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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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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0 |
주차비 |
잠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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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
통행료 |
동서울-진부 |
7,700 |
2 |
15,400 |
만우민박 |
숙박 |
|
|
6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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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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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00 |
진부 |
노래방,맥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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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0 |
월정사통행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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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 |
만우민박 |
저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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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00 |
휴게소 |
우동 |
5,000 |
4 |
20,000 |
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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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9000 |
⊙ 제16/2구간 지도(진고개~두로봉~구룡령)
⊙ 대원소개
⊙ 산행후기
3월 들어서는 예년보다 온도가 높아 바로 초여름으로 이어지는게 아닌지 우려되기도 하는
날들이 지나고 있다.
이 정도 기온이 계속되면 백두대간 높은 산정에도 눈들은 거의 녹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준비하기가 가장 어려운 때인만큼 모든 기준은 동계용으로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다만 완전 겨울용 보다는 준 겨울용 정도로 준비하는 것이 좋은데, 장비나 의류가 세분화
되어있지 않다면 그냥 동계용으로 준비해야 안전하다.
그리고 3월부터 5월중순 까지는 봄철 산불경방기간이라 대부분 입산금지구역이며, 특히
강원도 지역은 철저히 감시를 하므로 일반적으로는 산행이 불가하다.
하는 수 없이 이번에도 양양국유림관리소에 입산허가를 신청하여, 다음과 같이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반쪽 짜리 허가증이다.
이번 구간은 오대산국립공원지역과 양양지역 두군데에 걸쳐 있는데 오대산국립공원에서는
입산불가를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진고개-동대산-두로봉 구간은 일년내내 통행이 불가한 휴식년제에 묶여있는 지역이라
대간을 하려면 어쩔수 없이 감시의 눈을 피해 밤중이나 새벽 일찍 통과해야 가능한 것이다.
여하튼 국립공원 운영방식이 이래서는 안된다.
보존을 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개방을 하는 유연성이 필요한데도 통제 위주에 편한 관리만
하고 있다. 어느정도 이해가 갈만한 입산신청이면 받아주는 것이 도리일텐데 전혀 반응이
없다. 앞으로는 보존과 동시에 필요한 개방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적극 기대한다.
▣ 백두대간 <제16/2구간> 진고개~두로봉~구룡령
강원도 평창군, 홍천군, 명주군에 걸쳐 솟아 있는 오대산(1,563.4m)은 우리나라 불교의 최대
순례지 일 정도로 불교와는 인연이 깊은 산이다.
오대산의 '오'라는 숫자는 석가모니, 관음보살, 문수보살, 대세지보살, 지장보살 등 이른바
오류성중을 뜻하고, '오대'란 이들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자장율사가 오대산 자락에 전망이 좋은 평평한 대지 다섯 곳을 골라 각 방위에 따라 동대 만월산,
서대 장령산, 남대 기린산, 북대 상왕산, 중대 풍로산 이라 칭하고 각 대에 암자를 두고, 중대에
중국에서 가져온 석가의 정골사리를 봉안했다.
다섯 암자의 이름은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 그리고 중대 사자암이
그것이다. 사자암 바로 위에 있는 '적멸보궁'은 석가의 정골사리를 봉안한 곳이다.
또한 최고봉인 비로봉을 비롯하여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의 5개 대를 합쳐 오대산이라
부른다는 말도 있다.
이 지역 일대에은 소문난 약수터가 많은데 한강의 발원지라 알려졌던 서대 수정암에서 샘솟는
'우통수'(于筒水)가 특히 유명하다. 우통수는 "빛깔과 맛이 특이하고 다른 물보다 무겁다"고 하는데
물의 빛깔과 맛이 변하지 않아 예의 그 무거운 우통수가 서울의 한강 한복판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아다리 약수는 "옛날 여기서 화전(뻘밭)을 일구고 살던 아낙네가 바위 한가운데 움푹 패인
곳에 곡식을 넣고 방아를 찧다가 바위가 갈라지면서 약수가 솟아나왔다."는 재미난 이름의 유래를
지녔으며 건강에 좋은 물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31소구간 (진고개~동대산~두로봉~신배령~응복산~약수산~구룡령)
<구간 고도>
이번 산행부터는 12인승 스타렉스를 랜트하기로 하였다.
