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둑 부활의 신호인가? (後)
본질적으로 일본바둑은 야구로치면 메이저리그다.우리가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기전 상금과 대우가 지금처럼 차이가 나는한 일본의 대삼관이야말로 본무대라 할수 있다. 모든 기사가 일본의 대삼관오픈을 꿈꾸며 바라는 한 일본바둑이 메이저리그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아쉽게도 스포츠는 결국 돈의 힘에 의해 움직이게 되어있다.
일본의 바둑 전통과 인프라는 분명 세계최고다. 따라서 조금만 틀을 변화시키고
개혁한다면 일본 바둑은 분명 다시 세계정상으로 치고올라 갈수 있다고 생각한다.필자는 개인의 힘이 인프라의 힘을 이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한국의 바둑천재론만으로 일본 바둑을 계속 이길수 있다라는 생각에 동의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좋은 환경과 인프라에서 새로운 바둑 천재가 등장할 개연성이 훨씬 높다란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따라서 일본 바둑의 부활은 시간의 문제일뿐 궁국적으로 다시 세계바둑계의 메카로 떠오를것이라는고 믿는다.문제는 일본바둑을 정체시키고 새로운 스타탄생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모순들을 개혁해야하는 것이다.썩은 살을 도려내야 한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가장 구조조정의 후진국이라 할수 있는 일본에서는 그런 개혁을
기대한다는 것은 우리 상상이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일본만큼 한번 어떤
틀이 잡힌 시스템을 개혁하는데 주저하는 국민성은 드물다. 그게 전통을 가꾸고
지키는데는 도움이 되나 어느때는 구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폐단도 낳는 것이다.
국제대회에서의 연속된 참패가 없었다면 일본 기원의 개혁은 요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팬들의 절규에 못이긴 일본기원은 마침내 살인 청소부 가토 마사오를 일본기원 부이사장으로 전면에 등장시킨다.그이후는 여러분도 잘아는 내용이다.도무지
상상도 할수 없는 놀라운 개혁적인 조치들이 연속해서 일어나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몇몇의 바둑천재들에 의해 등따습고 배부른 한국기원은 개혁이란
미명하에 놀라운 개악적인 조치들을 발표한다.한국기원이 노장들의 순탄한 승단을 보장하며 기득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일본은 모든 기득권과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오로지 실력위주로 일본기원을 재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확 틀었다. 개혁의 방향만 봐도 앞으로의 바둑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필자는 후지스배와 CSK배의 일본 바둑의 분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흔히 말하듯이 우리 선수들의 방심만의 결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 바둑은
분명히 부활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일진일퇴의 명승부를 펼쳐나가갈 것이다. 설령 후지쓰배 8강전에서 독기를 품은 우리나라에 참패할 수는 있어도 점점 국제바둑계에서 일본바둑의 위상이 높아져 갈 것이란데는 변함이 없다고 믿는다. 도데체 내 믿음의 근거들은 무엇일까?
일본 바둑의 부활을 믿는 이유들
1.예선제도의 개혁과 히카루의 등장
일본기원은 기존의 단중심 예선제도를 버리고 실력위주로 예선제도를 변화시켰다.즉 예선 1,2,3조로 나눈후 첫판에 진사람은 무조건 다음리그에서는 아랫단계로
내려가서 예선을 시작해야하는 시스템이다.1차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다음기에는
2차부터 시작한다.놀라운 것은 같은 조의 소속기사의 대국료가 모두 똑같다는 사실이다.초단과 9단의 대국료가 심하게는 열배까지 차이가 나던 일본으로서는 가히 파격에 가까운 조치다.
이 예선제도의 변화로 실력있는 저단진들이 본선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이번기에는 비록 2차까지 밖에 못올라갔다하더라도 다음기에는 보다 수월해질수 있는 것이다. 반면 실력없는 노장들의 도태는 엄청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나이들어 9단이란 명함달고 예선 1조에서 어린 기사들과 같은 낮은 대국료를 받으며 바둑을 두어야 한다면 고단자라는 권위로 폼생폼사하던 수많은 기사들이 스스로 토너먼트 프로를 그만두고 레슨프로로 전향할 개연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참고로 토너멘트프로와 레슨프로를 2년내 분리시키는 것이 가토의 꿈이다) 한마디로 일본 바둑계의 세대교체가 앞으로 상당한 탄력을 받을 밑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예선제도의 대변화가 실력있는 젊은 기사들의 중앙 무대등장을 촉진시켜 세대교체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제라 한다면 히카루의 등장으로 어린 꿈나무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도 훨씬 높아져 수많은 바둑인재들이 바둑계로 뛰어들 토대가 확산됐다고 할수 있다. 노쇄한 이미지가 조금씩 일신되고 젊은 인재풀이 많아져 가고있는
중인것이다.지금도 히카루바둑 세대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일본에서도 엄청난 바둑천재들이 등장할 필요충분 조건이 완성된 셈이다.
