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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의추위 이상
가구(街衢)의추위
―천구백삼십삽(一九三三), 삼월(二月)십칠일(十七日)의 실내(室內)의 건(件)
네온사인은섹소폰과같이수척(瘦瘠)하여있다.
파란정맥(靜脈)을절단(切斷)하니새빨간동맥(動脈)이었다.
―그것은파란동맥(動脈)이었기때문이다―
―아니!새빨간동맥(動脈)이라도저렇게피부(皮膚)에매몰(埋沒)되어있으면……
보라!네온사인인들저렇게가만―히있는것같아보여도기실(其實)은부단(不斷)히네온가스가흐르고있는게란다.
―폐병(肺病)쟁이가섹소폰을불었더니위험(危險)한혈액(血液)이검온계(檢溫計)와 같이
―기실(其實)은부단(不斷)히수명(壽命)이흐르고있는게란다
이상전집, 1956
가외가전 이상
가외가전(街外街傳)
훤조때문에마멸(磨滅)되는몸이다. 모두소년(少年)이라고들그리는데노야(老爺)인기색(氣色)이많다. 혹형(酷刑)에씻기워서산반(算盤)알처럼자격(資格)너머로튀어오르기쉽다. 그러니까육교(陸橋)위에서또하나의편안한대륙(大陸)을내려다보고근근(僅僅)히산다. 동갑네가시시거리며떼를지어답교(踏橋)한다. 그렇지않아도육교(陸橋)는또월광(月光)으로충분(充分)히천칭(天秤)처럼제무게에끄덱인다. 타인(他人)의그림자는위선넓다. 미미(微微)한그림자들이얼떨김에모조리앉아버린다. 앵도(櫻桃)가진다. 종자(種子)도연멸(煙滅)한다. 정탐(偵探)도흐지부지―있어야옳을박수(拍手)가어째서없느냐. 아마아버지를반역(反逆)한가싶다. 묵묵(黙黙)히―기도(企圖)를봉쇄(封鎖)한체하고말을하면사투리다. 아니―이무언(無言)이훤조의사투리리라. 쏟으려는노릇―날카로운신단(身端)이싱싱한육교(陸橋)그중심(甚)한구석을진단(診斷)하듯어루만지기만한다. 나날이썩으면서 가리키는지향(指向)으로기적(奇蹟)히골목이뚫렸다. 썩는것들이낙차(落差)나며골목으로몰린다. 골목안에는치사(侈奢)스러워보이는문(門)이있다. 문(門)안에는금(金)니가있다. 금(金)니안에는추잡한혀가달린폐환(肺患)이있다. 오―오―. 들어가면나오지못하는타입깊이가장부(臟腑)를닮는다. 그위로짝바뀐구두가비철거린다. 어느균(菌)이어느아랫배를앓게하는것이다. 질다.
반추(反芻)한다. 노파(老婆)니까. 맞은편평활(平滑)한유리위에해소(解消)된정체(正體)를도포(塗布)한졸음오는혜택(惠澤)이뜬다. 꿈―꿈―꿈을짓밟는허망(虛妄)한노역(勞役)―이세기(世紀)의 곤비(困憊)와살기(殺氣)가바둑판처럼널리깔렸다. 먹어야사는입술이악의(惡意)로꾸긴진창위에서슬며시식사(食事)흉내를낸다. 아들―여러아들―노파(老婆)의결혼(結婚)을걷어차는여러아들들의육중한구두―구두바닥의징이다.
층단(層段)을몇번이고아래로내려가면갈수록우물이드물다. 좀지각(遲刻)해서는텁텁한바람이불고―하면학생(學生)들의지도(地圖)가요일(曜日)마다채색(彩色)을고친다. 객지(客地)에서도리(道理)없어다수굿하던지붕들이어물어물한다. 즉(卽)이취락(聚落)은바로여드름돋는계절(季節)이래서으쓱거리다잠꼬대위에더운물을붓기도한다. 갈(渴)―이갈(渴)때문에견디지못하겠다.
태고(太古)의호수(湖水)바탕이던지적(地積)이짜다. 막(幕)을버틴기둥이습(濕)해들어온다. 구름이근경(近境)에오지않고오락(娛樂)없는공기(空氣)속에서가끔편도선(扁桃腺)들을앓는다. 화폐(貨幣)의스캔달―발처럼생긴손이염치없이노파(老婆)의통고(痛苦)하는손을잡는다.
눈에띄우지않는폭군(暴君)이잠입(潛入)하였다는소문(所聞)이있다. 아기들이번번이애총이되고되고한다. 어디로피(避)해야저어른구두와어른구두가맞부딪는꼴을안볼수있으랴. 한창급(急)한시각(時刻)이면가가호호(家家戶戶)들이한데어우러져서멀리포성(砲聲)과시반(屍斑)이제법은은하다.
여기있는것들은모두가그방대(尨大)한방(房)을쓸어생긴답답한쓰레기다. 낙뢰(落雷)심한그방대(尨大)한방(房)안에는어디로선가질식(窒息)한비둘기만한까마귀한마리가날아들어왔다. 그러니까강(剛)하던것들이역마(疫馬)잡듯픽픽쓰러지면서방(房)은금시폭발(爆發)할만큼정결(精潔)하다. 반대(反對)로여기있는것들은통요사이의쓰레기다.
간다. 손자(孫子)도탑재(搭載)한객차(客車)가방(房)을피(避)하나보다. 속기(速記)를펴놓은상궤위에알뜰한접시가있고접시위에삶은계란(鷄卵)한개―포―크로터뜨린노란자위겨드랑에서난데없이부화(孵化)하는훈장형(勳章型)조류(鳥類)―푸드덕거리는바람에방안지(方眼紙)가찢어지고빙원(氷原)위에좌표(座標)잃은부첩(符牒)떼가난무(亂舞)한다. 권연(卷煙)에피가묻고그날밤에유곽(遊廓)도탔다. 번식(繁殖)하고거짓천사(天使)들이하늘을가리고온대(溫帶)로건넌다. 그러나여기있는것들은뜨뜻해지면서한꺼번에들떠든다. 방대(尨大)한방(房)은속으로곪아서벽지(壁紙)가가렵다. 쓰레기가막붙는다.
시와 소설, 1936. 3
가정 이상
가정(家庭)&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 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톨릭청년, 1936. 2
객혈의 아침 이상
객혈(喀血)의 아침
사과는 깨끗하고 또 춥고 해서 사과를 먹으면 시려워진다.
어째서 그렇게 냉랭한지 책상(冊床) 위에서 하루 종일(終日) 색깔을 변(變)치 아니한다. 차차로―둘이 다 시들어간다.
먼 사람이 그대로 커다랗다 아니 가까운 사람이 그대로 자그마하다 아니 어느쪽도 아니다 나는 그 어느 누구와도 알지 못하니 말이다 아니 그들의 어느 하나도 나를 알지 못하니 말이다 아니 그 어느쪽도 아니다(레일을 타면 전차(電車)는 어디라도 갈 수 있다)
담배 연기의 한 무더기 그 실내(室內)에서 나는 긋지 아니한 성냥을 몇 개비고 부러뜨렸다. 그 실내(室內)의 연기(煙氣)의 한 무더기 점화(點火)되어 나만 남기고 잘도 타나 보다 잉크는 축축하다 연필(鉛筆)로 아무렇게나 시커먼 면(面)을 그리면 연분(鉛粉)은 종이 위에 흩어진다
리코오드 고랑을 사람이 달린다 거꾸로 달리는 불행(不幸)한 사람은 나 같기도 하다 멀어지는 음악(音樂)소리를 바쁘게 듣고 있나 보다
발을 덮는 여자(女子) 구두가 가래를 밟는다 땅에서 빈곤(貧困)이 묻어온다 받아 써서 통념(通念)해야 할 암호(暗號) 쓸쓸한 초롱불과 우체통(郵遞筒) 사람들이 수명(壽命)을 거느리고 멀어져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나의 뱃속엔 통신(通信)이 잠겨 있다.
새장 속에서 지저귀는 새 나는 콧속 털을 잡아 뽑는다
밤 소란한 정적(靜寂) 속에서 미래(未來)에 실린 기억(記憶)이 종이처럼 뒤엎어진다
벌써 나는 내 몸을 볼 수 없다 푸른 하늘이 새장 속에 있는 것같이
멀리서 가위가 손가락을 연신 연방 잘라 간다
검고 가느다란 무게가 내 눈구멍에 넘쳐 왔는데 나는 그림자와 서로 껴안는 나의 몸뚱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알맹이까지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는 둥
피가 물들기 때문에 여윈다는 말을 듣곤 먹지 않았던 일이며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종자(種子)는 이제 심어도 나지 않는다고 단정케 하는 사과 겉껍질의 빨간색 그것이다
공기(空氣)마저 얼어서 나를 못 통(通)하게 한다 뜰을 주형(鑄型)처럼 한 장 한 장 떠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호흡(呼吸)에 탄환(彈丸)을 쏘아 넣는 놈이 있다
병석(病席)에 나는 조심조심 조용히 누워 있노라니까 뜰에 바람이 불어서 무엇인가 떼굴떼굴 굴려지고 있는 그런 낌새가 보였다
별이 흔들린다 나의 기억(記憶)의 순서가 흔들리듯
어릴 적 사진(寫眞)에서 스스로 병(病)을 진단한다
가브리엘 천사균(天使菌)(내가 가장 불세출(不世出)의 그리스도라 치고)
이 살균제(殺菌劑)는 마침내 폐결핵(肺結核)의 혈담(血痰)이었다(고?)
폐(肺) 속 뺑키칠한 십자가(十字架)가 날이날마다 발돋움을 한다
폐(肺) 속엔 요리사(料理師) 천사(天使)가 있어서 때때로 소변을 본단 말이다
나에 대해 달력의 숫자는 차츰차츰 줄어든다
네온사인은 섹소폰같이 야위었다
그리고 나의 정맥(靜脈)은 휘파람같이 야위었다
하얀 천사(天使)가 나의 폐(肺)에 가벼이 노크한다
황혼(黃昏) 같은 폐(肺) 속에서는 고요히 물이 끓고 있다
고무전선(電線)을 끌어다가 성(聖) 베드로가 도청(盜聽)을 한다
그리곤 세 번이나 천사(天使)를 보고 나는 모른다고 한다
그때 닭이 홰를 친다―어엇 끓는 물을 엎지르면 야단 야단―
봄이 와서 따스한 건 지구(地球)의 아궁이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모두가 끓어오른다 아지랭이처럼
나만이 사금파리모양 남는다
나무들조차 끓어서 푸른 거품을 자꾸 뿜어 내고 있는데도
문학사상, 1976. 7 (미발표)
거울 이상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톨릭청년, 1933. 10
골편에관한무제 이상
골편(骨片)에관(關)한무제(無題)
신통하게도혈홍(血紅)으로염색(染色)되지아니하고하이얀대로
뺑기를칠한사과를톱으로쪼갠즉속살은하이얀대로
하느님도역시(亦是)뺑끼칠한세공품(細工品)을좋아하시지―사과가아무리빨갛더라도속살은역시(亦是)하이얀대로. 하느님은이걸가지고인간(人間)을살짝속이겠다고.