산행하면서 승용차 운전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르기에 차를
회수하는 시간과 경비가 점점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마침 사촌 동생이 랜트카를 운용하고 있어 이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예전에 나하고 산을 많이 다녀봐서 등산팀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지명에
대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기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특히 대간을 마치고 정맥에서는 교통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부분이 상당히
해소될 것 같다.
나는 강화도 마니산에서 곧바로 합류하였다.
기사 포함 총6명이라 여유가 많지만 1인당 경비는 조금 더 소요될 전망이다.
날씨는 예보대로 흐리고 곧 빗방울이 떨어질 듯 하다.
중부 영동지역은 비에 양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니 밤새 내리고 내일 아침에는 개이기를
희망해 본다.
참고로 기상청에 조회해 본 결과로는 오대산 지역에 기온은 -5~+5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산 능선에는 눈이 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차 안에서는 오랜만에 모두 모여가니 이야기꽃도 피우고 재미가 그만이다.
급기야
양주와도 같은 감미로운 향의 술이 목젓을 타고 넘어가니 뱃속이 찌르르 하며 한껏
분위기가 달아 오른다. 이제야 비로서 여행에 참 맛도 느끼는 것 같다.
차창 밖으로는 비가 소리없이 내리기 시작한다.
예상보다는 빠르게 약 2시간40분 정도 소요되어 월정사 아래 만우민박에 도착했다.
이 집하고도 인연이 깊은지 겨울내내 오대산 주위를 떠나기 어렵다.
참 괜찮은 분들이다.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진실되고 정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빔밥], [황태구이] 등으로 저녁 겸 반주를 하고 자리에 들었다.
밖은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마신 술에 숙취가 아직 남아 머리속과 몸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정말 이 상태의 몸과 마음으로는 처음부터 비를 맞으며 떠나고 싶지 않았다.
백두대간이라는 목적만 아니었다면 따끈따끈한 방에서 푹 한숨 더자고 싶었다.
오늘따라 방은 왜 이리 뜨끈한지….
다행히 누구도 비오는 날 가고싶지 않다는 말을 하지는 않고 내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말을 했다면 나도 상당히 흔들렸을 텐데….
그래.. 이미 일어났으니 가는 것이다..
먹고 놀자고 다니는 것만은 아니니까….
먹고 노는 것도 의미있는 것을 함께 할 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즐기자면 그것은 오래 가지를 못한다.
이제껏 수많은 산행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산행을 해왔다.
위협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스스로의 나태함으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다.
비옷과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진고개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대형버스 한 대가 있었는데, 어느 방향으로 간 팀인지는 알 수가 없다.
비가 내린다. 봄비가…. 아니면 겨울비 인가..?
예전엔 <봄비>라는 노래도 많이 불렀었지….
“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며~…”
이젠 너무 오래된 노래라 추억 속으로 보내고 새로운 봄비 노래를 불러야 겠다.
<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 -
묻지않을께 네가 떠나는 이유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알기에
야윈 너의 맘 어디에도
내사랑 머물수 없음을 알기에
이해해볼께 혼자 남겨진 이유
이젠 나의 눈물 닦아줄 너는 없기에
지금 나의 곁에 있는건
그림자 뿐임을 난 알기에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 적시고
지울수 없는 추억을 내게 남기고
이제 잊으라는 그 한마디로
나와 상관없는 다른꿈을 꾸고
이별은 겨울비처럼 두 눈을 적시고
지울수없는 상처만 내게 남기고
이젠 떠난다는 그 한마디로
나와 상관없는 행복을 꿈꾸는너
기도해볼께 니가 잊혀지기를
슬픈사랑이 다신 내게 오지않기를
세월 가는데로 그대로
무뎌진 가슴만 남아있기를
왜 행복한 순간도 사랑의 고백도
날 설레게한 그 향기도
왜 머물순 없는지 떠나야 하는지
무너져야만 하는지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 적시고
지울수없는 추억을 내게 남기고
잊으라는 그한마디로
나와 상관없는 다른꿈을 꾸고
이별은 겨울비처럼 두 눈을 적시고
지울수없는 상처만 내게 남기고
떠난다는 그 한마디로
나와 상관없는 행복을 꿈꾸는 너
진고개는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와 강릉시 연곡면 삼산 4리 사이의 6번 국도 상에 있는 해발
970m의 고갯마루이다. 진고개에는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된 휴게소가 있고, 휴게소 왼편에
매표소 겸 입산 통제소가 있다.
