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마흔. 프로 22년 차인 이승엽은 경기장을 누구보다 빨리 찾아 훈련하는 선수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대구 라이온즈파크에 일찍 도착한 날에 인기척이 느껴져서 누구인가 보면 여지없이 이승엽"이라고 말한다. 이승엽은 17일 오후 2시 잠실 원정 경기를 앞두고도 오전 일찌감치 야구장을 찾아 배트를 휘둘렀다.
그는 지난 14일 한화전에서 한·일 통산 600홈런(한국 441개, 일본 159개)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매 타석 기록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나섰던 그는 홈런을 친 후 "앞으로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타석에 서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5회를 마치고 열린 기념식에선 '적장'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한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도열해 이승엽에게 축하 박수를 건넸다.
이승엽은 600홈런을 달성한 뒤 "정말 죽을힘을 다해 여기까지 왔다. 600개 공엔 내 야구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다"고 했다. 그만큼 그라운드에서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도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다. 내년 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은 이제 정규리그 기준 158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그는 "매일 내게 몇 경기가 남았는지 세고 출전한다. 그러다 보니 매 타석 매 경기가 소중하고 절박하다"고 했다.
올해만 2000안타, 1400타점, 한·일 600홈런을 차례로 이루며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쓴 이승엽은 600홈런을 친 후 "이제 더는 도전하고 싶은 기록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새로 쓸 기록들이 남아 있다. 이승
엽은 역대 최다 득점(양준혁·1299점)에 불과 15개 뒤져 있어 빠르면 올 시즌, 늦어도 다음 시즌 초엔 달성이 유력하다. 통산 3813루타를 기록 중인 이승엽은 역시 양준혁이 갖고 있는 최다 루타(3879루타) 기록도 내년 안에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은 KBO 통산 441홈런으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은퇴한 양준혁이 351개로 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