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천대표시 5편/고명수 평론가 선
莊子詩 그 열 하나
漢籍갈피에서날리는智慧의숨소리
깨어있는나의안에서해를길어올리는두레박소리
출렁이는물속의아픔이손가락끝에서얼굴을드러내네
거슬러오를수없는時代
내여윈肋骨의틈에서해를밀어올리는莊子
그의바람이山갈치를떨어뜨리네山갈치가퍼덕이고햇빛은
槍처럼그것의등을꿰어바다로도로던질것이네.
―」
새
이제 내가 날리는 새들은 自然의 새들이 아니어라
하늘 높이, 거기 떠 있는 별들을 지나 또 다른
하늘로 날아가는
저 새를 무어라 이름지어야 할지 몰라라
죽지며 부리며 머리에 여벌의 날개며 혀며 뇌를 단 채
빛보다 빨리 어둠보다 멀리
이 마음의 구석구석을 떠돌아다녀라
새여,
뜻이 있을 수 없는 이 손길 가리키는 대로
이 눈길 주어지는 대로
날아간 새여
오늘 내가 문득 새가 되어 전속력을 다해 날아가 보아라
하늘 높이 거기 떠 있는 별들을 지나 또 다른 하늘에
별로 떠 있어라
전신 全身으로 우는 네 소리가
혹은 높아지고 낮아지고
그 때마다 혹은 밝아지고 희미해지는 별빛이어라.
황홀한 놀이
하느님처럼 부처님처럼
스스로
내 안의 더럽고, 고름 끼고, 상처 난 별들을
하나하나 씻어주고 풀어주는
황홀한 놀이
민들레도 쑥부쟁이도 제 얼룩 햇살에 씻어내고
강아지도 고양이도 제 상처
혓바닥으로 핥아내듯
내 안에 비틀러지고 엉겨 붙고 축 늘어진 별들을
하나하나 바로잡고 동여매고 일으켜 세우는
황홀한 놀이
어둠조차 눈부시게 눈부시게
혓바닥으로 닦아내고 햇살로 씻어내는
자연법을 가르쳐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아직, 혼자서, 캄캄한,
누구에게라도 전해드리겠습니다.
유람 천하
청나라 때 내경도(內徑圖)를 보면
내 안에
산과 강, 들과 숲, 바위가 있단다
생각해보니 산에는 산짐승, 강에는 물고기,
들과 숲에는 사슴도 있고, 늑대도 있을 것이다
내 안에 아침이며 밤도 있고
꽃 피고 지고 봄 가을이 찾아오는 계절도 있어
내 안의 산천경계를 유람하려면 꽤나 바쁠 것 같다
그래도 좋겠지, 그렇게 바쁜 날에도 한순간
회오리바람을 타고 내 안의 하늘로 올라가
구름 위에 벌러덩 누워 남명이나 다녀오면 더욱 좋겠다
어이, 친구들, 휴가는 없나
내 안에 사는 내게 카톡을 해보았더니
죽어서 영생 휴가를 받을 텐데
뭐 그리 급하시나, 실실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준다
저쪽 나라에서는 쉬고싶으면 로봇처럼
잠시 전지를 빼놓던데, 내 안의 붕새가 중얼거린다
회남자 가로대 새옹지마라 한다
이쪽 나라에서 바쁘게 사는 것도 복받은 인생일지니.
오늘은 내가 당신이 되는 날
한 마음의 열두 가지 지옥을 다 비우는,
오늘은 내가 당신이 되는 날
한 물줄기의 수만 물방울이 하나같이 반짝이는,
오늘은 당신이 분수가 되는 날
푸르름의 목어, 눈부심의 풍경 다 내어건
향기로운 절 한 채 지어서
마음이 추운 이들을 모두 불러들이는,
오늘은 당신이 집이 되는 날
하찮은 돌멩이나 풀줄기, 꾸겨진 종이장 하나에까지
햇빛의 광명을 가득 채워
숨쉬게 하는,
오늘은 당신이 내가 되는 날
한 마음의 열두 가지 생각을
한 생각으로 바꾸어
오늘은 내 안을 텅 비우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