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야기] 다래
열매 2~3㎝ 대추 크기로 자라… 벌 유인할 땐 잎 색이 꽃잎처럼 바뀐대요
입력 : 2022.10.24 03:30 조선일보
다래
▲ 쥐다래 열매(왼쪽)와 6월 무렵 흰색과 분홍색으로 잎 색이 바뀐 쥐다래 잎. /국립생물자원관
가을철 우리나라 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먹을 수 있는 열매 중에 달고 맛 좋기로 유명한 '다래'가 있어요. 과육의 모양새가 흔히 많이 먹는 키위(kiwi fruit)와 닮았지만 키위보다는 작아요.
덩굴성 식물인 다래는 키가 큰 나무를 줄기로 감고 높게 올라가거나 바위에 기대 비스듬하게 줄기를 뻗어 나가요. 줄기가 회갈색으로 불규칙하게 종잇장처럼 벗겨져 있어 산에서 마주치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지요. 꽃은 5~6월쯤 줄기 윗부분의 잎 사이에 1~7개씩 모여 아래를 향해 달리는데요.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서 따로 피는 '암수딴그루' 식물이랍니다.
창덕궁 후원에 가면 다래나무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것으로 추정해요. 이 나무는 197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에 수령(나무의 나이) 약 600년으로 추정된 수그루(수꽃이 피는 개체)인데요. 굵은 줄기가 사방으로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정말 멋있답니다.
우리나라에는 다래 외에도 개다래·쥐다래·섬다래 등 4종이 자라요. 이 중 다래와 쥐다래·개다래는 전국 산지에서 볼 수 있는데 열매가 2~3㎝ 정도로 대추 크기 정도지요. 반면 제주도와 전남 지방에서만 자라는 섬다래는 열매가 4㎝ 정도로 커요. 이들은 열매 모양으로도 구분할 수 있는데요. 쥐다래는 다래에 비해 열매가 상대적으로 길쭉한 타원형인데, 열매 끝이 뭉뚝해요. 개다래 역시 열매가 길쭉한 타원형이지만, 열매 끝이 뾰족하지요.
이 중 신기한 잎 색을 보이는 개체도 있어요. 이 다래 4종의 잎은 기본적으로 녹색이지만, 꽃이 피는 6월 무렵이 되면 개다래는 페인트를 발라놓은 듯 흰색으로 잎 색을 일부 바꿔요. 쥐다래도 한 잎에 흰색과 분홍색을 반씩 칠해 놓은 듯 곳곳의 잎 색을 바꾸고요.
이는 꽃가루받이를 위해 벌과 같은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요. 다래는 비교적 많은 꽃을 피우기 때문에 곤충이 쉽게 몰려들지만, 개다래와 쥐다래는 적은 꽃이 아래를 향해 피기 때문에 곤충을 유인하기 어렵대요. 그래서 꽃이 피는 시기에 일시적으로 꽃 주변에 있는 위쪽 가지의 잎 색을 마치 꽃잎처럼 바꾸는 거예요. 꽃이 지고 더 이상 곤충 도움이 필요 없게 된 시기에는 잎들이 원래인 녹색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신기하지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곤충은 이런 흰색이나 분홍색 잎에 먼저 내려앉은 후 꽃을 찾아 이동한대요.
다래는 열매뿐만 아니라 잎·수액까지 먹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식물이랍니다.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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