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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청 건너편 국채보상로 버스정류장. 급행간선 버스정류장이 일반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설치돼있어 급행간선버스가 승객을 태우는 동안 일반버스들이 정류장진입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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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보고 교통 정책을 세웠다면 이 정도는 아닐 겁니다."
시민들과 버스기사들이 대구시의 상식 밖의 시내버스 정책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출·퇴근시간대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겠다며 도입·확대한 '버스전용차로'는 단속카메라가 곳곳에 있지만 무용지물이 됐고, 10개 이상 버스가 정차하는 편중 노선에 승강장이 1개밖에 없어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는 것. 게다가 잘못된 안내표지판 때문에 허둥대는 시민도 적잖아 '승객 중심의 교통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있으나마나 한 버스전용차로=16일 오후 7시 원대오거리~태전교 구간 파란색 버스전용차로 안쪽은 불법 정차 차들로 빼곡했다. 버스들은 정차 차량에 막혀 옆 차로로 끼어들기를 시도했고, 차들은 이에 양보하지 않으려고 경적을 울려 도로가 난장판이 됐다. 원대오거리를 지나면서부터 버스전용차로가 시작됐지만 이 구간 내 팔달신시장 부근에 20여 대의 차량이 주·정차해 있었던 것. 만평네거리를 지나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늘어선 카센터 앞 전용차로는 주·정차 차들이 점령, 버스들은 쉴 새 없이 버스전용차로와 일반 차로를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했다.
이처럼 버스전용차로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은 버스전용차로가 117.2㎞나 되지만 이를 감시할 CC TV는 불과 5곳, 10대가 고작이어서 대부분 구간은 위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 CC TV가 설치돼 있는 곳도 사각지대를 이미 알고 있는 시민들이 교묘히 단속망을 피하고 있는 실정. 실제 시는 지난해 2월 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기존 25개 구간, 100.1㎞였던 버스전용차로를 구간은 20개로 줄이고 길이는 117.2㎞로 늘였지만 외형적인 구간 정비만 했을 뿐 실제 전용차로 운영 및 단속에 대해선 관심을 쏟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버스전용차로 운영과 관련, 운전기사들의 불만도 높다. 한 버스기사는 "버스전용차로가 있어도 우회전하는 일반 차들이 횡단보도 신호대기에 걸리면 직진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수십 초는 갇힐 수밖에 없다."며 "특히나 재래시장이나 은행 앞 도로의 버스전용차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시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버스전용차로를 만들어놓고도 위반 차량 단속을 않아 있으나마나 한 전용차로가 된 셈이다.
◇버스 승강장도 제멋대로=16일 오후 7시쯤 대구 중구청 앞 버스승강장. 급행3번 버스가 급행 승강장에 정차하자 뒤따라오던 일반버스 2대가 이를 앞지르지 못하고 정차했다. 편도 3차로인 이곳에 1, 2차로는 차량 정체로 이미 차들로 빼곡했다. 급행버스 승강장 앞쪽에 있던 시민들이 뒤쪽에 정차된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쫓아갔다. 한 시민(50)은 "출퇴근 시간에는 승강장에 제대로 서는 버스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고, 15년차 버스기사도 "급행버스는 정차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5, 6개 버스가 서는 일반버스 승강장보다 앞쪽에 설치해야 버스가 정차하고 출발하는 데 지장이 없는데 왜 이렇게 해놓았는지 모르겠다."고 머리를 저었다.
10대가 넘는 버스가 한 승강장에 정차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적잖다. 원활한 정차 및 승·하차를 위해선 6, 7개 이상 버스가 정차하는 승강장을 대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버스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버스를 타고 내리는 시민들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고 승강장에서 멀어져 사고 위험까지 높다. 수성구청 앞에서 만난 한 버스기사는 "통과 노선이 많으면 승강장을 나눠야 승객 불편도 작고 버스기사들도 제대로 승객들을 하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만촌동 우방금탑아파트 앞에는 14대의 버스 노선이 버스안내표지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경산버스까지 합하면 모두 20대의 버스가 정차하는 곳.
반면 짧은 구간에 불필요하게 많은 승강장을 설치한 곳도 있다. 달서구 용산역(지하철 2호선)~용산네거리~죽전네거리 구간의 경우 거리가 600m밖에 되지 않지만 이 짧은 구간에 똑같은 노선 버스가 정차하는 승강장이 3곳이나 있는 것. 이곳 승강장엔 버스 9대가 모두 정차하는데 중간에 위치한 승강장의 경우 용산네거리를 지나자마자 설치돼 있어 버스 3대만 정차해도 용산네거리에 꼬리가 닿아 차량 소통에 방해가 되고 있다.
승강장 및 버스 노선안내표지판 오류도 여전하다. 성서3번 버스의 경우 하루 3차례 북부정류장에 정차할 뿐이지만 항상 경유하는 것처럼 버스에 '북부정류장'이 안내돼 있어 혼란을 겪는 승객들이 많다는 것. 또 609번 시내버스 경우도 '서문시장역'에 정차하는 버스는 하루에 불과 4대뿐이지만 버스의 앞, 옆면에 안내된 것만 보고 탄 승객들이 곧바로 하차하는 소동도 적잖다.
서상현·김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