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시경에서 1/3이 시커맸던 환자를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67)
56세의 K씨는 평소 경추두개증후군으로 치료를 받아오던 환자였다. 심한 경우에는 가슴과 등에도 통증이 나타났었는데, 거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었다. 꾸준한 치료를 통해 많이 개선되었는데, 그만큼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경직되는 증상이 심한 환자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가 좋지 않다고 내원을 하였는데, 두 달 전에 생선회를 먹고 잘못되어 응급실에 실려 가서 치료를 받고난 후부터 계속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뒤로 계속해서 소화불량과 상복부 복통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서 치료를 했었는데, 그러다 한 달 전에 건강검진을 통한 위 내시경 검사에서 위 하부 1/3이 시커멓게 나타나는 바람에, 너무 걱정되어 한의원을 찾아 왔다고 했다.
<진단과 치료>
일반적으로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복통이 있을 경우에, 서양의학에서는 위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위 내벽에 실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데, 표면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내시경으로 확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염증이 심하거나 출혈이 있는 경우에 K씨처럼 시커멓게 나타날 수 있는데, 물론 조직검사를 해야 정확한 병명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K씨의 경우에는 워낙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바람에 큰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아 모 대학병원에 예약을 해놓은 상태에서 필자의 한의원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K씨의 경우 평소 스트레스 과잉으로 인해 목과 어깨의 근육이 과도하게 뭉치면서 병증이 나타났었기 때문에, 위장 질환도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 한방검사에서도 스트레스 과잉 부분과 위장기능이 약해진 부분이 나타났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어주면서 위장을 강화시키는 처방을 투약하였다. 그리고 양방병원에서는 과다출혈을 걱정해 처방해준 철분제까지 함께 복용했다고 했다.
2주간의 한약 복용 후에 복통과 소화불량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으며, 싸늘하게 느껴졌던 손발도 제법 따뜻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예약했던 대학병원에 가서 다시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고 한다. 불과 2주 전만해도 시커멓게 나타났던 검사결과가 모두 말끔하게 깨끗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특별한 처방도 주지 않고, 혹시 모르니 3개월 후에 다시 한 번 검사해보자는 말만 했다고 한다. 또한 철분제도 먹을 필요 없으니, 중단하라고 했단다.
일반적으로 한의약 치료의 우수성은 구조적인 병변보다는 기능적인 병증일 때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검사 상에 구조적인 이상이 없는데도 계속 증상이 나타나면, 그제야 한의약의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구조적이나 기질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그냥 양방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K씨의 경우처럼 구조적인 병변도 한의약으로 잘 치료가 되는 경우들이 있다. 일례로 자궁근종이나 물혹 등의 구조적인 병변이 한의약 치료를 받고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K씨의 병증은 최초 생선회를 잘못 먹고 배탈이 난 이후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손발이 싸늘해지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위장이 차가운 기운의 공격을 받아 차가와지면서 약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는 차가우면 탈이 나게 마련인데, 옛날에 배탈 나면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지지거나 ‘할미 손은 약손’ 하면서 따뜻하게 만져주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평소 스트레스로 인해 경추가 많이 휘었던 과거력으로 보아 스트레스 과잉도 위장질환이 생기는데 한몫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전체 위의 1/3에 해당하는 출혈과 염증이 있었던 것인데, 2주간의 한약 복용으로 이 모든 증상이 해결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