묵죽(墨竹)을사진촬영(寫眞撮影)해서원판(原板)을햇볕에비쳐보구료―골격과같다.
두개골(頭蓋骨)은자류같고아니자류의음화(陰畵)가두개골(頭蓋骨)같다(?)
여보오 산사람골편(骨片)을보신일있수? 수술실(手術室)에서―그건죽은거야요살아있는골편(骨片)을보신일있수? 이빨! 어마나―이빨두그래골편(骨片)일까요. 그렇담손톱두골편(骨片)이게요?
난인간(人間)만은식물(植物)이라고생각커든요.
이상전집, 1956
공복 이상
공복(空腹)
바른손에과자봉지(菓子封紙)가없다고해서
왼손에쥐어져있는과자봉지(菓子封紙)를찾으려지금(只今)막온길을오리(五里)나되돌아갔다
이손은화석(化石)하였다
이손은이제는이미아무것도소유(所有)하고싶지도않다소유(所有)된물건의소유(所有)된것을느끼기조차하지아니한다
지금(只今)떨어지고있는것이눈[雪]이라고한다면지금(只今)떨어진내눈물은눈[雪]이어야할것이다
나의내면(內面)과외면(外面)과
이건(件)의계통(系統)인모든중간(中間)들은지독히춥다
좌(左) 우(右)
이양측(兩側)의손들이상대방(相對方)의의리(義理)를저바리고두번다시악수(握手)하는일은없이
곤란(困難)한노동만이가로놓여있는이정돈(整頓)하여가지아니하면아니될길에있어서독립(獨立)을고집(固執)하는것이기는하나
추우리로다
추우리로다
누구는나를가리켜고독(孤獨)하다고하느냐
이군웅할거(群雄割據)를보라
이전쟁(戰爭)을보라
나는그들의알력(軋轢)의발열(發熱)의한복판에서혼수(昏睡)한다
심심한세월(歲月)이흐르고나는눈을떠본즉
시체(屍體)도증발(蒸發)한다음의고요한월야(月夜)를나는상상(想像)한다
천진(天眞)한촌락(村落)의축견(畜犬)들아짖지말게나
내험온(驗溫)은적당(適當)스럽거니와
내희망(希望)은감미(甘美)로웁다
조선과 건축, 1931. 7
광녀의 고백 이상
광녀(狂女)의 고백(告白)
`여자'인 S양(孃)한테는참으로미안(未安)하오. 그리
고B군(君)자네한테감사(感謝)하지아니하면아니될 것
이오. 우리들은S양(孃)의전도(前途)에다시광명(光明)이있
기를빌어야하오.
창백(蒼白)한`여자'
얼굴은`여자'의이력서(履歷書)이다. `여자'의입은작기때문에`여자'는익사(溺死)하지아니하면아니되지만`여자'는물과같이때때로미쳐서광란(狂亂)해지는수가있다. 온갖밝음의태양(太陽)들아래여자는참으로맑은물과같이떠돌고있었는데참으로고요하고매끄러운표면(表面)은조약돌을삼켰는지아니삼켰는지항상소용돌이를갖는퇴색(褪色)한순백색(純白色)이다.
`등쳐먹으려고하길래내가먼첨한대먹여놓았죠.'
잔내비와같이웃는`여자'의얼굴에는하룻밤사이에참아름답고빤드르르한적갈색(赤褐色)쵸콜레이트가무수(無數)히열매맺혀버렸기때문에`여자'는마구대고쵸콜레이트를방사(放射)하였다. 쵸콜레이트는흑단(黑檀)의사아벨을질질끌면서조명(照明)사이사이에격검(擊劍)을하기만하여도웃는다. 웃는다. 어느것이나모두웃는다. 웃음이마침내엿과같이녹아걸쭉하게찐덕거려서쵸콜레이트를다삼켜버리고탄력(彈力)강기(剛氣)에찬온갖표적(標的)은모두무용(無用)이되고웃음은산산(散散)이부서지고도웃는다. 웃는다. 파랗게웃는다. 바늘의철교(鐵橋)와같이웃는다. `여자'는나한(羅漢)을밴[孕]것을다들알고`여자'도안다. 나한(羅漢)은비대(肥大)하고`여자'의자궁(子宮)은운모(雲母)와같이부풀고`여자'는돌과같이딱딱한쵸콜레이트가먹고싶었던것이다. `여자'가올라가는층계(層階)는한층한층이더욱새로운초열빙결지옥(焦熱氷結地獄)이었기때문에`여자'는즐거운쵸콜레이트가먹고싶지않다고생각하지아니하는것은곤란(困難)하기는하지만자선가(慈善家)로서의`여자'는한몫보아준심산(心算)으로그러면서도`여자'는못견디리만큼답답함을느꼈는데이다지도신선(新鮮)하지아니한자자선사업(慈善事業)이또있을까요하고`여자'는밤새도록고민고민(苦悶苦悶)하였지만`여자'는전신(全身)이갖는약간개(若干個)의습기(濕氣)를띤천공(穿孔)예(例)컨대눈기타(其他))근처(近處)먼지는떨어버릴수없는것이었다.
`여자'는물론(勿論)모든것을포기(抛棄)하였다. `여자'의성명(姓名)도, `여자'의피부(皮膚)에붙어있는오랜세월(歲月)중에간신히생긴때[垢]의박막(薄膜)도심지어(甚至於)는`여자'의수선(睡腺)까지도, `여자'의머리로는소금으로닦은것이나다름없는것이다. 그리하여온도(溫度)를갖지아니하는엷은바람이참강구연월(康衢煙月)과같이불고있다. `여자'는혼자망원경(望遠鏡)으로SOS를듣는다. 그리곤덱크달린다. `여자'는푸른불꽃탄환(彈丸)이벌거숭이인채달리고있는것을본다. `여자'는오오로라를본다. 덱크의구란(勾欄)은북극성(北極星)의감미(甘味)로움을본다. 거대(巨大)한바닷개[海狗]잔등을무사(無事)히달린다는것이`여자'로서과연(果然)가능(可能)할수있을까, `여자'는발광(發光)하는파도(波濤)를본다. 발광(發光)하는파도(波濤)는`여자'에게백지(白紙)의화판(花瓣)을준다. `여자'의피부(皮膚)는벗기고벗기인피부(皮膚)는선녀(仙女)의옷자락과같이바람에나부끼고있는참서늘한풍경(風景)이라는점(點)을깨닫고사람들은고무와같은두손을들어입을박수(拍手)하게하는것이다.
`이내몸은돌아온길손, 잘래야잘곳이없어요.'
`여자'는마침내낙태(落胎)한것이다. 트렁크속에는천(千)갈래만(萬)갈래로찢어진 POUDRE VERTUEUSE가복제(複製)된것과함께가득채워져있다. 사태(死胎)도있다. `여자'는고풍(古風)스러운지도(地圖)위를독모(毒毛)를살포(撒布)하면서불나비와같이날은다. `여자'는이제는이미오백나한(五百羅漢)의불쌍한홀아비들에게는없을래야없을수없는유일(唯一)한아내인것이다. `여자'는콧노래와같은ADIEU를지도(地圖)의에레베에슈ㄴ에다고(告)하고No.1~500의어느사찰(寺刹)인지향(向)하여걸음을재촉하는것이다.
조선과 건축, 1931. 8
금제 이상
금제(禁制)
내가치던개[狗]는튼튼하대서모조리실험동물(實驗動物)로공양(供養)되고그중(中)에서비타민E를지닌개[狗]는학구(學究)의미급(未及)과생물(生物)다운질투(嫉妬)로해서박사(博士)에게흠씬얻어맞는다하고싶은말을개짖듯배앝아놓던세월(歲月)은숨었다. 의과대학(醫科大學)허전한마당에우뚝서서나는필사(必死)로금제(禁制)를앓는[患]다. 논문(論文)에출석(出席)한억울한촉루에는천고(千古)에는씨명(氏名)이없는법(法)이다.
조선일보, 1936. 10. 4
꽃나무 이상
꽃나무
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近處)에는 꽃나무가 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熱心)으로 꽃을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생각하는 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 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爲)하여 그러는것처럼 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 흉내를내었소.
톨릭청년, 1933. 7
내과 이상
내과(內科)
―자가용(自家用)복음(福音)
―혹(或)은 엘리엘리 라마싸박다니
하이얀천사(天使) 이수염(鬚髥)난천사(天使)는큐피드의조부(祖父)님이다
수염(鬚髥)이전연(全然)(?)나지아니하는천사(天使)하고흔히
결혼(結婚)하기도한다.
나의늑골(肋骨)은2떠―즈(ㄴ). 그하나하나에노크하여본다. 그속에서는해면(海綿)에젖은더운물이끓고있다. 하이얀천사(天使)의펜네임은성(聖)피―타―라고. 고무의 전선(電線) 똑똑똑똑 버글버글
열쇠구멍으로도청(盜聽).
(발신(發信)) 유다야사람의임금님 주무시나요?
(반신(返信)) 찌―따찌―따따찌―찌―(1)찌․―
따찌―따따찌―찌―(2) 찌―따찌―
따따찌―찌―(3)
흰뺑끼로칠한십자가(十字架)에서내가점점(漸漸)키가커진다. 성(聖)피―타―군(君)이나에게세번식(式)이나아알지못한다고그린다. 순간(瞬間)닭이활개를친다……
어엌 크 더운물을 엎질러서야 큰일날노릇―
이상전집, 1956
내부 이상
내부(內部)
입안에짠맛이돈다. 혈관(血管)으로임리한묵흔(墨痕)이몰려들어왔나보다. 참회(懺悔)로벗어놓은내구긴피부(皮膚)는백지(白紙)로도로오고붓지나간자리에피가아롱져맺혔다. 방대(尨大)한묵흔(墨痕)의분류(奔流)는온갖합음(合音)이리니분간(分揀)할길이없고다물은입안에그득찬서언(序言)이캄캄하다. 생각하는무력(無力)이이윽고입을뻐겨젖히지못하니심판(審判)받으려야진술(陳述)할길이없고익애(溺愛)에잠기면버언져멸형(滅形)하여버린전고(典故)만이죄업(罪業)이되어이생리(生理)속에영원(永遠)히기절(氣絶)하려나보다.
