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艮節串)에서는
松谷 조 덕 현
간절곶에서는,
바다로 향해서만
온통 고개를 내민
애처로운 보랏빛 쑥부쟁이들이,
이 따끔 여우비가 지나간 뒤
淸雅(청아)한 초저녁 달빛에
함초롬히 이슬 맺은 강아지풀들이,
그리움에 겨워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간절곶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세 모녀 상을 바라보노라면
그 아래 절벽 낭떠러지가 있던
泡沫(포말)로 부서지는 파도가 치던
잠시 바다로 떠나간 지아비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 아래 벤치에선 누구나
잠깐이나마 시인이 되며 소설가가 된다.
간절곶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번쯤은 그리움의 엽서를 쓴다.
구멍가게에 들러 우표 한 장을 사고
일부러 침을 바르고 힘을 주어 붙인 후
사람보다 훨씬 더 큰 우체통 안에 들어가
오랜만에 주소를 찾느라 애를 태우며
애인에게, 친구에게 꾸불꾸불 돌아오지 않을
엽서를 보내곤 뿌듯한 행복의미소를 짓는다.
간절곶에서는
털털거리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덥석 손을 잡으며 다가서는 것이 그리움이다.
무서우리만큼 으르렁거리며
시퍼렇게 다가섰다가
날카롭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마저도
그리움의 울부짖음이며 통곡이다.
간절곶의 그리움은,
저 바다로 건너오기를 기다리다
애간장이 다 썩어 내릴
그 그리움의 화신이며 천 년의 血 淚(혈루)이리라.
2007.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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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곳이 바로 사람 사는 냄새가 향기로울것 같습니다. 이제는 겨울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감기 조심 하세요.
사랑해요님 바쁘신데 들르셨군요, 고맙습니다. 어제 그제만 해도 한동안 추울 것 같더니 많이 풀렸습니다. 울산에 연구차 들렀을 때, 간절곶을 가서 바다를 가서 해안가를 둘러보면서 잠시 명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쓴 글입니다. 바다는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하는것 같아요. 언제 한번 들러보시지요. ^^** 건강하시구요.
방어진에서 울주 간절곶까지 탐사를 하시며 시작까지 하신 모습이 부럽습니다. 잘 다녀오셨군요. 조교수님 덕에 정모는 잘 갈무리하였습니다... 내내 따사한 겨울 보내세요*^^*
지기님, 추우신데 다녀가셨군요,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풀렸죠 이제? 그런데 내일부터 또 비가 온다네요.. 울산에 연구차 들렀을 때 간절곶에 갔었거든요, 그러면서 해안가를 거닐면서 명상을 잠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움이 절로 묻어나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언제 시간 되시면 가보시지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정모때 참석 못하신 사연이궁요~~
네에 다녀가셨네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좋은 날 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