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84가 아니고
일큐84 (이치큐하찌욘)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후한 점수를 주기는 좀 어려울 듯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끼의 소설은 아무튼 재미 있고, 권할만 합니다.
어려서는 이야기 책을 보고 나면 재미있었다라는 생각 외에 딱히 하지 않지만 그 영향은 무의식으로 녹아 들어 내 사상을 조금씩 만들어 가도록 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소설을 읽고 나면 이 책에서 작가는 무엇을 전하고자 했을까 하는 음미 또는 재정리의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그 만큼 소설 보는 것이 시간적으로 신체적(시력)으로 쉽지만은 않기 때문인지도 싶다.
여행길에서 짧은 시간에 한 권의 책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우연히 1Q84 1권을 골랐고, 매우 흥미롭게 읽어가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2권을 주문하고, 3권은 사는 것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에 – 소장할 가치가 있는지 회의가 들어서 -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다.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잘은 모르지만 환타지 소설 같기도 하고, 추리 소설 같기도 하고, 시공을 뛰어 넘는 순수 애정 소설 같기도 하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만만치 않은 분량의 3권을 피로해서 글자가 흐려 보일 때까지 그토록 짧은 시간에 다 보게 되었을까? 그것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지적 유희 – 니코마코스 윤리학, 신포니에타, 안톤 체호프,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철학/음악/문학/영화 – 와 사건 전개를 따라 잡고자 하는 흥미, 간혹 등장하는 새겨 두고 싶은 문구 등 디테일한 면 때문이었던 같다.
신간 소개에서 나오는 평론가들의 생각과 달리 호평은 절대 불가능해 보인다.
여성 청부 살인 업자 아오마메, 학원수학 강사이자 소설가 지망생 가와나 덴고의 시공을 뛰어 넘는 사랑이 후카에리라는 초능력의 17살 소녀와 그의 아버지 후카다 다모쓰(리더), 긴 팔을 가졌다고 하는 막강한 힘의 검은 종교 단체 선구, 그 조직을 이용하는 리틀 피플, 그리고 소설 ‘공기 번데기’와 결부되어 전개된다.
여주인공 아모마메가 도쿄 수도고속도로에서 1984년으로부터 1Q84로 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부인을 학대하는 남자를 자연사로 보이는 살인수법으로 살해하고, 남자주인공 덴고는 17살 소녀의 ‘공기번데기’라는 신인상 공모 소설을 개작하는 음모에 가담하면서 ‘선구’라는 비밀스런 종교단체와 리틀 피플, 그리고 달이 두 개 떠 있는 Parallel World로 들어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범죄집단을 변호하던 변호사에서 나락으로 빠진 개인 해결사 우시카와, 공기 번데기의 리라이팅 음모를 주도하는 고마쓰, 폭력 남자를 제거하는 노부인과 그의 사설 일인 경호원 다마루, 선구의 리더인 후카다 다모쓰, NHK 수금원으로 열심히 살다간 덴고의 양아버지, 그리고 덴고의 10살 연상 정부, 덴고의 아버지가 요양하는 요양원의 간호사들이 함께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가 지금의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와 애무하는 장면을 1살 반의 어린 시절 덴고가 기억하고 그로 인해 늘 정신적 고통을 받는 장면, 덴고의 아버지가 그런 가족관계를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떠나는 장면, 덴고가 10살 연상의 유부녀와 밀회하는 장면들이 묘사되고, 아오마메는 혼자서 또는 아카노 아유미와 원나잇 섹스를 즐기는 장면들은 현대 사회의 성적인 일탈을 언급한다. 그리고 아오마메에게 살해되는 남자들의 성적인 도착성을 고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는 두 남녀 주인공은 결국 정신적인 사랑을 찾아 종국엔 서로 만나고, 1984년으로 돌아 와 해피엔딩으로 책을 끝맺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성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여럿 있다.
그 첫째로 아오마메는 1984년에서 1Q84로 들어가는 과정이 자세히 묘사되고, 다시 빠져 나올 때와 일관되게 전개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그 세계로 들어가는지가 없다. 우연히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걸 보게 되는 식이다. 덴고도 그렇고, 우시카와도 그렇다.
두 번째로 환타지 성격이라고는 해도 덴고가 후카에리와 성교를 하고, 아오마메는 덴고와 접촉도 없이 덴고의 아이를 잉태한다는 부분
세 번째로 노부인의 사설 일인 경호원 다마루가 해결하는 일들은 프로중의 프로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한계가 없는 거의 신 같은 능력을 가진 자로 묘사하는 부분이다.
네 번째, 리더와 그의 딸 후카에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그 예측은 필연처럼 맞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혀 틀리게 – 아오마메와 덴고 둘 중에 한 사람은 죽는다 했지만 둘은 1Q84를 떠나 1984로 돌아 온다 – 헤피 엔딩으로 책은 끝난다.
그리고 아오마메가 1Q84라는 이름을 어떻게 생각해 내는지에 대한 설명에서 Q는 Question – 의문투성이 – 으로부터 따 온다고 하지만 왜 유독 1984의 9자만 Q로 대치한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네모난 방에는 공백으로 가득 차 있다’라는 표현은 아무래도 눈에 꽤나 거슬리는 표현이다. 아무리 문학적 표현이더라도 공백으로 공간을 채운다는 표현은 어색하다. 또한 일본어 공백을 우리말로 옮겨오기 어렵게 느껴지지만, 공백이란 우리 말을 무척 생경하기만 하다.
흡사 탈고를 해야만 하는 초안을 시간에 쫓겨 그대로 출간해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 분량으로 보아서도, 구성의 맹점들로 보아서도…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와 대조되는 리틀 피플로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끄집어 내 보고자 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새부적인 문장에만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그 두꺼운 분량에 비해 이야기의 구성 전개에서는 매끄럽지 못 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 부분이 노벨 문학상 후보로는 노미네이트되지만, 수상하지 못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첫댓글 네..고맙습니다.좋은책소개해주셔서요..
책을 다본듯한 착각을.... 책을보고십네요~~
오늘 서점에서 잠시 봤는데요~~~
감사히 다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