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정은씨(34·서초구 서초동)는 평소 바지보다 치마를 즐겨 입었는데 최근엔 치마를 입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 됐다. 조금만 걷거나 서 있어도 종아리에 푸른 핏줄이 튀어나와 보기에 흉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했는데 오히려 종아리에서 허벅지까지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통증까지 생겨 병원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진단 결과는 하지정맥류. 하지정맥류란 피부 밑에 있는 가느다란 정맥이 커지면서 힘줄처럼 튀어나오는 질환을 말한다. 교사, 약사 등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임산부 등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최근엔 성인의 30%가 하지정맥류에 걸릴 정도로 광범위하게 발병하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발병하는 비율이 2배 가까이 높고, 40∼50대는 물론 20∼30대 여성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이 질환은 선천적으로 서구인에 비해 혈관이 약한 동양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혈관이 가늘고 하반신의 혈액순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지정맥류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맞벌이 주부들이 증가하면서 서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 정맥류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김씨처럼 정맥류를 일시적인 증상으로 방치해 병을 키운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경우 보기 흉하다는 외관상의 문제로만 생각해 가볍게 넘기고, 남성들의 경우 단순히 운동을 열심히 해 드러난 힘줄로 오인해 방치하는 것. 그러나 하지정맥류를 방치할 경우 혈관이 피부 밖으로 부풀어올라 심하면 정맥염이나 피부괴사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원인 하지정맥류는 심장에서 발끝으로 전해진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환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맥 속에는 각 층과 층 사이에 한번 올라온 피가 아래로 못 내려가게 하는 막이 있는데 이 막이 망가져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혈액이 종아리나 허벅지 등으로 다시 내려오는 것. 이렇게 혈액이 역류하면 그 압력으로 인해 혈관이 늘어나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오랜 시간 서 있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뿐 아니라 임신, 비만 등도 하지정맥류의 원인이 되는데 임신이나 비만으로 체중이 증가하면 몸 전체를 지탱하는 다리 혈관의 압력이 높아져 혈액이 역류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엉덩이나 허벅지를 너무 꽉 조이는 옷을 자주 입는 것도 혈관 내 압력을 높여 정맥류의 원인이 된다.
증상 정맥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돼 구불구불해진 형태를 보이는데 주로 다리에 많이 나타난다. 다리에 있는 가느다란 표피정맥들이 점점 굵어져 흔히 말하는 ‘힘줄이 튀어나온 것’ 같은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정맥류가 생기면 보기에 흉할 뿐만 아니라 다리가 쉽게 붓고 피로감이 심해져 관절염, 신경통과 비슷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방치할 경우 좌우 다리의 굵기가 달라지고 혈액의 흐름이 막히면서 염증이 생기고 심하면 혈류 장애로 피부가 썩어 들어가기까지 한다.
진단 방법 정맥류는 육안 검사와 간단한 임상 평가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맥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나 정맥 촬영술로 문제가 되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고, 심장 부위 정맥에 이상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정맥류 예방하는 생활습관
걷기를 생활화한다
장시간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정맥류가 나타나기 쉽다. 따라서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걷기를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또 30분 이상 서 있어야 할 경우에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뺐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제자리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정맥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꾸준한 걷기 운동은 다리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어 혈관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해준다. 또한 하지정맥류가 이미 발생했더라도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하면 통증이나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몸에 꽉 끼는 속옷은 피한다
몸매 보정을 위해 여성들이 즐겨 입는 거들이나 올인원 같은 속옷은 엉덩이와 허벅지를 조이기 때문에 다리 정맥의 압력을 높인다. 또한 몸에 딱 달라붙는 스판 소재의 바지 대신 통바지나 A라인 스커트 등 약간 넉넉한 옷을 입는 것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 정맥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허리띠를 너무 꽉 조이는 것도 정맥류 발생 가능성을 높이므로 약간 느슨하게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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