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강남스타일
심 영 희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말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 세계를 휩쓸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그 무렵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오빤 강남스타일로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고 말이 뛰는 흉내를 안 내본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매주 월요일은 딸네 집에 가서 손자손녀에게 저녁밥을 챙겨주는 날이다. 저녁을
먹고 난 4학년짜리 손자가 거실에서 강남스타일을 아주 귀엽게 추는 게 아닌가. 그때 나도 강남스타일 춤을 한번 춰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자를 따라 손을 쳐들고 말처럼
뛰어보았다.
그런대로 폼이 나왔다. 다음은 다리를 옆으로 뛰면서 붙이는 동작을 해보았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몸치가 아닌 것은 분명한데 그 짧은 동작이 안 되는 것이다. 그 후 월요일만 되면 손자에게 이렇게 하는 것 맞지 하며 춤을 추며 확인을 하면 아니라고 다시 가르쳐주거나
되었다는 표정도 영 신통치 않다는 눈치였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그 동작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어디에서든
춤 잘 춘다는 칭찬을 받는데 ‘강남스타일’은 ‘내 스타일’이 아닌가 보다.
포토에세이집 “감자꽃 추억”을
출간했을 때도 수필가이자 여고후배가 전화를 걸어서 선배님은 최첨단을 걷는 사람이라며 부럽다고 했었고, 회갑기념시집
“어머니 고향”을 출간했을 때도 중학생 때 쓴 ‘시’를 보고 친한 문인들이 똑 같은 말을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중학생 때 ‘시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취미 삼아 ‘시’ 제목에 맞게 그림을 그렸었는데 훗날 알고 보니 그것이 ‘시’와 ‘그림’을 접목시킨
‘시화’라는 것이었다.
중학생 때 이미 ‘시화’를
했다며 최첨단을 걸었다고 대단하다고 추켜주던 문인들 덕분에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는데 이 ‘강남스타일’은 창작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데도 잘 안되니 야속하기까지 하다.
수개월전 춘천에 로봇체험 관이 생겼다는 소식을 손자에게 알려줬더니 구경을 가자고 하는데 손자와 둘이 서도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 일요일 시간이 되어 로봇체험 관을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갈 사람이 별로 없다.
손자만 가겠다고 하고 세 명의 손녀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다녀오란다.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이 없던 칠십 년대 내 아들딸은 야외로 구경가자고 하면 즐거워하며 따라 나섰다. 버스를 타고, 택시도 타고, 걸어서도
이곳 저곳을 구경 하면서 좋아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기계 때문에 아이들이 밖에 나가기를 싫어한다. 편하게
집안에 앉아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체험 관에 가기를 희망했던 손자와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 셋이서 춘천 서면에 위치한 로봇체험 관에 도착했다. 입장료도 춘천시민이라 오십 프로 감해주니 한결 기분이 좋다. 체험
관에 들어선 손자는 고기가 물 만난 듯 이곳 저곳 구경을 하며 체험도 해보면서 신이 났다.
차례를 기다려 로봇 축구게임을 했는데 할머니도 외삼촌도 모두 이겨낸 손자는 자기가 모두 이겼다고 더욱 즐거워했다.
잠시 후 로봇공연이 있다 하기에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무대 위에는 이십여
개의 로봇이 줄을 맞춰 서서 노래에 맞추어 어찌나 신명 나게 춤을 추던지 의자에 앉아 구경하던 나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들썩 로봇처럼 춤을
추고 있다. 그냥 재미있고 흥이 생기는 것이다.
로봇도 모두 보폭이 틀리는지 한 곡의 춤이 끝나면 관리사가 나와서 삐뚤어진 줄을 다시 맞춰놓고 들어가곤 한다.
조금 뒤 귀에 익은 노래 “강남스타일”이 나오자 로봇들이 어쩌면 그리도 잘 맞춰 강남스타일을 연출하는지 관람석에서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싸이 보다 더 신명 나게 추어대는 로봇들의 “강남스타일”에 함박웃음을 웃으며 공연장에서 나왔다.
로봇도 추고, 곰도 춤추는 그 강남스타일의 춤이 나는 왜 제대로 안될까
생각해보지만 “강남스타일”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결론밖에 내리지 못했다. 역시 세계를 주름잡았던 강남스타일이라 로봇공연장에서도 강남스타일이 나오자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들렸다는 것은
유행과 인기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나면 잘 안 되는 “강남스타일” 춤에 다시 도전해볼 것이다. 그때도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포기할지 또다시 도전해볼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강남스타일”은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