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이상해서 며칠 전엔, 하루동안에만 폭설이 내리다 비로 바뀌고, 또 폭설이 오다 저녁에 해가 나는 희안한 날이 있었습니다. 산에는 다행이 계속 눈이 왔고, 어제 하루 동안에만 약 60cm의 눈이 왔습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일부 구간은 폭설로 길이 막혔지만, 다행이 스키장 지난 곳이었고, 경찰이 사고방지를 위해 길을 3차로에서 2차로로 줄이는 바람에 가는 길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지난 주말부터 일광절약시간이 해제되었고, 해가 길어져서 6시반쯤 도착했음에도 어두워지지 않았더군요.
평일 야간이라선지 여기저기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딥 파우더가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설질은 1 (Wet)에서 5(Dry)까지로 봤을 때, 3 정도로 약간 습한 눈이었습니다. 블랙사면엔 거의 무릎까지 빠지고, 좀 깊은 곳은 허벅지까지 빠져서 경사가 낮은 곳에서 속도를 줄이면 바로 갇혀 버립니다. 블랙에서 속도를 내면 깊은 곳에선 face shot을 맞을 수 있었고, 동료중 한명인 피터는 속도를 내면서 약간 주저앉으니, 그 큰 키에도 눈이 머리 위로 날리는 재밌는 모습이 연출되더군요.
이날은 off-piste의 variable condition에서 스킹을 연습 했습니다. 스티브가 클리니션이고, 피터, 더그, 맷, 팻 그리고 저 이렇게 여섯이 탔는데, 까칠한 스티브는 이런 딥 파우더로 모두 들떠 있는 상황에서도 각자의 스킹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고치라며 기분을 잡치게 하죠. 스티브는 다른 클리니션과 달리 칭찬을 거의 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잘 할 땐 잘 한다는 얘기를 해줘야, 언제 잘하고 언제 못하는지를 알텐데. 대부분 문제만 지적하고, 그 외엔 암말도 안하니, 지적받고 고치려고 애쓸 때, 잘 하고 있는 건지 애매하죠.
이날은 파우더에서의 Stance와 턴 시작부분에서 어떤 동작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그리고, 턴하는 방식을 상황에 따라 Leaper로 할지 아니면 retraction으로 할지를 연습했습니다. 대부분 이미 다들 잘 하는 것인데도, 스티브는 시종일관 지적질이니, 결국 팻이 부드럽게 개깁니다. 둘이서 한동안 서로 부드럽게 으르렁 거리고, 우리는 듣기만 할 뿐이고.
앞서 다른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야간 라이트가 별로 밝지 않고,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어서, 블랙쪽엔 라이트가 없는 곳이 많아서, 거의 달빛에 의존하는데, 눈이 계속 오고 있으니, 달빛도 약한데, 급사면에서 깊은 파우더를 타다보니 한번씩 대차게 쳐박히죠. 한번 넘어지면, 혼자 일어나기도 힘들고, 스키가 벗겨지기라도 하면 혼자 스키를 찾는 건 보통 고역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꺼번에 내려가지 않고, 두명씩 짝을 지어 내려가게 하거나, 한명씩 내려가서 앞에 가는 사람이 어느 정도 잘 내려가면 다음 사람이 내려가는 방식으로 탑니다.
눈이 애매하게 wet 하다보니, 속도는 내야하고, 급사면이고, 달빛도 약해서 잘 보이지 않아서 쫄게 되니, 갑자기 더 급한 경사가 나오거나 파우더 아래쪽에 청크라도 만나면 바로 후경되고, 스킹이 힘들어지죠. 하지만, 어느덧 자연과 동화되어, 그냥 몸을 파우더에 맡기며 환호성을 지르며 나르고 있는 모습들을 봅니다. 제대로 기술을 구사하고 확인하려면, 눈에 갇히지 않을 만큼만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기술이고 뭐고, 그냥 속도를 올려봅니다. 스티브가 갈궈도 우린 넘 즐겁습니다.
첫댓글 나두 face shot을 맞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갓산에서 맞아본 줄 알았는데, 누가 에어님 얼굴에 눈 한바가지 던져 주세요. ;-)
말도 안 돼. "딥 파우더 스킹"이라는 세 단어 자체가 말도 안 돼.ㅠㅠ
이런 염장이란...
귀국하시면 스타힐 노란별 아래로...-_-
헉. 그 아무나 묻히기 힘든 노란별 아래 명당자리에 저도 한자리 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항상 이렇게 파우더는 아니구요. 어제 낮엔 산에 폭우가 내렸습니다.
스티브 일루 좀 보내줘요.
누가 스티브 좀 묻어줬으면 했는데, ㅋㅋㅋ. 근데, 눈치를 챘는지, 지난 토욜 클리닉에선 칭찬도 가끔하다가 클리닉 끝나고 나서 저랑 둘이 남았을 때,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칭찬하고 팁도 알려주더군요. ^^ 이번 금, 토에는 스티븐스 패스로 갑니다. 거긴 이번 겨울에 눈사태로 지난달 두명이 운명을 달리했죠. 인바운드에만 있을거니 별일 없을 듯.
이건뭐.. 염장이네!!
스프링 모글캠프에 비하면, 암 것도 아니죠.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같이 나눌 사람이 없으면, 첨엔 좀 좋아도, 말짱 황. 이번주도 주중에 한번 비오고 나머지는 계속 눈이 온답니다. 정상에선 벌써 눈이 작년보다 더 쌓여서 리프트 의자에 앉은채로 스키를 눈에 대고서 한 20초 정도를 갈 정도로 눈이 높게 쌓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