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개(경찰 15만, 주최측 30만)의 촛불이 서울 광화문 거리를 수놓았다. 탄핵 무효를 위한 촛불집회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일주일 전보다 세 배가량 늘었다. 참여의 힘과 의미에 눈뜬 민심이 들불처럼 타오르는 것일까.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등 전국 41개 주요 도시와 사이버 공간에서 열린 전국 온-오프 "탄핵무효와 민주수호를 위한 100만인 대회"의 열기는 바다 건너 해외까지 번졌다.
문화제 내내 '탄핵무효'의 함성과 환호, 박수가 유명 가수들의 음악 공연과 어우러져 거대한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쌀쌀해진 심야의 한기도,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의 냉기도 시민들을 움츠러들게 하지는 못했다. 마지막 순간, 이미 한 목소리 내기의 벅찬 감동에 익숙해진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깨를 걸고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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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덕수궁까지
"세배로 늘어나" 이번 주 촛불집회 참여자 수는 경찰추산으로 15만명이었다. 지난 주 집회 참가자 5만명의 세배나 되는 시민들이 참여해 광화문 네거리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 도로를 촛불 물결로 수놓았다.
"누구 때문에" 과연 누가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을까.
"풀이 눕는다 " 김수영의 시 한 귀절,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슬프고 분노하고..
"시대유감" 젊은 여성의 눈망울에 맺힌 서글픈 느낌은...
"납치된 가족" 경기도 이천에서 온 회사원 양우열(28)씨는 탄핵정국에서 야 3당에 납치된 혈육, 노무현 대통령을 가족의 품에 되돌려 달라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가게 문닫고" 분식점을 운영하는 조순국(40)씨는 "가게 문도 닫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쉴 새 없이 군중 사이를 누비며 이번 4·15총선에서 반드시 '분리수거'를 하자고 호소했다.
"화난백수" 전국백수연대 대표지킴이인 주덕한(35)씨는 소속 회원 10여명과 함께 집회에 참석, "백수(실업자)는 정치적 기본권도 없느냐"며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의 '백수 비하 발언'을 꼬집었다.
"네티즌들도" 네티즌 문화의 원조격으로 불리는 '디시인사이드 정치사회갤러리'회원들이 특유의 네티즌 어투의 글이 적힌 깃발을 들고..
"명계남도" '영원한 노사모' 영화배우 명계남씨도 집회 시작부터 끝까지 피켓을 들고..
"미애와 구름이도" 남편인 장 루이 볼프와 318일간 세계일주 버스여행으로 화제가 됐던 최미애씨와 아들 구름이도 촛불을 높이 들었다.
여럿이 함께..
"박스 미술가들" '젊은미술가들의 모임' 소속 회원들이 종이상자로 만든 소품으로 '탄핵무효 국회해산' 퍼포먼스를 펼치며 웃고 있다.
"독재망령"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소속회원들이 1987년 이전 군부독재의 망령이 아직 우리 국회를 뒤덮고 있다며 이번 탄핵정국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거리 생일파티" 서울산업대 제3세계연구회 소속 회원들이 이날 생일을 맞은 친구 최승규(24, 왼쪽 첫번째)씨의 생일을 초코파이 케익으로 축하해주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부모로서" 중학교 일학년인 아들이 있다는 류경완(41, 오른쪽)씨 부부는 "아이에게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힘들었던 옛시절 이야기를 해주면 잘 알아듣는 게 무척 대견스럽다"면서 "방금 전에 아이는 집에 보냈다"고 말했다. 앞에 놓인 것들은 사발면 용기와 제수용 초로 직접 만든 것.
"두팔 벌려" 부모와 함께 맞잡은 손으로 두팔 벌리면 모두 더불어 사는 넉넉한 세상이 되도록..
한편, 자원봉사자들..
"목이 쉬어라" 자원봉사로 나선 대학생 박성현(26)씨는 모여드는 인파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자원봉사자들을 더 모집하기 위해 목이 터져라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고2학생은 열외" 성남에서 온 고등학생 손성훈(17)군과 친구들은 자신들의 바람과는 달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저촉돼 자원봉사를 할 수 없었다.
"상여 좀 들여보내줘" 한 농민단체에서 상여를 들고 집회에 참가하려 하자 전경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충돌은 없었지만 상여는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길도 막혔지만" 광화문 방향에서 뒤늦게 집회에 합류하려던 시민들은 전경들에게 가로막혔지만 경찰 저지선 바깥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어깨동무" 집회 마지막 순간. 시민들은 생면부지의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어깨를 걸고 탄핵 반대와 정치 개혁을 마음속에 되새겼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자발적인 시민의 참여는 이 집회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도 촛불을 켜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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