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든 시민이 기자정신으로 살아간다면… ”
한국시민기자협회 창설 산파역 고성중 사무총장
한국시민기자협회도 ‘광주’에서 태동… 전국조직으로
현재 3천여 명이 정회원 · 준회원으로 참여
세상을 바꾸는 힘 시민기자가 만들어 갑니다
세상의 모든 시민들을 기자로 만들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시민기자협회가 그런 사람들의 모임체다. 세상의 모든 시민들이 ‘좋은 기자’ 또는 ‘기자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에는 법이 없어도 된다고 믿는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아파하고 있을 때 한국시민기자협회를 창설해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고성중씨(50)를 만났다.
“ 세월호 선장이나 선원들들에게 ‘기자정신’이 조금이라고 있었다면, 아니 기자정신까지도 필요 없지요. 그냥 보통사람들의 생각만 가지고 있었더라도 저런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첫마디부터 분노했다.
" 도대체 그들이 사람입니까? 저 아이들, 꽃 같은 아이들을 배 속에 가둬놓고 자기들만 빠져나오다니요. 움직이지 말라고 한 것은 배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탈출로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검찰에서도 그래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실종자수가 줄어가는 것은 사망자가 늘어가는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시신이라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4월과 5월을 보내고 있을 때 고성중 총장은 분노로 인터뷰를 시작해 분노로 마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민 모두가 기자정신으로 뭉쳐 세상을 바꿔나가자”는 것이 다.
한국시민기자협회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09년의 일이다. 고성중 총장을 비롯해 문정현 변호사, 나환주(인터넷 기자) 최진경(뉴스웨이 기자) 등 몇몇 사람들이 시민기자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모였다. 스스로 매주 토요일 취재요령과 기사작성을 등을 토의하고 공부한 뒤 본격적으로 아카데미를 개설해 시민기자교육을 시작했다, 전·현직 언론인과 대학의 언론학과 교수들이 강사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광주대 유한호교수, 조선대 이동근 교수, 언론인 김용옥, 한국언론재단 특임강사 나윤수씨 등이 강사로 참여했는데 1기 아카데미 교육이수자가 103명이나 되었다.
이들 교육생들이 스스로 모임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기사를 제보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한국시민기자협회 사이트(http://www.civilreporter.co.kr)다. 이곳에 들어가면 세상이 모든 것이 뉴스가 된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것은 아니더라도 원석(原石)이 빛난다. 누군가 잘 가공하면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3,000여명(줄잡아)이 ‘미주알고주알’ 올려놓는데 그냥 넘겼다가는 큰 코 다치는 수도 있다. 훼손된 도로에 대한 고발기사를 써서 시정했는가하면 알콜중독자를 요양원으로 보내 살린 적도 있다. 또 자동차 전용도로에 세워서는 안 되는 간판을 세운 대기업을 혼낸 적도 있다.
혹자는 잘 알지도 모르는 한국시민기자협회 사이트를 누가 볼까 하겠지만 여기에 실린 뉴스들이 포털사이트 다음이나 줌, 뉴스통신 뉴스와이어 등에 연계되기 때문에 독자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시민기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기자 아카데미가 전국 곳곳에 개설되었고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자연스레 지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기자 아카데미 평균 수강생은 20여명으로 지금까지 30여회가 졸업했다. 기자 아카데미에서는 글쓰기 기본교육에서부터 사진편집, 언론윤리, 초상권 문제, 저작권, 소설미디어 활용에 관한 것, 시민저리얼리즘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
한국시민기자협회는 본부가 광주와 서울에 있으며 그 산하에 광주·전남지회, 서울지회, 전북지회가 있고 곧 대구지회, 강원지회, 경기지회, 충청지회가 출범하게 된다. 공식 기자아카데미를 수료하지 않은 경우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준회원 자격을 주는데 이들 회원들을 생업에 종사하면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기자 지망생이 날로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회원 가운데는 TV의 ‘여유만만’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인기 강사 최재용(한국소셜 미디어 진흥원장) 문정현 변호사 (상임고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엄격히 말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민기자들이 높은 수준의 기자들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시민들의 권리나 편의를 제한하는 일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펜을 들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입니다.”
고성중 사무총장은 이러한 모범적인 시민기자들이 많기 때문에 언제나 용기를 잃지 않고 살고 있다고 말한다. 또 이런 사람들과 함께 지역신문의 시민참여 페이지를 직접 제작한 일도 여러 차례다. 현재도 상록수 교육신문의 지면을 할애 받아 제작하고 있기도 하다.
고성중 사무총장은 광주 계림동 토박이로 중,고등생 시절 태권도 선수였다. 어마어마하게도 공인 7단 이란다. 운동선수를 기르는 용인대학에서 공부했다. 군에서 제대한 뒤 세계 120개국에 배달되는 ‘국제태권도 신문’에 태권도에 관한 글을 연재하다가 호남매일 기자로 입사하면서 언론계와 본격 인연을 맺었다.
이후 기업중심 보도자료 전문통신사인 뉴스와이어 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기자아카데미 강사, 한국시민기자협회 사무총장 등 눈코 뜰 새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요즘은 언론으로 홍보하기 책을 출간하여, 그 동안 블로그나 카페에 홍보하던 농어민 컨텐츠를 뉴스로 홍보하는 새로운 방법을 가르치러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한국시민기자협회 회원들이 1만 명이 되는 날 우리사회는 OECD회원국에서 가장 도덕적인 나라, 시민들을 위한 나라가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 라고 힘주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