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저 높은 곳’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는 시기는 생후 12개월 이후다. 다리에 힘이 생기고, 손으로 주변 사물을 붙잡고 일어선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엉거주춤 일어서려는 자세는 계단이나 높은 위치에 오르는 다리 자세와 비슷해서 아이는 제 키보다 높은 곳에 오를 신체 조건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기거나 겨우 서서 발을 떼는 어린아이들이 높은 곳을 선호하는 것은 어떤 특별한 심리보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는 ‘높은 곳’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기다가 혹은 걷다가 눈앞에 펼쳐진 의자, 계단, 소파를 피해야 하는지 어째야 하는지 감도 잡지 못한다. 그저 발 닿는대로 걸음을 옮기다 가게 되는 코스인 것이다. 땅 위를 기는 개미 앞에 손바닥을 대면 피해갈 생각 않고 묵묵히 손바닥 위를 타고 올라 제 갈 길을 재촉하는 것과 비슷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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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올라가는’ 이유는 달라진다. 3초만 한눈을 팔면 위험천만한 식탁, 책상, 장식장 위에 떡하니 올라가서 엄마를 ‘미치게’ 만드는 일은 만 2~3세에 절정을 이룬다. 이 시기 아이들이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것은 높은 곳에 올라가면 지금의 자신보다 더 크고 강한 존재가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높은 곳도 척척 잘 올라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고 말이다. 머리보다 높이 손을 쭉 뻗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가 높은 곳 오르기에 흥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귓 속에 있는 전정기관 때문이다. 우리 몸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은 흔들리고 불안정한 위치에 있을 때 찌릿한 쾌감을 온 몸에 선사한다. 그네타기, 시소타기처럼 ‘높은 곳’ 올라가기도 아이에겐 더없이 훌륭한 전정기관 자극놀이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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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올라간 아이, 역시 안전이 제일 걱정이다. 실제로 아이가 가구 위에서 떨어져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의자나 책상을 밟고 올라가 베란다나 창문에 매달려 있다 떨어지는 안전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한시도 아이에게 시선을 떼지 말고, 창문 근처에는 아이가 밟고 올라갈 만한 물건은 절대 두지 않는다. ‘아직 어린데 여긴 못 올라가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의 가구 타기 실력은 수준급이다. 베란다나 창문의 안전망도 꼭 설치한다. 미끄럼틀이나 아빠 목에 목말을 태워주는 등 안전하게 ‘높은 곳’을 맛보게 하는 것으로 아이의 ‘전정기관’자극 욕구는 적절히 해소시킬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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