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핸드볼을 배울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렸다. 8월의 첫 날인 지난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에서 2015 스타와 함께 하는 핸드볼학교(이하 핸드볼학교)가 첫 수업을 시작했다.
핸드볼학교는 과거 여자핸드볼을 빛낸 올림픽메달리스트들이 유치부, 초등부, 일반부 참가자들의 강사가 되어 재능기부를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한핸드볼협회는 핸드볼을 통해 열정, 배려, 리더쉽을 배운다는 취지로 평소 핸드볼에 관심이 있었던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들까지 신청을 받아 핸드볼학교를 열었으며, 12월31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12주간 핸드볼학교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오경, 이상은, 오성옥, 홍정호, 차재경, 윤현경 등 핸드볼학교의 강사로 변신한 17명의 레전드 스타들은 핸드볼학교가 시작되기 전부터 동분서주했다. 핸드볼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직접 홍보 전단지를 들고 근처 공원을 돌았다.
TV에서만 보던 레전드 스타들을 알아본 시민들은 하나, 둘 관심을 보였다. 쌍둥이 형제를 데리고 핸드볼학교에 등록한 배영애씨도 공원에서 스타들의 홍보를 보고 핸드볼학교에 참석을 결심했다고 했다. 배씨는 “올림픽광장에서 놀다가 홍보물을 받고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와보니) 정말 즐겁고,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해서 더 만족해요”라며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2시간 동안 아이들을 지도해주셔서 매주 안 빠지고 참석할 거예요”라고 했고, 6살 아들을 데리고 온 김애진씨도 “(집과) 가까운 곳에 좋은 기회가 있어서 참여하게 됐는데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만족해했다.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시작된 핸드볼학교.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핸드볼학교에 참가해 두 그룹으로 나눠 수업을 실시해야 할 정도였다. 유치부와 초등부는 보조경기장에서, 일반부는 주경기장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핸드볼학교의 홍보이사를 맡은 서울시청 임오경 감독의 환영인사로 수업은 시작됐다. 레전드 한 사람 한 사람 소게될 때마다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특히 우생순 신화의 한 주인공 이상은 전 선수가 소개되자 다들 아는 듯 박수와 함께 함성소리마저 터져 나왔다.
부모의 손을 잡고 핸드볼학교를 찾은 유치부와 초등부 참가자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은 수업이 시작되자 한결 나아졌다. 한편에서는 최연소 참가자의 자리를 노리고 핸드볼학교를 찾은 3세 참가자가 나이제한으로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코트 한복판에 누워 수업을 받게 해달라며 귀여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어린이는 유치부 형, 누나 사이에서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가했다는 후문.)
수업이 진행된 2시간 내내 참가자들과 강사진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수업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연령대에 맞게 진행됐다. 단순히 공을 던지고 받는 것이 아니었다. 훌라후프를 돌리고, 앞구르기도 하고, 공을 다리 사이에 끼고 슛을 던지는 등 재미있는 구성으로 어린 참가자들의 집중력을 높였다.
또 게임을 통해 참가자들의 경쟁심을 이끌어내 수업이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 유치부를 지도한 강사진들은 참가자들보다 더 많이 코트를 뛰어다녀야만 하기도 했다. 아직 핸드볼이 무엇인지 모르는 참가자들을 위해 함께 뛰며 엄마의 마음으로 참가자들을 살뜰히 보살폈다.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던 임오경 감독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서울시청 말고 이거나 할까 봐요”라는 농담을 던졌다.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초등부와 유치부 참가자들 중에는 핸드볼스타들의 2세도 포함되어 있었다. 엄마를 따라 핸드볼학교에 등록한 이들이 장차 한국핸드볼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일반부 수업은 오성옥 전 선수가 중심이 되어 진행됐다. 일반부 수업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강사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 초등부, 유치부 수업과 달리 일반부는 강사진들이 조용히 참가자에게 다가가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그렇다고 핸드볼에만 열중한 것은 아니다. 일반부 역시 핸드볼에 여러 가지 재미 요소를 가미해 수업을 지루하지 않게 진행했다.
첫 수업을 마친 결과 참가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폭발적이었다. 자녀의 모습을 지켜본 한 학부모는 “재능만 있으면 선수로도 키워보고 싶을 정도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박지용 군은 이날 처음 핸드볼이란 것을 알게 됐다면서 “오늘 운동한 거 정말 재미있었어요. 살도 빠질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용 군의 아버지인 박형철씨는 “핸드볼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코치님들이 같이 하시니까 좋은 기억이 될 거 같아요. 핸드볼이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라고 즐거워하는 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첫날부터 참가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낸 핸드볼학교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핸드볼협회 이은미 차장은 “기대한 것보다 참가자들이 즐거워했고, 인원도 많아서 보기 좋았어요. 12주 동안 무탈하게 학교가 진행됐으면 좋겠네요”라며 앞으로 12주 동안 매주 개근상, 최우수상 등을 시상해 참가자들이 끝까지 핸드볼학교에 참가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의 성공은 임오경 감독을 필두로 한 17명 강사진들의 노력도 뒷받침됐다. 생활체육 지도자로 활동 중인 강사들도 있었지만 처음 핸드볼을 지도하는 강사들도 있었기에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매주 모여 매너, 예의수업을 받으며 핸드볼학교를 준비했다고 한다. 무급임에도 불구하고 강사들은 핸드볼의 재미를 알리고 핸드볼을 홍보하기 위해 생계도 미루고 핸드볼학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임오경 감독은 “시간을 내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해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핸드볼을 통해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주신 대한핸드볼협회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분들이 핸드볼가족이 되어 비어 있는 핸드볼 경기장을 가득 매울 수 있도록 선생님들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핸드볼학교를 통해 한국핸드볼의 앞날이 더 밝게 빛날 수 있길 기대했다.
핸드볼학교는 8월 15일 오전 10시 SK핸드볼경기장에서 정식 개교식을 실시할 예정이며, 이날 열리는 2015 서울컵국제핸드볼대회도 참관하며 남녀대표팀을 응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