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이가 집에 오면서부터 누리에 대한 미안함이 앞서 끄적거려 봅니다
우리 누리는 친구가 키우는 블랙탄 단모 엄마,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너무 예뻣지만 다른 형제들 크기의 절반 정도밖에 안됐구 젖 빠는 힘도 부족해 친구가 거의 인공포육으로 살려낸 아가였는데
트리머를 하는 친구인지라 몽몽이들이 8마리나 됐으며 포화상태였죠
친구는 서울에 있고 저는 전라도 광주에 있는데
그 녀셕이 걱정되서 분양을 못하고 저에게 부탁을 한 것이 인연이 됐습니다
체구는 작지만 온 세상을 다 누비라는 뜻에서 누리라고 이름을 지엇고 너무나도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다른 몽몽이 아가들 성장 속도에 절반도 못미쳤으며
사료를 전혀 먹지 않자 매일 매일을 닭가슴살을 삶아 미역국도 끓이고 죽도 끓여서 먹였습니다
제가 없을 때 외로울까봐 다른 녀석이 하나 더 있었음 하면서도
덩치에 치일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2년을 함께 했죠
누리가 첫 생일을 맞을 때 몸무게가 600g이었으니 한번씩 외출을 하면 다들 몇개월 됐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산책은 단 한번도 못시켰습니다
겁이 많아서 바닥에 내려놓기만 하면 바들바들 떨고 꼬리를 숨기더라구요
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하다가 겁만 더 많아져서
집안에서 제 방문을 열어놓아도 문턱도 못넘게 되드라구요
짖는 건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ㅠㅠ
수의사쌤께서 하시는 말씀이 선천적으로 심장이 안좋다고 하더라구요
어딘가 탈이 나서 수술할 상황이 되면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부정맥도 있고 심박수도 불규칙하기 때문에 마취에서 안깨어날 확률이 90% 이상이란 말씀에 청천벽력 같앗습니다
엄마 마음에 예쁜 옷 입히고 싶어서 젤 작은 옷을 사도 몸에 고정이 안되니 벗겨지기 일쑤였고
치와와는 추위를 유난히 탄다는 말에
예쁜 발목양말을 사서 제가 구멍을 뚫어 바느질 해서 입힐 정도였어요
어느덧 누리는 저 아니면 안되는 상황이 된거죠
제가 있어야 밥을 먹고 제가 있어야 잠을 자고 제가 있어야 그나마 걷고.....
약하게 태어났지만......까탈스럽지만......
예방주사도 거뜬히 맞고 잔병치레 한번 안하는 걸 보고 너무 너무 대견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제가 해외를 나갈 일이 생겨서 보름이란 공백기가 잇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친엄마한테 가 있는게 좋을 것 같아서 누리를 서울 친구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땐 휴대폰 로밍이 활성화 되지 않을 때라 도착하자마자 전화를 햇죠
친구가 울먹이며 누리가 갔다고만 하더라구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날짜가 많이 지나서 누리는 흔적도 없이 한 줌의 재가 돼버린 상황이었어요
친구의 말이 한번도 아가가 죽어서 보내본 적이 없어서 아무리 좋은 곳에 묻어준다고 해도 들고양이도 많고 불안해서
화장을 시켰다고 하드라구요
미안하다고만 연거푸 이야기 하는데 그 말에 제가 더 미안할 뿐이었죠
전 며칠 동안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집에 도착했는데 누리의 모든 흔적이 곳곳에 있었고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마냥 눈물만 나드라구요
우리 누리가 하늘나라로 간 이유도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알게됐어요
친구집에 몽몽이들이 많고 라사압소가 있는데 그녀석이 한 성격 한대요
누리만 풀어놓고 나머지 아이들은 케이지에 감금 아닌 감금이 되서 생활했는데 질투 많은 라사압소가 누리만 보면 짖으니까
지레 겁먹고 그리 된 거라고 하드라구요
외상 하나도 없이 갑자기 가버린 거예요
누리를 보낸지 5년이 돼 갑니다
누리를 가슴에 묻고 다시는 정을 주지 않으려고 다짐했고 누리만 기억하고 누리만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그게 누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여겼습니다
해외여행 간답시고 내팽개친 것 같아 죄책감만 들었습니다
그 좋아하던 동물농장, 주주클럽도 안봤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저두 결혼을 했고 누리와 함께 햇을 때의 남자친구가 지금의 남편이 됐습니다
며칠 전 7월 30일이 제 생일이었는데 빈손으로 퇴근하는 것을 보고 내심 서운했는데 그러더라구요
주말에 경주 한번 갓다 오자고....
다람이는 저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경주 가는 길 내내 누리 얼굴 기억하고 꼭 똑같은 아이를 찾으리라 다짐했으며 이름도 누리라고 부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람이가 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게 됐네요
너무 너무 건강하고 너무 너무 활기차고 너무 너무 겁이 없는 다람이.......
우리 누리완 정반대지만 누리는 가슴 깊이 꼭꼭 숨겨두고 다람이는 활짝 열린 가슴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누리야~ 엄마가 평생 잊지 않을거야
언제나 생각하고 언제나 함께할게
하늘나라에서 맘껏 뛰어놀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면 다시 만나는 날이 반드시 올거야
그땐 영원히 함께하자
사랑해.....
첫댓글 누리가 엄마상처 아물게 해주려고 다람이라는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 걸거에요..^^ 다람이 누리 몫까지 더 더 이쁘게 키우세요...
그래도.....엄마덕에 오래 살았네요.....누리 경우라면 태어나자 마자 하늘나라로 갈애기였는데....누리도 고마워 할겁니다....보통 강아지들이 2부류인데.....주인이 오길 기다려 얼굴보고 떠나는 애기가 있고.....그보다 더 정이 깊으면....주인이 맘아플까봐 주인 안보일때 떠나는 애기가 있는데...저희 뭉치랑 구슬이도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하늘나라로 가버렸죠...내가 맘아플까봐 그런거 같아 맘은 더 아프지만....더이상 아프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합니다...어?찌 되었든 다람이이 잘키우세요....누리 몫까지 오래오래 살도록..
휴![~](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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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글 읽으면 맘이 너무 아파져서...![ㅠ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9.gif)
아직은 먼얘기같은 이![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5.gif)
은 상상만해도 가슴이 먹먹해져요... 현실이됨을 어떻게 받아들일수있을지...![ㅠ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9.gif)
아 너무 가슴아파요 ㅠㅠ누리 하늘나라가서 무서운 형아도 없는 곳에서 잘 지낼거에요~ 저도 13년이나 키운 강아지 하늘로 보내놓고 온식구들 맘 못열고 있다가 작년에 학대받던 집에서 나와 운명적으로 우리 집으로 오게 된 녀석이 10년전에 제 곁을 떠난 녀석이랑 너무 닮아서 정말정말 가슴으로 키우고 있어요..아 슬퍼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