조선일보, 1936. 10. 9
매춘 이상
매춘(買春)
기억(記憶)을맡아보는기관(器官)이염천(炎天)아래생선처럼상(傷)해들어가기시작(始作)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싸이폰작용(作用). 감정(感情)의망쇄(忙殺).
나를넘어뜨릴피로(疲勞)는오는족족피(避)해야겠지만이런때는대담(大膽)하게나서서혼자서도넉넉히자웅(雌雄)보다별(別)것이어야겠다.
탈신(脫身). 신발을벗어버린발이허천(虛天)에서실족(失足)한다.
조선일보, 1936. 10. 8
명경 이상
명경(明鏡)
여기 한 페―지거울이 있으니
잊은 계절(季節)에서는
얹은 머리가 폭포(瀑布)처럼 내리우고
울어도 젖지 않고
맞대고 웃어도 휘지 않고
장미(薔薇)처럼 착착 접힌
귀
들여다 보아도 들여다 보아도
조용한 세상(世上)이 맑기만 하고
코로는 피로(疲勞)한 향기(香氣)가 오지 않는다.
만적 만적하는대로 수심(愁心)이 평행(平行)하는
부러 그러는 것 같은 거절(拒絶)
우(右)편으로 옮겨앉은 심장(心臟)일 망정 고동이
없으란 법 없으니
설마 그러랴? 어디 촉진(觸診)…… 하고 손이 갈 때 지문(指紋)이 지문(指紋)을 가로 막으며
선뜩하는 차단(遮斷) 뿐이다.
오월(五月)이면 하루 한번이고
열번이고 외출(外出)하고 싶어 하더니
나갔던 길에 안 돌아오는 수도 있는 법
거울이 책장 같으면 한장 넘겨서
맞섰던 계절(季節)을 만나련만
여기 있는 한 페―지
거울은 페―지의 그냥 표지(表紙)―
여성, 1936. 5
무제 -1- 이상
무제(無題) -1-&
선행(先行)하는 분망(奔忙)을 싣고 전차(電車)의 앞 창(窓)은
내 투사(透思)를 막는데
출분(出奔)한 안해의 귀가(歸家)를 알리는 `페리오드'의 대단원(大團圓)이었다.
너는 어찌하여 네 소행(素行)을 지도(地圖)에 없는 지리(地理)에 두고 화판(花瓣) 떨어진 줄거리 모양으로 향료(香料)와 암호(暗號)만을 휴대(携帶)하고 돌아왔음이냐.
시계(時計)를 보면 아무리 하여도 일치(一致)하는 시일(時日)을 유인(誘引)할 수 없고
내것 아닌 지문(指紋)이 그득한 네 육체(肉體)가 무슨 조문(條文)을 내게 구형(求刑)하겠느냐
그러나 이곳에 출구(出口)와 입구(入口)가 늘 개방(開放)된 네 사사(私私)로운 휴게실(休憩室)이 있으니 내가 분망중(奔忙中)에라도 네 거짓말을 적은 편지(片紙)를 `데스크' 위에 놓아라
맥, 1938. 12
무제 -2- 이상
무제(無題) -2-&
내 마음의 크기는 한개 권연(卷煙) 기러기만하다고 그렇게 보고,
처심(處心)은 숫제 성냥을 그어 권연(卷煙)을 붙여서는
숫제 내게 자살(自殺)을 권유(勸誘)하는도다.
내 마음은 과연(果然) 바지작 바지작 타들어가고 타는대로 작아가고
한개 권연(卷煙) 불이 손가락에 옮겨 붙으렬 적에
과연(果然) 나는 내 마음의 공동(空洞)에 마지막 재가 떨어지는 부드러운 음향(音響)을 들었더니라.
처심(處心)은 재떨이를 버리듯이 대문(大門) 밖으로 나를 쫓고,
완전(完全)한 공허(空虛)를 시험(試驗)하듯이 한마디 노크를 내 옷깃에 남기고
그리고 조인(調印)이 끝난듯이 빗장을 미끄러뜨리는 소리
여러번 굽은 골목이 담장이 좌우(左右) 못보는 내 아픈 마음에 부딪혀
달은 밝은데
그때부터 가까운 길을 일부러 멀리 걷는 버릇을 배웠더니라.
맥, 1938. 10
문벌 이상
문벌(門閥)
분총(墳塚)에계신백골(白骨)까지가내게혈청(血淸)의원가상환(原價償還)을강청(强請)하고있다. 천하(天下)에달이밝아서나는오들오들떨면서도처(到處)에서들킨다. 당신의인감(印鑑)이이미실효(失效)된지오랜줄은꿈에도생각하지않으시나요―하고나는의젓이대꾸를해야겠는데나는이렇게싫은결산(決算)의함수(函數)를내몸에지닌내도장(圖章)처럼쉽사리끌러버릴수가참없다.
조선일보, 1936. 10. 6
백주 이상
백주(白晝)
내두루마기깃에달린정조(貞操)뺏지를내어보였더니들어가도좋다고그린다. 들어가도좋다던여인(女人)이바로제게좀선명(鮮明)한정조(貞操)가있으니어떠냔다. 나더러세상(世上)에서얼마짜리화폐(貨幣)노릇을하는세음이냐는뜻이다. 나는일부러다홍헝겊을흔들었더니요조(窈窕)하다던정조(貞操)가성을낸다. 그리고는칠면조(七面鳥)처럼쩔쩔맨다.
조선일보, 1936. 10. 6
보통기념 이상
보통기념(普通記念)
시가(市街)에 전화(戰火)가일어나기전(前)
역시(亦是)나는`뉴―톤'이 가리키는 물리학(物理學)에는 퍽무지(無智)하였다
나는 거리를 걸었고 점두(店頭)에 평과 산(山)을보며는매일(每日)같이 물리학(物理學)에 낙제(落第)하는 뇌수(腦髓)에피가묻은것처럼자그만하다.
계집을 신용(信用)치않는나를 계집은 절대(絶對)로 신용(信用)하려들지않는다. 나의말이 계집에게 낙체운동(落體運動)으로 영향(影響)되는일이 없었다.
계집은 늘내말을 눈으로들었다내말한마디가계집의 눈자위에 떨어져 본적이없다.
기어(期於)코 시가(市街)에는 전화(戰火)가일어났다 나는 오래 계집을 잊었었다 내가 나를 버렸던까닭이었다.
주제도 더러웠다 때끼인 손톱은길었다
무위(無爲)한명월(明月)을 피난소(避難所)에서 이런일 저런일
`우라까에시'이반(裏返)) 재봉(裁縫)에 골몰하였느니라
종이로 만든 푸른솔닢가지에 또한종이로 만든흰학(鶴)동체(胴體)한개가 서있다 쓸쓸하다.
화로(火爐)가햇볕같이 밝은데는 열대(熱帶)의 봄처럼부드럽다 그한구석에서 나는 지구(地球)의 공전일주(公轉一週)를 기념(紀念)할줄을 다알았더라
월간매신, 1934. 6
생애 이상
생애(生涯)
내두통(頭痛)위에신부(新婦)의장갑이정초(定礎)되면서내려앉는다. 써늘한무게때문에내두통(頭痛)이비켜설기력(氣力)도없다. 나는견디면서여왕봉(女王蜂)처럼수동적(受動的)인맵시를꾸며보인다. 나는이왕(已往)이주춧돌밑에서평생(平生)이원한(怨恨)이거니와신부(新婦)의생애(生涯)를침식(浸蝕)하는내음삼(陰森)한손찌거미를불개아미와함께잊어버리지는않는다. 그래서신부(新婦)는그날그날까무러치거나웅봉(雄蜂)처럼죽고죽고한다. 두통(頭痛)은영원(永遠)히비켜서는수가없다.
조선일보, 1936. 10. 8
선에 관한 각서 1 이상
선(線)에 관(關)한 각서(覺書) 1
속도(速度)etc의통제(統制)예(例)컨대광선(光線)은매초당(每秒當)300,000킬로미터달아나는것이확실(確實)하다면사람의발명(發明)은매초당(每秒當)600,000킬로미터달아날수없다는법(法)은`물론(勿論)'없다. 그것을기십배(幾十倍)기백배(幾百倍)기천배(幾千倍)기만배(幾萬倍)기억배(幾億倍)기조배(幾兆倍)하면사람은수십년(數十年)수백년(數百年)수천년(數千年)수억년(水億年)수조년(數兆年)의태고(太古)의사실(事實)이보여질것이아닌가, 그것을또끊임없이`붕괴(崩壞)'하는것이라고하는가, 원자(原子)는원자(原子)이고원자(原子)이고원자(原子)이다, 생리작용(生理作用)은변이(變移)하는것인가, 원자(原子)는원자(原子)가아니고원자(原子)가아니다, 방사(放射)는붕괴(崩壞)인가, 사람은영겁(永劫)인영겁(永劫)을살릴수있는것은생명(生命)은생(生)도아니고명(命)도아니고광선(光線)인것이라는것이다.
취각(臭覺)의미각(味覺)과미각(味覺)의취각(臭覺)
(입체(立體)에의절망(絶望)에의(依)한탄생(誕生))
(운동(運動)에의절망(絶望)에의(依)한탄생(誕生))
(지구(地球)는빈집일경우(境遇)봉건시대(封建時代)는눈물이날이만큼그리워진다)
조선과 건축, 1931. 10
선에 관한 각서 4 이상
선(線)에 관(關)한 각서(覺書) 4
탄환(彈丸)이일원도를역주(疫走)했다(탄환(彈丸)이일직선(一直線)으로질주(疾走)했다에있어서의오류(誤謬)등(等)의수정(修正))
정육설탕(正六雪糖)(각설탕(角雪糖)을칭(稱)함)
폭통(瀑筒)의해면질(海綿質)전충(塡充)폭포(瀑布)의문학적(文學的)해설(解說))
조선과 건축, 1931. 10
선에 관한 각서 5 이상
선(線)에 관(關)한 각서(覺書) 5
사람은광선(光線)보다빠르게달아나면사람은광선(光線)을보는가, 사람은광선(光線)을본다, 연령(年齡)의진공(眞空)에있어서두번결혼(結婚)한다, 세번결혼(結婚)하는가, 사람은광선(光線)보다도빠르게달아나라.
