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주워들은 말. 선글라스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시선이 어디에 꽂히는지 들키지 않기 위함이라던가.
영화에서는 그리 큰 역할을 하진 않지만, 전혀 의도와는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왠지 '지미'의 선글라스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선글라스는 전면을 향하는 시선을 가리기 마련인데 '지미'가 쓰고 있는 선글라스는 마치 고글처럼 옆면까지도 폭 감싸고 있다. 그는 무얼 숨기고 싶은걸까. 아니지, 의문이 잘못됐다. 그는 그의 내면의 무엇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강'은 인간에게 있어 이래저래 많은 의미를 갖는다. 희망을 이야기할 때도, 절망을 이야기할 때도.
규모로만보아도 '냇물'은 너무나 좁고, 얕고, 시끄럽고, 반대로 '바다'는 너무나 넓고, 깊다.
'강'은 그야말로 그에 비하면 중용의 덕을 잘 아는 셈이 되는거지. 물론 인간의 정신적 수준에서 봤을 때에 한해서.
'강'은 보통 '과도기'와 잘 비교를 한다. 그래서 희망과 절망, 모두를 담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강물의 흐름'은 더 큰 희망의 세계로 가는 도약이 될 수도 있고, 절망의 순간에 침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는 희망에 거는 기대가 있어서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절망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모든 범죄를 담는 '그릇'으로. 그 속에 비밀이 있다. 그 사람, '지미'의 비밀, 그건 바로 범죄, 혹은 죄의식....
인간이 보통 80년의 수명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치자. 사람이 죽는 그 순간에는 일생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들었다. (이건 실제로 죽을 뻔한 일을 당한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아마도 겪어왔던 일들 중에 큼직큼직한 사건들이 지나가겠지. 그럼, 유아, 유년, 청년, 중년, 말년 등 이렇게 나누어보았을 때, 각 시기별로 골고루 나타날까?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론 '유년기'가 가장 떠오르지 않을까 싶은데...
내 생각의 근거는 유년기의 기억이 일생의 삶을 좌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책임의 절반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유년기에 비해 '일방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유년기'가 행복했던 사람은 그야말로 행운아이고, 아니었던 사람은 '행운아'로 선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억울할까. 아마도 우리가 유아, 초등교육을 중요시 여기는 것도 아주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장황하게 '유년기' 얘기를 풀어놓은 건, 그것이 이 영화의 발단('숀'과 '데이브'가 '지미'의 주도로 함께 놀다가 '데이브'가 납치되고 성폭행을 당했다)이자 전개(20년이 흐른 뒤 '지미'의 딸 '케이트'가 살해당했다)가 되고, 위기(유년기의 그 사건 이후, 세 남자가 다시 만나 수사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다)가 되며, 절정('지미'가 경찰 몰래 뒤조사한 결과 '데이브'를 의심하게 되고 살해한다)을 이루며 결말(영화를 볼 사람을 위해 생략)이 되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그 '데이브'를 태우고 달아나는 차량 뒷모습을 잡는 씬 혹은 그와 비슷한 연출의 씬은 뭔가 불안하다. 그 불안감은 남겨진 자의 몫인가, 잡혀가는 자의 몫인가. 아마도 둘 다의 몫이기 때문에, 남겨지 둘은 평생을 잡혀가는 자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언제나 감옥인 것을... 어차피 그렇다면 좀더 현명한 방법을 모색해야지, 언제까지 그 굴레에 씌워져서 살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만화 '드래곤볼'에 보면 손오공이 어린 시절 점을 쳐주는 할멈에게 가서 드래곤볼이 있는 장소를 알기 위해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인간에게는 조금이라도 악한 마음이 존재한다. 그 마음을 증대시켜 스스로 폭파되게 하는 기술을 가진 자가 있었는데, 손오공에게는 실패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의심'이라는 조그만 마음이 얼마나 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무슨 이야기부터 풀어야할지 몰라 여태껏 이렇게 횡설수설하고 있는 중이다)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한 '배신'은 얼마나 큰 불행을 초래하는 것인지.
역시 사람은 '마음'이 중요하다.
어쨌든 횡설수설은 여기서 정리를 하고, 너무나 어이가 없었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본다.
자기 남편 못믿고 배신한 아내가 문제지...
나는 당신이 너무나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우리 가족을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