<백두16/2-1>
기념사진을 찍고 동대산을 오르기 위해 입구를 찾아보지만 눈에 잘 띄지를 않는다.
이 지역은 통제구역이라 산행안내판은 물론 꼬리표도 모두 제거된 상태고 더욱 어둡고 비가와
입구 찾기가 상당히 힘들다.
도로를 따라 위 아래로 쭉 훑터 보았는데 바로 진고개 정상에 입산금지 팻말 뒤로 길이 나 있
었다. 5시40분경 산행시작.
<백두16/2-2>
진고개에서 동대산 까지는 약 한시간 정도 소요되는 오름길이다.
고도 500m 정도를 올라야 하는데 길은 대체적으로 순탄하다.
<백두16/2-3>
어느정도 오르니 비가 눈으로 바뀌고 맨땅에 하얀가루가 점점 많아지면서 이내 하얀세상으로
변한다.
<백두16/2-4>
06시50분경 동대산(1,433.5m)에 올랐다.
눈이 내리고 개스가 많이 차 전망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백두16/2-5>
능선상에는 눈이 아직 그득하고 예전에 사람이 밟고 지나간 곳만 빠지지 않는다.
조금만 발을 옆으로 디뎌도 쑥쑥 빠진다.
<백두16/2-6>
도대체 이번 겨울에 눈이 얼마나 많이 왔길래 아직도 이곳은 이 모양인가….
옆으로 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눈길은 나 있어 전진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
<백두16/2-7>
<백두16/2-8>
허기가 지기 전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 아침을 먹었다.
둘러앉아 먹을 쳐지도 못되는 것 같아 각자 알아서 해결이다.
나는 밥 먼저 다 먹고 반찬먹고 국은 맨 나중에 완전히 따로따로 먹었다.
배에 들어가면 다 섞여지겠지…ㅋㅋ
운동중에서도 등산은 상당히 구차스러운 운동이다.
등산행위 자체가 생활에 구차한 모든 부분을 함축있게 내포하는 것이므로 극복하려면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것 같다.
그에 비해 달리기는 어떠한가...
아마 내가 아는 한 달리기야 말로 가장 화려한 운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차한 부분은 모두 제거되고 오로지 운동 그 자체에만 자유롭게 전념할 수 있는 부분이
달리기에 매력 아닌가….
누군들 구차스러운 것을 좋아할리가 없지만 때론 그런 것이 더 진실되게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듯이 지혜롭게 조화시켜 나간다면 보다 다양한 인생의 맛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어찌보면 자연이 주는 원초적 아름다움 때문에 그런 구차한 것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하는 표현이 옳겠다.
<백두16/2-9>
<백두16/2-10>
이윽고 차돌백이 라는 하얗고 거대한 돌덩어리를 만났다.
규석암군에 속한다는 이돌은 주변에 암석들과는 특이하게 달라 마치 어딘선가 날아와
뚝 떨어진 느낌을 준다.
차돌백이를 지나니 한무리에 산객들이 마주오고 있다. 한 20여명쯤 되는 듯.
새벽 일찍 진고개를 출발해 구룡령을 향해 갔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엉뚱한 곳에서
헤멨다고 한다.
원래 길을 찾아가려니 눈길이 뚫려 있지 않아 다시 진고개로 하산하는 중이라고….
진고개에 주차된 버스가 아마 이 팀 것인 모양이다.
시간은 이제 아침8시반경쯤 밖에는 안됬는데 벌써 회군이라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자기네들이 잘못 만든 길로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들과 헤어지고 난 후 앞길이 순탄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많은 인원이 철수를 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는 과연 가능할지 상당히 염려스러웠다.