미래(未來)로달아나서과거(過去)를본다, 과거(過去)로달아나서미래(未來)를보는가, 미래(未來)로달아나는것은과거(過去)로달아나는것과동일(同一)한것도아니고미래(未來)로달아나는것이과거(過去)로달아나는것이다. 확대(擴大)하는우주(宇宙)를우려(憂慮)하는자(者)여, 과거(過去)에살으라, 광선(光線)보다도빠르게미래(未來)로달아나라.
사람은다시한번나를맞이한다, 사람은보다젊은나에게적어도상봉(相逢)한다, 사람은세번나를맞이한다, 사람은젊은나에게적어도상봉(相逢)한다, 사람은적의(適宜)하게기다리라, 그리고파우스트를즐기거라, 메퓌스트는나에게있는것도아니고나이다.
속도(速度)를조절(調節)하는날사람은나를모은다, 무수(無數)한나는말[譚]하지아니한다, 무수(無數)한과거(過去)를경청(傾聽)하는현재(現在)를과거(過去)로하는것은불원간(不遠間)이다, 자꾸만반복(反復)되는과거(過去), 무수(無數)한과거(過去)를경청(傾聽)하는무수(無數)한과거(過去), 현재(現在)는오직과거(過去)만을인쇄(印刷)하고과거(過去)는현재(現在)와일치(一致)하는것은그것들의복수(複數)의경우(境遇)에있어서도구별(區別)될수없는것이다.
연상(聯想)은처녀(處女)로하라, 과거(過去)를현재(現在)로알라, 사람은옛것을새것으로아는도다, 건망(健忘)이여, 영원(永遠)한망각(忘却)은망각(忘却)을모두구(求)한다.
내도(來到)할나는그때문에무의식중(無意識中)에사람에일치(一致)하고사람보다도빠르게나는달아난다, 새로운미래(未來)는새로웁게있다, 사람은빠르게달아난다, 사람은광선(光線)을드디어선행(先行)하고미래(未來)에있어서과거(過去)를대기(待期)한다, 우선(于先)사람은하나의나를맞이하라, 사람은전등형(全等形)에있어서나를죽이라.
사람은전등형(全等形)의체조(體操)의기술(技術)을습득(習得)하라, 불연(不然)이라면사람은과거(過去)의나의파편(破片)을여하(如何)히할것인가.
사고(思考)의파편(破片)을반추(反芻)하라, 불연(不然)이라면새로운것은불완전(不完全)이다, 연상(聯想)을죽이라, 하나를아는자(者)는셋을아는것을하나를아는것의다음으로하는것을그만두어라, 하나를아는것은다음의하나의것을아는것을하는것을있게하라.
사람은한꺼번에한번을달아나라, 최대한(最大限)달아나라, 사람은두번분만(分娩)되기전(前)에××되기전(前)에조상(祖上)의조상(祖上)의성운(星雲)의성운(星雲)의성운(星雲)의태초(太初)를미래(未來)에있어서보는두려움으로하여사람은빠르게달아나는것을유보(留保)한다, 사람은달아난다, 빠르게달아나서영원(永遠)에살고과거(過去)를애무(愛撫)하고과거(過去)로부터다시과거(過去)에산다, 동심(童心)이여, 동심(童心)이여, 충족(充足)될수없는영원(永遠)의동심(童心)이여.
조선과 건축, 1931. 10
소영위제 이상
소영위제(素榮爲題)
□ 1
달빛속에있는네얼굴앞에서내얼굴은한장얇은피부(皮膚)가되어너를칭찬하는내말씀이발음(發音)하지아니하고미닫이를간지르는한숨처럼동백(冬柏)꽃밭내음새지니고있는네머리털속으로기어들면서모심드키내설움을하나하나심어가네나
□ 2
진흙밭헤매일적에네구두뒤축이눌러놓은자국에비내려가득괴었으니이는온갖네거짓말네농담(弄談)에한없이고단한이설움을곡(哭)으로울기전에따에놓아하늘에부어놓는내억울한술잔네발자국이진흙밭을헤매이며헤뜨려놓음이냐
□ 3
달빛이내등에묻은거적자국에앉으면내그림자에는실고추같은피가아물거리고대신혈관(血管)에는달빛에놀래인냉수(冷水)가방울방울젖기로니너는내벽돌을씹어삼킨원통하게배고파이지러진헝겊심장(心臟)을들여다보면서어(魚)항이라하느냐
중앙, 1934
수염 이상
수염
(수(鬚)․자․그밖에`수염'일수있는것들․모두를이름)
□ 1
눈이존재(存在)하여있지아니하면아니될처소(處所)는삼림(森林)인웃음이존재(存在)하여있었다
□ 2
홍당무
□ 3
아메리카의유령(幽靈)은수족관이지만대단(大端)히유려(流麗)하다
그것은음울(陰鬱)하기도한것이다
□ 4
계류(溪流)에서―
건조(乾燥)한식물성(植物性)이다
가을
□ 5
일소대(一小隊)의군인(軍人)이동서(東西)의방향(方向)으로전진(前進)하였다고하는것은
무의미(無意味)한일이아니면아니된다
운동장(運動場)이파열(破裂)하고균열(龜裂)할따름이니까
□ 6
삼심원(三心圓)
□ 7
조[粟]를그득넣은`밀가루'포대(布袋)
간단(簡單)한수유(須臾)의월야(月夜)이었다
□ 8
언제나도둑질할것만을계획(計劃)하고있었다
그렇지는아니하였다고한다면적어도구걸(求乞)이기는하였다
□ 9
소(疎)한것은밀(密)한것의상대(相對)이며또한
평범(平凡)한것은비범(非凡)한것의상대(相對)이었다
나의신경(神經)은창녀(娼女)보다도더욱정숙(貞淑)한처녀(處女)를원(願)하고있었다
□ 10
말[馬]―
땀[汗]―
여(余), 사무(事務)로써산보(散步)라하여도무방(無妨)하도다
여(余), 하늘의푸르름에지쳤노라이같이폐쇄주의(閉鎖主義)로다
조선과 건축, 1931. 7
습작쇼오윈도우수점 이상
습작(習作)쇼오윈도우수점(數點)
북(北)을 향하여 남(南)으로 걷는 바람 속에 멈춰 선 부인(婦人)
영원의 젊은 처녀(處女)
지구(地球)는 그와 서로 스칠 듯이 자전(自轉)한다
□ ○
운명(運命)이란
인간(人間)들은 일만년(一萬年) 후의 어느 해 달력조차 만들어낼 수 있다
태양(太陽)아 달아 한 장으로 된 달력아
□ ○
달밤의 기권(氣圈)은 냉장(冷藏)한다
육체(肉體)가 식을 대로 식는다
혼백(魂魄)만이 달의 광도(光度)로써 충분히 연소(燃燒)한다.
현대문학, 1961. 2 (미발표)
시제구호 총구 이상
시제구호(詩第九號) 총구(銃口)
매일(每日)같이열풍(烈風)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 황홀(恍惚)한지문(指紋)골짜기로내땀내가스며드자마자쏘아라. 쏘으리로다. 나는내소화기관(消化器官)에묵직한총신(銃身)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매끈매끈한총구(銃口)를느낀다. 그리더니나는총(銃)쏘으드키눈을감으며한방총탄(銃彈)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어배앝었더냐.
조선중앙일보, 1934. 8. 3
시제삼호 이상
시제삼호(詩第三號)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였으면그만이다.
조선중앙일보, 1934. 7. 25
시제십사호 이상
시제십사호(詩第十四號)
고성(古城)앞풀밭이있고풀밭위에나는내모자(帽子)를벗어놓았다. 성(城)위에서나는내기억(記憶)에꽤무거운돌을매어달아서는내힘과거리(距離)껏팔매질쳤다. 포물선(抛物線)을역행(逆行)하는역사(歷史)의슬픈울음소리. 문득성(城)밑내모자(帽子)곁에한사람의걸인(乞人)이장승과같이서있는것을내려다보았다. 걸인(乞人)은성(城)밑에서오히려내위에있다. 혹(或)은종합(綜合)된역사(歷史)의망령(亡靈)인가. 공중(空中)을향(向)하여놓인내모자(帽子)의깊이는절박(切迫)한하늘을부른다. 별안간걸인(乞人)은율률(慄慄)한풍채(風彩)를허리굽혀한개의돌을내모자(帽子)속에치뜨려넣는다. 나는벌써기절(氣絶)하였다. 심장(心臟)이두개골(頭蓋骨)속으로옮겨가는지도(地圖)가보인다. 싸늘한손이내이마에닿는다. 내이마에는싸늘한손자국이낙인(烙印)되어언제까지지어지지않았다.
조선중앙일보, 1934. 8. 7
시제십삼호 이상
시제십삼호(詩第十三號)
내팔이면도칼을든채로끊어져떨어졌다. 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위협(威脅)당하는것처럼새파랗다. 이렇게하여잃어버린내두개팔을나는촉대(燭臺)세움으로내방안에장식(裝飾)하여놓았다. 팔은죽어서도오히려나에게겁(怯)을내이는것만같다. 나는이런얇다란예의(禮儀)를화초분(花草盆)보다도사랑스레여긴다.
조선중앙일보, 1934. 8. 7
시제십오호 이상
시제십오호(詩第十五號)
□ 1
나는거울없는실내(室內)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外出中)이다. 나는지금(至今)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陰謀)를하는중(中)일까.
□ 2
죄(罪)를품고식은침상(寢床)에서잤다. 확실(確實)한내꿈에나는결석(缺席)하였고 의족(義足)을담은군용장화(軍用長靴)가내꿈의백지(白紙)를더럽혀놓았다.
□ 3
나는거울있는실내(室內)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解放)하려고. 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沈鬱)한얼굴로동시(同時)에꼭들어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未安)한뜻을전(傳)한다. 내가그때문에영어(囹圄)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어(囹圄)되어떨고있다.
□ 4
내가결석(缺席)한나의꿈. 내위조(僞造)가등장(登場)하지않는내거울. 무능(無能)이라도좋은나의고독(孤獨)의갈망자(渴望者)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自殺)을권유(勸誘)하기로결심(決心)하였다. 나는그에게시야(視野)도없는들창(窓)을가리키었다. 그들창(窓)은자살(自殺)만을위(爲)한들창(窓)이다. 그러나내가자살(自殺)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自殺)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불사조(不死鳥)에가깝다.
