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스스로 복을 버린 사람
성정민 목사
창25장에는 이삭의 두 아들을 소개한다. 리브가는 쌍둥이를 잉태했다.
첫째는 에서이다. 전신이 털옷 같은 사람이란 뜻이다. 에서의 몸은 붉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은 에돔이다. 에서의 후손은 에돔 족속으로 불리게 된다. 둘째는 야곱이다. 발꿈치를 따른다는 뜻이다.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가리킨다. 그런데 두 아이는 태 속에서부터 싸웠다.
어느 날 에서가 몹시 배고플 때 야곱은 팥죽을 준비해 놓고 보게 했다. 그러자 에서는 그 음식을 먹게 해달라고 한다. 야곱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에서에게 장자의 명분을 팔라고 한다. 에서는 동생 야곱에게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팔아버린다. 그래서 에서는 이삭의 장자이지만 장자로서의 축복을 받지 못한다. 왜 그러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1. 에서는 조급했다.
에서는 배고픈 나머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 붉은 것을 내가 먹게 하라(창25:30)”의 원어에는 “빨리”라는 말이 있다. 조급한 마음은 하나님의 복을 담을 수 없다. 하나님은 복을 주실 때 먼저 약속을 주시고 그리고는 그 약속을 믿고 기다리게 하신다. 그러므로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은 복을 받을 수 없다. 약속을 믿고 인내하는 사람이 복을 받는다.
2. 에서는 또한 어려움을 과장하고 있다.
배가 고파 죽게 되었다고 한다. 한 끼 굶었다고 죽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려움을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는 복을 받지 못한다. 이런 마음에는 불평과 불만만 가득할 뿐이며, 겸손과 감사가 자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에서는 무엇보다 복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었다.
장자의 명분은 가정에서 장자로서 갖는 권리이다. 당시 유산 상속의 규례는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장자가 유산의 두 몫을 받았다면 에서가 아무리 배가 고파도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팔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서는 장자로서 지금 당장 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장자의 명분은 하나님께서 할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주신 모든 약속을 이어갈 영적 상속자가 되는 엄청난 복이다. 에서는 이 귀한 복을 당장 배가 고프다고 팥죽 한 그릇에 팔아버린 것이다.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 갔으니(창25:34)”라고 한다. 에서는 팥죽을 다 먹고는 그냥 일어나 가버렸다. 그는 먹은 다음에도 후회하지 않았다. 실수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김이었더라(창25:34).” 에서는 놀라운 하나님의 약속을 팥죽 한 그릇보다 더 가치 없게 여겼으니 참된 복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처음부터 축복관 자체가 잘못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장자의 복을 동생에게 빼앗긴다. 누가 빼앗은 것도 아니다. 그가 스스로 버린 것이다.
에서의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에서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복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복인지를 알아야 한다. 당장 눈에 잡히는 세상적인 유익보다 하나님의 약속이 더 소중한 것이다. 하나님 잘 섬기는 것,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는 것, 이러한 것들이 참된 복이다. 이처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참된 복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 복을 사모하며 조급하지 않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어려움에 치우쳐서 불평하고 과장하기보다는 그 복을 담을 수 있는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복을 놓치지 않고, 누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