이윽고 이상하게 길이 만들어진 곳에 도착했다.
오던 방향으로 봐서는 직진하는 길 같은데 실제 두로봉 방향은 우측으로 크게 휘어진 곳이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우측으로 날개를 타고 두로봉 능선으로 붙어야 되는데 길은 직진으로 뚫려
있었다. 철수하는 팀들이 가져다 놓았는지 그 길 위로 나뭇가지를 하나 가로막아 놓았다.
직감적으로 그들이 잘못 만든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측길로 가보았지만 럿셀에 흔적이 없어 하는 수 없이 나뭇가지를 넘어 잘못된 길로
더 전진했다.
쭉 가다보니 흐릿한 안개사이로 우측에 봉우리와 능선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차! 잘못됬구나.. 저 우측 능선이 대간길이고 그 위 봉우리가 두로봉이라는 사실을
알아 챈 것이다. 여하튼 일찍 발견되어 다행이었다.
길이 계속 밑에까지 잘못 뚫려 있는것으로 보아 앞팀은 저 밑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온 것 같다. 그리고는 포기하고 철수를 한 것이구나….
휴.. 십년 감수했네..
다시 빽 하면서 이제야 가야할 방향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백두16/2-11>
그 우회길에서 우측으로 럿셀이 안되어 있지만 그 길로 가야하는 것이다.
한 30분 정도 허비해서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우측길로 들어서니 신설이 살짝 덮혀있어 럿셀된 흔적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럿셀이 되어 있지 않은 곳은 푹푹 빠지기에 마치 보이지 않는 외줄을 찾아 걷는 것 같다.
다행히 이 지역을 어렵사리 벗어나니 눈에 깊이가 얕아지고 전진이 가능하다.
아마 앞팀은 이 지역 돌파가 어렵다고 보고 철수를 한 모양이다.
<백두16/2-12>
<백두16/2-13>
긴급상황 발생시 이용할 수 있는 설치물.
삼각형으로 된 곳을 열고 들어가면 두명이 누울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담요가 있고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이 지역은 입산통제구역이긴 하지만 워낙 외진곳이라 조난시 이용할 수 있는 설치물을
만들어 놓았다.
혼자 등산하는 사람이 우리 팀 뒤에 불쑥 나타났다.
눈길을 내며 가야 하는데, 아직 상황이 어떤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혼자 빠르게 가기에 앞길을 내어준다.
그런데 얼마 못가서 눈길에 막히고 만다.
<백두16/2-14>
우리도 만약 잘못된 발자국을 따라가면 낭패라 그가 좀 신중하게 가기를 바랬는데,
영 아니다. 길에 대한 경험이나 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다.
중간중간 눈이 엄청나게 쌓여 길이 아닌것 같지만 이것은 돌파를 해야 한다.
앞이 안보이는 상황이라 나침판도 필요하고 경험도 많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백두16/2-15>
결국 우리가 길을 내어 두로봉 밑 안부인 신선목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가
혼자 온 사람은 두로봉을 향해 먼저 떠나는데 나는 저 친구가 낸 발자국을 영 믿을수
가 없어 상당히 신중해 졌다.
<백두16/2-16>
두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처음에는 눈이 별로 없었는데 오를수록 많은 눈으로 푹푹 빠진다.
하늘도 무심한지 눈은 끊질기게 끊임없이 내린다.
눈은 내리지만 바람 안불고 춥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백두16/2-17>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위 설경이 아름답다.
<백두16/2-18>
마치 물고기가 되어 산호초 속을 헤집고 다니는 듯 황홀하다.
산을 다니다 보면 고생이 심할때 일수록 주위가 아름다울 적이 많다.
그럴때는 정작 아름다움을 느끼기 보다는 고통 때문에 모든 것을 놓치게 된다.
아름다움 보다는 먼저 살아야 하니까….
이래서 모든 것은 공평하다는 것일까….
<백두16/2-19>
<백두16/2-20>
<백두16/2-21>
가도가도 두로봉은 나타나질 않는다.