□ 5
내왼편가슴심장(心臟)의위치(位置)를방탄금속(防彈金屬)으로엄폐(掩蔽)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拳銃)을발사(發射)하였다. 탄환(彈丸)은그의왼편가슴을관통(貫通)하였으나그의심장(心臟)은바른편에있다.
□ 6
모형심장(模型心臟)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지각(遲刻)한내꿈에서나는극형(極刑)을받았다. 내꿈을지배(支配)하는자(者)는내가아니다. 악수(握手)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封鎖)한거대(巨大)한죄(罪)가있다.
조선중앙일보, 1934. 8. 8
시제십이호 이상
시제십이호(詩第十二號)
때묻은빨래조각이한뭉텅이공중(空中)으로날라떨어진다. 그것은흰비둘기의떼다. 이손바닥만한한조각하늘저편에전쟁(戰爭)이끝나고평화(平和)가왔다는선전(宣傳)이다. 한무더기비둘기의떼가깃에묻은때를씻는다. 이손바닥만한하늘이편에방망이로흰비둘기의떼를때려죽이는불결(不潔)한전쟁(戰爭)이시작(始作)된다. 공기(空氣)에숯검정이가지저분하게묻으면흰비둘기의떼는또한번이손바닥만한하늘저편으로날아간다.
조선중앙일보, 1934. 8. 4
시제십일호 이상
시제십일호(詩第十一號)
그사기컵은내해골(骸骨)과흡사하다. 내가그컵을손으로꼭쥐었을때내팔에서는난데없는팔하나가접목(接木)처럼돋히더니그팔에달린손은그사기컵을번쩍들어마룻바닥에메어부딪는다. 내팔은그사기컵을사수(死守)하고있으니산산(散散)이깨어진것은그럼그사기컵과흡사한내해골(骸骨)이다. 가지났던팔은배암과같이내팔로기어들기전(前)에내팔이혹(或)움직였던들홍수(洪水)를막은백지(白紙)는찢어졌으리라. 그러나내팔은여전(如前)히그사기컵을사수(死守)한다.
조선중앙일보, 1934. 8. 4
시제십호 나비 이상
시제십호(詩第十號) 나비
찢어진벽지(壁紙)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그것은유계(幽界)에낙역(絡繹)되는비밀(秘密)한통화구(通話口)다. 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鬚髥)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날개축처어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 통화구(通話口)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드키나비도날라가리라. 이런말이결(決)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조선중앙일보, 1934. 8. 3
시제육호 이상
시제육호(詩第六號)
앵무(鸚鵡) ※ 이필(二匹)
이필(二匹)
※ 앵무(鸚鵡)는포유류(哺乳類)에속(屬)하느니라.
내가이필(二匹)을아아는것은내가이필(二匹)을아알지못하는것이니라. 물론(勿論)나는희망(希望)할것이니라.
앵무(鸚鵡) 이필(二匹)
ꡒ이소저(小姐)는신사(紳士)이상(李箱)의부인(夫人)이냐ꡓꡒ그렇다ꡓ
나는거기서앵무(鸚鵡)가노(怒)한것을보았느니라. 나는부끄러워서얼굴이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鸚鵡) 이필(二匹)
이필(二匹)
물론(勿論)나는추방(追放)당하였느니라. 추방(追放)당할것까지도없이자퇴(自退)하였느니라. 나의체구(體軀)는중축(中軸)을상실(喪失)하고또상당(相當)히창량하여그랬던지나는미미(微微)하게체읍(涕泣)하였느니라.
ꡒ저기가저기지ꡓ ꡒ나ꡓ ꡒ나의―아―너와나ꡓ
ꡒ나ꡓ
sCANDAL이라는것은무엇이냐. ꡒ너ꡓ ꡒ너구나ꡓ
ꡒ너지ꡓ ꡒ너다ꡓ ꡒ아니다 너로구나ꡓ
나는함뿍젖어서그래서수류(獸類)처럼도망(逃亡)하였느니라. 물론(勿論)그것을아아는사람혹(或)은보는사람은없었지만그러나과연(果然)그럴는지그것조차그럴는지.
조선중앙일보, 1934. 7. 31
시제이호 이상
시제이호(詩第二號)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조선중앙일보, 1934. 7. 25
시제일호 이상
시제일호(詩第一號)
13의아해(兒孩)가도로(道路)로질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適當)하오.)
제(第)1의아해(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제(第)2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3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4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5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6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7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8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9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10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11의아해(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제(第)12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제(第)13의아해(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人)의아해(兒孩)는무서운아해(兒孩)와무서워하는아해(兒孩)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事情)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中)에1인(人)의아해(兒孩)가무서운아해(兒孩)라도좋소.
그중(中)에2인(人)의아해(兒孩)가무서운아해(兒孩)라도좋소.
그중(中)에2인(人)의아해(兒孩)가무서워하는아해(兒孩)라도좋소.
그중(中)에1인(人)의아해(兒孩)가무서워하는아해(兒孩)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適當)하오.)
13인(人)의아해(兒孩)가도로(道路)로질주(疾走)하지아니하여도좋소.
조선중앙일보, 1934. 7. 24
시제칠호 이상
시제칠호(詩第七號)
구원적거(久遠謫居)의지(地)의일지(一枝)․일지(一枝)에피는현화(顯花)․특이(特異)한사월(四月)의화초(花草)․삼십륜(三十輪)․삼십륜(三十輪)에전후(前後)되는양측(兩側)의명경(明鏡)․맹아(萌芽)와같이희희(戱戱)하는지평(地平)을향(向)하여금시금시낙백(落魄)하는만월(滿月)․청간(淸澗)의기(氣)가운데만신창이(滿身瘡痍)의만월(滿月)이의형당(當)하여혼륜(渾淪)하는․적거(謫居)의지(地)를관류(貫流)하는일봉가신(一封家信)․나는근근(僅僅)히차대(遮戴)하였더라․몽몽한월아(月芽)․정밀(靜謐)을개엄(蓋掩)하는대기권(大氣圈)의요원(遙遠)․거대(巨大)한곤비(困憊)가운데의일년(一年)사월(四月)의공동(空洞)․반산전도(槃散顚倒)하는성좌(星座)와성좌(星座)의천렬(千裂)된사호동(死胡同)을포도하는거대(巨大)한풍설(風雪)․강매․혈홍(血紅)으로염색(染色)된암염(岩鹽)의분쇄(粉碎)나의뇌(腦)를피뢰침(避雷針)삼아침하반과(沈下搬過)되는광채(光彩)임리한망해(亡骸)․나는탑배(塔配)하는독사(毒蛇)와같이지평(地平)에식수(植樹)되어다시는기동(起動)할수없었더라․천량(天亮)이올때까지
조선중앙일보, 1934. 8. 1
아침 -1- 이상
아침 -1-
캄캄한공기(空氣)를마시면폐(肺)에해(害)롭다. 폐벽(肺壁)에끌음이앉는다. 밤새도록나는몸살을앓는다. 밤은참많기도하더라. 실어내가기도하고실어들여오기도하고하다가잊어버리고새벽이된다. 폐(肺)에도아침이켜진다. 밤사이에무엇이없어졌나살펴본다. 습관(習慣)이도로와있다. 다만내치사(侈奢)한책이여러장찢겼다. 초췌(憔悴)한결론(結論)위에아침햇살이자세(仔細)히적힌다. 영원(永遠)히그코없는밤은오지않을듯이.
톨릭청년, 1936. 2
아침 -2- 이상
아침 -2-
안해는낙타(駱駝)를닮아서편지를삼킨채로죽어가나보다. 벌써나는그것을읽어버리고있다. 안해는그것을아알지못하는것인가. 오전(午前)열시(十時)전등(電燈)을끄려고한다. 안해가만류(挽留)한다. 꿈이부상(浮上)되어있는것이다. 석달동안안해는회답(回答)을쓰고자하여상금(尙今)써놓지는못하고있다. 한장얇은접시를닮아안해의표정(表情)은창백(蒼白)하게수척(瘦瘠)하여있다. 나는외출(外出)하지아니하면아니된다. 나에게부탁(付託)하면된다. 네애인(愛人)을불러줌세아드레스도알고있는데
이상전집, 1956
얼굴 이상
얼굴&
배고픈얼굴을본다.
반드르르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배고픈얼굴은있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저사내어머니의얼굴은박색(薄色)임에틀림없겠지만저사내아버지의얼굴은잘생겼을것임에틀림없다고함은저사내아버지는워낙은부자(富者)였던것인데저사내어머니를취(聚)한후(後)로는급작히가난든것임에틀림없다고생각되기때문이거니와참으로아해(兒孩)라고하는것은아버지보담도어머니를더닮는다는것은그무슨얼굴을말하는것이아니라성행(性行)을말하는것이지만저사내얼굴을보면저사내는나면서이후(以後)대체(大體)웃어본적이있었느냐고생각되리만큼험상궂은얼굴이라는점으로보아저사내는나면서이후(以後)한번도웃어본적이없었을뿐만아니라울어본적도없었으리라믿어지므로더욱더험상궂은얼굴임은즉(卽)저사내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자라났기때문에그럴것이라고생각되지만저사내아버지는웃기도하고하였을것임에는틀림없을것이지만대체(大體)로아해(兒孩)라고하는것은곧잘무엇이나숭내내는성질(性質)이있음에도불구하고저사내가조금도웃을줄을모르는것같은얼굴만을하고있는것으로본다면저사내아버지는해외(海外)를방랑(放浪)하여저사내가제법사람구실을하는저사내로장성한후(後)로도아직돌아오지아니하던것임에틀림이없다고생각되기때문에또그렇다면저사내어머니는대체(大體)어떻게그날그날을먹고살아왔느냐하는것이문제(問題)가될것은물론(勿論)이지만어쨌든간에저사내어머니는배고팠을것임에틀림없으므로배고픈얼굴을하였을것임에틀림없는데귀여운외톨자식인지라저사내만은무슨일이있든간에배고프지않도록하여서길러낸것임에틀림없을것이지만아무튼아해(兒孩)라고하는것은어머니를가장의지(依支)하는것인즉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저것이정말로마땅스런얼굴이구나하고믿어버리고선어머니의얼굴만을열심(熱心)으로숭내낸것임에틀림없는것이어서그것이지금(只今)은입에다금(金)니를박은신분(身分)과시절(時節)이되었으면서도이젠어쩔수도없으리만큼굳어버리고만것이나아닐까고생각되는것은무리(無理)도없는일인데그것은그렇다하더라도반드르르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저험상궂은배고픈얼굴은있느냐.