2.승단규정 강화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해드리겠다.엄마가 생선을 구울때마다 항상 생선을 반토막내서 굽는 장면을 목격한 딸이 이상히 여겨 엄마에게 그이유를 물었다. 엄마는 고개를 갸우퉁하며 '글세 어렸을때부터 니할머니가 그렇게 굽는 것을 봐서 나도모르게 그렇게 습관이 됐는데 왜 구울때마다 반토막내서 구웠는지 니할머니에게 물어봐야겠다'라며 바로 전화를 걸어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되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이 머라 생각하는가? 대답은 그당시에는 생선굽는 그릇이 작았기 때문이다.그릇이 작아서 어쩔수 없이 생선을 구을때마다 반토막내서 구운 것이다.만약 그릇이 크다면 더 이상 생선을 반토막내 구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왜 승단대회가 따로 있었던 것일까? 처음 도입된 1920년대에는 그밖에 마땅한 기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전이 넘치는 요즘 따로 승단대회를 둘 필요는 없다.여기까지는 맞다.
단을 세분화한 이유가 무엇일까? 연륜을 자랑하기 위해서인가?
실력을 객관화시키기 위해서아닌가? 한국기원은 아무생각없이 생선을 반토막내서 요리하던 아줌마보다 더 생각없는 집단같다. 한국은 승단을 개나소나 할수있게
개악했다. 몇몇 예외조항은 있으나 본질은 노장봐주기성격이 매우 짙다.
반면 일본은 단의 프리미엄도 거의 없앴을뿐 아니라 승단도 매우 까다롭게 개혁했다. 꾸준히 실력을 쌓지 않으면 도저히 승단할수 없도록 만들어놨다. 국제대회의
연속된 참패에 정신을 차린 것이다.
예선제도 개혁과 승단규정강화를 통해 일본은 실력 지상주의룰 만천하에 선포했다. 일본은 이제 승단하기도 어렵지만 승단한다고 해도 호위호식하던 시대는 완전히 지나갔다.오로지 약육강식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포츠정신이 바둑에 도입된
것이다.
경쟁은 실력의 어머니다. 조만간 일본 바둑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3.대국시간의 단축과 덤의 개혁
장고파로 유명한 조치훈 9단은 일본의 국제대회 부진 요인중 하나로 대국시간을
문제삼은적이 있다.8시간 바둑을 주로두고 기타 기전도 5시간을 꽉꽉채워 대국하는 일본기사에게 3시간짜리 바둑은 적응하기 곤란한 면이 있다라는 것이다. 속기를 잘두는 사람이 긴바둑도 잘두는 경향이 많으므로 별다른 호응은 받지 못했지만(사실은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만) 일본기원 가토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3대기전을 제외하고 국제대회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에 기타기전 대국시간을 5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인 것이다.중국은 국내기전도 국제대회와 마찬가지로 3시간바둑이 많고 우리는 4시간 바둑이 주류다. 일본이 대국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자마자 후지스배와 csk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니 이를 두고 오비이락으로만 치부해야하는 걸까?...
일본이 자기들만의 고집을 꺽고 덤역시 국제조류에 발맟추어 6집반으로 바꾸었다. 이 한집의 덤변화가 사실 엄청난 바둑의 질적인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이다. 이창호가 절대지존으로 군림했던 지난 10여년은 상대적으로 형세판단과 끝내기바둑이 주류를 이뤘다고 한다면 요즘의 바둑은 중국쪽에서 덤이 7집반까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포석과 중반 전투능력이 훨씬더 강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정상적인 평범한 포석으로는 흑이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그래서 흑은 더더욱 도발적인 포진들이 등장시키고 있고 백 역시 벌릴곳들은 흑이 먼저 넓게 선점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침투해 타개할수밖에 없는 바둑들이 많이 등장한다.
즉 바둑이 많이 격렬해졌다.그래서 요즘바둑은 거의 불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참고로 이번 후지쓰배 1,2차전 총16판중 14판이 불계로 끝났고,CSK배 한국이둔 15판중 13판이 불계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형세판단이나 끝내기 능력의 중요성을 아무리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정확한 형세판단하에 반집이라도 찾아내서 이겨나가는 코스를 찾아내는 종반 돌입전에 승부가 판가름나는 경우가 훨씬 많은 현대바둑에서는 누가머래도 이제 포석과 전투능력이 최대의 화두가
돼버린 것이다.
6집반으로의 덤개혁으로 일본바둑 역시 초반부터 보다 더 격렬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한국바둑에 대한 적응력도 높아져갈 것이다.
넷째.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본 바둑의 질적 변화
일본바둑을 말할 때 흔히 모양바둑이라고 한다.원래 모양바둑이란 좋은 의미였었다.기초가 잘다듬어진 정통바둑이란 느낌이 강한 단어였었다.그러나 한국류란 단어가 모양바둑과 대비되는듯한 말로 대두되면서 돌연 모양바둑은 화초바둑,행마가 얽매이고 틀에박힌 바둑,전투에 약한 바둑등의 의미로 축소된 느낌이다. 한마디로 물바둑냄새가 강한 단어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런 일본에서 이미 알게 모르게 모양바둑이 퇴조하고 소위 한국류로 일컬어지는
힘바둑이 득세하기 시작하기 시작한 것을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사람들은 조치훈이나 류시훈 조선진 같은 기사들이 퇴조하고 그 자리에 왕리청이나 왕밍완 장쉬등이 득세하자 단순히 한국세 퇴조 대만계등장 정도로만 해석하는 데 필자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본다.
