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선박박물관에는 특별한 배 한 척이 있다. 이 배는 로이드라는 보험회사가 거액을 들여 낙찰받아 이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1894년, 첫 항해 이후 이 배는 대서양에서 116개의 암초와 충돌했고 138개의 빙산에 부딪혔으며 13차례의 화재를 겪었다. 또 폭풍을 만나 돛대가 부러진 횟수는 무려 207번에 달했다.
끊임없는 사고로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이 배는 파도가 거센 대서양을 건너며 단 한 번도 침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거인처럼 늘 주어진 임무를 다했다.
이 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한 평범한 변호사 때문이었다. 당시 소송을 맡았다가 패배한 그는, 의뢰인이 재판에 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자 엄청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선박박물관을 찾아 상처투성이의 배 앞에서 감상에 젖어 있던 변호사에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실패하고 절망한 사람들에게 이 배를 보여주면 어떨지 말이다.
변호사는 이 배가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와 사진자료를 정리해서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 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들에게 선박박물관을 찾아가 그 배를 보도록 했다.
그렇게 배를 보러 오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났고 2013년까지 전 세계 2,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를 관람했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과 사랑에 실패한 청년, 시험에서 불합격한 학생도 있었다.
배를 본 사람들은 수 없는 상처를 입고도 거센 파도를 헤치며 끝까지 대서양을 건넌 불굴의 정신에 감동했고, 자신도 이 배처럼 인생의 파도와 맞서리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남긴 방명록은 이미 300권 분량이 되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은 문장이 바로 이것이다.
'파도를 만나보지 못한 배는 없다. 인생이라는 바다에도 역시 온전하기만 했던 배는 없다.'
[하버드 새벽 4시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