조선과 건축, 1931. 8
역단 이상
역단(易斷)
그이는백지(白紙)위에다연필(鉛筆)로한사람의운명(運命)을흐릿하게초(草)를잡아놓았다. 이렇게홀홀한가. 돈과과거(過去)를거기다가놓아두고잡답(雜踏)속으로몸을기입(記入)하여본다. 그러나거기는타인(他人)과약속(約束)된악수(握手)가있을뿐, 다행(多幸)히공란(空欄)을입어보면장광(長廣)도맞지않고안드린다. 어떤빈터전을찾아가서실컷잠자코있어본다. 배가아파들어온다. 고(苦)로운발음(發音)을다삼켜버린까닭이다. 간사(奸邪)한문서(文書)를때려주고또멱살을잡고끌고와보면그이도돈도없어지고피곤(疲困)한과거(過去)가멀거니앉아있다. 여기다좌석(座席)을두어서는안된다고그사람은이로위치(位置)를파헤쳐놓는다. 비켜서는악식(惡息)에허망(虛妄)과복수(複讐)를느낀다. 그이는앉은자리에서그사람이평생(平生)을살아보는것을보고는살짝달아나버렸다.
톨릭청년, 1936. 2
운동 이상
운동(運動)
일층(一層)우에있는이층(二層)우에있는삼층(三層)우에있는옥상정원(屋上庭園)에올라서남(南)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북(北)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해서옥상정원(屋上庭園)밑에있는삼층(三層)밑에있는이층(二層)밑에있는일층(一層)으로내려간즉동(東)쪽에서솟아오른태양(太陽)이서(西)쪽에떨어지고동(東)쪽에서솟아올라서(西)쪽에떨어지고동(東)쪽에서솟아올라서(西)쪽에떨어지고동(東)쪽에서솟아올라하늘한복판에와있기때문에시계(時計)를꺼내본즉서기는했으나시간(時間)은맞는것이지만시계(時計)는나보담도젊지않으냐하는것보담은나는시계(時計)보다는늙지아니하였다고아무리해도믿어지는것은필시그럴것임에틀림없는고로나는시계(時計)를내동댕이쳐버리고말았다.
조선과 건축, 1931. 8
위치 이상
위치(位置)
중요(重要)한위치(位置)에서한성격(性格)의심술이비극(悲劇)을연역(演繹)하고있을즈음범위(範圍)에는타인(他人)이없었던가. 한주(株)―분(盆)에심은외국어(外國語)의관목(灌木)이막돌아서서나가버리려는동기(動機)요화물(貨物)의방법(方法)이와있는의자(椅子)가주저앉아서귀먹은체할때마침내가구두(句讀)처럼고사이에낑기어들어섰으니나는내책임(責任)의맵시를어떻게해보여야하나. 애화(哀話)가주석(註釋)됨을따라나는슬퍼할준비(準備)라도하노라면나는못견뎌모자(帽子)를쓰고밖으로나가버렸는데웬사람하나가여기남아내분신(分身)제출(提出)할것을잊어버리고있다.
조선일보, 1936. 10. 8
육친 이상
육친(肉親)
크리스트에혹사(酷似)한남루(襤褸)한사나이가있으니이이는그의종생(終生)과운명(殞命)까지도내게떠맡기려는사나운마음씨다. 내시시각각(時時刻刻)에늘어서서한시대(時代)나눌변(訥辯)인트집으로나를위협(威脅)한다. 은애(恩愛)―나의착실(着實)한경영(經營)이늘새파랗게질린다. 나는이육중한크리스트의별신(別身)을암살(暗殺)하지않고는내문벌(門閥)과내음모(陰謀)를약탈(掠奪)당할까참걱정이다. 그러나내신선(新鮮)한도망(逃亡)이그끈적끈적한청각(聽覺)을벗어버릴수가없다.
조선일보, 1936. 10. 9
육친의 장 이상
육친(肉親)의 장(章)
나는24세(歲). 어머니는바로이낫새에나를낳은것이다. 성(聖)쎄바스티앙과같이아름다운동생․로오자룩셈불크의목상(木像)을닮은막내누이․어머니는우리들삼인(三人)에게잉태(孕胎)분만(分娩)의고락(苦樂)을말해주었다. 나는삼인(三人)을대표(代表)하여―드디어―
`어머니 우린 좀더형제가있었음싶었답니다'
―드디어어머니는동생버금으로잉태(孕胎)하자육개월(六個月)로서유산(流産)한전말(顚末)을고(告)했다.
`그녀석은 사내댔는데 올해는19'(어머니의한숨)
삼인(三人)은서로들아알지못하는형제(兄弟)의환영(幻影)을그려보았다. 이만큼이나컸지―하고형용(形容)하는어머니의팔목과주먹은수척(瘦瘠)하여있다. 두번씩이나객혈(喀血)을한내가냉정(冷情)을극(極)하고있는가족(家族)을위(爲)하야빨리안해를맞아야겠다고초조(焦燥)하는마음이었다. 내가24세(歲) 나도어머니가나를낳으시드키무엇인가를낳아야겠다고생각하는것이었다.
이상전집, 1956
이런 시 이상
이런 시(詩)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危險)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필시(必是)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悽)량한생각에서아래와같은작문(作文)을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平生)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 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라.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詩)는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톨릭청년, 1933. 7
이상한 가역반응 이상
이상(異常)한 가역반응(可逆反應)
임의(任意)의반경(半徑)의원(圓)(과거분사(過去分詞)의시세(時勢))
원내(圓內)의일점(一點)과원외(院外)의일점(一點)을결부(結付)한직선(直線)
이종류(二種類)의존재(存在)의시간적영향성(時間的影響性)
(우리들은이것에관하여무관심하다)
`직선(直線)은원(圓)을살해(殺害)하였는가'
현미경(顯微鏡)
그밑에있어서는인공(人工)도자연(自然)과다름없이현상(現象)되었다.
□ ×
같은날의오후(午後)
물론(勿論)태양(太陽)이존재(存在)하여있지아니하면아니될처소(處所)에존재(存在)하여있었을뿐만아니라그렇게하지아니하면아니될보조(步調)를미화(美化)하는일까지도하지아니하고있었다.
발달(發達)하지도아니하고발전(發展)하지도아니하고
이것은분노(憤怒)이다.
철책(鐵柵)밖의백대리석건축물(白大理石建築物)이웅장(雄壯)하게서있던
진진(眞眞)5˝의각(角)바아의나열(羅列)에서
육체(肉體)에대(對)한처분법(處分法)을센티멘탈리즘하였다.
목적(目的)이있지아니하였더니만큼냉정(冷靜)하였다.
태양(太陽)이땀에젖은잔등을내려쬐였을때
그림자는잔등전방(前方)에있었다.
사람은말하였다.
ꡒ저변비증환자(便秘症患者)는부자(富者)집으로식염(食鹽)을얻으러들어가고자희망(希望)하고있는것이다ꡓ라고
………
조선과 건축, 1931. 7
이인……1…… 이상
이인(二人)……1……
기독(基督)은남루(襤褸)한행색(行色)으로설교(說敎)를시작했다.
아아ㄹ․카오보네는감람산(橄欖山)을산(山)채로납촬(拉撮)해갔다.
천구백삼십년(一九三○년)이후(以後)의일―.
네온싸인으로장식(裝飾)된어느교회입구(敎會入口)에서는뚱뚱보카아보네가볼의상흔(傷痕)을신축(伸縮)시켜가면서입장권(入場券)을팔고있었다.
조선과 건축, 1931. 8
이인……2…… 이상
이인(二人)……2……
아아ㄹ․카오보네의화폐(貨幣)는참으로광(光)이나고메달로하여도좋을만하나기독(基督)의화폐(貨幣)는보기숭할지경으로빈약(貧弱)하고해서아뭏든돈이라는자격(資格)에서는일보(一步)도벗어나지못하고있다.
카오보네가프렛상으로보내어준프록․코오트를기독(基督)은최후(最後)까지거절(拒絶)하고말았다는것은유명(有名)한이야기거니의당(宜當)한일이아니겠는가.
조선과 건축, 1931. 8
자상 이상
자상(自像)
여기는어느나라의데드마스크다. 데드마스크는도적(盜賊)맞았다는소문도있다. 풀이극북(極北)에서파과(破瓜)하지않던이수염은절망(絶望)을알아차리고생식(生殖)하지않는다. 천고(千古)로창천(蒼天)이허방빠져있는함정(陷穽)에유언(遺言)이석비(石碑)처럼은근히침몰(沈沒)되어있다. 그러면이곁을생소(生疎)한손짓발짓의신호(信號)가지나가면서무사(無事)히스스로와한다. 점잖던내용(內容)이이재저래구기기시작이다.
조선일보, 1936. 10. 9
작품 제3번 이상
작품(作品) 제3번
구강(口腔)의 색채(色彩)를 알지 못한다―새빨간 사과의 빛깔을―
미래(未來)의 끝남은 면도(面刀)칼을 쥔 채 잘려 떨어진 나의 팔에 있다
이것은 시작됨인 `미래(未來)의 끝남'이다 과거(過去)의 시작됨은 잘라 버려진 나의 손톱의 발아(發芽)에 있다 이것은 끝남인 `과거(過去)의 시작됨'이다
□ 1
나 같은 불모지(不毛地)를 지구(地球)로 삼은 나의 모발(毛髮)을 나는 측은해한다
나의 살갗에 발라진 향기(香氣) 높은 향수(香水) 나의 태양욕(太陽浴)
용수(榕樹)처럼 나는 끈기 있게 지구(地球)에 뿌리를 박고 싶다 사나토리움의 한 그루 팔손이나무보다도 나는 가난하다
나의 살갗이 나의 모발(毛髮)에 이러함과 같이 지구(地球)는 나에게 불모지(不毛地)라곤 나는 생각지 않는다
잘려진 모발(毛髮)을 나는 언제나 땅 속에 매장(埋葬)한다―아니다 식목(植木)한다
□ 2
유치장(留置場)에서 즈로오스의 끈마저 빼앗긴 양가(良家)집 규수(閨秀)는 한 자루 가위를 경관(警官)에게 요구(要求)했다
―저는 무기(武器)를 생산(生産)하는 거예요
이윽고 자라나는 규수(閨秀)의 단발(斷髮)한 모발(毛髮)
신(神)은 사람에게 자살(自殺)을 암시(暗示)하고 있다……고 독두옹(禿頭翁)이여 생각지 않습니까?
