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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산행*후기.사진방 ▣ 스크랩 아마존의 눈물 - 아마존에 사는 사람들, 아마존에 간 사람들
날다람쥐 추천 0 조회 542 10.04.20 14:5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제목과 달리, 영화는 아마존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많이 보여주지 않는다.

이미 3부작 TV 다큐용으로 기획된 눈물 시리즈는, 제작진이 밝혔듯이 여타의 다큐와 다르게

'인간'을 조명하는 데 주력한다.

 

이미 TV에서 프롤로그, 3부작, 에필로그 까지 모두 본 뒤였지만

극장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그 내용들을 어떻게 풀어내줄지가 궁금했다.
물론 마케팅 요소로 쓰인 미공개 오리지널 극장판도 관람의 이유에 들어갔지만.

 

 

 

마이클 잭슨의 Earth Song 과 Hill the World 를 듣고 따라부를 때부터,

어렴풋이 우리는 아마존의 위기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구의 대기인 아마존의 황폐화로 인해 오존층이 더욱 빠르게 파괴된다는 등의 지식들.

사실 우리에게 아마존의 중요성은 그 곳의 자연환경에 국한된 면이 있었다.

 

20세기 말까지도 여전히 공포영화의 소재로 사용된

'아나콘다', '삐라냐', '삐라루쿠' 등 무서운 동물이 가득한 위험한 정글로.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 처럼 이미 스페인의 침략으로 몰락해

이제는 원주민은 사라진 과거의 땅으로.

 

아마존의 이미지는 대략 이런 것이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간혹 보이는 원주민의 얼굴은 이상한 막대기와 색깔들로 장식된 기괴함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존의 눈물은 이런 사람들에게 '아마존에 사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정글에 살고 있는 기괴하고 무서운 원주민이 아닌,

자연에 순응하며 순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웃과 같은 사람들.

 

아직까지 원시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조에족은

무선 전파의 정글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지만,

제작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심지어 아름답게

그들의 따뜻한 일상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원주민들은 모든 것을 내어주는 풍요로운 정글 속에서

생존에 꼭 필요한 것들만 취하며 조화롭게 살아간다.

가재도구 몇 개, 해먹 한 장,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유로운 몸.

 

먹을 만큼 먹고, 먹을 것이 떨어지면 직접 몸을 움직여 찾아온다.

위험한 동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그 정글에서,

거칠 것 없다는 듯 알몸을 드러낸 그들은 진정 용감해 보였다.

 

그들의 몸은 매일같이 먹고 마시고 그걸 또 빼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우리들이 원하는

'몸짱' 그대로였다.

 

자기가 먹어야 할 양도 모르고, 몸을 움직이고 아름답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

무지하고 게으른 도시인들을, 그들은 이해할까.

아침이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자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밤마다 뜬눈으로 지새며

각종 병을 얻어버리는 현대인들이 과연 그들보다 진보한 것일까.

 

 

 

일견 재미있는 축제로만 보일 지 모르지만, 그들의 삶 곳곳에는 생존을 위한 훈련들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일부러 고통을 주고, 전투에 가까운 격투시합을 하는 것은

험한 정글에서 자식들을 살리고 싶은 부모의 깊은 정일지도 모른다.

 

과연 현대인들이 그들만큼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면,

오늘날과 같이 수많은 인간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연 생존을 위해 머리와 몸을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단 말인가.

 

 

 

 아마존의 눈물은 우리와 말도, 문화도 다른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일상을 아주 친밀하게 보여주는데,

TV 방영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던 조에족 최고의 사냥꾼 '모닌'이 대표적이다.

 

이 멋진 남자는 세 명의 아내와, 여동생의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사냥의 귀재일 뿐 아니라 아내 세 명을 살뜰히 보살피는

진정 멋진 남성상을 보여준다.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들은 원주민들을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나,

구경해야 하는 색다른 세계의 인종들로 표현하지 않는다.

극히 사실만을 전달하는 내레이션과 그들과 같은 높이의 시선에서,

금방이라도 만나러 갈 수 있을 듯한 가까운 이웃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아마존의 눈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몽골리안으로 우리와 굉장히 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물들은 그 중에서도 꽤 아름답고 잘생긴 친구들이었다.

 

특히 이제 막 성인으로 들어서는 '야물루'의 성장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이웃집 소녀의 얘기를 보는 것만 같이 흥미롭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이다.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아마존에 도착한 제작진의 이야기가 화면에 펼쳐진다.

메이킹 필름을 영화 끝에 배치한 것은, 단순히 촬영 과정에서의 고생을 생색내고자 함이 아니다.

