국생활! 새롭게 태어나시는군요.
36세.. 좋은 나이네요. 뭐라도 해 내실 수 있는.
전 훨씬 늦게 시작했는데.. 분명히 잘하실 수 있어요. 화이팅!
외국 아무나 도전하기 어렵겟지요
도전과열정 부럽습니다...
고생 끝 행복시작
쓰신글을 보니 눈에 보이듯 선해요... 그동안 열심히 해오셨기에 오늘날이 있겠지요....
전 초보인데 아직 갈길이 멀어요 ㅠㅠ
그동안 고생많으셨고 앞으로 쭈욱~ 대박나시길 바래요~~~^^
오늘날...이 아직 형편없네요 쩝!
플로랜스님도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그동안 자수,조각보,퀼트,한복,코트 등 여러 방면으로 배우셨다니...
그 모든 배움이 수선으로 합쳐지면 굉장히 유용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