나의 눈은 둘 있는데 별은 하나밖에 없다 폐허(廢墟)에 선 눈물―눈물마저 하오(下午)의 것인가 불행(不幸)한 나무들과 함께 나는 우두커니 서 있다
폐허(廢墟)는 봄 봄은 나의 고독(孤獨)을 쫓아버린다
나는 어디로 갈까? 나의 희망(希望)은 과거분사(過去分詞)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
폐허(廢墟)에서 나는 나의 고독(孤獨)을 주어 모았다
봄은 나의 추억(追憶)을 무지(無地)로 만든다 나머지를 눈물이 씻어버린다
낮 지난 별은 이제 곧 사라진다
낮 지난 별은 사라져야만 한다
나는 이제 발을 떼어 놓지 아니하면 아니되는 것이다
바람은 봄을 뒤흔든다 그럴 때마다 겨울이 겨울에 포개진다
바람 사이사이로 녹색(綠色) 바람이 새어 나온다 그것은 바람 아닌 향기(香氣)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묻어버리지 아니하면 아니된다 나는 흙을 판다
흙 속에는 봄의 식자(植字)가 있다
지상(地上)에서 봄이 만재(滿載)될 때 내가 묻은 것은 광맥(鑛脈)이 되는 것이다
이미 바람이 아니 불게 될 때 나는 나의 행복(幸福)만을 파내게 된다
봄이 아주 와 버렸을 때에는 나는 나의 광굴(鑛窟)의 문을 굳게 닫을까 한다
남자(男子)의 수염이 자수(刺繡)처럼 아름답다
얼굴이 수염 투성이가 되었을 때 모근(毛根)은 뼈에까지 다다라 있었다
조선중앙일보, 1934. 7. 25
절벽 이상
절벽(絶壁)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香)기롭다. 향기(香氣)가만개(滿開)한다. 나는거기묘혈(墓穴)을판다. 묘혈(墓穴)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墓穴)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香)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香氣)가만개(滿開)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再)처거기묘혈(墓穴)을판다. 묘혈(墓穴)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墓穴)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香)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조선일보, 1936. 10. 6
정식 이상
정식(正式)
□ 정식(正式) Ⅰ
해저(海底)에가라앉는한개닻처럼소도(小刀)가그구간(軀幹)속에멸형(滅形)하여버리더라완전(完全)히닳아없어졌을때완전(完全)히사망(死亡)한한개소도(小刀)가위치(位置)에유기(遺棄)되어있더라
□ 정식(正式) Ⅱ
나와그알지못할험(險)상궂은사람과나란히앉아뒤를보고있으면기상(氣象)은몰수(沒收)되어없고선조(先祖)가느끼던시사(時事)의증거(證據)가최후(最後)의철(鐵)의성질(性質)로두사람의교제(交際)를금(禁)하고있고가졌던농담(弄談)의마지막순서(順序)를내어버리는이정돈(停頓)한암흑(暗黑)가운데의분발(奮發)은참비밀(秘密)이다그러나오직그알지못할험(險)상궂은사람은나의이런노력(努力)의기색(氣色)을어떻게살펴알았는지그때문에그사람이아무것도모른다하여나는또그때문에억지로근심하여야하고지상(地上)맨끝정리(整理)인데도깨끗이마음놓기참어렵다.
□ 정식(正式) Ⅲ
웃을수있는시간(時間)을가진표본(標本)두개골(頭蓋骨)에근육(筋肉)이없다
□ 정식(正式) Ⅳ
너는누구냐그러나문(門)밖에와서문(門)을두다리며문(門)을열라고외치니나를찾는일심(一心)이아니고또내가너를도무지모른다고한들나는차마그대로내어버려둘수는없어서문(門)을열어주려하나문(門)은안으로만고리가걸린것이아니라밖으로도너는모르게잠겨있으니안에서만열어주면무엇을하느냐너는누구기에구태여닫힌문(門)앞에탄생(誕生)하였느냐
□ 정식(正式) Ⅴ
키가크고유쾌(愉快)한수목(樹木)이키작은자식(子息)을낳았다궤조(軌條)가평편(平偏)한곳에풍매식물(風媒植物)의종자(種子)가떨어지지만냉담(冷膽)한배척(排斥)이한결같이관목(灌木)은초엽(草葉)으로쇠약(衰弱)하고초엽(草葉)은하향(下向)하고그밑에서청사(靑蛇)는점점(漸漸)수척(瘦瘠)하여가고땀이흐르고머지않은곳에서수은(水銀)이흔들리고숨어흐르는수맥(水脈)에말뚝박는소리가들렸다
□ 정식(正式) Ⅵ
시계(時計)가뻐꾸기처럼뻐꾹거리길래쳐다보니목조(木造)뻐꾸기하나가와서모으로앉는다그럼저게울었을리(理)도없고제법울까싶지도못하고그럼아까운뻐꾸기는날아갔나
톨릭청년, 1935. 4
지비 이상
지비(紙碑)
□ 지비(紙碑) 1
안해는 아침이면 외출(外出)한다 그날에 해당(該當)한 한남자(男子)를 속이려 가는것이다 순서(順序)야 바뀌어도 하루에한남자(男子)이상(以上)은 대우(待遇)하지않는다고 안해는말한다 오늘이야말로 정말 돌아오지않으려나보다하고 내가 완전(完全)히 절망(絶望)하고 나면 화장(化粧)은있고 인상(人相)은없는얼굴로 안해는 형용(形容)처럼 간단(簡單)히 돌아온다 나는 물어보면 안해는 모두솔직(率直)히 이야기한다 나는 안해의일기(日記)에 만일(萬一) 안해가나를 속이려들었을때 함직한속기(速記)를 남편(男便)된자격(資格)밖에서 민첩(敏捷)하게 대서(代書)한다.
□ 지비(紙碑) 2
안해는 정말 조류(鳥類)였던가보다 안해가 그렇게수척(瘦瘠)하고 거벼워졌는데도날으지못한것은 그손까락에 낑기웠던 반지때문이다 오후(午後)에는 늘 분(粉)을바를 때 벽(壁)한겹걸러서 나는 조롱(鳥籠)을 느낀다 얼마안가서 없어질때까지 그 파르스레한 주둥이로 한번도 쌀알을 쪼으려들지않았다 또 가끔 미닫이를열고 창공(蒼空)을 쳐다보면서도 고운목소리로 지저귀려들지않았다 안해는 날을줄과 죽을줄이나 알았지 지상(地上)에 발자국을 남기지않았다 비밀(秘密)한발을 늘버선신고 남에게 안보이다가 어느날 정말 안해는 없어졌다 그제야 처음방(房)안에 조분(鳥糞)내음새가 풍기고 날개퍼덕이던 상처(傷處)가 도배위에 은근하다 헤뜨러진 깃부시러기를 쓸어모으면서 나는 세상(世上)에도 이상스러운것을얻었다 산탄(散彈) 아아안해는 조류(鳥類)이면서 염체 닫과같은쇠를 삼켰더라그리고 주저앉았었더라 산탄(散彈)은 녹슬었고 솜털내음새도 나고 천근(千斤)무게더라 아아
□ 지비(紙碑) 3
이방(房)에는 문패(門牌)가없다 개는이번에는 저쪽을 향(向)하여짖는다 조소(嘲笑)와같이 안해의벗어놓은 버선이 나같은공복(空腹)을 표정(表情)하면서 곧걸어갈것같다 나는 이방(房)을 첩첩이닫치고 출타(出他)한다 그제야 개는 이쪽을향(向)하여 마지막으로 슬프게짖는다.
조선중앙일보, 1935. 9. 15
천구백삼십삼, 육, 일 이상
천구백삼십삼(一九三三), 육(六), 일(一)
천칭(天秤)위에서 삼십년(三十年)동안이나 살아온사람(어떤과학자(科學者)) 삼십만개(三十萬個)나넘는 별을 다헤어놓고만 사람(역시(亦是)) 인간(人間)칠십(七十)아니 이십사년(二十四年)동안이나 뻔뻔히살아온 사람(나) 나는 그날 나의 자서전에 자필(自筆)의 부고(訃告)를 삽입(揷入)하였다 이후(以後) 나의 육신(肉身)은 그런 고향(故鄕)에는있지않았다. 나는 자신(自身) 나의 시(詩)가 차압(差押)당(當)하는꼴을 목도(目睹)하기는차마 어려웠기 때문에.
톨릭청년, 1933. 7
청령 이상
청령
건드리면손끝에묻을듯이빨간봉선화(鳳仙花)
너울너울하마날아오를듯하얀봉선화(鳳仙花)
그리고어느틈엔가남(南)으로고개를돌리는듯한일편단심(一片丹心)의해바라기―
이런꽃으로꾸며졌다는고호의무덤은참얼마나미(美)로우리까.
산(山)은맑은날바라보아도
늦은봄비에젖은듯보얗습니다.
포푸라는마을의지표(指標)와도같이
실바람에그뽑은듯헌출한키를
포물선(抛物線)으로굽혀가면서진공(眞空)과같이마알간대기(大氣)속에서
원경(遠景)을축소(縮少)하고있습니다.
몸과나래도가벼운듯이잠자리가활동(活動)입니다
헌데그것은과연(果然)날고있는걸까요
흡사(恰似)진공(眞空)속에서라도날을법한데,
혹(或)누가눈에보이지않는줄을이리저리당기는것이아니겠나요.
조선시집, 1943
최후 이상
최후(最後)
능금한알이추락(墜落)하였다. 지구(地球)는부서질정도(程度)만큼상(傷)했다. 최후(最後).
이미여하(如何)한정신(精神)도발아(發芽)하지아니한다.
이상전집, 1956
추구 이상
추구(追求)
안해를즐겁게할조건(條件)들이틈입(闖入)하지못하도록나는창호(窓戶)를닫고밤낮으로꿈자리가사나와서가위를눌린다어둠속에서무슨내음새의꼬리를체포(逮捕)하여단서(端緖)로내집내미답(未踏)의흔적(痕跡)을추구(追求)한다. 안해는외출(外出)에서돌아오면방(房)에들어서기전에세수(洗手)를한다. 닮아온여러벌표정(表情)을벗어버리는추행(醜行)이다. 나는드디어한조각독(毒)한비누를발견(發見)하고그것을내허위(虛僞)뒤에다살짝감춰버렸다. 그리고이번꿈자리를예기(豫期)한다.