 

사람들은 비하인드 스토리, 메이킹 필름을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 요소를 위해 넣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화면에 비춰진 '아마존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왔음을 보여주고,

언젠가 관객인 우리도 그들을 만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원주민들이 아무런 불편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낙원에서

벌레에 물리고 격투기에서 지고 마는 바보같은 현대인을 샘플로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어느 외국 방송에서 그냥 보여주는 예쁜 그림, 혹은 신기한 화면 속에 담긴 아마존이 아니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제작진들이 직접 찾아가 고생하는 모습은

아마존을 굉장히 사실적이고 신빙성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아무리 가깝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우리는 아마존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숲이 불타고, 정글이 파헤쳐지는 모습을 아무리 보아도, 그저 '저런 세상에...'라고

혀를 끌끌 차는 것 외에는 크게 느낄 수 있는 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21세기, 정보의 홍수는 인간들에게 많은 지식과 대리 경험을 선사하고는 있지만,

그로 인해 정보에 대해 무뎌지는 폐해를 낳고 있으며

끔찍한 사건들의 범람으로 이제는 어떤 끔찍한 사건도

그저 눈살만 한번 찌푸리고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일상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수만리 떨어진 아마존의 일을 실감하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극장판을 보면서 한 가지 실망한 부분은 바로 아마존의 '눈물'에 대한 내용이 빈약하다는 것이었다.

조에족과 와우라족의 훈훈하고 재미난 일상들을 쫓아가다가 마지막에 불타는 아마존을 보여줄 뿐,

TV판에서 보았던 원주민들의 현주소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았다.

 

분명 3부작 중에서 1.5부 정도를 할애했던 그 이야기들이,

왜 극장판에서는 그렇게나 축소되었던 걸까.

 

영화를 보고 난 끝에, 어머니뻘 되는 관객 분들의 감상평을 엿들으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유, 쟤네들 잘 살아야 할 텐데..."

 

 

 

역시 극장판은 '인간'에 주목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한층 더 강조한 것이었다.

 

이미 이름까지 외워버린 '모닌', '와후', '야물루'

그들이 지구 반대편, 아마존 한 복판에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푸른 정글과 넓은 아마존 강을 끼고 사냥을 하고, 낚시를 하고, 과일을 따고, 축제를 하며

오늘도 변함 없이 살아간다는 것.

 

관객들이 그것을 깨닫기를, 제작진은 정말 원했던 것이 아닐까.

 

불타고 있는 아마존을 떠올릴 때에 일면식 없는 아나콘다나 삐라냐의 죽음을 떠올릴 게 아니라,

그 곳에 살고 있는 그 사람들, 이미 화면과 스크린을 통해서 우리의 친구가 된 그들이

다치고, 집을 잃고, 아프게 될 것을 걱정하게 될 테니까.

 

최근 아침드라마나 일일 드라마를 보면 모든 내용이 인간으로 가득차 있고,

스토리도 모두 거기서 거기라 할 만큼 진부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보고, 관찰한다.

 

인간이 가장 궁금하고 또 관심 있는 것은 다른 인간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아마존의 눈물은 '아마존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이 사는 곳,

그들의 생활, 그들의 사랑과 미래를 궁금해하고 관심가지도록 하기 위한

'인간 다큐'일 것이다.

 

 

 

인간 다큐인 이 영화에 나래이터로 김남길 씨를 섭외한 것은 가장 성공적인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그의 인기와는 별도로, 그 목소리는 인간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반영하는 신뢰감 있는 목소리였으니까.

 

극장판에서는 조금 더 밝고 깔끔한 느낌으로 아마존의 사람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묘사하는 힘을 보여준다.

 

그가 "아마존은 지금, 불타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때면

목소리에 담긴 작은 분노에 함께 공감하며 주먹을 꽉 쥐었었다.

 

 

 굽이굽이 7천 킬로 미터를 넘어 흐르는 아마존.

 

어쩌면 나는 내 남은 몇십년의 인생에 단 한 번도 그 곳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적어도 사진 속에서 본 그대로,

아마존의 눈물을 극장에서 보았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그런 아마존을 만나보고 싶다.

 

세계 1위의 소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의 소들은 이 아마존을 불태운 평야에서 길러진다.

지난 12월, 이 다큐를 보면서 나는 소고기를 끊겠다 다짐했고,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지켜오고 있다.

 

누구 한 사람이 채식으로 식생활을 바꾼다고 해서 아마존의 자연이 유지될 리는 없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떠난 배우 김남길이 말했듯이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관심'

그것이다.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의 불법벌목과 방화를 규제할 수 있게 된 것은, 세계의 여론과 이목 때문이었다.

만약 세계의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들이 과연 이루어졌을까.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작품에 담겨 있는 그들의 미소를 지키는 것은

작은 관심, 그리고 작은 실천 같은 것들일 것이다.

 

 

 

앞으로 3부작의 마지막 편이 될 '남극의 눈물'에서는

과연 어떤 식으로 그 곳의 사람들을 보여줄 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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