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숲속에서
토끼와 원숭이, 수달, 승냥이가 사이좋게
지냈다.
네 마리 동물들은
보시를 수행하기로 약속했다.
그때 그들의
결심을 시험해 보기 위해 제석천이 나그네의 모습으로
가장해 이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너희들이
매우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뻐 늙은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으나
별안간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구나.
미안하지만 뭐 먹을 것을 갖다 주지 않으련?”
이에 원숭이,
수달, 승냥이는 각각 망고, 생선, 물고기와 우유를
구해와 나그네에게 전했다.
하지만
토끼는 보시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에 토끼는 화톳불을 피워놓고 그 속으로 자기 몸을 던져 나그네에게 보시했다.
그 순간 나그네는 제석천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서 토끼를 구하고, 그 행위를
칭찬하면서 달에 토끼의 모습을 새겨놓았다.
온몸을 던진 토끼의 본 시행은 곱씹고 또 곱씹어
볼만하다.
우리네
삶은 집착으로 인해 고(苦)가 생긴다.
그 집착은
대부분 탐심에서 비롯된다.
집착하고 탐하는
모든 마음을 ‘툭 내려놓을 때’ 비로소 피안(彼岸)으로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그 방편이
바로 보시의 실천이다.
보살 토끼를 가슴속에 잘 새겨야
하는 이유다.
불교에서
토끼가 회자되는 경우는 보시 말고 또 있다.
바로
‘공(空)’ 사상을 논할 때 언급하는
‘토끼 뿔’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인연으로 생겼으며
변하지 않는 참다운 자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곧 불교에서 말하는 ‘공’이다.
즉, ‘모든 것’은
‘토끼 뿔’과 마찬가지로 실체는 없지만 이름은
있다는 말이다.
농경사회와 친밀한 동물
토끼는
우리에게 친근하다.
동요 반달과
산토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동요들은
말을 갓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아이들끼리 흥얼거리는 우리나라의 대표 동요 중 하나다.
이뿐 아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
‘놀란 토끼 눈’, ‘토끼 같은 자식’ 등
속담,
언어 표현에 이르기까지 토끼는 우리 문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농경민족이
지닌 특성을 토끼가 지녔기 때문이다.
토끼를 뜻하는
한자어 ‘묘(卯)’는 음력으로 2월, 시간으로는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를 가리키는데
음력 2월은
농사가 시작되는 달이고, 묘시는 농부들이 논밭으로 나가는 시간이다.
‘묘’ 자에
왜 만물의 성장·번창·풍요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토끼는
또한 민첩하기 때문에 사기(邪氣)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귀가 커서
장수할 상이며, 갈라진 윗입술 때문에 다산할 상으로 여겨졌다.
다시 말해
토끼는 어느 짐승보다 생명력으로 가득 찬
상징코드인 셈이다.
지혜·영특하지만 교만
토끼는
민담과 민화 등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를 꾀를 써서
물리치는 영특한 존재로 등장한다.
영리한
토끼의 모습은 ‘토끼와 호랑이’ 전래동화에서
잘 표현돼 있다.
옛날 옛적
어느 깊은 산속에서 토끼 한 마리가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데
호랑이가 입맛을 다시며 나타났다.
토끼는 배고픈 호랑이에게
“몸집이 작으니 잡아먹어도 배부르지 않을 것”이라며
군 떡을 먼저 먹고 자신을 잡아먹으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토끼는 모닥불을 피우고 돌멩이를 주워
그 위에 올려놓은 뒤 말했다.
“불에 빨갛게
구워졌을 때 한입에 홀딱 집어넣으면
정말 맛있답니다.
아 참,
간장에 찍어 먹어야 하는데. 제가 산 아래에
가서 간장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절대 먼저 드시면 안 됩니다.
군 떡은
10개이니 갔다 와서 세볼 겁니다.”
토끼가
산을 내려가자 호랑이는 돌멩이가 몇 개나
있나 셌고 열하나임을 알았다.
욕심 많은
호랑이는 토끼가 오기 전에 한 개를 더 먹어야겠단 생각으로
제일 잘 구워진 돌멩이 하나를 골라 홀딱 삼켰다.
호랑이는
입안과 뱃속이 모두 헐어서 며칠을 굶어야 했다.
이야기 속 토끼의
지혜에 어느 누가 탄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긴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호랑이를
골탕까지 먹였다.
《별주부전》에서도
토끼는 ‘간을 육지에 널고 왔다’며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해 용궁서 도망쳐 나온다.
박수가 절로 나온다.
토끼는 문학적 관념 속에서 사회적 약자이고
힘없는 민중들을 대변한다.
지배층에 대한
저항·비판 의식과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문학 작품에 투영된 이유다.
하지만 토끼는
똑똑함을 넘어 교만해 낭패를 본다.
이솝우화에서
토끼가 느림보 거북이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지는
것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고,
‘호랑이
없는 산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는 속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작금의 시대에는 ‘잘난 사람’만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라면 세상에 너와 나의 다름이 없듯이
차별과 차이도 있을 수 없다.
내가 잘난 만큼
남도 빼어나다는 걸 인지하고 ‘배려’와 ‘겸양’이라는
마음 밭을 일궈야 한다.
남을 무시하는
내 말 한마디와 업신여기는 행동은 연기(緣起)의 사슬로 이어져
어느 순간 두터운 업장(業障)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모셔온 글
첫댓글 토끼처럼 살아요?ㅋㅋ
토끼 이야기가
이렇게
천차만별로 많 은줄 몰랐네요
대부분 아는 이야기 이지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