새벽에 출발하고 제대로 쉬지를 않아 벌써 허기도 지고 지친 상태다.
몇백미터가 왜 이렇게 긴지 나타날 듯 하면서도 두로봉 가는 길은 끝이 없다.
<백두16/2-22>
주위에 설화는 이제 아주 풍성하게 온 세상을 설국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번 겨울에 눈이 많이 왔다고는 하지만 설화가 이렇듯 탐스럽게 핀 것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백두16/2-23>
<백두16/2-24>
<백두16/2-25>
<백두16/2-26>
<백두16/2-27>
<백두16/2-28>
이윽고 두로봉 다 와서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났다.
문이 열려있어 들어 가보니 오늘 일기가 안좋아서 그렇치 계속 사람이 상주했던 기척이
느껴졌다.
여기서 짐을 풀고 점심을 먹었다.
혼자 온 사람도 여기서 다시 만나 라면을 끓여 같이 먹었다.
장비등 아주 꼼꼼하게 잘 챙기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산에 대한 의욕도 대단하고 경험도
어느 정도 있는듯 했다. 혼자 다니는 것으로 볼 때도 그렇고….
<백두16/2-29>
< 두 로 봉 > –이 덕 호
살만큼 살았으니
모난 곳도 무디어지고
일상도 무상하니
삶의 이치도 그렇단 말인가
그래서
눈자위에 눈물이 고이니
욕심도 사그라지고
주머니도 비었으니
손끝이 떨린단 말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
맘 한 구석에 그늘이 드리울 때면
응석부리 손주가 귀엽고
쭈그러진 할멈이 불쌍해진다
그래서
부처님 앞에 머리 숙여
북대사 종소리에 귀 기울이고
붉은 노을에 얼굴 붉히며
새삼스럽게 수줍어한다
지는 해를 등지고
다시 살라면
두로봉 같으리라
갈 때쯤 되어서야
그렇게 깨닫는단 말인가
예전에 미처 몰랐던
두로봉이 할아버지를 닮았고
내가 두로봉을 닮아간다는 걸
이제야 알겠으니
이제 결정을 해야 한다.
구룡령까지 계속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엔 두로봉까지만 하고 두로령으로 내려갈
것인가를…
오기가 쉽지않은 구간이라 웬만하면 가리라 생각하고,
신배령을 향해 탐사차 전진해 보았다.
<백두16/2-30>
<백두16/2-31>
1,400 고지가 넘는 능선이라 눈은 허벅지를 넘어 허리까지 빠지는데 럿셀된 흔적은
찾아 볼 길이 없다. 그래도 이 지역만 넘어서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일념으로
계속 진행해 보지만 아무래도 이건 무리다.
이 구간을 뚫고 정상적으로 간다고 해도 쉽지 않은 길인데 이런 고비가 앞으로 봉우리
마다 무수히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니 여기서 중단하는게 옳은 일이다. 이런 눈길에
두로령까지 산행 한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다른 팀은 진작 철수를 하지 않았는가…
다시 두로봉까지 빽해서 두로령으로 탈출하기로 결정했다.
눈이 깊어 네발로 기어서 오른다.
이번에도 눈길에 막혀 반을 끊은 것이다.
차에 연락을 해 구룡령이 아닌 오대산 상원사로 오게 했다.
기사가 있으니 편하긴 하다.
두로령을 향해 혼자 온 친구가 앞장 서고 우리는 뒤따라 내려갔다.
두로봉에서 두로령까지는 일반코스이므로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잘 가겠거니 했는데 뭔가
좀 석연치 않다.
길은 잘 찾아 가는 것 같은데 진행이 늦고 폴로 일일이 찝어가며 확인하며 가는 폼이 영
아니다.
경험적인 면이 너무 부족하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두로령 가는 길도 놓치고 만다.
길을 한번 놓치면 눈에 푹푹 빠지기에 반드시 길을 찾아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확실한 길까지 빽을 해서 결국 지도와 나침반을 꺼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각을 재서 나침반에 고정시켰다.
