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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딸이 다음 달 초에 ‘사각 턱’ 수술을 받을 거랍니다. 자존심 강한 방년의 재원이 각진 턱으로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콤플렉스를 느껴온 것은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친구는 딸의 수술을 반대하는 남편과 실랑이도 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 '사각 턱'인 내 앞에서 그 얘기를 꺼내서 나의 콤플렉스까지 자극할 건 뭐냐고 농담을 하니 나보다 자기 딸이 더 심하다며 웃습니다. '세상 다 산' 아줌마와 20대 아가씨가 비교 대상이나 되나요? 수술 잘 되길 바란다며 저도 웃었습니다. 친구 딸 소식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본 한 성형외과의 ‘사각 턱 수술’ 광고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각진 턱, 머리카락으로 가려질 것 같지? 차라리 올려 묶는 게 훨 나아~ 정수리 쪽에 볼륨감 주는 것 잊지 말고!" 요런 걸 병 주고 약 준다고 하나요? 때리는 시에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고, 각진 턱을 커버할 수 있는 헤어스타일 요령을 알려 주는 척하지만 미용실 광고도 아니고, 실상은 '그래 봤자 호박에 줄 긋기야, 수박 안 되거등.' 하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이니까요. 손 안 대고 코 푼다고 수술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사각 턱 교정에는 깎아 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니 광고 자체로만 본다면 잘한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탤런트 윤여정 씨가 “얼굴에 손을 댔다”고 고백하면서, 남들 다 하니 자기도 하는 수 없이 하게 됐다며, 아파트 단지 전체를 재시공하는데 유독 한 동만 낡은 상태로 그냥 둬선 안 될 것 같았다고 비유적으로 말했습니다. 이제 성형수술은 막을 수 없는 ‘쓰나미’가 되었습니다. 못생기고 나이 많은 여자가 화장도 않고 나다니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듯이, 이 '사태'로 나간다면 사각 턱을 비롯, 홑꺼풀 눈, 매부리코, 처진 볼, 주름진 이마 등을 교정 않고 사는 것은 공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례와 태만, 빈곤의 ‘주홍글씨’로 낙인찍히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친한 친구의 딸이 수술을 받게 되어서가 아니라 저도 이제는 ‘성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백세 시대’를 살기 위해선 건강과 함께 시시때때로 외모를 다듬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합니다. 아직 백세 가까이 가지 않았고, 당장 화상이나 사고를 당하지 않은 바에야 내게 수술비 마련은 너무나 요원한 일이니 당면한 고민거리거나 선택을 갈등할 주제는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사각 턱'입니다. 뿐만 아니라 코끝이 내려앉은 ‘납작코’입니다. 그래서 '김치~~' 하며 사진을 찍을 때 '나도 남들처럼 콧구멍이 나와 봤으면' 하는 실현 가능성 없는 소망을 늘 품고 삽니다 ^^.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센티미터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가 다시 쓰였을지도 모른다니, 반대로 제 코가 1 센티만 높았어도 제 가정의 역사가 지금처럼 전개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글을 쓰는 모임 중에 ‘말코 글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글방 방장의 코가 ‘말코’처럼 생겼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네요. 지금은 ‘마르코 글방’이라 불리지만 원조는 어디까지나 ‘말코 글방’이고 저는 ‘말코’가 더 정겹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것을 당당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열등감도 콤플렉스도 아닙니다. 글방지기가 '말코'라서 '말코 글방'이듯이, 만약 제가 모임을 주선한다면 ‘납작코 글방’이나 ‘사각 턱 글방’이 되겠지요. 아니면 ‘무다리 글방’도 괜찮겠습니다^^. 이렇게 저는 제 신체의 약점을 그냥 드러내고 삽니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나의 내면 시선에 초점을 두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인 데다 이 색상이 가장 많이 나가요.” 하며 손님을 끄는 옷가게 주인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하고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는데 파는 쪽도 동일한 선택을 부추기고, 사는 사람도 그래야 마음이 놓인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시시콜콜 노상 ‘개성 타령’을 하면서도 실상은 남과 다르지 않아야 안심이 되니 참 이상한 심리입니다. 하물며 얼굴까지 같아야 하다니. 그래도 친구 딸 수술은 잘 돼야 합니다. 왜냐면 결과 봐서 내 턱도 정비하고 싶으니까요. |
첫댓글 헉, 작가님 까지?
농담입니다.^^ 돈도 없고요.
성형문제는 처음 언급한게 아니죠. 그만큼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린 모양입니다. 성형에는 부정적이지만, 고친것하고 상관없이 아무래도 잘생긴사람에게 눈길이 가는건 누구나 부인할수없을거에요. 그런 이중성을 갖고있네요. ㅊ..... 그저 고치지않고 살아도 폼나게 ㅎㅎ 부모가 만들어주기를 바라는수밖에 ... 제가 몇자 안되는 댓글을 쓰면서도 무슨소릴하는지 좀 혼란스럽네요. 전에는 안된다고 했는데 이제 생각도 바뀌어가는건지... 어쨌든 저하고는 상관없어서 다행이구요. 감사합니다
답글이 지워졌네요. 보셨죠? 상관없다고 하신 말씀, 배냇 호남으로 인정합니다. ^^
@신아연 아이고 감히 호남이라뇨? 마구 마구 늙어가네요. 어쨌든 말씀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ㅎㅎㅎ
작가님, 참아주세요 사각턱이 그정도면 전국민의 2/3는 사각턱이겠네요. 삼각턱은 어쩌게요? 제이야기는 아니네요 후훗
넷 참을게요. 마름모 턱이 되지 않는 한. ^^ 그나저나 돈 없다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