왕리청바둑의 특징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힘바둑이다. 왕밍완 바둑또한 힘바둑이다. 젊었을 때 고바야시나 조치훈보다 결코 앞서지 못했던 가토가 55세의 나이로
본인방에 등장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역시 힘바둑 그 자체다. 새롭게 기성으로 등극한 야마시타는? 그역시 우리가 흔히 모양바둑이라고 말하는 일본 바둑이 아닌
것이다.힘바둑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조치훈이나 고바야시가 상징하던 일본 정통 바둑은 퇴조하는 느낌이고 그 자리를 한국류에 영향을 받은 기사들이 일본 바둑의 주류로 포진해나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들은 분명 한국 바둑을 깊이 연구했을 것이고 한국바둑의 승승장구에 자신을 얻어 자신의 기풍을 더욱더 날카롭게 발전시켰음에 틀림없다. 한국바둑의 실체를 인정하고 한국류의 장점을 흡수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사들은 일본 기보를 보면 오히려 실력이 준다고들 공공연히 말한다.바둑TV스피드 초점국에서 일본 주요기전 중계안해준지도 오래됐다.정 편성
프로그램이 없으면 마지못해서 적선하듯이 방송한다. 영화를 보면 꼭 이런 순간부터 불행의 씨앗이 싹트곤 한다.
맺는말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고 했다. 일본은 더 이상 예전의 일본이 아니며 앞으로 더욱 더 무서운 괴물로 성장해나갈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그렇게
단의 권위만 중시하던 폼생폼사 일본바둑이 실력중심으로 철저하게 재편되어가고
있다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일본기계가 마치 한국바둑의 원동력이라고 일컬어지는 한국원생제도와 같이 바뀌어가는 느낌이다. 과거에 쌓아올린 단마저 아무
쓸모 없어지기 일보직전이다.꾸준한 실력연마만이 살길인 것이다.
반면 한국기원은 몇몇 천재의 그늘 아래서 점차 먹고 놀자 대학생처럼 변질되어가고 있다. 세월만 지나면 거의져도 승단이다.도데체 머하자는 건가? 권위란 마땅히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을 때 지켜지는 것인데 단의 권위를 스스로 짓밝고 있으며
더 나아가 바둑계권위 자체를 스스로 똥간에 쳐박고 있다. 랭킹제를 비롯해 상식적인 개혁조치는 거의 없고 팬들의 요구에는 두귀를 가린지 오래다. 팬들 의사의
유일한 통로인 한국기원 게시판조차 서슴치않고 폐쇄해버렸다.
오로지 기득권 보호에만 관심있는 집단처럼 보인다.한국 바둑팬의 한사람으로서
그게 몹시 슬플뿐이다!
일본 바둑이 한국류에 충분히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더이상
일본바둑의 주류가 모양바둑 화초바둑이 아닌 것이다. 히카루의 등장과 예선제도
개혁으로 새로운 젊은 천재들이 중앙무대의 전면에 나설날이 점점 가까와오고 있음도 잊지 말아야한다.아니 이미 야마시타처럼 벌써 와있는지도 모른다.
노장들도 살아남기 위해선 더이상 구태의연한 정체돤 바둑에 머무를수 없을 것이다.조훈현보다 더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변화해야 한다.진보하지 못하면
바로 도태될 바둑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가토의 의도대로 앞으로 토너먼트 프로와 레슨프로가 나뉘어지고 또 머가 달라질지 모른다.일본바둑의 중흥을 위해서라면 물불안가리고 덤벼들 태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앞으로의 일본 기계가 매우 역동적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게 된것처럼 보인다.
요즘 일본이 상대적으로 국제기전에 적극성을 띠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그동안의
참패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뿐 국제기전보다 자국 국내기전 중심이라는 본질적인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의 바둑천재론과 일본의 아킬레스건만 믿기엔 최근에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개혁들이 우리를 매우 두렵게
한다. 하나하나가 일본 바둑계를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킬만한 핵폭탄과 같은
조치들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의 뼈저린 반성과 가시적인 개혁을 촉구하며 글을 맺는바이다. |
첫댓글 우리나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사태를 인식하고 후회하지요...
정말 좋은글이네요. +_+. 역시 저력이란 면에선 일본을 무시할수가 없겟죠.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가토9단이 개혁의 선봉장이 되다니..+_+. 앞으로 단시일내에 일본이 우리를 따라잡는건 힘들단 생각이지만, 우리가 이대로 정체되있으면 과연 위험하겟네요
잘 읽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