이제 나침반이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앞이 안보이고 길이 없는 설산에서는 이 방법만이 유일한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약간의 굴곡도 있는 산길이라 나침반과 함께 길 찾는 경험을 동시에 활용하면
길이 정확하게 나타난다.
나침반을 활용 못하고 경험적으로만 길을 찾는다면 한번 삐끗으로 상황은 매우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여튼 그 정도에 경험과 길 찾는 능력으로 혼자 겨울산을 다닌다는 것은 조금 무모하다는
생각이다. 아마 우리를 안만났으면 길을 잃고 어디서 헤멜지 모를 일이다.
<백두16/2-32>
오후2시경 드디어 두로령에 도착했다.
두로령은 오대산 상원사와 구룡령 아래 명개리를 연결해 주는 고개이다.
지금은 이 비포장도로 조차 눈으로 가득하다.
무사히 두로령으로 탈출을 하고 이제는 이 도로길을 따라 상원사로 내려가야 한다.
약 한시간 가량에 길이다.
이제는 어떻게 상원사에 있을 감시원을 피해 내려 가느냐가 큰 관건이다.
계곡 밑으로 해서 피해 갈 수 있을 것 같은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마침 먼저 내려 간
혼자 온 친구가 계곡길로 싸인을 해줘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부천에서 왔다고 하는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순수하고 의리가 있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상원사주차장에 들어서니 어느덧 오후3시반경이다.
밑에는 비가 왔는지 눈에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비록 반밖에 못했지만은 오늘도 산행시간은 10시간이나 소요된 것이다.
눈길이 그만큼 많은 변수로 작용했다.
도착해 있는 차를 타고 다시 만우민박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구룡령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다시 만우민박 집이다.
겨울 내내 이 지역에서 눈과 싸우며 맴돌고 있다.
사실 오늘 많은 고생을 하셨다.
감시원에 눈을 피해 계곡으로 내려오다 돌과 함께 굴러 상당히 위험한 고비도 있었다.
이래저래 겨울은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지만 그래도 눈 속에서 이런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무척 행복하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 내가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항상 같은 틀 안에서 생활하고, 반복되는 일과에 만족한다면 더 이상 사는게 아니다
그래서 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잘되지 않는다. 마음만 앞서 나간다...
부단히 노력하지만 이것도 참으로 어려운 일중에 하나다..
만우민박에서 닭도리탕 2개를 시켜놓고 양해를 구해 간단히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씻으라고 흔쾌히 허락해 주니 고맙기 이를 때 없다.
이제껏 쭉 둘러 보면서 물 쓰기가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더욱 고맙기만 하다.
<백두16/2-33>
<백두16/2-34>
만우민박 주인 부부와 함께….
마지막 가는 겨울이 아쉬워 설산에서 또 하루를 보냈다.
하루종일 눈을 맞으며 눈길을 지겹도록 걸었다.
가도가도 가고 싶은 그 길.. 그래도 못다한 길..
그렇게 겨울산행은 우리에게 역경을 주고 또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언제고 또 다시 그 길을 이어 가리라...
어려운 산행 수고 많으셨습니다.^^
< 눈 꽃 > - 김 소 엽
우리의 사랑은
눈꽃이어라.
한나절 햇살에
물이 된다 해도.
이 겨울에
피워 올린 사랑
후회하진 않으리.
어차피 우리가
물이 되어
하나가 될 것을.
봄이 오는 소리
꿈결에도 아련히
그리며 그리다가
그리움만 엉기어
꽃이 된
우리의 사랑은
순백의 은빛
눈꽃이어라.
첫댓글 구경 한번 잘 했습니다.우리 산꾼들! 고생하셨지만 좋은 추억 만들었습니다.이런 산행을 시도하는것 자체가 위대합니다.
즐거운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부활절 주일과 월-수요일 제주 한라산 등반으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눈속을 지겹도록 다니셨군요. 내가 그런곳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그런데 마라톤선수가 부상을 당하셨다는데 달리기에 지장은 없겠지.......
이번에도 고생이 많았네요. 함께하지못해 미안합니다. 다음을 기약합니다.
詩 "눈꽃" 처럼 아름다운 산행입니다.
격려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