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구의원들의 불신 풍조가 위태”
지방자치는 흔히 두 개의 개념으로 이뤄진다. 하나가 ‘단체자치이고, 다른 하나가 ‘주민자치’다. ‘단체자치’는 종로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자치행정이다.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중앙정부에서 분리된 종로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구청장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 일을 지역 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개념이다. 이른바 지방화 시대의 실현이다.
또 다른 하나가 ‘주민자치’인데, 이는 주민의 대표들이 지방의회를 구성하여 지역 정치의 장(場)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른바 지역 정치를 통한 민주주의의 이행이다. 그러니까 주민자치는 지방의회가 단순한 입법권 행사기관을 넘어 ‘생활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지금 지방자치에 대한 부정적 평가 배경에는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정치학자들이 그래서 지방자치를 행정학이나 정책학에서 벗어나 정치학 차원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지역의 일을 지역의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지역의 갈등은 지역의 주민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면서 민주적 미래 발전을 창출해야 진정한 지역 민주주의를 통한 ‘생활 정치’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방자치의 중심은 지방의회인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보면 현재 종로구의회의 내부 사정은 매우 위태롭다. 1991년 지방의회 구성 이후 33년의 긴 세월이 흘렀지만, 오히려 비전이 어두운 상황이다. 지난 제8대 구의회가 대부분 초선 의원으로 구성되면서 기존의 좋은 전통을 마구 훼손한 체 독자적 흐름을 보이더니 이번 제9대 구의회는 아예 무정체성으로 혼미한 모습이다. 겉으로는 회의를 열고 안건을 처리하면서 무탈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런저런 갈등의 상처투성이와 불신 풍조가 만연된 모습이다.
물론 2년 전 초기 원 구성에서부터 의장단 선거가 워낙 시끄러웠기 때문에 정파 간 이해충돌과 갈등이 첨예했고, 급기야 법원 소송까지 가는 ‘막장 의회’가 연출되어 정치 1번지 종로구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는 오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셈이다. 그때 상흔이 결국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의원 간 불신을 가중되는 양태로 보인다.
전반기 의장 선거 갈등과 대립 속에서 차마 있어서는 안될 일이 동료 의원 간의 고소·고발 사건이다. 이것이 현재 경찰 수사에서 검찰로 송치됐다는 것인데, 끝내 고소·고발된 의원들이 기소되어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공직자 선거법 위반과 법인 카드 불법 사용 등의 혐의가 결코 가벼워 보이지도 않으면서 앞으로의 결말도 매우 뒤숭숭한 편이다.
아무리 여·야 의원 간 정파적 경쟁이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종로 사회 ‘생활 정치’를 구현하는 선량들이 동료 의원을 법적으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지역 정치의 사법화에 지나지 않는다. 중앙 정치가 권력 투쟁으로 정치의 사법화를 만드니까 지역 정치도 같이 물드는 형국인데, 참으로 유감스런 행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후반기 원 구성에서도 정당별 무슨 밀약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약속들이 깨졌다고 이번에는 자신들의 정당 상부에 동지 의원을 징계 청구를 하여 ‘당직 6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내렸다고 하는데 이 또한 무슨 패착인가? 지역 정치를 중앙정치에 스스로 예속화시키면서 소중한 지역의 ‘생활 정치’를 포기하는 권한 남용이다.
그러다보니 종로구의회 의원 11명은 서로가 불신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파 간 대립과 갈등은 차치하더라도, 같은 정당 내 동지 의원끼리도 반목의 상태이니 신뢰가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나타난 같은 당 의원 이탈표에 대한 감정이 번지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간의 묘한 신경전도 매우 심각한 모습이다.
물론 과거에도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간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적대적인 모습은 아니었는데 매우 위태롭게 진행되는 듯하다. 의원 상호 간의 존중과 배려 그리고 타협하는 ‘인정의 정치’가 보이질 않는다.
특히 이러한 불신 상태는 잘못된 보도로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의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수방관한 채 남의 일로 치부하는 듯한 태도 역시 의원들 스스로의 명예를 포기하고 권위마저 잃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자리 때문에 생긴 대립과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면서 그 과정에 동료 의원 고소·고발로 또 다른 기소와 재판이 열리게 됐고, 이제는 같은 정당 내 동지 의원들 간 징계 요청 및 정직 징계가 발생하면서 여·야 구분 없이 의원 상호 간의 불신이 만연된 모습이다.
종로구민을 위해 존재하고, 구민과 지역을 위해 종로 자치를 이끌며 종로구 생활 정치를 활성화시켜야 할 의원들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합심 단결해도 모자랄 판에 이 같은 불신 만연 풍조 속에 무슨 기대를 할 수가 있겠는가?
구의원은 구민을 위해 존재하듯, 구의회도 종로 자치를 위해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스스로의 권리와 의무를 위해 서로가 인정하면서 구의회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을 탐하고, 한 주먹도 안되는 자만심을 키우기보다는 주민의 진정한 선량으로서 책무를 생각해야 한다. 종로구 지방자치를 ‘생활 정치의 장’으로 만들면서 새로운 종로구 미래 발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구의회 의원들이 바로 서야 한다. 주민의 혈세가 그래서 지급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