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기분좋게 나를 깨운다. 친정집에는 잘 꾸며진 내방이 비어 있어도 거실에서 잠이 더 잘 온다. 그곳에서 잠을 자야 아버지 기침소리를 확인 할 수있기 때문이다. 거실에 비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는 참 깔끔하신분이시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것은 상상도 못하시던 아버지는 엄마가 아픈 뒤로 밥이며, 빨래, 청소도 주부9단정도이다.
3월 중순 살랑살랑 봄바람은 땅 구멍에서 일어나고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춤을 춘다. 이렇게 좋은 날 아버지랑 성지곡 수원지 백년의 숲길을 산책한다. 쭉쭉 뻗은 삼나무를 보며 "거참 나무 잘 생겼다. 당산리 엄마산소 뒷산에 심어두면 좋겠네! 키워서 팔아묵는 나무 말고, 삼나무나 편백나무같은 이런 나무, 숲이 좋아서 스스로 찾아와 쉬고 가면 좋겠다."라고 여러번 말씀하신다.
물 웅덩이에 노니는 청둥오리 두마리를 보며" 어딘가에 집이 있을끼다."라고 얘기하시며 웅덩이가 조금더 깊이 파서 물고기가 더 많이 있어야 먹을것도 있을낀데" 청둥오리 배가 고플까 염려를 하신다. 이십여분 데크길을 따라 걷고있다. 키가 하늘로 뻗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가득하고 간간히 수피가 회색빛을 가진 흰색 푸조나무가 간간이 보인다. 병든 편백나무를보고 "빨리 병든 나무는 잘라삐야 다른 나무가 전염이 안될텐데 " 내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아버지 눈에는 병든 나무가 먼저 들어오는가보다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서로 부딫쳐서 연리지가 된 나무를 보며 "저건 이갈이 방패로 사용한데이" 나무가 서로 부딫히며 삐삐 소리를 내면 나무 사이에 돌맹이를 끼워서 소리를 없애준다고 한다. "갑돌이 이 갈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소원을 빌면 신기하게도 이를 갈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참 지혜로운듯하다. 나무도 나무끼리 부딫히면 나무도 아파서 운다. 우리도 피부끼리 계속 비비면 물집도 생기고 벗겨져 진물이 난다. 그럴 땐 밴드를 붙이면 덜 아픈것 처럼 나무사이에 돌맹이를 끼워주면 건강한 나무로 자란다.
아버지와 엄마 사이의 이갈이 나무의 돌맹이처럼 서로 아프지 않게 엄마는 엄마대로 편하게 지내시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남은 삶을 의미있고 즐겁게 살아기시도록 방패가 되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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