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설법이 불교 미래다.
별도 준비 없이 즉흥적
기독교 책자만 3천여 권
설교학 독립 분야 정착
“자, 비구들이여. 전도를 떠나라.
사람과 하늘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해 떠나라.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으며, 조리와 표현을 갖춘 법을 설하라.
또 원만무결하고 청정한 범행을 설하라.
사람들 중에는 마음에 때가 덜 묻은 사람도 있으나,
법을 듣지 못한다면 그들도 악에 떨어지고 말리라.
들으면 그들도 법을 깨달을 것 아닌가. 비구들이여,
나 또한 법을 설하기 위해 우루벨라로 가리라.” 『전법륜경』
부처님께서 녹야원에서 5비구 등을 교화한 후
제자들을 향해 이제 바른 진리를 가르치러 떠나라며
강조한 것으로 유명한 ‘전도선언’ 일부다.
여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법을 설하는 것은
사람과 세상을 안락하게 하는 행위인 동시에
불교가 존재할 수 있는 근간이기도 하다.
또 숱한 경전에서 강조하고 있듯
‘무량한 공덕을 짓는 최상의 법보시’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계는 ‘설법’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는 게 포교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별다른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하는 ‘주먹구구식’ 설법,
기존 법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재탕삼탕식’ 설법,
여기에 청중의 수준(근기)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고원하고 난해한 얘기들로 일관하는 ‘나 몰라라’식 설법을 비롯해
수행의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기보다
깨달은 이후의 현란함만을 강조하거나
특히 언어도단 불립문자의 세계를 얘기하며
감흥 없는 설법을 스스로 정당화 하는 경향까지
각양각색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불교를 대중의 삶 속에 밀착시키려는 교계의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것이 곧 법회 침체 및 지식인의
불교 외면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법문이 귀에 들어오지 않다보니(聞),
깊은 생각으로 이어질 수 없고(思),
결국 제대로 된 수행(修)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반면 설교를 성직자의 으뜸가는 의무라고 보는 기독교의 경우는
불교계 실정과는 현격히 다르다. 설교 관련 책자만 3000여 권이
훌쩍 넘고, 설교 주제·준비방법·말투·표정 등
그들의 교리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설교학’이 이미 독립된 연구분야로 정착된 지 오래다.
심지어 설교 비평가로 활동하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21세기 정보화 전문화 시대에 지적수준이 높은
일반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설교에
시대성, 문화성, 역사성, 시사성을 비롯해
설교자 자신의 삶의 철학까지 담아내야 하고,
그것이 곧 치열한 도심지 교회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계종 포교연구실(실장 동성)이
지난 7월 『청소년 설법자료집』을 처음 펴낸데 이어
설법 부분을 중요하게 다룬 ‘법회프로그램 연구개발 과제’
보고서도 연내에 발간할 예정이어서
대단히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계종 포교연구실 고명석 선임연구원은
“불법은 언설을 넘어서 있지만 언설은 불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설법은 무명의 중생계에
빛을 밝히는 일인 만큼 법사 스스로의 설법능력을 높이려는
의지와 지속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2008년 12월 08일
법보신문
------------
도심포교 리더들이 말하는 ‘설법’
“설법, 연습하면 할수록 더 잘한다.”
『설법의 기술』 저자가 말하는 설법 노하우 5단계
주제 정해 반복 연습하되 스스로 평가해야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이 고민은 설법자라면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설법의 핵심이다.
해가 바뀔수록 신도들의 지식수준은 높아져만 가는데
설법자의 수준은 그대로이거나 소재 고갈로
과거에 했던 법문을 재탕, 삼탕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설법은 포교의 핵심이라는 게 대다수 포교 관계자들의 견해지만
동시에 “체계적인 설법 구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효과적인 설법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이 거의 없는
교계의 구조가 주된 원인이지만 설법자가 과중한 업무 혹은
설법에 대한 안일한 인식 때문에 설법 준비가 소홀해지고
법회가 부실해진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본격적인 첫 설법 지침서로 평가받는 『설법 그 이론과 실제』,
『설법의 기술』의 저자인 원광대 정순일 교수는
“설법자들이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부지런해져도
신도들에게 훨씬 더 많은 감동을 주는 설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에게 설법을 잘하기 위한 5가지 단계별 노하우를 들어봤다.
① 테마가 있는 설법을 하라
설법의 테마를 선정하는 것은
설법의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기적으로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진행되는
계획적인 설법은 듣는 이도 재밌고 설법자도 편하다.
하나의 일관된 테마를 가지고 설법 계획을 짜되
다양한 주제로 정기적인 설법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
② 언론-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라
좋은 설법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자료가 필요하다.
좋은 자료를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의 일상사에
늘 귀를 열어 두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좋은 자료는 지인들과의 대화 내용 속에서,
혹은 지나가며 흘려들었던 말 한마디에서도 얻을 수 있다.
언론과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면 귀중한 자료를 얻기 쉽다.
특히 불교계의 기사나 법문이 실리는 교계언론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③ 설법 교안을 미리 작성하라
다른 단계는 모두 소홀히 하더라도 설법 교안만 미리 작성하면
설법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효과적인 설법을 위해서는
설법 교안을 작성하는 것이 좋지만 많은 설법자들이
교안 작성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설법교안 작성은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효율적으로 설법교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법의 핵심이 되는 본론을 먼저 작성하고
이에 맞춰 서론과 결론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④ 나를 관찰하며 설법을 연습하라
완성된 설법 교안은 실제 설법에서 활용하듯이 여러 번 반복해서
연습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구어체로 진행되는
설법에 맞지 않는 문어체 문장을 수정하거나 강약 조절,
쉬어야 하는 대목 등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연습을 많이 한 설법자일수록 설법을 몸에 익혀
법석에서 가장 효과적인 설법을 할 수 있게 된다.
연습과정에서는 설법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잘 관찰하는 것이 좋다.
한번쯤 거울이나 캠코더 등을 활용해 설법을 연습하는
나를 관찰하는 것도 설법의 질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⑤ 스스로 평가하는 습관을 가져라
설법 후에는 반드시 평가를 하는 것이 좋다.
그 중에서도 본인 스스로의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설법자 본인이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로 설법 장면을 촬영하거나 도반에게 평가를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혹은 설법 후에 신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설법의 능력을 크게 키울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평가된 결과를 다음 설법 계획에 적극 반영한다면
훨씬 발전된 설법, 감동적인 설법이 될 수 있다.
정하중 기자
2008년 12월 08일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