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의 2017-18시즌,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오늘(3/5) 펼쳐졌습니다.
사실 어제 승부 예상글에서도 썼지만, 결과가 그렇게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홈팀 KB스타즈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해놓은 상황에서 주전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줌과 동시에 다양한 선수와 패턴들을 시험해보는 장을 가졌습니다. 원정팀 삼성생명은 훨씬 그 이전부터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운영을 해왔죠. 역시 여러 유망주를 골고루 기용해가며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 스타팅 라인업. 예상대로(?) KB에선 박지수 선수가 스타팅 명단에서 빠졌고, 삼성생명에서는 한여름 선수가 커리어 첫 선발 출전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네요. 2015년에 수련선수로 입단해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서기까지... 190cm 신장으로 기대를 해봄직한 센터 자원이랍니다.
■ 오늘 경기, 역시 큰 의미가 없으므로 세밀한 흐름을 다시 따지기 보다는, 아무래도 선수들 이야기를 조금 할 수밖에 없네요.
(주전 선수들이 많이 빠졌고, 2쿼터부터 본격적으로 TV를 시청했는데 중간중간엔 약간 올스타전 느낌도 나더라구요. 토마스 선수의 단독 속공 때 바다가 갈라지듯 길이 트이고 전체적으로 느긋한. KB 이소정이나 박진희 선수는 마음만큼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 그런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우선 홈팀 KB스타즈에서는 단타스 선수, 상대적으로 짧았던 플레이타임에도 쏠쏠하게 기록을 챙겼네요. 21분동안 22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해줬습니다. 29분 가까이 뛴 커리 선수는 14득점 11리바운드로 역시 팀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승부 예상 글 때 제가 썼던대로 박지수와 강아정 선수는 확실하게 휴식을 부여받았습니다(각각 12분여와 10분씩만 뛰었습니다).
총 14명의 선수가 오늘 코트를 밟았네요. (아직 많은 발전과 또 안정적인 경기력이 과제이지만) 김민정 선수(4득점)는 확실히 올시즌 KB가 발굴한 최대 수확 중 하나란 생각이고, 3쿼터 때 정미란 선수의 3점포(3점 3개, 9득점)도 참 반갑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현아 선수는 이주연 선수에게만 스틸을 2개나 당했죠. 더 차분하게, 또 자신감을 가지면 더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보입니다. 파이팅!
그리고 삼성생명에서는 우선 오늘 선발출전했다는 한여름 선수는 잘 못봤고요(1쿼터만 뛰어서 그런가). 지난 1일 KDB생명과의 경기에서 14분 38초만에 5반칙 퇴장으로 많이 회자되었던 양인영 선수(1995년생, 184cm 포워드)의 중거리슛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오늘 21분여를 뛰면서 11득점(2점슛 5/12)을 기록했는데, 꼭 신한은행 곽주영 선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깨끗한 포물선이었습니다. 정은순 해설위원 말대로 자신감은 중요하고요. 기대해 봅니다.
유망주 이주연 선수(98년생 171cm 포워드)도 화려한 스핀무브 후 레이업 돌파, 그리고 일선 수비 중 두 차례의 스틸 후 단독 속공 마무리까지... 경기 후 MVP에도 선정되었죠. 아직 외곽슛에 있어서는 많은 발전이 필요해보였지만, 개인 커리어 통산 1경기 최다득점(11점)까지 세우면서 잊지 못할 경기가 되었겠습니다. 어깨가 넓어서 그런가 뭔가 단단해보이고, 또 김지영(하나은행)과 비교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발놀림이 오늘도 빛났습니다.
박하나 선수는 그 와중에도 3점슛 100%(4/4)에 16득점을 쉽게 올리고 들어갔고, 토마스는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14득점 17 리바운드 11 어시스트)을 기록했네요. 젊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그들을 훈련시키고 독려하면서도 스스로도 난리났던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선수는 그 누구도 아니고 윤예빈 선수였습니다. 1997년생으로 180cm의 가드라네요.
사실 오늘 경기 기록상으로는 그리 튀진 않았습니다. 8분 20초를 뛰면서 7득점했는데, 득점은 거의 경기 막판에 몰아넣다시피 했죠. 슛은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는데... 중요한 건 윤예빈 선수의 (볼 없는) 움직임이였습니다. 공격 때 계속해서 자리를 이동해가며 기회를 노리고, 적절히 공격 리바운드에도 가담해주려 하고. 수비 시에는 더 눈에 띄더라구요. 자기가 맡은 사람을 낮은 자세로 단단히 막아서면서도 계속 코트 전체를 살펴보고, 또 계속 코트 안을 살피며 적절히 골밑으로 도움 수비를 들어가는 움직임들까지... 말로는 다 설명을 못하겠네요. 올시즌은 다 끝났으니 아쉽게 되었고, 오늘 경기라도 많은 팬들이 다시보기하면서 윤예빈 선수 움직임만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에 봅시다.
여튼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고 즐겁습니다. 삼성생명에서도 KB에서도 다음 시즌 또 어떤 신성(新星)들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크고요. 오늘 코트를 밟았던 젊은 신진급 선수들 모두 오늘의 흥분과 감동, 느낌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Today's Photo

앞서 언급했던 삼성생명 이주연 선수(왼쪽)의 하늘을 나는 모습? 그리고 오른쪽은 아마 윤예빈 선수의 자유투 장면인가봐요.

삼성의 또 다른 유망주, 양인영(No.13)는 곽주영 선수만큼만 커주면 대박이겠죠? 1~2년 안에 꽤 날카로운 무기가 될 느낌입니다.

이에 맞섰던 KB의 유망주들! 김현아 선수(왼쪽)과 박지수 선수(No.19). 잠깐, 박지수 선수는 사기 아냐? 이 논의에 끼기엔 좀... ㅎㅎ

강아정 선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니까 한 컷! 삼성생명 토마스 선수는 여러 선수들 겹치다보니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어서 한 컷!
나름 의미도 있고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