조선일보, 1936. 10. 4
침몰 이상
침몰(沈歿)
죽고싶은마음이칼을찾는다. 칼은날이접혀서펴지지않으니날을노호(怒號)하는초조(焦燥)가절벽(絶壁)에끊치려든다. 억지로이것을안에떠밀어놓고또간곡(懇曲)히참으면어느결에날이어디를건드렸나보다. 내출혈(內出血)이뻑뻑해온다. 그러나피부(皮膚)에상(傷)채기를얻을길이없으니악령(惡靈)나갈문(門)이없다. 가친자수(自殊)로하여체중(體重)은점점무겁다.
조선일보, 1936. 10. 4
파첩 이상
파첩(破帖)
□ 1
우아(優雅)한여적(女賊)이 내뒤를밟는다고 상상(想像)하라
내문(門) 빗장을 내가지르는소리는내심두(心頭)의동결(凍結)하는녹음(錄音)이거나, 그`겹'이거나……
―무정(無情)하구나―
등(燈)불이 침침하니까 여적(女賊) 유백(乳白)의나체(裸體)가 참 매력(魅力)있는 오예(汚穢)―가 아니면 건정(乾淨)이다
□ 2
시가전(市街戰)이끝난도시(都市) 보도(步道)에`마(麻)'가어지럽다. 당도(黨道)의 명(命)을 받들고 월광(月光)이 이`마(麻)'어지러운위에 먹을즐느니라
(색(色)이여보호색(保護色)이거라) 나는이런일을흉내내어껄껄껄
□ 3
인민(人民)이 퍽죽은모양인데거의망해(亡骸)를남기지않았다 처참(悽慘)한포화(砲火)가 은근히 습기(濕氣)를부른다 그런다음에는세상(世上)것이발아(發芽)치않는다 그러고야음(夜陰)이야음(夜陰)에계속(繼續)된다
후는 드디어 깊은수면(睡眠)에빠졌다 공기(空氣)는유백(乳白)으로화장(化粧)되고
나는?
사람의시체(屍體)를밟고집으로돌아오는길에피부면(皮膚面)에털이솟았다 멀리 내뒤에서 내독서(讀書)소리가들려왔다
□ 4
이 수도(首都)의 폐허(廢墟)에 왜 체신(遞信)이었나
응? (조용합시다 할머니의하문(下門)입니다)
□ 5
쉬―트위에 내희박(稀薄)한윤곽(輪廓)이찍혔다 이런두개골(頭蓋骨)에는 해부도(解剖圖)가참가(參加)하지않는다
내정면(正面)은가을이다 단풍(丹楓)근방에투명(透明)한홍수(洪水)가침전(沈澱)한다
수면(睡眠)뒤에는손가락끝이농황(濃黃)의소변(小便)으로 차겁더니 기어방울이져서 떨어졌다
□ 6
건너다보이는이층(二層)에서대륙(大陸)계집들창을닫아버린다닫기전(前)에침을뱉앝았다
마치 내게사격(射擊)하듯이…….
실내(室內)에전개(展開)될생각하고 나는질투(嫉妬)한다 상기(上氣)한사지(四肢)를벽(壁)에기대어 그 침을 들여다보면 음란(淫亂)한 외국어(外國語)가하고많은 세균(細菌)처럼 꿈틀거린다
나는 홀로 규방(閨房)에병신(病身)을기른다 병신(病身)은가끔질식(窒息)하고혈순(血循)이여기저기서 망설거린다
□ 7
단추를감춘다 남보는데서 `싸인'을하지말고…….어디어디 암살(暗殺)이 부엉이처럼 드새는지―누구든지모른다
□ 8
……보도(步道) `마이크로폰'은 마지막발전(發電)을 마쳤다
야음(夜陰)을발굴(發掘)하는월광(月光)―
사체(死體)는 잊어버린 체온(體溫)보다훨씬차다 회신(灰燼)위에 서리가 나렸건만……
별안간 파상철판(波狀鐵板)이넘어졌다 완고(頑固)한음향(音響)에는 여운(餘韻)도없다
그밑에서 늙은 의원(議員)과 늙은 교수(敎授)가 번차례로강연(講演)한다
`무엇이 무엇과 와야만하느냐'
이들의상판은 개개(個個) 이들의선배(先輩)상판을닮았다
오유(烏有)된역(驛)구내(構內)에화물차(貨物車)가 우뚝하다 향(向)하고있다
□ 9
상장(喪章)을붙인암호(暗號)인가 전류(電流)위에올라앉아서 사멸(死滅)의 `가나안'을 지시(指示)한다
도시(都市)의 붕락(崩落)은 아―풍설(風說)보다빠르다
□ 10
시청(市廳)은법전(法典)을감추고 산란(散亂)한 처분(處分)을 거절(拒絶)하였다.
`콩크리―트'전원(田園)에는 초근목피(草根木皮)도없다 물체(物體)의음영(陰影)에생리(生理)가없다
―고독(孤獨)한기술사(奇術師)`카인'은도시관문(都市關門)에서인력거(人力車)를나리고항용 이거리를완보(緩步)하리라
자오선, 1937. 11
파편의 경치― 이상
파편(破片)의 경치(景致)―
나는하는수없이울었다
전등(電燈)이담배를피웠다
▽은1/W이다
□ ×
▽이여! 나는괴롭다
나는유희(遊戱)한다
▽의슬립퍼어는과자(菓子)와같지아니하다
어떻게나는울어야할것인가
□ ×
쓸쓸한들판을생각하고
쓸쓸한눈내리는날을생각하고
나의피부(皮膚)를생각지아니한다
기억(記憶)에대(對)하여나는강체(剛體)이다
정말로
ꡒ같이노래부르세요ꡓ
하면서나의무릎을때렸을터인일에대(對)하여
▽는나의꿈이다
스틱크! 자네는쓸쓸하며유명(有名)하다
어찌할것인가
마침내▽을매장(埋葬)한설경(雪景)이었다
조선과 건축, 1931. 7
한개의 밤 이상
한개(個)의 밤
여울에서는도도(滔滔)한소리를치며
비류강(沸流江)이흐르고있다.
그수면(水面)에아른아른한자색층(紫色層)이어린다.
십이봉(十二峰)봉우리로차단(遮斷)되어
내가서성거리는훨씬후력(後力)까지도이미황혼(黃昏)이깃들어있다
으스름한대기(大氣)를누벼가듯이
지하(地下)로지하(地下)로숨어버리는하류(河流)는검으틱틱한게퍽은싸늘하구나.
십이봉(十二峰)사이로는
빨갛게물든노을이바라보이고
종(鐘)이울린다.
불행(不幸)이여
지금강변(江邊)에황혼(黃昏)의그늘
땅을길게뒤덮고도오히려남을손불행(不幸)이여
소리날세라신방(新房)에창장(窓帳)을치듯
눈을감은자(者)나는보잘것없이낙백(落魄)한사람.
이젠아주어두워들어왔구나
십이봉(十二峰)사이사이로
하마별이하나둘모여들기시작(始作)아닐까
나는그것을보려고하지않았을뿐
차라리초원(草原)의어느일점(一點)을응시(凝視)한다.
문(門)을닫은것처럼캄캄한색(色)을띠운채
이제비류강(沸流江)은무겁게도도사려앉는것같고
내육신(肉身)도천근(千斤)
주체할도리(道理)가없다.
조선시집, 1943
행로 이상
행로(行路)
기침이난다. 공기(空氣)속에공기(空氣)를힘들여배앝아놓는다. 답답하게걸어가는길이내스토오리요기침해서찍는구두(句讀)를심심한공기(空氣)가주물러서삭여버린다. 나는한장(章)이나걸어서철로(鐵路)를건너지를적에그때누가내경로(經路)를디디는이가있다. 아픈것이비수(匕首)에베어지면서철로(鐵路)와열십자(十字)로어울린다. 나는무너지느라고기침을떨어뜨린다. 웃음소리가요란하게나더니자조(自嘲)하는표정(表情)위에독(毒)한잉크가끼얹힌다. 기침은사념(思念)위에그냥주저앉아서떠든다. 기가탁막힌다.
톨릭청년, 1936. 2
화로 이상
화로(火爐)
방(房)거죽에극한(極寒)이와닿았다. 극한(極寒)이방(房)속을넘본다. 방(房)안은견딘다. 나는독서(讀書)의뜻과함께힘이든다. 화로(火爐)를꽉쥐고집의집중(集中)을잡아땡기면유리창(窓)이움폭해지면서극한(極寒)이혹처럼방(房)을누른다. 참다못하여화로(火爐)는식고차겁기때문에나는적당(適當)스러운방(房)안에서쩔쩔맨다. 어느바다에조수(潮水)가미나보다. 잘다져진방(房)바닥에서어머니가생(生)기고어머니는내아픈데에서화로(火爐)를떼어가지고부엌으로나가신다. 나는겨우폭동(暴動)을기억(記憶)하는데내게서는억지로가지가돋는다. 두팔을벌리고유리창을가로막으면빨래방망이가내등의더러운의상(衣裳)을뚜들긴다. 극한(極寒)을걸커미는어머니―기적(奇蹟)이다. 기침약(藥)처럼따끈따끈한화로(火爐)를한아름담아가지고내체온(體溫)위에올라서면독서(讀書)는겁이나서곤두박질을친다.
톨릭청년, 1936. 2
회한의 장 이상
회한(悔恨)의 장(章)
가장 무력(無力)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었다
세상에 한 여성(女性)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나의 나태(懶怠)는 안심(安心)이다
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職務)를 회피한다
이제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지배(支配)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역사(歷史)는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 대한 사표(辭表) 쓰기란 더욱 무거운 짐이다
나는 나의 문자들을 가둬 버렸다
도서관(圖書館)에서 온 소환장(召喚狀)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
봉분(封墳)보다도 나의 의무는 적다
나에겐 그 무엇을 이해(理解)해야 하는 고통(苦痛)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아무 때문도 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에게도 또한 보이지 않을 게다
처음으로 나는 완전히 비겁(卑怯)해지기에 성공한 셈이다
현대문학, 1966. 7 (미발표)
첫댓글 이렇게 많은 시들 옮기시느라 선생님 수고 하셨는데, 사람들이 많이 와서 봐야할텐데...공지를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