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우리 여기 있지 말고 한양으로 가는게 어때요?”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금강산에 있는 작은 봉우리 하나가 자신에게 딸린 낮은 봉우리들에게 제안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제안을 받은 다른 봉우리들이 펄쩍 뛴다. “아니, 형님도 참! 뜬금없이 한양은 웬 한양이어요? 이 멋진 금강산이 얼마나 좋은데.” “맞아요. 이렇게 아름다운 금강산의 일원이 되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데 이곳을 떠납니까?" 다른 아우 봉우리들도 반대를 하고 나선다. 그러자 맏형격인 봉우리가 아우 봉우리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보게들, 내 말 잘 들어보게. 우리들의 모습은 참 멋진 모습일세. 이만하면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멋진 산이란 말일세. 그렇지 않은가?” 낮은 봉우리들이 기분 좋은 말에 얼굴을 활짝 펴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그야 그렇지요." 아우 봉우리들의 표정을 살핀 맏형 봉우리가 말을 이어간다. “그렇지만 이 금강산에서는 어떤가? 기묘하고 멋진 봉우리들이 1만 봉우리도 넘는단 말이야. 어디 한 번 잘 살펴보게.” 맏형 봉우리의 말을 들은 낮은 봉우리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본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자신들보다 뒤떨어진 봉우리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우 봉우리들의 얼굴이 금방 침울해진다. 맏형 봉우리가 말을 잇는다.
“내 말이 맞지? 옛 성현들의 말씀에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낫다는 말이 있다네. 우린 나름대로 잘 생긴 봉우리들이지만 이 금강산에서는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인기도 별로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만한 인물이면 어딜 가도 대우받을 수 있거든. 그런데 마침 좋은 곳을 하나 물색해 두었다네. 어때? 우리 함께 가지 않으려나?” 처음에는 금강산을 떠나는 것에 반대하던 아우 봉우리들이 입을 다물었다. 맏형 봉우리의 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아우 봉우리들이 잠잠하게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표정을 보이자 맏형 봉우리는 자신이 생겼다.
“내가 옮기자는 곳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네. 남서쪽으로 몇 백리 떨어진 곳에 한양이라는 땅이 있는데 내가 들은 소문에 의하면 그 땅은 훗날 언젠가 조선이라는 나라의 도읍지가 될 곳이라는 게야. 그리고 그 후에도 수천 대를 이어 번영하는 아름다운 대도시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있는 곳이라네. 어떤가? 그런데 그곳 한양 땅은 북쪽에는 병풍처럼 크고 멋진 산들이 둘러서 있지만 남산이 없다는 거야. 그러니 우리가 그곳으로 가서 남산이 되면 얼마나 영광스러운 산이 되겠나.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멋진 모습을 바라보며 칭송이 자자할 걸세.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 아닌가?” 맏형 봉우리의 설명을 들은 아우 봉우리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역시 맏형님은 생각이 깊으십니다. 함께 한양으로 떠나겠습니다.” 아우 봉우리들은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고 모두 한양으로 떠나겠다고 나섰다. 맏형 봉우리는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금강산 봉우리들의 일원으로서 조금은 열등감에 빠져 있던 기억들이 이제 말끔하게 씻겨 내리는 기분이었다. “자~ 아우님들! 그럼 오늘 밤 한양 땅으로 출발하도록 하겠네. 모두들 준비 단단히 하게.” 이렇게 하여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거느린 바위산 일행들이 금강산을 떠났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깊어진 늦은 밤, 봉우리들은 한양 땅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동틀 무렵 한양이 가까운 지점에 당도한 일행들은 깜짝 놀랐다. “어~ 큰형님, 저게 뭡니까? 남산이잖아요? 없다던 남산이 저렇게 자리 잡고 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이지요?” 먼저 발견한 둘째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정말이었다. 한양 땅 남쪽에는 소문과는 달리 아담한 남산이 먼저 자리를 잡고 의젓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린 어떻게 하지요? 한 번 떠난 금강산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없고.” 크게 실망하여 몸을 돌린 봉우리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불암산은 이렇게 한양의 남산이 되려고 금강산을 떠나왔지만, 남산이 되지 못하고 금강산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한양 땅에 등을 돌린 채 눌러 앉게 되었다.
전설이 깃든 불암산은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 경계지역이며 수락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해발 509.7미터의 나지막한 바위산이다. 낮고 작은 바위봉우리 몇 개를 거느린 불암산은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형성된 전형적인 바위산이다. 남쪽 골짜기에는 신라 지증국사가 세운 불암사라는 산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부속암자인 석천암이 있다. 봉우리에는 쥐바위 등 기암괴석과 거대한 바위절벽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주 멋진 산이다.
불암산 초입에는 또 같은 이름을 쓰는 탤런트 최불암씨가 노원구로부터 명예산주로 위촉되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지난 2009년에 위촉된 후 세운 시비에는 ‘불암산이여. 이름이 너무 커서 어머니도 한 번 불러보지 못한 채 내가 광대의 길을 들어서서 염치없이 사용한 죄스러움의 세월, 영욕의 세월, 그 웅장함과 은둔을 감히 모른 채 그 그늘에 몸을 붙여 살아왔습니다. 수천만대를 거쳐 노원을 안고 지켜온 큰 웅지의 품을 넘보아가며 터무니없이 불암산을 빌려 살았습니다. 용서 하십시오'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불암산은 지하철 4호선 상계역이나 당고개역에서 내리면 올라갈 수 있고, 남쪽 자락에는 육군사관학교와 태릉선수촌, 그리고 주변에 두 개의 사립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사적 201호인 태릉과 강릉이 자리 잡고 있는데 태릉은 조선 11대 중종임금의 계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능이고, 강릉은 문정왕후의 아들이며 13대 임금인 명종과 왕비 인순왕후 심씨의 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