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이 성환인게지...광덕사에서 천안 호두의 유래가 되는 1호 호두나무를 본 기억이 있다.
올해 연세가 칠십둘이라 하시면서
"인자 살면 월매나 살겄어 갈 때가 되면 가야지, 근디 그곳이 좋기는 좋은 곳인가벼, 당췌 한번 가면 돌아오는 법이 없어. 암도 안돌아오는 것을 보면 살만한께 그러잖컸어?"
나라 안에 안바쁜 사람이 있을까 마는 요 며칠간 필자도 겁나 바빴다.
이미 종묘상에서는 고구마순이 시즌일몰로 들어가 버려서 고놈 구하느라 전의면 근처 비닐하우스를 이잡듯이 뒤져 드뎌 호박고구마순을 구했다.
내가 초짜라는 것을 한번에 알아본 '성환댁'은 몇번이고 전화를 해서 코치를 한다.
"새순 나라고 약물에 담갔은께 그늘에 냅두면 이자 삼일만 있으면 하얗게 순이 날거구먼, 그람 그때 고구마순 묶은 끈을 풀어줘유. 계속 묶어놓으면 아픈께"
또 전화다
"골에 비닐 씌웠으면 바로 심지 말고, 구멍 많이 뚫어서 일주일은 가스를 빼고 심어유, 바로 심어면 거름 가스에 고구마 다 죽응께"
또 전화해서
"고구만 순을 고추 모종같이 띄워서 심지 말고 바짝 붙혀서 심어유. 띄워 심는 것은 초짜여, 촘촘히 심어야 크기도 고르게 나고 먹기가 좋아유. 내 말만 믿어유"
고구마순 한다발 팔아놓고 내가 뭔 사고라도 칠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다
그 얘기를 듣고 사부님도 반가와 하시며 연락처를 달라 하신다.
사부님은 감자와 고구마를 이모작하시기 때문에 고구마 심는 날짜가 늦는 편이다.
하지나 지나서 고구마를 심기 때문에 싱싱한 고구마순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제 '성환댁'한테 구하면 될이다.
2015년5월15일 람다하우스에 여러 전문가분들이 방문하였다.
건물의 기밀 실험을 위해서 서울대 건축환경계획연구센터에서 또 패시브제로에너지건축연구소와 이화여대 건축공학과 임재환교수님 등이 방문하여 젠더(Zehnder) 공조기에 대하여 각 실 별로 설계시에 배분된 급기 및 배기 풍량을 확인 조정하고 공조기, 주방후드 작동에 따른 실내 소음값 등을 측정하였다.
이 집이 연구용으로 건축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살립집이기 때문에 이런 실험을 자주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신축 건물에서 입주전에 통제된 상태에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중인 상태에서 건물의 성능을 측정한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봐서 하기로 했다.
뙤약볕에 고구마 심을 밭 만들고 순 구하러 다니느라 바쁜 외중에 실험 결과들이 나왔다.
가장 중요한 테스트는 역시 기밀테스트(Blower Door Test) 결과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당초 설계치인 딱 그대로 n50값이 0.6회/h로 나왔다.
설계치에 만족하는 값이기에 나쁜값은 아니었지만 사실 조금 의기소침해지기는 했다.
충분히 더 좋은 기밀값이 나올 수 있었는데, 내가 방심하고 간과한 것이 있었기에 그렇다.
준공 후에 건물 외부 조명등과 주차장 인테넷, CCTV 등의 배선 관련 작업을 보완하면서 일부 전선관의 기밀을 해제한 상태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반은 방관하였고 반은 게으름으로 그냥 방치하였던 것이다.
한시간 정도면 모두 기밀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샌 바람의 절반 정도는 그리 빠져나갔으리라.
물론 머리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다시한번 체험으로 건물의 기밀이 얼마나 팽팽한 현실인지 실감한다.
경험은 바보의 가장 좋은 스승이라고 했다.
이는 바보는 경험해보지 않고는 미루어 깨우치지는 못함을 빗대는 말이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바보라도 경험해본 것은 알게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최소한 바보라도 되려면 해야할 일이 생긴 것이다.근데, 아직 않했다...쩝
나는 바보 중에서도 교만한 바보다.
기밀테스트(Blower Door Test) 준비
과학적인 실험이라는 것이 최종 결과를 표시한 리포트만 보면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 자체는 시쳇말로
'생노가다'
조금 보태면 아주 정밀해야만 하는 '생노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필자도 전공분야의 실험이 일상이지만 실험의 대부분은 실험기구를 준비하고 실험기구 씻는 설거지에 소비된다.
기밀테스트이기 때문에 건물에 바람을 넣을 수 있는 풍동(Blower)을 설치하여야 한다.
물론 기밀하게 설치하여야 한다.
이게 설치가 되면 그때부터 비로서 과학이 시작된다.
그 다음은 간단하다. 런을 시작하면 미리 프로그램된 순서에 따라 컴퓨터가 시퀜스를 시작한다.
풍동에 바람 구멍이 8개 나있다.
람다하우스의 테스트에서는 최종적으로 7개의 구멍을 막고 한개의 구멍만 열었을 때 비로서 측정 범위에 들어갔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작은 차이가 아쉬움으로 남았군요.. 제가 전기전공인데 배관쪽 기밀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한게 없어서 궁금한게 많네요.. 계속 공부해야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